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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앙근 전체글 (정상)ll조회 392l 1

솔이가 좀, 잘생기긴 했지.

 

몇 명인지 헤아릴수도 없는 여자아이들의 우체부 역할을 해주던 찬은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그 날도 아니나다를까, 케이크며 초콜릿이며 하는 것들을 전해다주러 비행기로 가는 길이었다. 둘의 아지트. 여자아이들의 편지는 다같이 짰나 싶을 정도로 한결같았다. 안녕, 많이 놀랐겠지만 사실 나는 몇 학년 몇 반의 누구라고 하는데 너를 언제 알게 됐고, 근데 당황스럽게도 네가 갈수록 자꾸 생각이 났고.. 찬은 어쩌면 어느 순간부터 그 많은 편지들을 읽지도 않고 내치는 한솔을 알 것도 같았다.

 

"이제 왔냐."

 

한창 크로매틱 (기타 손풀기) 을 하던 한솔이 찬을 한번 힐끗 보더니 인사를 했다. 찬은 기울어진 비행기 좌석 열에 아무렇게나 가방을 걸쳐두고 편지를 불쑥 내밀었다.

 

"네 거야. 또 왔어."

 

한솔이 입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편지를 구겨 던졌다. '걔'는 단걸 싫어한다는데도 한사코 초콜릿이며 사탕을 가져다주는 여자아이들의 마음이란 결국엔 '걔'의 친구, 찬의 차지였다. 찬은 정성스럽게 포장된 제과점 초콜릿 박스 속에서 아몬드 초콜릿을 하나 꺼내 우적우적 씹으며 한솔의 왼편에 가서 앉았다. 

 

"그래도 좀 읽어보지 그러냐."

"내가 왜."

 

한솔은 종종 꼬이는 손가락에 눈살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기지개를 켜던 찬은 그 동안 편지를 맡기던 아이들을 생각한다.

 

"걔네 그래도 제법 진지해보이는 애들도 많았어."

"싫어. 알 바야?"

"왤케 꼬였냐, 애가.."

 

팔을 쭉 펴고 나니 몸이 맥없이 늘어진다. 한솔의 왼쪽 어깨에 픽하니 기대 팔의 움직임을 읽는다.

 

그러고보니 한솔은 이름부터가 음악이다. 솔. Solar. 태양에서부터 왔다는 아름다운 햇빛의 이름. 찬은 문득 기타의 3번 줄을 뚱하니 튕긴다. 솔 음. 한솔이 고개를 돌린다.

 

"왜."

 

둘의 암호다. 찬은 가만히 옅은 갈색의 눈을 쳐다보다가 기타를 내리고 입을 맞춘다. 다크 초콜릿 맛에 한솔이 인상을 찡그린다.

 

"윽, 초콜릿."

"벌이야, 개새야."

"너야말로 오늘따라 왤케 꼬였어."

"나 안 꼬였는데?"

 

다시 엉금엉금 초콜릿 박스를 집어와 있는대로 입에 욱여넣는다. 한솔이 기타에 팔을 괴고 찬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다 다시 기타를 뚱 뜯는다. C 음. 찬의 이니셜을 딴 다시금, 둘의 암호다. 말간 얼굴에 볼만 불룩해서 한솔을 돌아보는 표정에 헛웃음이 터진다.

 

"너 그래놓고 다시 엿먹이려고."

"뭐래, 븅신아."

"당하고만 있을 줄 알고?"

 

한솔은 기타를 무작정 떠넘겨놓고 비행기 밖으로 나가버린다. 내심 작당하고 있었던 찬의 표정이 다시 뭉개진다.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뒷자리 저 멀리 바닥에 떨어진 러브레터를 줍는다.

 

'나라도 읽어줘야지.'

 

사실 그래봤자 영양가 없는 문장의 연속인건 변하지 않는다. 찬은 속으로 조금 그네들이 안쓰러워진다. 한솔의 평소 성적만 생각해봐도 이것보다 훨씬 좋은 글을 읽고 산다는건 알겠다. 이 순간 그토록 무정한 한솔이 이해되지 않을 리가. 그래도 사람 마음을 그렇게 취급하는게 어딨냐며 찬은 의지를 굳힌다.

