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돌아왔어요!!!!!!!!!!!!!!!!!!! 아하핳ㅎ핳하하하ㅏㅎㅎㅎㅎ 조으다!!!!!!!!!!!!!!!!!!!!!!!!!
표지셔틀 그대는 영원히 나의 사랑을 받는게 좋겠어.
메시아(Messiah)
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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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봉봉&천월 - 37 (BGM : 방용국 - I remember) - 12월 24일. 거처 이동에 실패하고 동굴로 피신한지 4일째 되는 날이었다. 한겨울, 그것도 22세기의 한겨울에 동굴에서 지낸다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동우는 4일 내내 모닥불만 관리했다. 163명의 사람 사이사이 스무개 정도 피워놓은 모닥 불을 지켜보면서 꺼지지 않게 유지하는건 눈이 빠질 것 같은 고역이었다. 동굴을 숨기려고 애를 쓰던 은닉술 소에족 창현 이 결국 앓아눕고 창현의 능력을 카피한 준홍이 동굴의 보안을 유지한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매일 두세번씩 작전회의 를 열었지만 아무 정보도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뭘 제대로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형들이 말한 GCT공격은 거처 이동 성공을 전제로 두고 있잖아요. 그런데 지금 거처 이동은 커녕 오히려 상황이 엄청 안 좋아졌어요. 갈데가 없어서 이런 동굴에나 들어와있고. 아무리 은닉을 해놨다지만 조금만 추적해보면 우 리나라에서 극히 드문 이런 산쯤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고요. 게다가 다들 다친 상처도 제대로 치료도 못했는데 이런 상황 에서 어떻게 GCT를 공격한다는 얘기에요." 성종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다들 묵묵히 성종의 말을 듣고만 있 었다. 어두침침해진 분위기에 괜히 미안해진 성종이 조금 밝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격려했다. "우리가 계속 반란을 이어갈건 사실이에요. 포기하지도 않을 거구요. 단지 지금 당장은 힘들 뿐이에요." 말을 마친 성종 또한 약간 혼란스러워 보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때 옆 에서 붉게 타오르며 동굴 가장 깊숙한 곳을 밝혀주던 모닥불 하나가 픽 꺼져버렸다. 주위에 둘러 앉아있던 주요 인물들이 순식간에 차가워진 공기에 몸을 떨며 동우를 쳐다보았지만 정작 불을 되살려야 할 동우는 타다 만 시꺼먼 나무를 빤히 바 라보고만 있었다. "저..." "이상하지 않아요?" 조심스런 찬희의 부름을 끊고 동우가 입을 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착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뭐가요." "여긴 동굴의 제일 깊숙한 곳인데 불이 꺼졌잖아." "그게 왜..." "바람도 없는데 불이 꺼졌어."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오는 의미심장한 분위기에 다들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내가 껐거든." "네?" "지금까진 불을 붙이기만 했었는데, 태우기만 했었는데. 이젠 끌 수도 있게 됐어." "......" "그게 무슨 말이냐면,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것 말고, 살릴 수도 있게 됐다는 뜻이야." "......" 옆에서 동우를 내내 지켜봤던 호원은 동우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요 며칠 내내 악몽에 시 달리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동우의 안색은 굉장히 초췌해보였다. "사실 이제야 제대로 깨달은거지만 말이야... 난 원소술사야. 강하다고.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소에족을 이끌어야할 유전자를 물려받았어." 별안간 희뿌연 연기만 피어오르던 나무에서 커다란 불길이 치솟았다.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 저만치 뒤로 물러났다. 불길이 얼마나 세던지 동굴 천장까지 시퍼런 불이 닿아 너울거렸다. 모두들 벙찐 표정으로 동우만 쳐다보 고 있었다. 호원은 지금 동우의 얼굴에 떠오른 우울한 표정을 잘 알고 있었다. 가끔가다 악몽을 꾸고 일어나 한참을 울다 가 짓는, 그런 표정이었다. "시간은 없고, 우린 전쟁을 끝내야해. 이번달 안에, 그러니까 2200년, 새로운 세기가 오기 전에." 성종이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동우의 의지는 확고해보였다. 여지껏 보아왔던 순하고 어리버리한 모습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형..." "내가 지킬 수 있어!" "......" "내가 이 사람들을 지켜줄거라고! 다시는 성규형처럼 가슴아프게 죽어가는 이들을 내버려두지 않을거야." 불똥을 튀기며 타오르던 불이 확 줄어들었다. 높게 치솟은 불길을 바라보던 우현의 시선도 불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불 길이 잦아들었고, 눈의 초점도 흐릿해졌다. "그리고 사람들을 지켜주기 위해 해야할 일은, 도망과 은신이 아닌 반격과 반란이야. 왜 자꾸 피하려고만 해? 무엇보다 이 전쟁을 끝내는게 급선무라고." 한동안 모두 말이 없었다. 적당한 세기로 줄어든 빨갛고 생기있는 불을 응시하던 동우가 일어나 동굴 밖을 향해 걸어가며 조용히 덧붙였다. "새로운 세기를 내 손으로 열기로 약속했으니까." - 동굴 밖으로 나온 동우는 근처의 작은 바위에 올라앉아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머릿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나긋하게 울 려퍼졌다. 「언젠가, 엄마가 꼭 보고 싶은 세상이 있어.