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B.A.P - Unbreakable
읽고 오셔야 할 35 - (1) 좌표 : http://instiz.net/writing/4396
메시아 (Messiah)
봉봉&천월
35 - (2) 여기를 누르세요 |
"장동우!!!" "오지마!!! 아악!!!" 소리쳐 동우를 부르자 초소의 안쪽 방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울려왔다. 분명 동우의 목소리였다. 뒤에 들리는 고통스러운 비명 덕분에 제대로 화가 난 호원은 오지말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쪽방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장동..." "안돼!!!" 탕- 들어오자마자 총알이 귀옆을 스쳐지나가 뒤에 있는 벽에 박혔다. 본능적으로 총을 빼들어 자세를 취하면서 살펴본 방안에는 온 몸을 포박당한채 뱡금 호원에게 총을 쏜 군인의 다리를 깨물고 있는 동우와 그런 동우에게 발길질을 하는 군인이 있었다. 동우가 오지말라고 소리를 지른 것은 이 군인이 함정을 만들어 놓았다는 의미였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눈물 범벅인채로 얻어맞고 있는 동우를 보고 빡이 돈 호원이 군인에게 달려들려하자 군인은 발길질을 멈추더니 동우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댔다. "움직이면 이 새끼 죽어. 소리지르지도 마." 호원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정수리에 붙여진 차가운 총구의 감촉에 벌벌 떨고 있는 동우는 딱봐도 얼굴부터 몸까지 멍투성이에 피범벅이었다. 이미 진영과 창현은 기절해있었다. 아마 묶어놓고 마구잡이로 때리는 바람에 순간이동은 커녕 서로 손을 잡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미 화약고에서 큰 힘을 써버린 동우가 불이라도 붙여가며 반항할 수 있었을리가 없다.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혈압이 솟았지만 동우의 머리에 겨눠진 총때문에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원하는게 뭔데." "대화가 통하는군. 간단해. 얘 죽이고 너 살려줄까, 너 죽이고 얘 살려줄까." "둘 다 살거다." "개소리하지마. 누가 그렇게 놔둔대?" "둘 다 살아." "지랄하네. 괜한 허세 부리지 말고 선택이나 해." "내가 죽는다고 걔 살려줄거 아닌거 뻔히 다 알아. 걔 죽이고 나 살려줄거 아닌 것도 알고." "똑똑하네. 그러면 어쩔건데? 둘 다 죽게?" "말했잖아, 둘 다 산다고." 완고한 호원의 태도에 군인이 비소를 지었다. "뭐 어쩌려고. 방법은 있나?" "......" 호원은 동우를 쳐다보았다.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간절한 눈빛이었다. 동우야, 너 살아야지. 조금만 힘을 내봐. "빨리 선택해. 아니면 이 새끼 죽인다." 동우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동우도 호원을 보고 있었다. 아냐, 난 못해.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입 장애됐냐? 얘 죽이고 너까지 죽이는 수가 있어. 아니 원래 계획은 그거였지만 말이야." 아니야, 넌 할 수 있어. 같이 세상의 끝을 만들기로 했잖아. 여기서 그만둘거야? "대답해, 씨발놈아." 호원은 동우에게서 눈을 떼고 군인을 쳐다보았다. 생각보다 강경한 호원의 태도에 그도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다. 장동우, 사랑해. 알지? 그러니까 널 믿는다. "이봐." "마음을 정했나?"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은게 있어서 말이야. 시간 좀 줄래?" 이제 시간을 끌어야 한다. "결정했나보군. 자, 내가 누굴 먼저 죽여야하지?" "미안하지만 말할 필요를 못 느끼는군. 시간을 달라고 말했을텐데." "나도 미안하지만 시간을 줄 필요를 못 느껴." "넌 자비란게 없는 새끼군." "그래. 그래서 뭐 어쩌라고?" "니 새끼에게 없는게 자비말고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뭐?" "뇌가 없다고 넌!!!" 호원의 고함 소리에 군인이 당황한 바로 그 순간 어느새 포박당한 팔을 푼 동우가 군인의 팔을 잡고 꺾었다. 호원의 소리없는 응원에 힘입어 없는 힘을 애써 짜내 몸에 묶인 밧줄을 태워낸 동우의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당황한 군인이 방아쇠를 마구 당겼지만 이미 각도가 엇나가버린 총은 바닥을 향해서 총알을 내뿜을 뿐이었다. 군인이 욕을 지껄이며 동우의 머리채를 잡자마자 호원이 군인에게 달려들었다. 총을 쏘기에는 동우와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서 위험했기 때문이다. "씨발새끼야, 누굴 건드려!" 곧바로 군인을 덮쳐 얼굴에다 주먹을 날렸다. 코피가 터진 군인이 코를 감싸며 옆으로 굴러 바닥에 떨어진 총을 집었지만 이미 총알이 다 떨어진 후였다. 호원은 자신의 총을 꺼내들어 군인의 팔과 다리에 총을 쏘았다. 신음을 내뱉으며 쓰러진 군인의 배를 발로 밟고는 호원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질러댔다. "개새끼, 씨발새끼, 좆같은 새끼! 