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회장,
그리고
정세운.
마냥 착해보이기만 하는 녀석이 어떻게 학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전교회장 자리를 맡고 있는 것인지 세운이의 성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아마 의문을 가질 것이다. 쟤 그냥 다 오케이일 거 같은데, 엄청 순하잖아. 안그래? 정세운의 첫인상은 대부분 이러했다. 착하고, 순한 애. 남들이 하는 말은 항상 경청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터무니 없는 말에도 거기까지는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의견을 얘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그런 애.
그럼에도 나는 확신이 있었다.
" 선생님, 그렇지만 다들 학업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 그런 건 오히려 역효과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
정세운은 전교회장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확신.
내가 세운일 좋아하는 이유는 전에도 말했지만 단순히 착하고 친절한 성격만이 아니었다. 마냥 순하게만 보이는 인상과 달리 강단 있는 그 성격이 어쩌면 내가 정세운을 이리도 좋아하게 된 데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 우섭아, 미안한데. 조금만 조용히 해주겠니. "
확실히 정세운은 특이한 캐릭터였다. 전학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도 그랬다. 그저 조용조용, 말하는 것도 조곤조곤한 정세운이 야자시간에 대뜸 우리 반에서 나름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하는 노는 무리의 남자애에게 말을 건넨 건 그 때의 나에겐 정말 의외였던 모습이라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그와중에도 한 쪽 귀에 꽂혀 있던 이어폰을 빼내며 노래 소리가 잘 안들려서 하고 악의 없는 얼굴로 웃어보이는 세운이었다. 그렇기에 또 그런 녀석의 모습을 재수없어 하기 보다는 오히려 정세운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애들이 더 많았다.
세운이의 그런 모습은 세운이와 가장 가깝게 지낸다 할 수 있는 내게도 예외는 없었다. 그건 세운이가 누군가에게 한정지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 아, 진짜 하기 싫다. 우리 그냥 다같이 하지말까? "
" 나도 하기 싫다.. "
" 어차피 물리 별로 중요하지도않고. 대충 해도 될 거 같은데.. "
예를 들자면 며칠 전 일이었는데, 안그래도 별로 흥미도 없고 싫어하던 선생님이 가르치는 물리 시간에 반 친구들끼리 조를 이루어 숙제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앉은 자리대로 4명씩 조를 이루었기때문에 내 대각선 뒷자리였던 세운이와도 같은 조였다. 단순한 숙제도 아니고 무려 피피티 발표라는 숙제를 내준 참담한 현실에 같은 조인 친구와 함께 투덜거리며 그냥 대충 해서 넘길 궁리만 하던 때에 느릿한 동작으로 내 쪽을 바라본 세운이가 그랬다.
" 여주야. "
" ..응? "
" 안 하고 싶은 거는 이해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열심히 하려던 사람도 의욕이 떨어질 거 같아. "
언제나처럼 세운이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지적이라고 하기엔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다정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방금 전 내뱉었던 말들이 후회가 되어 얼굴을 붉혔다. 생각 좀 하고 말할 걸.. 순식간에 집중된 시선에 부끄러운 것도 잠시, 이어서 물론 자기도 하기가 싫긴 하다며 어색하게 웃고는 어떤 식으로 피피티를 만들지 말을 던지는 세운이쪽으로 다른 애들의 시선이 옮겨갔다. 어쩌면 그건 배려였을 것이다. 후회되는 말을 내뱉은 건 분명 나였음에도, 다른 사람 앞에서 민망함을 주지는 않고 싶어 던지는 작은 배려.
나는 그런게 좋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섭섭함을 느꼈을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어쩌면 오히려 나는 세운이가 그런 부분에 있어 내게 예외를 뒀다면 세운일 좋아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사실은, 세운이를 신뢰할 수 있는 큰 요인이었다.
"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회장이기 전에 학생으로서 모두가 부담없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그리고 세운이는 내 확신에 보답하듯 전교회장의 역할을 아주 멋지게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 녀석의 전교회장 생활이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 회장오빠 진짜 멋있지않아? "
" 그치. 처음엔 몰랐는데 볼수록 너무 멋있더라.. "
" 그렇다니까! 내가 보자마자 멋있다 그랬잖아. "
... 녀석의 착실한 전교회장 생활 덕에 이제는 같은 학년을 넘어서 후배들까지, 정세운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 그거는 온전히 내게 문제였다. 세운이는 아마 제가 인기가 많다는 사실도 잘 못 느끼고 있을 게 분명했기때문에. 혼자 세운이를 좋아하는 나만 애가 타는거지. 꺄르르 웃으며 세운이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내 옆을 지나가는 후배들을 보며 괜히 혼자 입술을 비죽였다.