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도 아프지 않은, 밤 늦은 시간 몰래 눈물짓지 않아도 되 는 행복한 세상. 동우의 소중한 사람들이 예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세상 말하는거야.」 아프지 않은 세상, 웃을 수 있는 세상, 행복한 세상. 이 끔찍한 전쟁과 반란 속에서 찾아야 하는 새로운 세상. 「엄마는, 동우가 그런 세상을 열어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해가 뜨는 멀지 않은 미래 그 어느 날, 동우 네 손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내는거야.」 새로운 해가 뜨는 23세기의 시작, 2200년은 고작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일주일 안에 모든 걸 끝낼 수 있는 방법이란 건 애초에... 「그건 동우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야지~ ...엄마의 마지막 소원은 그거야. 부탁해, 우리 동우.」 GCT를 직접 공격하는 것 밖에는 별다른 길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성종의 말마따나 이런 부족한 인력과 전력을 가지 고 공격이 성공할 확률은 거의 없었다. 「헤헤- 엄마 우리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 「약속~」 「내가, 동우가 엄마 웃게 해줄께요. 꼬옥!」 「...그래, 우리 동우가 엄마를 불안하지 않게... 해줘.」 엄마, 내가 할 수 있을까요. 12월이 끝나기전에 이 세상을 행복하게 바꿀 수가 있을까요.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는지 모 르겠어요. 말로는 잔뜩 잘난척했지만 사실 난 너무 약해요. 마음도, 몸도 아직 어린 아이일뿐인 내가 엄마의 소원을 이뤄 줄 수 있을까요? 이미 엄마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래도 저 하늘 위에서 탁한 구름을 걷어내고 마주할 수 있는 밝은 세상 을 내가 만들 수 있을까요? "넌 할 수 있어." 그 때 갑자기 부드러운 목소리가 속삭였다. 엄마에요? 내 말 듣고 있는 거에요? "엄...마?" "...미안한데 난 네 엄마가 아냐." "아, 뭐야. 놀랐잖아요." 동우를 깜짝 놀라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유천이었다.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은 고민들을 알아챈 것처럼 말을 건 유천을 동우가 수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형 독심술 하고 막 그런건 아니죠?" "응? 아닌데? 난 그냥 격려한 것 뿐이야. 많이 힘들어 보이길래." 유천이 허허 웃으며 동우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늦은 오후의 하늘은 탁하고 어두침침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요?" "흠... 원소술사끼리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보려고 내 동우를 찾아헤맸지." 유천은 언제 어디서나 무슨 일이 있던간에 한결같았다. 다른 이들보다 유천에게 더욱 믿음이 가는 것은 아마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누구랑 약속했어?" "...네?" "새로운 세기를 네 손으로 열기로 한거." 회의하는 사이에 껴있지도 않던 유천은 동우가 나가면서 중얼거린 말을 용케 들었나보다. 잠깐 머뭇거리던 동우는 입안에 서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아... 엄마랑요." "엄마?" "네." 엄마 생각을 하니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무리 성격이 많이 변했다 해도 이 눈물많고 여린 마음은 그대로인가보다. "사실 어젯밤에 꿈을 꿨어요." "꿈?" "한동안은 꾸지않았던 꿈이었는데..." "......" "내가 너무 약해서 그래요. 내년이 되면 이 모든게 끝나야하는데 지금 이렇게 엉거주춤하는게. 그래서 엄마가 오랜만에 찾 아왔나봐요." "......" "요즘은 악몽도 자주 꿔요. 제 인생에서 제일 끔찍했던 날, 그 날이 계속 반복돼요. 눈을 감아보려 애써도 자꾸만 보여서..." 유천은 동우의 가족 얘기를 대강은 알고 있었다. 동우는 모르는 사실이었지만 19년 전 화술사의 아들로 태어났을때부터 동우는 소에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었다. 물론 자기 자식이 위험해지기를 바라지 않은 동우의 아버지는 동우의 존재 를 애써 숨기려 들었었고, 장로들도 당시 동우가 아직 어린 점을 감안해 전쟁의 위험에서 빠져나와 평범하게 사는걸 눈감 아주었었다. 그러던 와중 터진 전쟁에서 동우의 가족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전쟁 초반에는 정부가 원소술사의 존재를 몰 랐기 때문에 동우네 마을이 공격당한 것은 지극히 우연이었다. 아무도 예측하고 대비하지 못한 불의의 사고에서 동우가 살아남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부리나케 달려갔지만 이미 동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당시 스물한살의 젊은 풍술사 로 전쟁에서 소에족을 막 이끌기 시작했던 유천은 그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동우의 고민도 이해할 수 있었 던 유천은 문득 떠오르는 기억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보니 많이 컸다." "에?" 10년도 더 전, 인류와 소에족이 암묵적인 대립 관계로 긴장감이 팽팽해져가는 시기, 유천과 동우의 아버지를 포함한 2대 원소술사 네명이 동우네 집에서 모인적이 한번 있었다. 아빠와 함께 갔었던 열두어살 쯔음의 유천은 그때 보았던 조그만 동우를 기억하고 있었다. 여섯살 정도의 동우를 안고 있던 동우의 어머니도. "그러고보니 어머니 많이 닮았네?" "...우리 엄마요?" "응. 어쩐지 동우가 너~무 예쁜거야. 