 

'저 새끼가 어떤 놈인지 한번쯤은 직접 봐야 되는데.'

 

희부연 유리창 밖으로 담배를 피우는 한솔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찬이 입에 남은 초콜릿들을 꿀꺽 삼키고 냅다 소리를 지른다.

 

"야 이 소갈머리 없는 새끼야!!!!!"

 

짜기라도 한듯 한솔이 냅다 뛰어들어온다. 찬의 웃음이 펑 터졌다. 깔깔거리며 좌석들을 넘나들고 먼지투성이가 되도록 뛰고 구른다. 팔걸이에 찬의 교복 바지 주머니가 걸려 뜯어지지 않았으면 아마 오후 내내 그러고 있었겠지. 뒤에서 오른팔로 손쉽게 찬을 당겨안은 한솔이 힘을 풀지 않고 가슴을 눌러안는다.

 

"아, 아파 좀, 개새야!"

 

웬일로 한솔은 대답을 하지 않고 여전히 팔을 꼭 감싸쥐었다. 끙끙거리며 한솔의 품에서 빠져나오려던 찬이 이상한걸 느끼고 얼굴을 돌아본다. 눈동자 두개가 자신에게로 돌아오기 무섭게 한솔은 다시 입을 맞춘다. 속에 남아있다가 입술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담배 연기. 품에 잡혔을때만도 이리저리 꼬집고 들쑤시던 찬의 손가락에 힘이 풀어질때까지 솔은 입술을 물고 놔주지 않는다. 찬이 먼저 항복을 선언한다. 한솔이 찬의 아랫입술을 살짝 세게 깨물었다가 놔주는 통에 찬은 눈을 흘기며 얼얼한 입술을 문대기 바쁘다.

 

"아, 씹, 키스 매너 꽝이야. 담배 피고서 하는게 어딨어. 진짜 존나 싫어."

"이건 내가 주는 벌이야. 너 진짜 오늘따라 왤케 꼬였어?"

"하? 꼬인건 너겠지, 내가 아니라."

"말하는거 봐. 혹시 질투해?"

 

엑? 무슨 소리람, 이게. 찬의 표정이 경악으로 번진다.

 

"내가? 질투해? 누구를? 너를?"

"아니, 여자애들을."

"여자애들? 너한테 편지 쓰는 얘네들?"

"어. 혹시 걔네 질투해?"

 

한솔의 표정이 오늘따라 진지하다. 품에서 아직도 자기를 놔주지 않고 지근거리에서 저렇게 묻는 통에 찬은 기분 나쁜 담배냄새를 고스란히 들이마시고 있다. 기침을 해가면서도 품에서 풀려나려면 대답해야 할 것 같아 찬이 눈물을 질금거린다.

 

"질투할게 따로 있지 너같은 새끼 좋다는 애들을 내가 뭐하러,"

"아님 됐다."

 

한솔이 느닷없이 찬을 와락 풀어주고 일어선다. 여전히 느닷없이 가방을 들쳐메고 비행기를 휭하니 나가버린다. 아, 미친 새끼 아냐, 저거? 오늘 뭐 지랄맞은 일 있었어? 찬은 시종일관 무뚝뚝한 한솔의 태도에 입술을 비죽거리면서도 가방을 집어 재빨리 따라나선다. 바이크의 시동을 거는 한솔을 향해 걸어가는데 그걸 기다려주지 않고 냅다 출발해버리는 통에 찬은 졸지에 전속력으로 뛰게 됐다.

 

"아니, 최한솔, 무슨, 기분 잡치는게 있으면, 말을 하라고, 성질 부리지 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봐도 들은 체도 안 하고 속력을 높여버리는 한솔에게 화가 나 발에 채이는 콜라 캔을 냅다 차 맞춘다. 바이크 후미에 캔이 떨어지는 경쾌한 소리를 듣고도 한솔은 기어코 골목을 돌아 들어가버린다.