니가 지금 누굴 건드렸는줄 알아?" 피를 토할 정도로 쿨럭이며 정신을 잃어가는 군인을 계속 짓밟는 호원은 돌아버린 것 같았다. "니, 새끼가, 뭔데! 장동우를, 건드려!" 한번 밟을때마다 분노는 더더욱 치밀었다. 결국 기절해버린 군인을 미친듯이 밟아대던 호원을 말린건 여전히 겁에 질린 동우였다. "흐...윽...그만해..." "씨발새끼, 씨발...씨...발..." 뒤에서 다리를 잡아오는 힘없는 손길에 호원의 발길질이 겨우 멈추었다. 이미 군인은 피투성이가 되어 널부러진지 오래였다. "그만...하자...그 정도면 됐어..." "난 안 됐어, 이 새끼가...흐...누굴 건드렸는데..."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떠는 호원도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호원아...미안해, 미안해...내가 잡혀서..." 먼지가 가득 묻은 소매로 눈물을 훔쳐낸 호원이 쓰러진 군인의 심장에 총을 쏜 뒤 동우를 향해 돌아섰다. "병신아, 또 미안하대. 니가 미안할 일...아니야." "...흐으..." "내가...내가, 내가 더 미안해..." "흐...어..." "못 지켜줘서 진짜로 미안해..." 바닥에 반쯤 쓰러져 울고만 있는 동우를 일으킨 호원이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는 동우의 몸을 끌어안았다. "너 죽는줄 알고 내가 얼마나...흐...어? 얼마나..." "...끄윽...흐..." "많이 아팠지? 이제 괜찮아, 내가 다 미안해..." "아니야, 내가..." "사랑해, 진짜 사랑해. 미칠듯이 사랑해." "......" "심하게 대했던거 다 용서해줘. 사랑해, 장동우." "그건 애초에...흑..." "죽지마, 아니 다치지도마.... 널 사랑하니까... 난 널 위해서 목숨도 바칠거야... 이 말을 못해줘서, 그래서 미안해..." "흑... 난 괜찮..." "뚝, 울지말고." 호원이 동우의 눈물을 닦아주려다 피와 먼지로 범벅이 된 자신의 손을 보고 머뭇거렸다. 끅끅거리며 울기만 하던 동우가 그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호원의 손을 꽉 잡아 자신의 얼굴에 갖다댔다. 호원의 손으로 눈물을 닦는 동우를 보고 기겁한 호원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동우는 놔주지 않았다. "진짜 보고 싶었어..." "내 손 더러워." "괜찮아, 상관 없어." "눈병 걸려." "사랑해." 뜬금없는 사랑 고백. "...어?" "저기, 둘이 눈물겨운 재회를 하며 부비부비거리는건 좋은데, 우리 가야되거든?" 깜짝 놀란 호원이 되물었지만 어느새 문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유천이 태클을 걸었다. 호원이 짜증나는 눈으로 유천을 바라봤지만 같이 울고 있던 동우는 사랑이고 눈물이고 없었던 일인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유천에게 질문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나 아저씨 아니고 형아~ 형아라고 불러." "네, 형아." "난 유천이 형이야." "음...어...네, 유천이 형." "존댓말은..." "형! 준홍이가 차 갖고 왔다! 가자!" 유천이 능글맞게 동우에게 집적거리는걸 보고 호원이 슬슬 화가 날 무렵 타이밍 좋게 준홍이 들어와 소리쳤다. 가야된다고 말한게 자기면서 아직 더 떠들게 남았는지 나불거리는 유천을 무시하고 호원이 동우를 일으켜세웠다. "걸을 수 있어?" "응..." 대답은 그렇게 해놓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동우를 보고 호원이 한숨을 쉬었다. "업혀." "너도 힘들어보이는데..." "괜찮으니까 업..." "아서라. 둘다 죽을 일 있니?" 또다시 불쑥 끼어든 유천이 호원을 밖으로 밀치고는 동우를 번쩍 들어안았다. 유천이 호원에게 너부터 챙기라는 말을 남기고 망가진 초소 밖으로 걸어나갔다. "아이고, 동우야. 왜 이렇게 가볍냐." 유천이 쨍알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원은 자신의 몸이 동우 하나 못 챙겨줄 정도로 망가져있다는 사실이 속상했다. 많이 다친 몸이 버겁고 힘겹기는 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유천이 동우를 차에 싣고 기절한 진영과 창현도 데려오는 사이 호원은 동우에게 걱정스러운 말을 건넸다. "많이 아파?" "힘이 없어..." 웬만하면 우는 소리 한마디 안하는 동우가 저렇게 아파보이는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많이 맞고 많이 힘들었으리라. 눈물이 핑 돌았지만 애써 밝은 목소리로 동우를 다독였다. "힘들면 말하지마. 눈감고 쉬어." "아프면 준홍이가 도와주겠다!" 그때 앞좌석 문을 열던 준홍이 생글생글 웃으며 동우에게 다가왔다. 아, 저 꼬마는 지치지도 않나. "누구세요?" "난 최준홍! 손 줘봐라 손!" 상황에 맞지 않게 발랄한 준홍의 목소리에 동우가 얼떨결에 손을 내밀자 준홍이 상처 투성이가 된 동우의 손을 꽉 붙잡았다. "나아라, 나아라! 아프지 마라, 얍!" "뭐해...어? 안 아프다..." 동우가 깜짝 놀라며 준홍을 쳐다보았다. 아마 자신에게 해주었던 고통 완화를 동우에게도 해주었나보다- 라고 생각한 호원은 까딱거리는 준홍의 복슬복슬한 머리에 슬쩍 미소를 지었다. 동우는 마냥 신기한 모양이었다. "어떻게 했어요? 신기하다." "나는야 인간 진통제~ 안전벨트 꽉 매라! 