엄마 닮아서 그렇구나." "형, 우리 엄마 알아요?" "한번밖에 못봤는데,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진짜 아름답고 착한 분이셨어." 동우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엄마가 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유천은 동우의 볼을 살짝 꼬집더니 화제를 돌렸 다. "역시 그렇게 뷰티풀한 분이 소원도 뷰티풀하게 비시는구나." "......" "아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부탁하다니! 23세기를 사랑하는 내 동우가 새롭게 연다니 킹왕짱 멋진데?" "그건 또 뭐에요..." "니가 짱이라고, 짱." 유천이 뒤로 벌러덩 누우려다 좁은 바위에서 굴러떨어질뻔 했다. 그 모습을 본 동우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다시 예쁜 웃음을 되찾은 동우를 보고 유천이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넌 할 수 있어! 니가 킹왕짱이니까. 너희 엄마의 소원은 꼭 이루어질거야." "진심이에요?" 동우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슬쩍슬쩍 눈치를 보던 유천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럼~ 완전 소중한 내 동우는 완전 잘나가는 원소술사잖아! 그리고 완전 잘생기고 완전 능력있는 이 박유천 원소술사도 있고 말이야." "에이, 그게 뭐에요." "왜! 사실이잖아! 동우 말이면 껌뻑 죽는 까칠한 호원이랑 똑똑한 Baby들도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유천이 동우의 머리를 헝클며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우리 똑똑한 Baby들 중 대장 Baby가 착한 결정을 했어." "성종이요?" "응. 내일 모레 GCT를 공격할거래." "정말요?" 동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유천도 똑같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부딪혀보래. 컴퓨터도 인이어도 아무것도 없어서 보안을 뚫거나 작전을 봐주진 못해도 너랑 애들을 믿는대." 드디어 표정을 완전히 푼 동우가 바위에서 신나게 폴짝 내려갔다. "우와! 완전, 진짜진짜 다행이다!" 쪼르르 다시 동굴 쪽으로 달려가는 동우의 뒷모습을 보고 유천이 기분좋게 중얼거렸다. "그래, 저래야 사랑스런 내 동우답지." - 2199년 12월 26일. 반란을 준비한지 6개월을 거의 꼬박 채웠고, 키스트를 뺏기고 김성규를 잃은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 날, 드디어 정부와의 정면 승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기억해요, 이번 공격은 승리가 목적이 아니에요. GCT 내부의 전력, 보안망을 파악하러 일단 한번 부딪혀보는거에요." 우현과 명수를 포함한 연구원 열다섯명과 동우와 유천, 준홍을 포함한 소에족 서른네명, 그리고 호원. 이렇게 총 50명이 이번 작전에 투입되었다. 다른 목적이 아닌 오직 정부의 힘을 파악하기 위한 작전이었으므로 Mko는 이번 작전에서 아예 손을 떼기로 했다. 물론 GCT의 내부 구조를 실시간으로 듣고 체크해야했지만 인이어의 수가 부족했다. 무엇보다 10km 이상의 먼거리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 인이어 때문에 통신을 위해서는 GCT 근처까지 가야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GCT가 있는 정부지구에는 Mko들의 얼굴을 아는 위험인물들이 너무나 많았다. 아직 적의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남은 사람들의 몸이 다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에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Mko들이 참여하는건 무리였다. "잘 알았죠? 무작정 부딪히는건 맞는데, 살인은 최소로 줄이고, 조금만 위험해져도 바로 밖으로 빠져나와야해요. 이건 이 기는 싸움이 아니라구요. 인명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정보는 최대한으로 알아오는게 중요해요." 성종은 작전팀이 점검을 하는 내내 곁을 맴돌며 잔소리를 해댔다. 아직 낫지 않은 상처를 주렁주렁 매달고 적진 한가운데 로 들어가는 작전팀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결국 명수가 알아서 잘하겠다며 볼을 꼬집은 다음에야 잔소리 폭풍을 멈춘 성종이었다. 사실 성종이 그렇게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작전같은건 하나도 세우지 않았다. 그냥 되는대로 문을 부수고 쳐들 어가서 경보가 울리든 군인들이 나오든 무작정 총을 쏴가며 최대한 갈데까지 가보는 것. 더 이상 간단할 수도 없고 더 이 상 위험할 수도 없는 그런 공격이었다. 사람의 왕래가 제일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새벽 2시 경, 모든 준비를 끝낸 작전팀이 정부 지구를 향해 하나둘 출발했다. 우르르 몰려가면 의심을 살게 뻔했기 때문에 몇몇씩 작은 무리를 지어 개별적으로 이동해 GCT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사 실 보안이 철저해야 맞는 정부 지구는 의외로 경비나 군인들이 적은 편이었다. 많은 군인들이 전쟁에 투입되어서 인력이 부족한 까닭도 있었지만, 정부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GCT에 거의 모든 병력이 모여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래서 GCT를 공격하는 것이 무모한 짓이라는 것이었다. "긴장된다." "언제는 긴장 안 했나..." "이번엔 그냥 맨 몸으로 부딪히는 거잖냐. 죽을지도 몰라." 웅성웅성거리는 연구원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공격 개시는 새벽 3시 30분. 정부 지구의 한쪽 구석에 조용히 모인 작전팀 은 문을 부술 준비를 시작했다. 