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의 일이 그저 꿈이라도 되는 듯,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입술이 되게 부드럽긴 했는데, 머리에서 달콤한 린스향이 나긴 했는데.
그뿐이였다.
그토록 뜨거운 밤을 보냈음에도 눈을 뜨니 방안엔 아무도 없었고 단지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한다는 쪽지 하나를 남기고 사라진 그였다.
그래, 차라리 잘됐지. 게임 캐릭터한테 진짜 마음 줬다가 인생(남은 플레이) 망치는거 한순간이라고.
그래, 그렇겠지 하면서도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을까. 캐리어를 싸들곤 밖으로 나갔다.
이제 어딜 가야 하나. 살살 고파오는 배에 결국 눈 앞에 보이는 햄버거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와, 일어나자마자 햄버거라니. 한국이였으면 진짜 상상도 못했을텐데.
그렇다. 한 평생 아침 만큼은 쌀밥을 챙겨먹던 나인데. 햄버거라니!
그도 잠시, 줄을 서 있더보니 금방 다가온 주문 순서에 주문대 앞에 가 섰다. 한글로 자막이 달려도 생판 처음 보는 낯선 메뉴들에
"음...그러니까...어..."
하고 망설이고 있자니
"한국분이세요...?"
하고 들려오는 익숙한 언어다.
[빠라바밤! 두번째 공략 상대가 나타났어요! 이름은 최승철! 2년 전 미국으로 유학을 온 뒤 최근엔 등록금 마련을 위해 햄버거 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답니다!]
오호...
"헉...네...!"
괜히 한번 놀란 척 해주고.
시작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