 

"하아, 하아, 씨발새끼, 하아,"

 

가끔씩 기분파로 나오는 저 새끼 속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뭐가 그렇게 꼬인거지. 내가 꼬였다고? 제 발 저리긴. 질투는 지랄이다, 씹새끼야. 알바나 일찍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무릎을 짚은 손을 풀고 일어났을 때였다. 쏜살같이 다시 골목에서 튀어나온 한솔이 정확히 찬의 옆에 바이크를 대고 넥타이를 잡아당겨 천천히 입술을 끼워맞춘다. 퍼즐처럼. 피 섞인 침을 빨아먹는다. 넥타르처럼. 아까 자기가 깨문 탓이다. 어안이 벙벙한 찬의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보며 천연덕스럽게 한솔이 말한다.

 

"입술 터졌네. 약 사러 가자."

 

-

 

"혹시 너 그, 홈봇 수리 센터 갔을때 이지훈이라고, 있지 않았어?"

 

이지훈. 이지훈. 기억을 더듬어봐도 그런 이름은 없다. 어깨를 으쓱하자 승철이의 표정이 다시 가물가물해진다.

 

"왜, 뭐, 누군데. 아는 사람이야?"

"어? 아, 응. 그냥, 뭐."

 

승철이도 홈봇을 들인다고 했다. 나라고 뭐 별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그래도 조언 듣는 겸 얼굴이나 보자며 불러내기에 학교로 나섰다. 모처럼만에 보는 얼굴이 핼쓱하다.

 

"요새 뭐 마음 고생하냐. 얼굴이 왜 그 모양이야."

"아니, 꿈자리가 좀 뒤숭숭하네."

"네 꿈은 잘 맞는데, 자식이 괜히 불길하게."

"아냐 아냐, 시험 기간이고 그러니까 잠을 설쳐서 그런가보지, 뭐."

 

한 번 끊어진 대화를 다시 잇기가 이리도 힘든 것인줄 진작 알았다면야. 아이는 아이대로, 나는 나대로 침묵에 익숙해져 이젠 그 애의 목소리를 들은지도 오래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승철이에게 도움이라곤 안되겠군. 학교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뒤적거린다. 승철이는 청포도 에이드.

 

"근데 대강 주의사항같은건 저번에 얘기한거 같은데. 그냥 동거하는 느낌이라고."

"정도 잘 든다며."

"생각해보니까 아닌거 같아."

"아무리 기계라도 같이 부대끼고 사는데 어떻게?"

"음.. 그러게."

 

가만있어보자. 이 카페 어디서 많이 봤는데. 사실 뜬금없는 데자뷔에 머리가 돈다고 정신이 없다. 승철이는 승철이대로 생각하느라 바쁘고.

 

"너 혹시,"

"?"

"Hello World라고, 코딩 아냐."

"Hello World?"

 

코딩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거라고 했다. 가장 간단해서 오류 검사할때도 자주 쓰인다고 했다.

 

"근데 이걸 갑자기 왜 가르쳐 줘?"

"아, 홈봇 오류 검사할때도 이거 쓴다더라고. 혹시 알고있나 싶어서."

"아니, 방금 처음 들었어."

"집 가서 써봐. 원래 처음 전원 켜고 나서 바로 해야 하는거래."

"뭐, 어떻게 쓰는데?"

"그냥 헬로 월드, 하고 말을 걸어."

"그럼 그냥 자기 알아서 검사하는거야?"

"그렇다데. 문제 없으면 헬로 월드, 하고 반복한대. 문제가 있으면 버벅거리거나 뭐, 그러겠지."

"오, 이건 제법 유용한 정보네. 알려줘서 고맙다야."

"뭘.. 마땅히 할 것도 없는데 불러낸 내가 미안하지."

"슬슬 들어갈까? 너 수업 다 된거 같은데."

"그러자."

 

카페 문을 나서는데 뒷통수를 빵 치고 가는 잔상. 환영. 청포도 에이드, 아이스 아메리카노, 여름볕.. 황급히 뒤돌아 카페 안을 다시 둘러보지만 변한건 없다. 고개를 갸웃하고 승철이와 거리로 나선다. 학교까지 바래다주면서 승철이가 다시 머뭇거린다.