삐까뻔쩍한 유리로 회전 자동문을 설치해놓은 GCT의 입구는 겉으로 보기엔 화려할 뿐이 었지만 소에족 탐지기에서부터 레이저망에 사각지대가 없는 24시간 CCTV까지 온갖 첨단 보안 시설이 쫙 깔려있었다. 각종 방화 시스템도 설치되어있어 불을 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그냥 문을 열고 한꺼번에 들어가서 보이는 족족 죽이는거야." "간부들은 대부분 고층에 있어. 거기까지 올라가는건 무리니까 일단 가능한한 많은 정보를 빼오는 쪽으로 하자." 70층 가량의 GCT에서 고위 국회의원들이나 높은 계급의 군인들은 대부분 50층 이상의 고층에서 머물렀다. 전쟁으로 인 해 저택이 부족해지자 몇몇 인간들은 아예 GCT에 개인 공간을 만들어 생활하고는 했다. 새벽 3시 30분. 주위는 온통 어두컴컴했다. 은은한 불빛으로 밝혀놓은 GCT의 1층 로비만이 빛나고 있었다. "그럼 일단 연구원팀이 먼저 들어갑시다." 레이저망은 3층부터 설치되어있어 진입 시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소에족이 발을 들이기만 해도 5초만 에 요란하게 온 건물을 울려대는 경보 시스템 발효 시간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연구원으로 이루어진 팀이 먼저 들어가기 로 했다. 어차피 CCTV로 발견되어 공격을 받는건 한순간이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피해를 줄이려는 안타까운 발악과 다름 없었다. "모두들 몸조심하세요." GCT로 다가서는 연구원들의 등 뒤에다 대고 동우가 중얼거렸다. 말뿐이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부딪히는데 몸을 조심 할 수 있을리가. "오페라시온 프린시피아르(작전 시작)." 성종 대신 호원이 작전 시작 명령을 내렸다. 한달도 더 전에 쓴 뒤로 한번도 쓰지 않았던 암호였다. 씁쓸함과 긴장이 섞인 마른침을 삼키는 호원의 눈에 총을 쥐고 입구로 우르르 들어가는 연구원 무리가 보였다. 연구원들은 우현과 명수가 이끌 고 있었다. 지금쯤 성종은 걱정되는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동굴 안을 이리저리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원래대로였다 면 성종의 옆에 조용히 앉아 손을 모으고 우현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었어야할 성규가 떠올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연구원들이 쳐들어간지 1분만에 지하 20층에서부터 지상 70층까지 쩌렁쩌렁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지체 할 틈이 없었다. 소에족도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했다. - [오페라시온 프린시피아르(작전 시작).] 호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마자 우현이 성큼성큼 입구로 걸어들어갔다. 입술을 깨문 명수도 다급히 우현의 뒤를 따라가며 연구원 무리에게 신호를 주었다. 글록을 쥔 손에 땀이 차올랐다. 느리게 회전하는 입구가 거슬렸다. 문을 반쯤 부수듯 거 칠게 밀고 들어간 호텔 로비에서는 경비 하나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쿵쿵 울리는 발소리에 놀란 경비의 입이 다물어지 기도 전에 우현이 경비의 머리에 총을 쏘았다. 뒤로 넘어가는 경비를 보며 명수가 비상 계단을 찾았다. 1층은 아무것도 아 니다. 제대로 된 경비 시스템은 정부 사람들이 오가는 3층 이상부터 깔려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데 엄청나게 큰 경보 소리가 울려댔다. 경비실에서 CCTV를 확인하고 벨을 작동시킨 모양이었다. "좆같은 새끼들, 지랄맞게 성실하네." 순식간에 입구에서 군인들이 쏟아져들려왔다. GCT 바로 옆 건물이 정부 지구를 지키는 군인들의 숙소였다. 20층부터 30층까지 머문다던 GCT 경비 군인들도 곧 내려올 것이다. 쏟아져들어오는 군인들이 총을 난사했다. 벽과 데스크 뒤로 연구원들과 함께 숨은 명수는 군인들의 바로 뒤에 소에족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우현을 비롯한 발빠른 몇몇을 계단 쪽 으로 밀어냈다. 뒤따라온 소에족에 당황한 군인들이 갈팡질팡하는 사이 연구원 무리는 비상구를 통해 올라갔다. 어차피 위에도 적 투성이겠지만. [어딨어?] 인이어에서 호원이 다급하게 물어왔다.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어!" 짤막하게 대답한 명수가 2층을 지나쳐 3층으로 올라왔다. 3층부터는 계단이 중앙홀로 이어졌기 때문에 복도를 지나쳐가 야했다. 침입자를 본 경비들이 보안 시스템을 작동시켜 이미 바닥에는 레이저망이 빽빽하게 얽혀 있었다. 붉은색 레이저 망의 사이사이 간격은 10cm 정도였고, 거미줄처럼 천장과 벽에서부터도 이어져있었다. 어차피 경보가 이미 울린거 레이 저 그물은 신경쓰지 않고 붉은 빛이 깔린 곳으로 달려가던 우현은 천장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레이저 바로 앞까지 갔던 자 신의 발을 멈췄다. "멈춰!!!" 뒤따라 달려오는 연구원들을 제지한 우현이 벨트 홀스터를 풀어 레이저 사이로 던졌다. 탕- 탕- 탕- 벨트 홀스터가 레이저에 닿자마자 천장에서 정확히 벨트 홀스터가 떨어진 자리를 향해 총알이 발사되었다. "씨발, 이 용도였나." 그 때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아래층에서 군인들이 몰려 올라왔다. 우현의 뒤를 따라오던 명수가 소리를 질렀다. "1층에 뭐하는거야!!!" [지금 거기 신경쓸 때가 아니...아 씨발!] 군인들을 잡아두지 않는 1층 소에족들에게 화를 내긴 했지만 그들도 만만찮게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연구원들이 총 을 쏘아 군인들을 몇 죽였지만 아직 많은 수의 총구들이 이쪽을 향해 겨눠지고 있었다. 곧이어 총격전이 벌어졌다. 텅빈 복도에는 숨을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적이 우리를 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적을 쏘아야한다- 블랙샴을 쥔 우현의 손에 힘줄 이 솟아올랐다. 