뒤에 자고 있는 형들도!" 이상한 차원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준홍은 동우가 궁금해하거나 말거나 콧노래나 부르며 앞좌석으로 돌아갔다. "안 아파, 이제?" "응! 맞아서 아프던거 다 사라졌어. 저게 준홍이 능력이야?" "잘 몰라, 나도. 이 사람들 이상해." 호원이 옆에 나란히 늘어진 진영과 창현에게도 안전벨트를 매주자 유천의 차가 또다시 무서운 속도로 출발했다. 150km에 가까운 속도에 깜짝 놀란 동우가 옆에 있는 호원을 붙잡았다. "너무...빨라!" "속도 줄여!" 동우가 토할 것 같은 표정을 짓자 호원이 유천에게 소리를 질렀다. 뒷자석을 흘끔 본 유천이 속도를 줄였고, 그제야 동우가 편하게 등받이에 기대앉았다. 순식간에 무기고를 벗어나 사막으로 나오자 유천이 어디로 가야할지 물었고, 호원은 한일의 집 주소를 불러주었다. "그나저나 동우야, 무슨 일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아?" 유천이 기분좋은 목소리로 동우에게 물었다. "별로요.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 들어도 괜찮아요?" "아니 아니, 강요하려던건 아니었어." "그냥 형이 누군지만 알려주세요." 사실 아까 초소 안에 있을때 아주 강력한 소에족의 기운을 느끼긴 했으나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던 동우였다. 제일 궁금한건 역시 유천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호원이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한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를 하게 되네. 내가 유천이형인건 알지? 이 유천이형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공기를 조종하는 풍술사! 짠~ 멋지지?" "...설마...그럼 원소술사에요, 형도?" "물론! 친애해 마지않는 사랑스런 화술사 동생과의 첫만남이 이런 식이라 좀 아쉽긴 하지만." 동우의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게 되서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완전 반가워요! 형 바람 불게 하는거 한번만 보여주세요!" "지금 이 차가 가는게 다 내가 일으키는 바람 덕분이야. 신기하지? 이 몸이 무려..." "그나저나 우린 어떻게 찾았습니까? 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을리는 없고." 유천과 동우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다 못한 호원이 둘 사이에 끼어들어 질문했다. 기분이 나쁠 법했지만 전혀 그런 기색이 없는 유천은 특유의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근처에서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데, 무기고 쪽에서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거야. 원소술사쯤은 되야 나오는 크기의 기운이. 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아, 저기 그 유명한 화술사 동생이 있구나! 하고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웬 까칠한 남자애 하나가 엎어져서 울고 있던데?" "닥쳐." "어머, 이래서 까칠하다니까~" 동우 앞에서 자존심이 구겨진 '엎어져서 울고 있던 까칠한 남자애' 호원이 쏘아붙혔지만 유천은 오히려 더 깝죽대며 화를 돋구었다. 정작 그 얘기를 들은 동우는 다른데에 더 관심이 많은듯 했지만. "내가 유명해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지난번에 호텔 터뜨린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니네 신상 정보도 조금 털린 뒤로 너네 완전 소에족의 우상이 됐어." "진짜요?" "그럼, 드디어 베일을 벗은 마지막 원소술사 장동우랑, 그의 애인인 인간 이호원. 너네 인기가 아주 그냥~ 끝내준다니까?"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며 인상을 쓰는 호원과 달리 동우는 매우 흥미로운 눈치였다. "얘기 들어보니까 너네 말고도... 예전 M센터 연구원들, M들, Mko들도 같이 있다며?" "맞아요, 근데 이번에..." "그것도 들었어. 키스트 습격당하고 다들 쫓겨났다고. 우리가 얼마나 안타까워했는데." "그것도 알아요? 대단하다." "소문은 내 자동차보다도 빠르니까 말이야. 안 그래도 그거에 대해 좀 말하려고 했는데... 아직 임시 숙소 쓰고 있지?" "네. 혹시... 새 숙소 구하셨어요?" 불타버린 키스트 얘기에 다시 침울해졌던 동우의 표정이 밝게 펴졌다. 유천도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누군데. 새로 살만한 곳을 찾아냈지." "어딘데요?" "여기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있는데, 아마 너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멀어봤자 한시간 거리일거야.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 저택이야. 