 

"내가 그, 목소리가 너무 닮았어서, 혹시라도 이지훈이라는 사람, 센터에서 발견하면 그,"

"알겠어, 알겠어. 얘기해줄게. 수업이나 어서 들어가. 학생들 기다린다."

 

주춤거리는 승철이의 등을 밀어 꾸역꾸역 학교 안으로 밀어넣고 나도 골목을 빠져나온다. 기묘한 데자뷔. 여전히 어딘가 정신이 몽롱하다. 그 카페 분명 어디선가 봤다. 가본 적은 처음이라지만 해도해도 너무 낯익다. 처음 가본 곳에서 화장실을 묻지도 않고 바로 찾다니. 어디서 봤지, 잡지나 신문에 소개된 적 있었나. 나도 모르게 집으로 향하는 골목, 발길에 누가 걸린다. 턱. 재바른 몸이 균형을 고쳐잡더니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불쑥 사과를 한다.

 

"죄송합니다."

 

다시 달려간다. 이상한 놈이야. 생각의 초점은 어느새 헬로 월드로 향한다. 아이에게 그렇게라도 말을 붙여봐야겠다. 기계의 오류겠지. 무슨, 인간도 아닌 것이 나한테 고백을 한답시고.. 그걸 여태 신경쓰고 있는 나도 참 나였다.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린다고. 그냥 넘겨버리면 그만일 것을. 정말 정 든 것도 아니고. 승철이한텐 보란듯이 그렇게 말해놓고 정작 내가. 하, 진짜. 우습기도 하지.

 

그런데, 왜.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승철이의 꿈은 잘 맞는다고.

 

-

 

"어떡하냐 정한아, 진짜.."

 

모니터 앞에 우두커니 선 정한은 시공간이 뒤틀리지 않았나 계속 바닥을 확인해봐야 했다. 다행이다. 아직까지 구겨지진 않았네. 나도 아직 서 있구나. 그런데 불행히도, 이 글자도 안 구겨지고 그대로네. 그러니까 지금 이 소령인지 나발인지 하는 이 사람이 하는 소리라는게,

 

"가기 싫다는 애를,"

"... 정한아,"

"억지로 끌고 와라."

"정한아 이건, 군대잖아. 그렇게라도 생ㄱ,"

"알고리즘을 망가트려서라도."

"정한아."

"애를 아주 반병신을 만들어서라도."

"... 윤정한."

"데려오기나 해라."

"......"

"요원을, 이미, 몇 명, 보냈, 다,"

"... 하."

"지훈아."

"어, 왜?"

"나 혹시 지금,"

"... 응."

"포로 생포 작전, 뭐 그런거 보는거니?"

 

주책맞게도 이 손은 왜 이리 떨릴까. 왜 덜덜덜 소리가 나도록 이 지랄일까. 에어컨을 너무 심하게 틀어놨나보다. 턱까지 달달거리는걸 보니 추운게 틀림없다. 그런데 땀은 왜 날까. 정한의 동공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억지로 땅을 버티고 선게 역력했다.

 

"홈봇, 분명,"

"윤정한. 다 알겠으니까,"

"이거 분명, 내 아이들인데."

"정한아, 좀 앉자."

"이거, 생물학적인 생명만 없다뿐이지, 이거, 이 아이들, 이 친구들, 내 새끼들, 이거,"

"정한아, 일단 앉아. 생각 좀 해보자. 진정하고. 제발."

"지훈아, 이거 뭔가, 뭐가 이거, 이상한데, 이거 내 자식들인데, 진짜 그, 가슴으로, 낳았다는, 그,"

"부탁이다, 윤정한."