거치적거리는 소음기까지 빼버리고 미친듯이 총을 쏘아댔다. 똑같이 날아오는 총알에 옆에 있던 연구원 한명이 쓰러졌다. 적의 조준을 어렵게 하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정작 명수와 우현도 총을 제대로 쏠 수 없었다. 그 때 뒤에서 총소리가 들리더니 남아있던 군인 몇몇이 고꾸라졌다. 군인들의 뒤에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호원과 동우 가 서있었다. - 경보음을 듣고 GCT 입구로 달려가는데 별안간 옆 건물에서 군인들이 쏟아져나와 GCT로 들어갔다. "얼른 가야돼!" 군인들을 뒤따라 들어가자마자 총알이 쏟아졌다. 재빨리 자세를 낮춘 호원이 방아쇠를 몇번 당겼지만 군인들이 너무 많았 다. 군인들에게 가려져 명수와 우현도 보이지 않았다. "어딨어?"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어!] 다행히 군인들이 소에족에게로 시선을 돌린 사이 올라갔나보다. 그쪽 걱정을 할 새도 없이 다시 한번 총알들이 날아왔다. 함께하는 소에족들이 딱히 크게 도움될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탓에 그냥 총을 무작위로 쏴댈 수밖에 없었다. 군인들 몇몇 에게 불을 붙이던 동우를 끌어 데스크 아래로 숨은 호원이 밖에서 또 몰려오는 군인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씨발!! 저 새끼들 좀 죽여!!!" 이 상태에서 군인들이 또 들어온다면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질 것이었다. 일어서서 공격을 재 개하자니 날아오는 총알들의 수가 너무 어마어마했다. 데스크 뒤까지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총알들을 보며 호원이 유천 을 불렀다. "유천...아니 주피터!!!" 급한 마음에 코드네임보다 본명이 먼저 튀어나왔다. 유천의 목소리가 인이어에서 들려왔다. [어, 그래, 막을께.] 이런 상황에서조차 여유로운 유천이 한심했지만 곧이어 바깥에서 무시무시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GCT 내부의 공기는 제한되어 있어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지만 밖의 군인들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던 유천이었다. 거센 바람에 GCT 안으 로 들어오려던 군인들이 눈을 뜨지 못했다. 몇몇이 바람을 뚫고 입구로 다가왔지만 유천이 바람의 방향을 입구 쪽으로 돌 리자 GCT의 입구인 회전문이 미친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게 만드는 장치는 이미 고장난지 오 래였다. 믹서기 마냥 돌아가는 문에 밖의 군인들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사이 소에족들이 안에 있던 군인들을 대충 처리했다. "엄호 좀!" 그제야 위층의 우현과 명수가 떠오른 호원이 근처에 있는 누군가에게 대충 소리를 쳤고 공교롭게도 그 누군가는, "알았다! 준홍이가 지켜주겠다!" 준홍이었다. 오랜만에 총을 잡아 신이 나보이는 준홍이 겁도 없이 벌떡 일어나 총을 쏴대는 사이 호원이 동우의 손을 잡고 비상구로 달려갔다. 계단을 지키던 군인들 두명에게 사정없이 총을 난사하고는 3층으로 뛰어올라갔다. 코너를 돌자마자 쏟아지는 총알 세례에 납작 엎드린 호원의 눈에 복도 저편에서 고전하고 있는 우현과 명수가 들어왔다. 조심히 총을 들어 군인들의 등 뒤를 공격한 호원이 동우와 함께 우현과 명수에게로 뛰어갔다. "괜찮아요? 밑에는 유천이형..."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여길 지나가야되는데 저 레이저에 닿으면 총알이 발사돼." 달려오는 호원과 동우에게 명수가 상황을 설명했고, 잠시 레이저를 응시하며 뺨에 튄 피를 닦아내던 호원이 동우에게 눈 짓했다. "어떻게 해야되는지 알지?" 고개를 끄덕인 동우가 잠시 정신을 집중하자 천장에 달린 부착형 총기가 불타올랐다. 총들이 작동을 멈출 정도로 충분히 불타자 명수가 자켓을 벗어 던졌고, 천장에 달린 총에서 치지직 소리만 날뿐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다시 자켓을 주워입 은 명수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새로 총을 장전했다.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일단 이 곳에서 얻어가야 할 것은 승리가 아닌 정보였다. 중앙홀로 가는 동안 레이저망이 두어개 더 있었고, 동우가 힘을 쓴 덕분에 뚫고 나갈 수 있었다. "아, 씨발... 멈춰." 저멀리에서 우글거리는 군인 한무리를 본 명수가 일행을 멈춰세웠다. 군인들이 몰려있는 곳은 중앙홀이었다. 중앙홀에 있 는 계단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어쩌지...돌아갈까." "주피터(유천)! 거긴 어때요?" [여기? 싹쓸이했는데 계속 몰려온다. 우리 Baby들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 "닥쳐요." 이런 상황마저 너무나도 나긋한 유천의 농담에 태클을 건 호원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후퇴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럼 부딪히는거지." 명수가 글록의 방아쇠를 검지로 툭툭 건드렸다. 그때 숨어있던 일행을 용케도 발견한 중앙홀의 군인들 쪽에서부터 큰 고 함소리와 함께 총알이 날아왔다. 재빨리 총알을 피해 코너 뒤에 등을 붙였지만 이젠 아예 이쪽으로 우르르 뛰어오며 총을 쏴대는 군인들때문에 상황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기 시작했다. "일단 뛰어!!! 도망가!!!" 명수의 외침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총소리에 묻혀버렸다. 일행은 미친듯이 왔던 길을 되돌아 뛰어갔다. 발뒷꿈치 근처 에 와서 박히는 총알들에 등골이 서늘해져 숨이 가빠와도 달리는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씨발새끼들아!!!" 