.. 괜히 전교 회장 시켰나봐.(울적)
엉엉.. 사진 넘예..ㅜㅜ
전교회장 정세운 w.리틀걸
Episode 8. 연애 시작
# 윤딴딴 - 니가 보고싶은 밤 (Inst.)
" 야야. 세운이랑 무슨 얘기 했어. 무슨 얘기 했어. "
강당 쪽에 서서 김재환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자꾸만 웃음이 잇새를 비집고 새어나왔다. 괜히 떠올리기만 해도 부끄러운 기분에 한 쪽 신발 코로 바닥을 휘적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김재환이 개구진 얼굴로 나를 툭툭 쳤다. 무슨 얘기하긴. 그걸 내가 너한테 왜 말해.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금세 인상을 찌푸린 김재환은 고마운줄도 모른다며 혀를 끌끌 찼다.
" 아, 맞다. 야씨. 핸드폰을 두고 오긴 개뿔. "
" 야, 내가 너네 하도 답답해서 그런 거 아냐. "
" 그러니까 너무 고맙다고. 재환아! "
그래서 뭐 먹고 싶은 거는 없고? 태세를 변환하며 김재환을 향해 양손을 마주 잡고 흔드는 모션을 취했고 김재환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허-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워낙에 귀신같은 녀석이라 우리가 무슨 얘기를 나누고 왔는지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인지 김재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강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야, 같이가!!
" 세운이가 앞쪽에 앉으랬어! "
강당 안에 들어와 재빠르게 무대 앞에 빈자리를 스캔하고 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는 김재환은 내가 무슨 말만 해도 혀를 찼다. 저게, 진짜.. 그럼에도 꿋꿋하게 무대 앞 쪽 자리를 잡고 앉자 벌써 앞날이 보인다. 보여. 김재환은 그렇게 말하며 내 옆자리에 엉덩이를 붙인다.
아직 축제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었기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학생들이 무대를 설치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시선을 휴대폰쪽으로 돌렸을 때는, 밝아진 화면에 들어온 [세운이] 이름 세 글자에 놀라 얼른 메세지를 확인했다.
[ 앞에 앉았어? ]
... 허윽. 메세지를 확인하자마자 나도 모르게 신음하며 휴대폰을 품에 꼭 쥐자 옆에서 또 혀 차는 소리가 들린다. 그치만 지금 김재환놈이 대수가 아니었다. 세상에, 이렇게 귀여운 메세지를.. (뭐가 귀여운지 모를 일이지만 그냥 귀엽다. 무조건.)
[ 응! 완전 앞에 앉았어. 오른쪽에! ]
피실피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세운이에게 답장을 보냈다. 고작 다섯글자가 담긴 그 메세지가 심장 아프게 느껴져서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하는 주책바가지 김여주였다. 어느새 내가 보낸 메세지 옆에 떠있던 1 표시가 사라지고 답장을 기다리며 메세지창을 들락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김재환이 툭툭 하고 내 팔을 쳤다. 또 무슨 시비를 걸려고 그러나 싶어서 헤실거리던 얼굴을 지우고 아, 왜. 하고 인상을 팍 찡그리며 김재환쪽을 쳐다보자 황당하다는 표정이던 녀석은 고개를 까딱하며 무대쪽을 가리킨다.
고개를 돌리자 무대 뒤편에서 빼꼼 몸을 드러낸 세운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가움에 오른손을 들어 작게 흔들어 보이자 작게 웃음 지은 세운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따 봐.' 이어서 입모양으로 그렇게 말하고 다시 쏙 무대 뒤로 들어가는데, 그게 또 너무 좋아서 하마터면 옆에 있는 김재환의 어깨를 팡팡 칠 뻔 했다.
" .. 세운이 너무 귀엽다. "
" 웅. 닥쵸. "
" 세운이 사람 맞아..? "
굴하지않는 내 모습에 하.. 김재환의 깊은 한숨소리가 이어졌다.
**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지 약 한 시간째. 헝.. 시간은 또 왜이렇게 안가는지.. 이미 축제는 시작된 후였지만 세운이의 밴드부 공연은 마지막을 장식할 꽃같은 것이었기에 공연 세트 리스트를 보며 밴드부 공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아마 제 공연 막바지 준비가 한창일 세운이는 무대 저 뒤편에서 긴장하고 있을 터였다. 세운이가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의자에 앉아 자꾸만 발을 앞뒤로 흔들거리고 있다가 또 옆에서 휴대폰을 하고 있던 김재환이 한숨을 쉬어서 그만두었다. 쟤는 왜 자꾸 한숨이야..(부들)
세운이 생각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다른 친구들의 공연들을 보면서 박수만 치고 있을 때, " 아, 댄스팀 다음 무대가 벌써 마지막 무대네요. 우리 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죠. " 하는 MC들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들었다. 헐. 설레..