 

억지로 자기 자리에 정한을 주저앉힌 지훈이 어금니를 악물고 눈물을 참는다. 옆에서 함께한 시간이 얼만데 홈봇 핵심 개발진이었던 정한을 지훈이라고 왜 몰랐겠는가. 개발하고서 시험군을 데려와서 그렇게 어여쁘다는듯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웃던 이 자식을, 이 빌어먹을 놈의 사람새끼를, 지훈이 왜 몰랐겠는가. 정한은 여전히 초점을 잡지 못한 눈으로 연구실을 도륵도륵 두리번거린다.

 

"지금, 이거, 약물이 그러니까,"

"정한아, 됐어. 너 지금 퇴근해. 니 일 내가 다 할게. 너 좀 쉬어."

"아니, 지훈아, 잠시만,"

 

바닥에 놓인 커다란 박스에서 빨간 뚜껑을 쓴 푸른 용액의 유리관을 집어올린 정한이 천천히 그것을 불빛에 비춰본다. 지훈은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는다.

 

"이게 그,"

"하.."

"회로 부식, 약물, 뭐, 그런, 거라고."

"정한아.."

 

일순간 연구실 벽으로 푸른 직선이 날아가더니 요란하게 박살났다. 정한이 유리관을 집어던졌다.

 

"이걸, 먹이라고."

"한아.."

"아님 뭐, 강제로, 정수리든, 어디든, 꽂고, 주사하고, 박아넣고, 그렇게 해서,"

 

지훈은 울부짖기 시작했다. 함께 달려온 그 세월, 정한이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홍 소령이든 나발이든 멱살을 쥐어채 당장 죽여버리고 싶었다. 왜, 왜 내 친구를 이렇게, 왜, 자기 자식을 전장으로 내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왜.

 

어금니를 소름끼치게 갈아먹은 정한이 새빨갛게 관자놀이를 세웠다.

 

"애를 씨발, 병신으로 만들어서라도 전장으로 떠밀어라?"

"정한아..."

"부모 손으로?"

 

정한보다도 다리가 더 풀린 지훈은 바닥에 왈칵 주저앉았다. 어린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정한아, 이 바보같은 자식아. 왜 그렇게 정이 많아서 너는 결국 헤어져야 하는 것들과 헤어지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놓아야 하는 것들의 손을 뿌리치지 못하고, 왜 그러다 네가 다치고, 힘들고, 아프고, 썩어가고.

서글프게도 예쁜 푸른 용액 유리관 300개 박스 위에 엎어진 지훈은 이대로 그냥 세상이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

 

대문을 열었는데 빨간 플라스틱 캡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아이가 분리수거를 하면서 까막 흘린 모양이었다. 꽃도 무엇도 없는 초라한 빈손으로 대화를 걸자니 머쓱한가, 생각하다가 뽑은 칼로 뭣도 안 베고 넣는게 더 이상해 대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못 들은 척, 어색하지 않게 말을 거는거다. 꽃을 사다줬을 때처럼. 같이 밥먹던 광경을 떠올려보자. 일은 쉽다. 이름을 부르고, 웃으며 말을 걸자. 그런데 참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오랜 비염에 무뎌질대로 무뎌진 코가 그땐 어쩜 그리 기민했나 몰라.

 

그렇게 불길한 냄새는 처음 맡았다.

 

요리를 잘하는 아이가 프라이팬을 태워먹었을 리 없다. 쓰레기를 집 안에서 소각하고 있을 리도 없다. 그것들은 이렇게까지 운명을 잡아 뒤트는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본능이, 목이 돌아가도록 뺨을 때렸다. 시야가 줄어듦과 동시에 생활에 묻혀있던 하이에나의 다리가 폭발했다. 집 문을 부수듯 들어가 부엌으로 방향을 꺾자마자 저번과는 비교도 못하게 눈이 파들거리는 아이가 사지를 뒤틀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뒷문이 산산조각 나 바람이 들이닥치는 부엌 바닥에.

 

이름을 부를 새도 없이 아이의 머리를 안고 넘어갔다.

 

"ㅅ, 순영아. 순영아, 왜 이래. 너 왜 그래, 뭐, 무슨 일이야."