뒤로 돌아 방아쇠를 몇번 당겼지만 전력질주를 하면서 반대방향으로 총을 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숨막히는 추격전끝에 3층 비상구 계단에 다시 돌아오고 말았다. 계단은 오직 아래로만 이어졌다. 다시 말해서 도망갈 길은 오직 하 나뿐이라는 것이었다. 밑에서 온갖 물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쪽에 거의 도착한 정부군은 저들도 총알이 떨어졌 는지 잠시 숨을 고르며 총을 장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협적으로 쫓아오는 그들의 기세에 결국 호원이 동우를 계단 아래로 확 밀쳐내고 어깨에 메고 있던 소총을 꺼내들었다. 빗발치는 총알 덕분에 정신 집중은 커녕 앞조차 제대로 보 지 못해 능력을 쓸 수 없어 겁에만 질려있던 동우가 호원의 힘에 밀려 계단을 반쯤 굴러 떨어져 내려갔다. "이호원!!!" "일단 가!!! 누구라도 불러와!!!" 아래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한 호원은 소총을 두손으로 쥐고 마구잡이로 쏴대기 시작했다. 옆에선 블랙샴 을 번갈아가며 쏘는 우현과 자세를 낯추어 적들을 조준하고 있는 명수가 있었다. 정면승부였다. 코너에 몸을 숨겼다가 어 느 순간 튀어나와서 적보다 빨리 그들을 죽이느라 두개골이 욱신욱신 쑤셔왔다. 한 연구원이 위험을 무릅쓰고 코너 밖으 로 나와 정부군쪽으로 달려가며 총을 쏘다가 가슴에 총알을 맞고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결국 수적으로 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머릿수가 딸리면 곧 죽음인 법이었다. 천천히 계단 바로 앞까지 밀려와 여기서 꼼짝없이 죽는가보 다- 라고 생각하고 있을때였다. "숙여요!!!" 뒤에서 우렁찬 고함이 들려오더니 곧이어 문짝 하나가 머리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쳐 날아가 명수에게 총을 겨누던 정부군 을 깔아뭉갰다. "조심!!!" 이번엔 1층에 있던 안내 데스크가 스쳐지나갔다. 허공에서 날아오는 물건에 정부군이 당황한 사이 이번에는 활활 불이 붙 은 콘크리트 조각 몇개가 한꺼번에 날아왔다. 미처 대비를 하지 못하고 몸에 붙은 불에 하나둘 쓰러지는 정부군에게서 눈 을 돌리자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동우와 소에족 선우가 서있었다. "타이밍 좋네." "힘들다..." 선우는 손을 대지 않고 물체를 움직일 수 있는 염력을 갖고 있었다. 물체를 맘대로 조종할 수 있다 해도 크고 무거운 물체 는 쉽사리 옮기지 못했는데, 얼떨결에 문짝에 책상에 콘크리트까지 뜯어 날린 모양이었다. 콘크리트 조각에 불을 붙인 장 본인인 동우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럼 다시 중앙홀로..." "아니, 안돼." 호원의 말을 끊은 동우가 총알이 스친 상처에서 나오는 피를 손바닥으로 막고 있는 명수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말을 이 었다. "더 이상 진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밑에서 군인들이 어마어마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모두 만신창이가 됐어. 빠져나가기도 힘들어." "...그게..." "유천이형이 모두 내려오래요. 탈출하는데 전력을 가하자고."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비참하고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는 동우의 뒤를 따라가며 명 수는 지독한 무력감을 느꼈다. - "...씨발..." 아래층은 난장판이었다. 번쩍번쩍 빛났던 로비는 반쯤 폐허가 된지 오래인듯 했다. 그 때 쉭 소리와 함께 저쪽에서 칼이 날아왔다. "숙여!!!" 아직 다 내려가지 못한 계단에서 급히 몸을 숙이느라 반 층 정도를 굴렀지만 그런 고통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벌써 저 만치에서 손을 이리저리 휘저으며 바람을 일으키는 유천에게 도착한 동우가 고속 엘리베이터 앞의 군인들의 옷에 불을 붙 였다. 총소리와 섞인 비명소리들이 빠져나가야할 출입구들을 가로막고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다. 계단에서 내려온 명수 일행을 어느틈에 또 발견했는지 정부군 몇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인이어에서 헉헉거리는 유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Ba..by들 늦었네. 빨리...큭...빠져나가야돼!] 또 밖에서 정부군 한 부대가 몰려오고 있었다. 상황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추격을 따돌리고 도망쳐야 했다. 옆에 있는 선 우에게 콜트45를 넘긴 호원이 소총을 부여잡고 먼저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야!!!" 우글우글 몰려있는 정부군 한가운데로 뛰어든 호원을 명수가 소리쳐불렀지만 돌아오는건 인이어에서도, 눈 앞에서도 들려 오는 거친 총소리와 가빠오는 호흡의 고통. 결국 명수와 우현도 무방비상태 그대로 적진 한가운데에 뛰어들고 말았다. 좁 은 공간의 많은 사람들 속 사이에서 싸우자니 총을 쏘기가 여의치 않았다. 지난번에 다친 이후 총을 쥐지 않았던 명수의 왼손이 주머니칼을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악!!!" 되는대로 소리를 지르면서 칼을 휘둘러대는 명수의 볼에 뜨끈한 피가 튀었다. 뒤에서 서늘한 기분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 고 뒤로 돌아 칼을 던진 군인의 배를 발로 걷어차주었다. 숨을 고르며 잠깐 뒤로 돌아보자 총을 쏘다 못해 이젠 개머리판 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는 호원이 보였다. 근거리 싸움에서는 쏠 수 없는 총을 둔기로 쓰며 고전하고 있는 호원을 잠시 쳐다보던 명수가 그의 뒤에서 칼을 겨누는 정부군 하나를 발견하고 다급히 방아쇠를 당겨 총알을 그 군인의 머리에 명중 시켰다. "씨발, 조심해!" 정신없는 와중에 명수의 외침은 호원에게 채 닿지 못했다. 