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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趣向) [취ː향] [명사]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 

 

 

01.

내가 사는 세상의 사람들은 나를 무의식중에 포함한 채로 다들 바쁘게 살아갔다. 그들은 각자의 취향이 있었고 그들의 취향은 다들 일관성 없이 달랐으며 그들 각자 자신의 취향을 중시했다. 어떤이는 카페모카에 휘핑크림을 정량보다 가득 얹어 달게 마시는것이 자신의 취향이라 익히 말했으나 그의 친구는 자신의 여자친구가 진하게 내린 설탕을 넣지 않은 에스프레소가 좋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나의 사촌누나는 쌍커풀이 없는 시원한 눈이 자신의 이상형이라 말했으나 우리반 여자아이는 쌍커풀이 짙은 깊은 눈이 최고라며 으레 강조하곤 했었다. 이토록 개개인의 취향은 아주 큰 것부터 반대로 아주 작은 것까지 다방면에서 엇갈리며 서로 대조되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취향이 우세하다며 앞서 내세워 싸우기 바빴고 그것을 보다 못한 타인이 그에 걸맞게 '취향존중'이라는 우스운 말을 창조했을것이라 나는 으레 짐작하곤 했다. 나의 사소한 취향을 이루말할것 같으면 열네살에서 열여섯, 사춘기가 시작 될 나이쯔음 방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난생 처음 경험하는 터질듯한 시각적 흥분에 서툴게 발기했을 그 때부터 정해졌다고 추정해도 무방하다. 또래 친구들이(친구들이래봤자 이성열 하나였지만) 구토를 유발시킬 정도의 SM물을 볼때 나는 정상위의 부드러운 섹스가 주를 이루는 야동을 보았고, 실로 여성취향의 동영상을 직접 찾아 본 적도 있었으니까. 애정이라고는 증발해버린 마구 찔러대는 섹스보다는 달콤하게 쳐올리는 황홀한 섹스가 더 좋다는게 핑계라면 핑계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달콤한 쇼트케이크가 좋았고 금방이라도 더 들었다간 난청이 올것만 같은 당최 음악성을 알 수가 없었던(적어도 명수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락보다는 자신을 공상에 잠기게 해주는 뉴에이지곡들이 더 좋았다. 나는 이런 내가 남들과는 다르다고, 특별하다고 굳게 믿었었고 물론 현재진행형이다.

 

02. 

그날은 유독히 더 흘러내리는 땀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아마 올 여름 들어 가장 습도가 높았다.) 팔을 들었다 놨다 할 때매다 쩍하고 붙었다 떨어지는 책상이 몹시 찝찝했다. 소음만 잔뜩 나는 선풍기 아래에서 미적지근한 공기를 훅하고 들이마셨다가 다시 천천히 내뱉을때에는 흉부가 뒤틀리는듯한 짜증까지 몸소 배가되니 인생에서의 부질없는 지식인 기하와 벡터따윈 뭐래도 좋았다. 전력난이라는 불분명한 이유로 작년같았으면 벌써 에어컨을 틀어 떡을 치고도 남았을 터인데, 학교오는 유일한 즐거움이 사라지다니. 설령 무더위로 단축수업을 해 집에 가더라도 사정은 똑같았을 것이다. 이쯤 되니 정말 식도에 불덩이가 하나 걸려있는 기분이다. 땀이 속눈썹에 걸렸다가 톡하고 떨어져 입언저리에 안착하는데, 그게 짜다. 쓰잘데기 없는 에너지 소모는 싫은데 이성열이 자꾸 쪽지를 접어 뒷통수에 던지는 어줍잖은 행동에 열이 확 오른다. 그러니까 요약해보자면 더위는, 흘러내리는 땀은, 미적지근한 습도는, 그리고 이성열까지 내 후장이 뚫리는 날이 오더라도 취향이 될 일은 없다고 으레 짐작했었다. (물론 내 후장을 뚫리고 싶다는 이야긴 아니다.)

 

03.

이런 씨발. 던지기는 이성열이 던졌는데 벌은 같이 서고있다. 보나마나 심심했던 이성열은 내가 반응해 주지않으리란걸 너무나 잘 알았고 나는 이성열이 내가 반응해 줄때까지 쓰잘데기 없는 에너지 소모(즉 종이던지기말이다.)를 반복하리란 사실 역시 너무나 잘 알았다. 그리고 이번시간은 하필 수학시간이였고, 수학선생은 전교에서 가장 재수없기로 소문난 노총각이란것 마저 우리둘은 잘 알았다. 두꺼운 다초점 안경을 쓴 노총각선생이 좆같게도 종이를 던지는 이성열을보고, 곧바로 그 종이가 내 뒷통수에 안착하는것까지 봤다하면 이야기는 끝이다. 노총각선생은 가히 외모에 걸맞는 눅눅한 목소리로 불호령을했고 나와 이성열은 보기좋게 복도에 나가야했다.

 

04.

그것도 햇빛 쨍쨍한 남향쪽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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