고급 저택이라서 의심을 사지도 않지. 저택의 지하실에 문이 하나 있는데, 문 따라서 내려가면 꽤 큰 지하 공간이 있어. 얼마전 그 집 주인이 죽었거든, 그래서 자식들이 집을 팔던데, 그걸 소에족 편에서 샀더라고. 지금은 비어있기 때문에 원한다면 얼마든지 들어가서 살 수 있어." "정말이에요?" "그럼 아니겠어? 경기도랑 충청도의 사이. 자세한건 나중에 주소를 알려줄게." 생각지도 못한 기분 좋은 수확이었다. 한일의 집은 위험하기도 했고, 많은 이들이 거주하기엔 좁기도 했는데 드디어 제대로 된 머물 곳이 생긴 것이다. 동우는 유천에게 매우 고마워했다. "형, 진짜 고마워요." "이 정도야 뭐, 사랑하는 후배를 위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지." 원래라면 사랑하는 후배 얘기에 뚱한 표정으로 태클을 걸었을 호원도 이번엔 유천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내 도움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하고 잘 들어둬. 충고 하나 할게." "충고요?" "그래. 너희들은 지금 소에족, 그리고 정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희망이야. 모두들 너희를 응원하고 있어. 설령 너희가 조금 실패하고 못한다 해도 그들은 절대 너희를 원망하지 않을거야." "...네." "하지만 지금 너희는 너무 안일해보여. 키스트가 불탔지, 그리고 아마 소중한 사람도 잃었을거야. 그런데 너희는 그것 가지고 주춤거리면서 지금 정부가 너희의 꼬투리를 잡게 내버려두고 있는 거라고. 물론 슬픔과 고통은 있겠지, 나도 잘 알아. 그런데 그 슬픔과 고통을 가지고 평생을 울면서 살건 아니잖아. 누가 죽었던지, 뭐가 어떻게 됐던지 너희는 그냥 너희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거야. 슬프다고 해도 포기할건 아니잖아? 이 일은 너희가 원해서 하고 있는거니까 말이야. 안 그래?" "...그래요." "키스트가 불탄거 말인데, 이런 말 좀 미안하지만 너희 탓 맞아. 호텔 하나 성공적으로 무너뜨렸다고 너무 편하게 지낸거 아니야? 전쟁이란건 말이야, 한시라도 긴장을 늦추면 안되는거야. 방심은 곧 죽음이니까." "......" "너희들은 이미 방심해서 하나를 잃어놓고 또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려 하고 있어. 물론 너희를 책망하는건 아니야. 누구나 한번쯤 실수는 하는거니까. 하지만 그 실수를 밟고 다시 일어서야지." "......" "내 말은 그냥 그거야. 너희가 잃은게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 무엇이던 간에, 목표는 반란이잖아.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 그것만 보고 끝까지 달려가라고." 성규의 죽음을, 그 공허함을 전혀 모르는 유천이었지만 그의 충고는 반감이 들기보다는 반성을 하게 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있어보이는 말을 한 유천은 곧바로 다시 표정을 풀고 바보같이 웃어댔지만, 호원과 동우는 그의 충고가 마음 속에 깊게 와닿았다고 느꼈다. "너희 계획은 있어? 앞으로는 어떻게 할지." "아니요, 이번 무기고 계획이 마지막이어서..." "그래? 그럼 너희 조금 쿨해져봐~"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유천이 또 다시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반란에 쿨하고 말고는 또 어디에 있는건지. "계속 쩨쩨하게 쪼꼬만 것들만 건드리지 말고, 크게 한번 저질러 보라는거지." "크게요?" "맘 먹고 GCT(Goverment's Core Tower) 쳐들어가보는건 어때?" "거길 어떻게 들어가요!" GCT(Goverment's Core Tower)는 정부 지구의 중심에 있는 초고층 건물로, 대통령부터 장관들까지 거의 모든 국회의원들이 업무를 보는 곳이었다. 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 몰려있는만큼 엄청난 보안을 자랑하는 GCT를 공격한다-는 미친 소리를 지금 유천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왜 못 들어가. 한번 해봐." "방법은 있어요?" "아니, 없어." 그럴줄 알았어. 유천은 싱글싱글 웃으며 어이없는 얘기들을 잘도 지껄여댔다. "막무가내로 뚫고 들어가봐~ 보안이 철저하면 뭐 어쩔거냐. 경보가 울려서 군인들이 쏟아지면 맞서 싸우면 되는거고." "죽을지도..." "죽으면 어때. 말했잖아? 어차피 이러나 저러나 죽을거, 도전해보고 죽는 것도 나쁘진 않을거라고." "하긴 그러네요. 어디 한번 부딪혀 보는거죠, 뭐." 유천과 함께 있으면 복잡한 생각이 비워지는 느낌이다. 여유롭게, 하지만 강하게. 대책없고 무식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지 대담하고 용기 있는 것뿐인 유천은 두려움에 떨고 있던 호원과 동우의 마음을 조금 더 밝은 곳으로 꺼내놓아 주었다. 처음에는 잔뜩 경계했던 유천에게 이제 호원도 슬슬 마음을 열고 있었다. "형은 언제나 전쟁의 최전선에서 싸워요?" 지난번 창원에 내려갔을때 장로가 했던 원소술사에 대한 얘기가 문득 떠오른 호원이 유천에게 질문했다. 한동안 군인으로 있었던 자신의 옛날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고 말이다. "흠...