 

정수리에서 까만 김이 쉴새없이 흘러나왔다. 귀에서 파란 용액이 줄줄 샜다. 아이는 입술을 고통스러운듯 쥐어발기기만 할 뿐 목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아이의 머리는 까만 연기로 물드는데 내 머리는 정작 하얗게 비기만 했다. 승철이, 승철이가 뭐라 그랬더라. 뭐라더라, 시험하는 코드. 코딩 처음, 배우는, 뭐였지, 그거.

 

"ㅎ, 헬로, 헬로 월드. 순영아, 헬로 월드. 헬로 월드. 들려? 순영아, 들리냐고. 헬로 월드."

 

아이의 눈에서 초록색 빛이 까무룩 꺼질듯 비쳤다. 괜찮아. 안 죽었어. 살릴 수 있어. 한 마디만 해. 이상 없다고 헬로 월드, 한 마디만 해. 목구멍이 연기를 들이마신듯 매캐해져왔다. 목소리 대신 나오는 것은 눈물이었다. 왜 너는 한낱 기계 따위가, 사람 말도 못하게. 뺨을 칼로 가르는듯 흘러내리는 자국마다 바늘같은 고통이 닥쳤다. 아가, 말을 해야지. 아가.

 

"헬로 월드, 제발.. 순영아 제발.. 헬로 월드.."

"ㅎ, ㅎ, 헤, ㅎ,"

 

순영이가 달싹거리던 입에서 음성을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실낱같은 희망이 동앗줄 같아 보여서 그것을 움켜쥐었다. 그뿐이었다. 내가 너한테 해준게 뭐라고 네가 이렇게 돼버리면, 나는 누구한테 꽃을 사? 누구랑 밥을 먹어? 누구 머리를 감겨줘? 순영아, 대답 좀 해봐, 부탁이야.

별안간 또렷해진 눈망울에 아이가 더럭 내 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아저씨는 내 언어에요. Hello Word."

 

뺨에 와닿았던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회로가 터졌다. 팔꿈치 밑으로 손대신 너덜거리는 전선이며, 빌어먹을 파란 용액들을 신경쓸 틈도 없이 아이의 눈동자가 멎었다. 말그대로, 멎어버렸다. 저런 순흑은.. 안돼. 안돼, 순영아. 안돼. 안된다고. 너 그 까만색, 아니잖아. 안돼. 안돼!!

 

"순영아!!!!!!!!!!!!!!!"

 

스키드 마크를 새기는 소리가 나고, 뒷 담 밖에서 멈추고, 무언가 담을 넘어 바닥에 떨어지고, 연기가 피어오르고, 깨진 뒷문으로 무장 요원들이 진입하고, 그 와중에도 연막은 자꾸 피고, 잔기침 속에서도 너를 놓지 않으려고 그렇게 끌어안고, 몸부림치고, 입이 무언가로 막히고, 축축한 느낌, 비명이 무너지고, 누군가 내 배를 발길질로 짓이기고, 다시 비명이 터지고, 아무도 듣지 못하는, 붕대를 감아줄 네가 없어 나는 힘을 주지 못하고, 내 손에서 네 팔이 빠져나가고, 다리로 휘감을 네 몸뚱어리가 너무 손쉽게, 그렇게 간단하게, 집 밖으로 질질 끌려나가고, 담이 무너지고, 어디선가 나타난 군용 차량에 네가 태워지고, 기어가고, 무너지고, 와르륵, 너를 부르고,

 

순영아.

 

순영아.

 