" 야야. 김재환. "
" ....? "
" 세운이 노래 뭐 하는지 모르지? "
" 응. 안 알려주던데. "
" 두 곡 부른다고 그러던데.. 한 곡은 뭐지.. "
" 너 아까 그 받은 종이에 안 써있어? "
곧이어 댄스팀의 무대가 먼저 이어지고, 이 다음이 세운이 밴드의 무대라는 사실에 들떠 김재환에게 물음을 던지자 자기도 모른다며 김재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안 써있었던 거 같은데..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려뒀던 종이를 다시 확인하는데, 역시나 세운이네 무대 곡만 종이에 적혀있지 않았다. 풀리지않는 궁금증에 다시 무슨 노래를 할까 생각을 하다가 댄스팀의 마지막 곡이 중반부를 넘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그냥 생각을 접었다. 이따 무대 보면 알겠지 뭐!
" 아, 댄스팀 공연 너무 멋지게 잘봤습니다. 이제 마지막 무대를 즐겨보도록 할까요? "
" 바로 ##고 밴드부 Slate의 무대입니다! "
괜한 긴장감에 두 손을 꼭 모아쥐고 MC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세운이네 밴드부를 호명하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숨을 힉 하고 들이켰다. 그리고 세운이가 나올 무대 뒤편쪽으로 시선을 집중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세운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낯선 세운이의 모습에 적응할 틈도 없이 자리를 잡은 세운이는 밴드부 친구들과 눈을 맞춘 뒤 곧바로 연주를 시작했다. 평소에 통기타만 연주하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렉..도 연주할 줄 알았어? 평소 입던 교복과 달리 깔끔한 핏의 흰색 티가 세운이에게 잘 어울렸다.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나는 결국 쿵쾅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른 손으로 옆에 앉은 김재환의 팔을 팡팡 두들겼다. 미쳤나봐. 정세운.. 어떡해.
" 아, 아파. 아파. 좀. "
" 허어엉.. 세우나.. "
기타 반주로 시작된 그 노래는 불장난이라는 곡이었다. 세운이가 어떤 곡을 부를까 몇 번을 상상했었지만 내 상상 속에는 그런 장르의 곡은 존재하지않았더랬다. 이건 좀 예방이 필요한 거 아닌가..?
우리 사랑은 마치 불장난 같아서 다치니까─
그러니까 내 말은.. 갑자기 이런 모습이면 심장에 해롭단 말이야.
세운이네 밴드의 공연 반응은 이루 말할 것 없이 폭발적이었다. 여기저기서 나오는 꺅꺅 지르는 소리들과 함성들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세운오빠!!! 하는 우렁찬 목소리에 나도 덩달아 세운이 이름을 목놓아 부를 뻔 했다.. 김여주. 진정.. 진정해.
짧게만 느껴지는 무대가 끝나고, 전교 회장한테 이런 모습이 있는 줄 몰랐네요. 하는 MC의 말에 세운이는 민망하다는 듯 평소와 같이 고개를 젖혀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던 순간, 살짝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는 세운이와 눈이 마주쳐 나도 모르게 벌려져 있던 입을 꾹 다물었다. 살풋 웃는 모습에 떨려서 잠깐 숨 쉬는 방법도 잊을 정도였다.
" 어.. 무대 하나 더 남았으니까, 귀 기울여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 준비하고 다시 나올게요. 감사합니다. "
세운이는 어깨에 기타를 멘 채로 꾸벅 인사를 하고 다시 무대 뒤편으로 사라졌다. 다음 곡은 지난 번에 세운이가 들려줬던 그 곡이겠지만,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리니 마음이 간질거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통기타를 손에 든 모습의 세운이가 무대 중앙에 놓여진 의자에 앉았다. 금세 옷을 갈아입은 모양인지 셔츠를 입은 모습이었다.
" 시작할게요. "
좀 전의 모습은 어디가고 다시 귀여운 모습의 세운이였다. 기타를 만지작 거리며 튜닝을 마친 세운이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시작하겠다고 말하더니 이내 연주를 시작했다. 다시 진지해진 얼굴에 하마터면 혼자 감탄사를 내지를 뻔 했다.