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하루걸러 전투가 일어나는 곳만 다니니까. 작전 세우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잔다니까." 겉으로는 장난스럽고 여유가 가득한 유천은 사실 매일매일을 냉정하고 험악한 전쟁의 위험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호원은 다시금 자신이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깨달았다. "요즘은 어때요?" "글쎄 뭐, 어떨 것까지야 있나. 그냥 항상 똑같아. 이기고, 지고, 진격하고, 후퇴하고, 다치고, 죽고. 지긋지긋할 정도로 똑같아. 모두들 전쟁이 끝나길 바라고 있어. 누가 이기든지 전쟁을 끝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항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 "그래서 너희가 응원받고 있는거야. 너희는 이 전쟁을 끝내줄 수 있는 구원자들인거지." "그렇구나..." 생각보다 자신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는 사실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만큼 부담감도 커졌지만, 그보다 더 심장을 뛰게 만든 것은 설렘과 두근거림이었다. 많은 이들이 우리를 뒤에서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는. "형 말고 다른 원소술사들은 어디 있어요?" 동우는 역시 자신과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듯 했다. 그동안 아마 혼자서 많이 힘들었나 보다. 유천도 그걸 느꼈는지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미안한데 나도 잘 모르겠어. 서로 가끔씩 만나기도 하고, 큰 작전은 같이 진행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거든. 어디있는지는 모르지. 난 서울에 있는데 부산에 있는 토(土)술사 형의 기운을 느낄 수도 없는거고." 동우가 못내 실망한 표정을 짓자 유천이 미안한듯이 덧붙였다. "사실 서로 미친듯이 바쁘거든. 나도 이 근처를 지나간게 다 전투 준비한다고 그런거였어. 원소술사는 소에족의 우두머리급이니까." "난 별로 우두머리하고 싶지 않아요. 머리가 좋거나 힘이 센 것도 아니고..." 동우의 말에 유천이 푸스스 웃었다. "그래, 그래. 우두머리는 우리 세 형이 알아서 할테니까 너희는 넌 그냥 하던 반란이나 성공적으로 이끌어줘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사이 어느새 차는 한일의 집 앞에 도착했다. 운전석에서 내려 뒷자석에 늘어진 진영과 창현을 들쳐메던 유천이 문득 생각난듯이 말을 꺼냈다. "아 맞다, 내가 지금 아저씨들한테 얘기 안하고 무단으로 탈영한거거든. 나 돌아가야돼." "네? 그럼 우리 그 저택으로 옮기는건 어쩌구요?" "금방 갔다올거야. 원소술사 후배 찾았다고 잠깐만 있다온다고 얘기하면 그 노친네들이 뭐라할 수 있겠어? 그대신 준홍이 주고 갈게." 호원의 표정이 썩어간 반면 동우는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아마 신기하고 이상한 준홍을 조금 더 탐구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이상한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한일의 집 겉모습을 이리저리 구경하는 준홍 몰래 호원과 동우 쪽으로 몸을 기울인 유천이 조용히 속삭였다. "최준홍 요 녀석이, 좀 이상해보여도 나름 멋있다구. 얘 능력은 사실 고통 완화가 아니라 다른 소에족 능력을 카피하는 거야." "카피한다고요?" "응. 한번이라도 만나서 그 능력을 눈으로 본 소에족이라면 능력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어. 굉장히 강력한데다가 희귀한 능력이지. 내가 데리고 있는 것도 그 이유야. 그리고 이거 비밀이야. 준홍이는 자기 능력 알면 안 돼, 말하지마." "우와, 대단하다. 쪼그만 애가 알고보니 굉장하네?" "그 대신 카피한 능력을 쓸 수 있는 기간은 단 3일, 한번 카피한 능력은 다시 카피하지 못해. 내 자식같은 녀석이니까 잘 보살펴..." "알았어요. 애기 돌보듯 잘 볼게요." 유천이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울먹거리자 짜증이 난 호원이 말을 끊고 동우를 부축해 차 밖으로 내렸다. 아까 준홍이 고통을 없애준 덕분에 꽤 수월하게 걸을 수 있는듯 했다. 집을 보자 온 몸의 피로가 다 풀리는 기분이었다. 대충 소독만 해놓고 치료 하지 않은 상처들을 치료한 후 오랫동안 고통에 짓눌려있던 몸을 쉬게 해야 했기에 초인종을 누르는 손은 다급하기만 했다. 곧이어 호원의 얼굴을 확인한 집안 사람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었고, 유천과 준홍이 먼저 진영과 창현을 들쳐업고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 호원과 동우를 맞으러 나온 성종이 제 집인 마냥 걸어들어가는 유천과 준홍을 보고 깜짝 놀라서 버벅거렸다. "다..당신들은 누..누구..." "아, 귀여운 소년이여. 나는 괜찮으니까 저 뒤에 애기들 좀 챙겨줘." "애기? 게다가 무슨..." "호원이랑 동우말이야. 흐음...너 Mko 구나?" 