내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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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쟈까님... 난 지금 시야가 뿌를렐레해서 지금, 어, 말도 잘 안나오고. 뭘 쓰신거죠, 몰입력 너무 쩔어서 저는 지금 아무것도 집중할 수 없어요 나능 이글을 읽은 지 30분이나 지났는데!!!ㅠㅜㅠㅜㅜㅜㅜ 오늘 진짜 미친 명대사여써요 순영이가 헬로 워드 말한 것도 찌통이고 뭣보다 저는 서쿠가 쑤뇨아니면 꽃도 못사고,,, 밥도 못 먹고,,, 머리 감겨줄 사람도 없고,, (폭풍오열) 그리고 정한이가 던진 푸른 직선???? 자까님??? 자까님 표현력은 항상 절 죽이네요 아주 주기셔써... 이제 전 부농새우가 아니에여 지금 감동받아서 흰색으로 탈색될 것 같앟ㅎ앟핳 정한이가 홈봇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하는 장면도 소름돋게 선명해서 혹시 자까님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 뇌주름에 오늘 글의 모든 플롯을 주사하고 간걸 까요 진짜 자까님 만나면 내가 뽀뽀 백만번 엉겨서 안 떨어지고 자까님이 쓰는 모든 글을 볼 수 있을텐데 전 왜 여기있을까요 글만 쓰고 맛있는 것만 먹여드릴게요 저한테 시집오시겠습니까????????? , 아무튼 오늘 서쿠는 수녕이를 러브로 인정했네요 저도 인정해야겠어여 자까님 사랑합니다
6년 전
다앙근
진짜 와타시 지각하는거 넘나 두고볼 수 없어서 오늘 많이 많이 쪄왔어요.. 서쿠 이 바보 지 마음 지가 모른대요.. 순영이 누구보다 좋아하고 사랑하고 애껴버리면서 고백 쌩까기? 하? 장난? 져나니한테는 쑤뇨를 포함한 홈봇 전체가 자식같을거 아닙니까 자기가 만든 애들인데!!!!! 근데 그런 애들을 해쳐서라도 입대를 시키라는데 제정신으로 남아있으면 그거 윤저난 XXXXXX 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오늘 드디어 제목 떡밥을 풀어헤친 기쁨에 눈물을 흘리는 중입니다 안녕 내 언어야 하는 느낌으로 헬로 워드라고 한거라고여!!!!!!! 당신은 내 언어니카!!!!!!!! 당신 없으면 내가 사랑한다고 말을 못하니카!!!!!!!!!!! 쑤뇨야 서쿠야 밀당이 짜다 서로 그만 좀 밀어!!!!!!!!!! 작가가 짜다잖아!!!!!!!!!!! 후.. 이제 한걸음 훅 들어갔으니 다음편도 개허니잼하게 쓸 수 있었으면 조켓다 희희 부농새우님 보고시퍼요.. 우리 만나서 서로 자존감 파티해 부농새우님.. 내 언어니카.. Hello word..
6년 전
독자1
작가님 아뇽하셔요..? 오랜만이에요... 저 왜 저번편을 못본거지요..? 뒤늦게 이번편 알림 덕에 알아채고 보고 오는 길이에요 ㅠㅁㅠ 작가님 필력 완죠니 사기 수준이자나... 저까지 덩달아 우는중ㅠㅠㅠㅠㅠ 책임져요ㅠㅠㅠㅠㅠㅠㅠ 순영이가 어떻게 고백한건데 이렇게 만들기 있기없기ㅠㅠㅠㅠㅠ 지난번 고백씬도 그렇고 대사 한줄에 이렇게 소름돋기는 정말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 짱이에요 정말 석순이들은 염전밭인게 분명합니다...ㅜㅜㅠㅠㅠ 정한이가 슬퍼하는데 제가 다 눈물줄줄 군대 보내는 부모마음 ㅠㅠㅠ 부디 다들 행복하게 해주세요... 오늘도 잘 읽었어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6년 전
다앙근