정부군은 더이상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근처의 지원 병력이란 병력은 이미 모두 부른 모양이었다. 다시 또 어마어마한 수의 정부군이 몰려오기 전에 서둘러 이 곳을 빠져나가야했다. 작 전의 성공 여부같은건 이제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너무 강한 병력과 보안을 자랑하는 GCT는 수적으로도 기술 적으로도, 심지어는 물질적으로도 밀리는 반란군에게는 아직은 너무 커다란 벽이었다. "형, 어떡해요?" 뒤에서 느껴지는 쎄한 기운에 본능적으로 몸을 숙인 동시에 머리위로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이미 여러군데 다쳐 피가 줄줄 흐르는 몸을 겨우 가눠 일어나며 명수가 유천을 불렀다. "나가야지." 언제나 여유로운 유천도 이런 상황에선 말수가 적어지는 모양이었다. "어떻게요." "다같이, 큭, 모여서 나갈 생각은, 하지마...크...되는대로 나가서 추격을 따돌리거나 죽인 다음, 거기 비켜! 동굴로 무조건 가는거야. 어떤 방법이든 간에, 그냥!" 유천은 밖에서 몰려오는 정부군을 막느라 고전하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탈출할 수 있을텐데도 안에 남아있는 반란군을 위해 지친 몸으로 끝까지 바람을 일으켜주는 유천이 새삼 고마워졌다. "다들 어딨어?" 파편이 튀어 잘게 상처가 난 손등을 감싸쥔 명수가 인이어를 통해 묻자 곧이어 격한 목소리의 답들이 들려왔다. [엘리베이터 앞!!!] [지하쪽 계단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있다는 우현은 아수라장 속에서 보이지 않았다. 아직 명수의 근처에 서있던 호원이 무거운 총을 휘둘러대며 동우가 있는 엘리베이터 앞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나갈거야!!! 어떻게든 여길 끝내고 나가야돼!" 명수가 소리를 지르며 정신없이 헤치고 나가는 호원의 뒤를 막 공격하려던 군인 하나를 쏘아죽였다. 눈으로는 계속 우현 이 어디있는지 훑었지만 계단에 있다는 우현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계단참까지 내려간 모양이라고 생각한 명수는 일단 남아있는 반란군을 정비해 먼저 밖으로 탈출해야겠다고 판단했다. 동우를 찾으러간 호원이나 시야에서 사라 진 우현을 기다려주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급박했다. 정부군의 수가 많이 줄어있었지만 그만큼 쓰러진 반란군의 수도 늘어 났기 때문이다. - 계절에 맞지 않게 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애써 힘든 표정을 감추고 블랙샴을 쏘아대는 우현이 위협적임을 깨달았는지 많은 정부군이 우현을 향해 달려들었고, 아무도 도와줄 이 없는 그 상황에서 우현은 한걸음씩 밀려나 결국 계 단까지 와버렸다. 도망치는 우현의 뒤에서 마구잡이로 총을 쏴대던 군인 하나가 총알이 모두 떨어진 총을 집어던지고 우 현에게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미친 새끼!" 순식간에 달려온 군인 때문에 방아쇠를 당길 틈도 없었다. 달려든 군인이 그대로 우현에게 부딪혔고, 충격을 버티지 못한 우현의 몸은 결국 군인과 함께 계단을 굴러내려갔다. 거꾸로 넘어져 구르는 과정에서 머리를 보호하려 감싼 팔이 욱신거 렸다. 아픈 몸을 추스릴 새도 없이 다시 군인이 우현에게 달려들었다. 칼을 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눈을 향해 내 려오는 칼날을 피해 옆으로 한번 구른 우현이 오른쪽 다리로 군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다들 어딨어?] [엘리베이터 앞!!!] 인이어에서 명수와 동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청거리다 일어난 군인이 다시 우현에게 달려들었고, 칼을 쥔 그의 오른 팔을 움켜쥐고 뒤로 돌린 우현이 간신히 대답했다. "지하쪽 계단이다!" 있는 힘껏 발에 힘을 주어 군인의 배를 걷어찬 우현이 그가 일어나기 전에 재빨리 총을 쏘았다. 얼굴에 뜨끈한 피가 튀었 다. 먼지덮인 소맷자락으로 피를 닦아낸 우현은 숨을 돌리자마자 또다시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아래층으로부터 군인들이 또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다급히 위로 다시 뛰어올라갔다. 아까 계단에서 굴러떨어질때 다리를 삐었는지 힘이 잘 실리지 않았다. [우리 나갈거야!!! 어떻게든 여길 끝내고 나가야돼!] 명수가 소에족과 연구원들을 추스려 밖으로 먼저 나갈 모양이었다. 우현이 아슬아슬하게 계단을 다 올라와 코너에 몸을 숨기자마자 군인들이 아래층에서 이쪽으로 총을 쏘아댔다. 총알이 벽에 맞아 튕기는 소리를 들으며 우현이 하나둘씩 빠져 나가기 시작하는 반란군을 쳐다보았다. 날아오는 콘크리트를 고개 숙여 피한 우현도 입구 쪽으로 달려갔다. 나가려는게 아닌 엄호의 목적이었다. 입구 바로 앞에서 정부군의 진입을 방해하고 있던 유천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반란군 때문에 바람을 멈추자 주춤하던 정부군이 다시 밀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천이 반란군이 지나갈 자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우현은 입구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도망치는 반란군을 뒤쫓는 정부군을 하나하나 쏘아맞히는 우현의 콧잔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거기 있었냐!!!" 저쪽에서 명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에 맞은듯 절뚝거리는 소에족 하나를 부축하며 이쪽으로 오고 있는 명수 역시 팔 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뒤에서 달려오는 정부군 하나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우현이 명수에게 소리쳤다. "빨리 나가! 희망이 없어!!!" "너는!!!" "난 추격 좀 처리하고!" 