지금 이 말이 우리가 다시 시작하자는 건 아냐─
그저 너의 남아있던 기억들이 떠올랐을 뿐이야
다시 들어도 세운이의 목소리는 분명 매력적이었다. 그게 나만 그런 거는 아닌 모양인지 좀 전의 곡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이어지는 노래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만 멋있으란말야. 정세운. (쿨쩍)
어느새 세운이를 따라 노래를 흥얼거리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달달한 목소리가 절로 웃음이 짓게 해 미소를 띄운 채로 세운이를 바라보는데,
예뻤어 날 바라봐 주던 그 눈빛─
하필 그 부분에 눈이 마주칠 건 뭐였는지. 괜히 설레게 하는 가사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웃음 짓는 세운이의 모습에 얼굴이 홧홧거렸다. 순간적으로 부끄러워져 고개를 다른 쪽으로 확 돌려버리자 인기척을 느낀 김재환이 왜저러냐는 눈빛으로 내 쪽을 한 번 쳐다봤다. ..넌 몰라도 돼. 짜샤. 잠깐 고개를 돌렸음에도 귓가를 자극하는 세운이의 목소리에 붉어진 귀는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생각을 하질 않았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세운이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부끄러움에 매번 시선이 갈 곳을 잃었다. 축제가 끝나면 피하지 말라던 게 이런 식으로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을 생각이었던 건지. 그런 거라면 완전히 정세운은 내 마음을 간파한 게 분명했다. 부끄럽고 또 너무 좋아서 이런 상태에서 축제가 끝나고 세운이를 볼 수 있을까 갑자기 걱정이 들었다. 부끄러워서 어떻게 봐.. 허으..
노래가 끝난 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late였습니다. 하는 짧은 인사 멘트를 한 세운이는 다시 한 번 내 쪽을 바라봤고, 그런 세운이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척 들어올려보이자 세운이는 예쁘게 입꼬리를 말아올려 웃었다. 그리고 곧 보자는 듯 눈짓을 하기에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내 모습이 나만 낯선 건 아닌 모양인지 세운이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조금 더 활짝 웃어보였다.
" 세운 선배 진짜 너무 멋있어. 어떡해. "
" 아, 지영이 부럽다. 같은 밴드부라 얼굴 자주 볼 거 아냐. "
" 맞지. 아까 노래하면서 웃는데 미쳤다니까. "
축제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들리는 얘기는 대부분이 세운이에 대한 칭찬과 함께 반했다는 둥 하는 그런 얘기들이었고, 내심 뿌듯하면서도 묘하게 신경이 쓰여 나는 입술을 잘게 씹었다. 그러던 중에 김재환은 축구부원들이랑 약속이 있다며 먼저 휙 가버렸고, 나는 홀로 남아 꺅꺅대는 주변 여자 후배애들의 반응들이나 듣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란스러운 소리가 조금 더 시끄러워진 거 같아 입술을 비죽이며 고개를 들었을 때는, 눈 앞에 세운이가 서있었다.
" 많이 기다렸어? "
응? 아니! 별로 안 기다렸어! 고래를 도리도리 저었다. 나도 모르게 주변을 살펴보니 약간은 부러운 듯한 시선들이 내 쪽으로 쏠려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틈에 나가자. 여주야. 하는 세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민망한 그 시선들을 떨쳐내고 강당을 빠져나오는데, 이제는 노래를 부르던 그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다시 화끈거렸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쪽을 계속 쳐다보는 시선에 나는 도르륵 눈알을 굴리다 입을 열었다.
" 무대 진짜 멋있었어. 세운아..! "
" 다행이네. 걱정했는데. "
" ...... "
어렵게 꺼낸 그 대화는 딱히 오래 가지 못했기에 나는 다시 눈알을 굴려야했다. 어쩐지 긴장한 듯한 내 모습을 느꼈는지 세운이가 살짝 소리내어 웃는다.
" 집에 바로 갈거지? "
" ..어? 응! "
" 데려다줄게. 가자. "
데려다준다는 세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더운 날씨도 아니었고, 오히려 저녁이라 날이 쌀쌀한 편에 가까웠는데도 이미 달아오른 얼굴은 식을 줄을 몰랐다. 원래 막 이렇게 간지럽고 그런건가.. 나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건지 가는 내내 세운이 얼굴만 힐끔힐끔 쳐다보며 걸음을 옮겼다.
세운이도 지금 상황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혀로 입술을 훑는 모습이었다. 둘 중 누구도 선뜻 입을 떼지 못한 채 걸음을 옮기다 어쩐지 서로의 눈치만 보는 이 상황이 웃겨 세운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 아참. 세운아. 너 인기 되게 많은 거 알아? "
" .. 인기? "
" 오늘도 반응 장난 아니었어. 막 여자 후배들이 세운이 너 멋있다구 엄청! "
아까 전 여자 후배들이 나누던 대화가 떠올라 세운이에게 전하자 세운이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인다.