유천이 찡긋 윙크를 한 후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안녕! 반갑다!" 그 뒤를 따라 준홍도 손을 흔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당황한 성종의 타겟은 자연스럽게 뒤에서 느릿느릿 들어오는 호원과 동우에게로 돌아갔다. "도대체 이게 뭐에요! 미쳤어, 지금?" "성종아, 저 사람들은..." "시끄럽고 좀 비켜. 지금 얘 상태..." "아니, 말도 없이 나가서 저렇게...저..저렇게 들어오면 어쩌자는거냐고요!" "성종아...진정해..." 다다다 쏘아붙혀지는 성종의 잔소리에 동우가 사근사근 대답했지만 많이 지쳐보이는 호원은 성종을 참아줄 수 없는 모양이었다. 성종을 밀쳐내고 다리를 땅바닥에 질질 끌다시피 해서 겨우 현관으로 들어왔더니 이제는 명수가 앞을 가로막았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뭐가요." "상의도 없이 멋대로 외출해서 애 둘이는 저렇게 기절시켜서 오고, 낯선 사람들이나 집 안에 끌어들이고. 미쳤냐?" "안 미쳤습니다. 비켜주시죠." 명수는 매우 화가 나 보였다. 반면에 호원과 동우는 지금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힘들고 피곤했다. 고통 완화의 효과가 슬슬 사라져갈 쯔음이라 다시 상처가 아파오기도 했다. "일단 들어와서 좀 앉아봐. 없어졌는데 돌아오지를 않아서 얼마나 난리가 났는줄 알아?" 명수의 눈에는 상처고 뭐고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귀찮고 짜증났지만 일단 급한 불을 끄자는 마음으로 호원이 집 안으로 들어가 앉았다. "일단 너네 어디 갔다왔냐?" "좋은데 갔다왔어요. 우리 좀 쉬게 해주면 안됩니까." "좋은데 갔다왔는데 쉬고 싶다고? 그럼 저 인간들은 뭔데." "인간 아니라 소에족입니다. 풍술사랑 그 조수." 호원이 퉁퉁 부은 눈으로 질문에 하나하나 답할수록 명수는 점점 더 화가 나는듯 했다. "미친거지? 지금같은 시점에 단독행동에다가 이상한 사람까지 끌고 다니고!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 왜 니들까지 이러는데!" 명수의 앞뒤 다 잘라먹은 훈계에 결국 호원도 언성을 높혔다. "지금 형들만 힘든줄 아십니까?" "그럼 또 누가 힘든데? 니들이 뭘 알아?" "그럼 형은 뭘 아는데요! 내가, 장동우가 뭐 때문에 우는지, 뭐 때문에 싸웠는지, 뭐 때문에 밖에 나갔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지금 우리한테 뭐라할 자격은 됩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 "아니, 우리가 울었는지 싸웠는지 밖에 나갔는지 신경도 안 쓰는 당신네들이 뭘 알겠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우리는 사흘 안에 거처를 옮길거고, 열흘 안에 GCT(Government's Core Tower)를 공격할거야." "미쳤어요???" 딱딱한 호원의 말에 반박하고 나선건 성종이었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호원을 쳐다보며 성종이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요! 개념을 밖에다 두고 왔냐고! 지금 사람들 상태가 이런데 뭘 옮기고 어딜 공격해요? 몰살 당할 일 있어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운 거처가 있어. 그리로..." "그게 쉬워요? 머리가 있으면 생각을 해봐요. 무슨 수로 이 인원을 사흘 안에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옮겨! 게다가 GCT는 뭐하러 건드려요?" "반란 안 할거냐?" "이 상황에서 반란은 무슨 반란인데요! 정신 좀 차..." "그래! 니까짓 놈들한테는 반란같은거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겠지! 우리만큼 절실하지 않으니까!" 소파에 축 늘어져 지켜보고만 있던 동우가 별안간 끼어들어 소리쳤다. 성종과 명수는 깜짝 놀란 눈치였다. 순하기만 했던 동우가 소리를 지르고 타인을 질책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니까짓 놈들이라니 그건 어디서 배운 말버릇이냔 말이다. 동우는 지치고 아파보였지만 눈동자만은 확고한 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 성규 형이 죽었어! 죽었다고! 그건 당신들도 다 인정했잖아? 그게 얼마나 슬픈건지 나도 알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게 얼마나 끔찍한건지 안다고!" 옆에서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있던 우현이 조금 움찔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동우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슬프고 힘들어? 그래서 모든걸 다 포기했어?" "동우형, 그게 아니라..." "시끄러! 그럼 니들은 8시간 전처럼 그렇게 질질 짜기나 하면서 방안에 들어가있어! 똑같이 아프고 똑같이 서러웠어도 적어도 너네보다는 절실했고 용기있었던 우리가, 오늘처럼 밖에 나가서 정부 무기고나 터뜨리는 동안 어디 한번 방에 처박혀서 제대로 된 시도 한번 못해보고 울기나 해보라고!" "밖에서... 뭘...했다고?" 