야레야레.. 이거 나의 스윗- 리틀 독자님 아냐 쿡☆★ 울지 말아여 앞으로 울 일 많음 이석민 이 바보같은게 지 마음 지도 모르다가 쑤뇨 놓치고 후회하고 절규하고 ㅠㅠㅠㅠㅠㅠ 근데 제 생각에 이번편 염전 중의 염전은 윤저난+홍지수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저난 진짜 어떻게 만든 내 새끼들인데 애들 다치게 만들어서라도 전쟁터로 보내라 하고 홍지수는 그렇게 말리려고 애썼는데 결국 시키는대로 해야되고 ㅠㅠㅠㅠㅠㅠㅠㅠ 난 몰라 이석민이 다 잘모태써 최승철 기억 못하는 이지훈이 다 잘모태써 ㅠㅠㅠㅠㅠㅠㅠ 다음편도 스피-디하게 써오겠습니다 우리 지금부터는 속도 조금 내볼까혀 ㅋㅋㅋ
6년 전
독자2
안녕하세여 작가님 프레야에요 프!!!!레야!!!!!!!!
와 이건 뭐죠 정말 너무 할 말이 많은데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우선 찬이랑 한솔이랑 키스하는 거 너무 좋네요 (흐뭇) 크,흡..너,네 푸흡.. 너무.. 보오 흫 기 흐흫 좋아..흐흐흫흐ㅡ흫 (숨길 수 없는 미소) 후후훟ㅎ훟후ㅜㅎ 아 이게 아니라 승철이는 이제 지훈이를 찾기 시작했나봐요 이제 후회가 되는 고니 승처라...? 아니면 그냥 지훈이 찾고 싶었던 거니...? 아 그리고ㅜㅜㅜㅜㅜㅜㅜ 내 눈물샘 책임지세요 작가님 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됻가튼 정부ㅜㅠㅠㅠㅠㅜㅠㅠ 그냥 나라끼리 쎄쎄쎄해서 알아서 사이 좋게 지내라고 싸우지말고ㅜㅜㅜㅜㅜㅜㅜㅜㅜ!!!!!!!! 왜 너네 그 멍멍이 같은 계획에 정한이 아가들 보내야하는데!!!!! 아 욕하고 싶어 ㅠㅠㅠㅜ 홈봇 로봇 아니라 정한이가 예쁘게 키운 아가들이라구요!!!! 아니 그리고 순영이는 왜 데리고 간답니까? 석민이가 전장에 나가서 썰리고 터지고 망가져도 되니까 제발 데려가주세요 이런 것도 아니고 환불도 마다하고 분명 어딘가에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영이를 왜 억지로 데려간답니까??? 어이가 없네 작가님 이거 결말은 군 그 뭐시기 높은 곳 거기 순영이 데리고 간 거기 폭발하고 끝나는 건가요?ㅎㅎ 그거 아니면 실망.. 작가님... 우선 실망해도 작가님 사랑하긴 할건데... 적어도 한명쯤은 죽여주시겠지.... 그리고 저 정말 눈물샘 터졌습니다 마지막 내 사랑아. 이거 너무 슬픈거 알아요? 진짜 저 너무 슬퍼서 아 정말 이 쨍쨍한 거의 4시쯤에 울엇다구여 책임지세요 작가님 제가 먹을 거 다 주고 다 해드릴테니까 저랑 같이 사실래요?ㅎㅎ 작가님 평생 제 작가님 해주세요.. 제발..... ㅎㅎ....

6년 전
다앙근
갓-레야님 갓-갓-갓-님 등장☆★☆★ ㅋㅋㅋㅋㅋㅋㅋ 울지 마시고여.. 아니 울리려고 쓴 글 맞지만 그렇다고 진짜 울면 와타시노 하-또가 찢어지는.. 근데 또 안 울면 독자님들 우실때까지 와타시가 혹사를 하고.. 근데 또 우시면 마음 아프고.. 나도 날 모르겠다 와아 이석민이 윤저난한테 녹음 파일까지 보내주면서 환불 안 하니까 돌아가라고 그랬는데 자비리스한 정부.. 로봇을 싸고 효율적인 무기로밖에는 보지 않아효.. 이석민 이 바가야로같은게 지 마음 지가 모르고 쌩까니 어쩌니 하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러 나서는거 넘 빡치지 않아여?! 있을때 잘하라고 이 전남친같은 자식아!!!!! 근데 권쑤뇨가 널 아끼니까 그 마음 봐서라도 죽이진 않으마 이 죽어 마땅한 바가야로 자식 흐어허어허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석민 각성하고 머리 박고 반성문 500장 쓰며 쑤뇨 찾으러 가자.. 다음 편 읽고 계시겠죵? 너무 울지 마시고 함께 달려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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