" 진짜 난리였다니까.. 이러다 전교생이 좋아하겠어. "
조금은 과장된 말이었지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그만큼 안그래도 인기가 좋았던 것도, 오늘 반응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 말을 내뱉으면서도 내심 진짜 그러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어 한숨이 섞여나왔다. 걸음을 옮기며 내 쪽을 웃으며 바라보던 세운이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곤 입을 열었다.
" 여주 너는 어땠는데? "
그리고 나는 방금 전 말을 내뱉은 걸 후회했다. 저렇게 대놓고 낯간지러운(?) 질문을 던지는 정세운을 보며. 멋있었어. 엄청.. 속으로만 말을 내뱉고는 이게 입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질 않아서 괜히 아랫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입만 벙긋 거릴 뿐 소리를 내질 못하는 내 모습을 본 세운이는 금세 또 웃음을 터뜨렸다.
" 여주야. "
어느새 집 근처에 거의 다다라있었고 내 이름을 불러오는 세운이의 목소리에 눈알을 도륵 굴려 세운이쪽을 쳐다보자 이내 세운이의 발걸음이 멈췄다.
" 연애하자. 우리. "
그리고 이어진 말은, 나를 홍당무마냥 붉게 물들였다.
작가의 말 |
우선 작가가 머리를 박도록 하겠습니다...(머리박) 제가 진짜 글을 빨리 쓰고싶었는데요...주저리... 감기가 낫고 나니 잦은 음주가무(?)를... 즐기고 말았네요... 작가도 아직 청춘이랍니다..(코쓱) 흑흑 이 귀여운 애들을 사귀게 만들어 놓고 무책임하게 돌아오지 않는 작가를 원망하셨지요..?ㅠㅠㅠㅠ 또 제가 세운이를 생각보다 열렬히 좋아하는 열성팬이라.. 떡밥 줍고 온디에어 세운이 보러 가고 막 그랬어요 ㅎㅡㅎ.. 세운이 노래는 꼭 두 귀로 들어보시길! 아 그리고 오늘은 에필로그가 없는데요 ㅠㅠ 글을 너무 오래 쓴 터라 오늘 안에 올리고 싶은 욕심 + 후에 있을 세운이 시점 글에 넣을까 생각 중이라 오늘만 에필로그가 없습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그럼 이제 세운이 데뷔를 기다리며 굿밤되세운♡ |
♡ 독자님들 암호닉 ♡ (Update!!) |
암호닉 정리하였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참고해주세요. 앞으로 암호닉 신청은 암호닉 신청 공지를 통해서만 받습니다. < 1차 암호닉 > 숮어 / 현 / 뎡 / 봉봉 / 란 / 듀ㅅ듀 / 슬 / 녜리 / 일오 / 샘봄 / 찌 / 안녕 / 딸기모찌롤 / 자몽소다 / 요니 / 고구마 / 롱롱 / 아가베시럽 / 핫초코 / 새우 / 돌하르방 / Aquamariz / 팤치기 / 뿜뿜이 / 살사리 / 샐라인 / 토마토야 / 금하 / 바밤바 / 겨울의 봄 < 2차 암호닉 > 덕배 / 유한성 / 은류 / 털없조 알파카 / 르래 / 뿜뿜이 / 헿 / 유투표 / 오니오니 / 과자 / 디어 / 누니 / 윙지훈 / 수 지 / 은하수 / 밀감 / 포륵포륵 < 3차 암호닉 > 동그란 / 설레세운 / 포뇨 / 알팤팤민 / 포뇨하고싶은거다해 / 정세운누운 / 봄봄 / 몽글 / 퍼지네이빌 / 은무룩 / 포뇨뇨 / 통기타포뇨 / 오늘도행복해 / 사용불가 / 순하미 / 뗴우닝 / 포비 / One / 애플파이 / 세운아 / 아몬드 / 빵야 / 유우 / 프리지아 / 일삼 / 헤이헤이헤이 / 0809 / 챠미 신청 누락되신 분들이나 정리 대상이 아닌데 정리 되신 분들 (예를 들어 암호닉을 사용하지 않고 남긴 댓글이 있으신 분들.) 꼭!! 댓글 남겨주세요. 4차 암호닉 신청은 한동안 계획에 없습니다 T_T 또한 이후 암호닉 정리 + 신청은 댓글 인증을 받을 예정이니 참고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