그제야 호원과 동우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온 몸이 먼지에 피범벅, 추운 겨울날 온갖 난리를 치느라고 시퍼렇게 얼어버린 얼굴과 손, 그리고 아직도 피가 흐르는 상처들. "뭐한거길래 그 꼴이야..." "닥쳐. 사람 들어오자마자 정신이 나갔다느니 미쳤다느니 다그친게 누군데 이제 와서 물어봐?" "그건..." "필요 없으니까 꺼져. 아니다, 우리가 꺼져줄게." 이제서야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성종에게 툭 쏘아붙인 호원이 어느새 울고 있는 동우를 부축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한칸한칸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그들의 모습이 사라질때까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쿵쾅쿵쾅 소리가 들리더니 유천과 준홍이 계단에서 뛰어내려왔다. 싸한 거실의 분위기를 둘러보고 어깨를 한번 으쓱한 유천이 유유히 집을 빠져나갔고, 홀로 남은 준홍은 소파에 편하게 드러누워 TV 리모컨을 집어들었다. "거기 앞에 비켜라! 나 텔레비전 볼거다!" 준홍이 TV 앞을 가로막은 성종에게 타박을 주자 성종이 주춤주춤 옆으로 비켜섰다. 짧은 전자음과 함께 켜진 TV에서는 긴급 속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30분 전인 3시 30분에야 겨우 진화된 이번 화재는 자정 쯤에 발화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재 진압팀이 도착했을땐 동서남북 네개의 초소에 경비들이 한명도 없었다는 것으로 보아 화약 및 폭발물 무기고에서 근무하던 경비들과 관리인들은 모두 화약고 안에서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경비들이 왜 화약고 안으로 들어갔는지, 연쇄 폭발 방지 장치가 설치되어있어 한번에 여러 곳에 불을 붙이지 않으면 타지 않는 화약고는 누가 불태운 것인지, 내부에 소에족 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과연 누구의 범행인지 등등 중요한 사실들은 목격자가 없어 밝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로 인하여 전쟁에 사용되는 폭탄과 화약들을 거의 잃었으며, 이는 곧 국군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화약고와 10km 떨어진 총기류 무기고 정문에서 군인 스무명 가량이 변사체로 발견되어 동일 범인의 수행이 아닌지 추측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서문 초소 안에서 근무 중이었다던 경비 김씨는 소에족 세명이 화약고 폭발 사건의 범인으로 잡혀왔고, 곧이어 세명의 인간 남자가 사건의 목격자라며 경비부장을 만나기를 원했다는 진술을 하였지만 그들을 실제로 보지 못해 인상착의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새벽 긴급 대책 회의를 연 정부 측에서는 지난 11월 K호텔 붕괴 사고를 주도한 반군 무리가 이번에는 무기고를 습격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이 나왔지만 현재 아무런 증거가 없어...] "아, 뉴스는 재미없다! 재미있는거 안 나오는가?" 준홍이 투덜대면서 리모컨의 버튼을 꾹 눌렀다. 한참 채널을 돌리다가 새벽 4시에는 재밌는걸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준홍이 TV를 끄고 위층으로 터덜터덜 걸어올라가는 동안 명수, 성종, 심지어 우현까지도 멍한 표정으로 이미 꺼진 TV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 날이 밝았다. 아직 이른 아침인 6시, 한숨도 자지 못한 성종이 지아를 호출했다. 마찬가지로 밤을 샌 듯 보이는 지아에게서는 소독약 냄새가 폴폴 풍겨왔다. "좀 어때요?"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얼마나 다쳐왔던지." "많이 심해요?" "호원씨는 옆구리에 총상, 몸 군데군데에 타박상과 찢어진 상처 몇개 있고... 동우씨는 엄청 많이 맞았나봐요. 멍투성이에다가 찢어진 상처도 얼마나 많은지." "그런 줄 몰랐어요..." 성종은 괜히 우울해졌다. 동료가 되서 많이 다친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잔소리나 하고. 세시간 전 자신에게 꿀밤이라도 한대 먹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진영이 형이랑 창현이 형은요?" "아까 전에 깼다가 다시 자요. 그 둘도 많이 다쳤더라구요." 솔직히 말해서 성종은 호원과 동우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키스트가 불타기 전 마지막으로 세웠던 작전이 정부군 무기고 공격이었더랬다. 모두가 손을 놓고 자괴감에 빠져있던 이 시점에서 이루어지지 못할 뻔 했던 그 작전을 둘이서라도 어렵게 성공해준 그들이 기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종이 고민하는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호원과 동우가 울면서까지 얘기했던 거처 이동과 GCT 공격. 현실적으로 봤을땐 불가능한 것이었지만, 이 반란 또한 원래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던가. 반란의 발화선에 불을 붙여준 것이 호원과 동우인만큼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밤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던 성종은 결국 꼭두새벽부터 지아를 불러내야했다. "물어볼게 있는데요." "네, 뭔데요?" "우리가 여기서 거처를 옮기고, GCT를 공격한다는건 무리일까요?" 지아가 푸스스 웃더니 대답했다. "재밌는 질문이네요. 글쎄요, 제가 어떻게 말해야될지는 모르겠지만." "...얼마나 미치겠으면 이런 얘길 물어보겠어요. 조금만 도와주세요, 네?" "음...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잖아요. 막강한 정부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건지 고민하고, 또 걱정하고. 근데 지금은 어때요?" "...지금은..." "굳건해보이던 호텔도 무너뜨리고, 키스트가 불타는 아픈 일이 있었지만 다시 점점 일어서고 있잖아요." 지아의 말이 맞았다. 솔직히 말해서 성종이 Mko로 태어나자마자 정부에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고, 언젠가 반란을 해야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언제나 돈 속에 파묻혀 사는 대통령인 제 양아버지를 보면서 그게 과연 쉬운 일일까 생각하고는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소중한 동료들을, 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꿈꿔왔던 반란을 현실로 이루어내고 있지 않은가. 세계 각지에서 모인 고위급 간부들이 있던 호텔도 성공적으로 무너뜨렸다. 물론 키스트를 잃고 성규의 죽음 앞에 무릎 꿇어야 했던 아픈 시간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모두 과거일 뿐이었고 지금은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할 시기였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건 딱 하나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거." "......" "아무것도 변한건 없어요. 우리는 여전히 정부에 맞서 싸워야하는 거에요." 지아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한참을 그렇게 어스름한 새벽 빛 속에 앉아있던 성종도 입술을 깨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우현이형, 일어났네요." 계단에서 내려오는 우현과 마주친 것도 그때였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우현 역시 한숨도 못 잔 눈치였다. 하긴 요 며칠새 내내 그렇긴 했지만. 차가운 우현의 눈빛을 다시 한번 마주한 성종은 문득 그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확답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형, 아무것도 변한건 없는거죠. 우리 이대로 앞으로 쭉 나아가도 되는거죠." "......" "그런거죠?" "......" 날이 점점 밝아왔다. 푸른 빛을 띤 새벽이 물러나고 하얀 아침이 오고 있었다. 밝아오는 햇빛을 등지고 선 우현이 조금은 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아무것도 변한건 없어." "......" "모든것을 제외하고 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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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돌아왓숩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던 야동은 아직까지 건재하다능^^;;;
으엉 피곤해라...
사담소리 좀 그만 나게 해라! |
는 무슨ㅋ 천월이와 사담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긔 핡 저 샤스피릿인거 다들 아시졓? 핡핡핡 어제 샤이니가 공백기 495일만에 티져를...!!!!!!!!!!!!!!!!!!!!!!!!!!!!!!! 학교에서 폭풍지랄발광했어옄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잉핏도 티져를 뙇 5월에 컴백을 뙇 흡 느무느무 기쁘네여 노하미넝함뉴웋ㅁ니어함ㄴㅇ함ㄴㅇ;ㅏ호마닝허만오ㅠ하;ㄴ웋퓨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으으커컼ㅇ헠.ㅇ.....그냥 기쁘다구옇 네 뭐 그래요.... |
먹박의 주인공 |
은 여기서 공개하기 조큼 그렇네영ㅋㅋㅋㅋ 일단 다들 너무 댓글을 열심히 써주셔서ㅠㅠㅠ한명이 아닌 여러명에게!!!... 저희의 지갑 사정을 고려해 안의 내용물은 보장하지 못합니다... 말만 먹박이지 박스도 아니고 봉투...초라할거에요 먹박ㄴㄴ 먹봉ㅇㅇ 먹는봉봉 아님 먹는봉투... 근데 중요한건 메시아 후편 스포가 한바닥쯤 인쇄되어 손편지와 함께 들어갈 예정이라는 거졍^^ 당첨되신 분들께는 개인적으로 얘기를 해드릴게요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