명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구 밖으로 나갔다. 이미 로비 바닥은 시체와 피로 가득 덮여 그 본디 모습을 찾아볼 수조차 없 었다. 천천히 비워지는 GCT를 훑던 우현의 머릿속으로 불현듯 아직 보지 못한 두 사람이 생각났다. "어디있는데!" [......] 인이어로 다급히 불러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 때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정부군 한 무리가 보였다. 숙소에서 쉬 고 있다가 아래층의 얘기를 듣고 내려온 모양이었다. "어딨어!!! 위험해!!!" [......] 좀 더 큰 소리로 불러보았지만 들려오는건 역시 없었다. 우현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꼈다. GCT를 빠져나가는 사람들 중에 호원과 동우는 없었다. 그렇다면... 아까 어디있다고 했지? 엘리베이터 앞? - "장동우!!!" 달려드는 정부군을 쳐다보지도 않고 쏴버린 호원이 동우를 목청껏 불렀다. 엘리베이터는 GCT 1층에서 제일 안쪽에 있었 다. 어느틈에 거기까지 몰린건지는 몰라도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었다. "동우야!!!" "나, 여기!" 동우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미간을 찌푸린채 거치적거리는 앞머리를 쓸어올린 호원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다 급히 뛰어갔다. 엘리베이터 앞은 이미 온통 불바다였다. 저 불들 한가운데에 동우가 있는듯 했다. 불을 뚫고 다가갈 수 없 는 호원은 애가 탔다. "동우야, 거기 있어?" "...어!" 그나마 다행히도 들려오는 대답 소리에 호원이 불길 사이로 보이는 정부군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잠시 후 불길이 한꺼번 에 확 가라앉고 동우가 뛰어나왔다. "괜찮아?" "응, 빨리 나가자!" 이미 거의 다 밖으로 나가버려 휑한 로비를 둘러보며 동우가 호원의 손을 잡았다. 입구를 향해 서둘러 뛰어나가는데 별안 간 계단에서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정부군 한무리가 나타났다. 급히 몸을 아래로 숙인 호원과 동우의 귀에서는 우현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정부군에게 들킬까봐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씨발, 초토화됐네." "다 어디갔냐." [지금 안 나가면 안돼! 어딨어! 다 나갔다고!] 군인들의 소란스러운 대화 속에 섞여 우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데 별 거지같은 군인들이 자 리를 뜨지 않는단 말이다. 쓰러진 자신들의 동료들을 쳐다보며 인상을 쓰는 군인들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호원 이 조용히 속삭였다. "동우야." "...어." "저 군인들한테 불 붙일 수 있어?" 상황이 난감했다. 아까 너무 힘들게 싸우는 바람에 체력은 이미 떨어진지 오래였다. 하지만 빠져나가려면 어떻게든 저들 을 빠른 시간 안에 처치해야했다. 소음기를 빼버린 총 두어자루 가지고는 택도 없었다. "...아마도." 낮게 속삭인 동우가 조용히 정신을 집중했다. 너무 힘을 많이 써서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하 지만 옆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호원을 생각해서라도 힘을 내야했다. 잠깐의 떨리는 순간 끝에 드디어 군인들의 옷에서부터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씨발!!! 이게 뭐야!!!" 군인들이 바닥에 구르며 고통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자켓을 벗어 불을 끄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동우가 계속 정신을 집 중하고 있는한 불은 꺼지지 않았다. 그 때 한 군인이 고통에 몸부림치다 쓰러져 이쪽으로 굴러오기 시작했다. "이...이쪽으로 와...!" 다급히 뒤쪽으로 피했지만 아까 숨은 곳이 구석진 곳이었기에 결국 피할 곳 없는 구석에 몰리고 말았다. 군인이 불이 붙은 자켓을 벗어던짐과 동시에 호원이 그에게 총을 쏘았다. 그러나 불이 붙은 자켓은 그대로 호원과 동우를 향해 날아왔다. "으악!" 호원이 동우를 끌어안고 앞쪽으로 뛰쳐나왔다. 다행히 활활 타는 자켓을 피했지만 너무 컸던 움직임 때문에 동우의 정신 이 흐트러졌다. 하나둘 꺼져가는 불을 보며 다급히 다시 집중을 해보았지만 이미 호원과 동우가 살아움직이는 사실을 알 게 된 군인들이 공격해오는 탓에 여의치 않았다. "저 새끼들이!" 반쯤 타다만 옷을 벗어던진 군인 하나가 총을 쏘아댔고, 호원은 앞에 놓여진 군인의 시체를 방패삼아 간신히 머리에 바람 구멍이 뚫리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호원이 동우를 뒤로 숨기며 소리질렀다. "얼른 집중해!" 호원이 동우의 손에 들려있던 총까지 빼앗아 군인들을 향해 쏘았다. 수적으로 한참 우세한 군인들은 몇 쓰러지고도 아직 많이 남은 상태였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은채 간신히 다시 군인들에게 불을 붙인 동우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보이는건 불붙은 총 한 자루를 이쪽을 향해 던지는 군인이었다. "호원아!!!" 동우의 다급한 외침에 호원이 뒤로 돌아보기도 전에 총이 동우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호원에게 맞았다. "씨발, 뭐야!!!" "개새끼들아, 불 갖고 노니까 좋냐?" 불이 호원의 옷에 옮겨붙어 타올랐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그 군인을 향해 동우가 호원의 손에 들린 총을 뺏어 방아쇠를 당겼다. 흐릿한 시야에서는 호원이 불을 끄려고 바닥에 엎드려 구르고 있었다. 불을 지르기만 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비열 한 군인에게 역으로 공격당하고 말았다. 호원에게 붙은 불을 빨리 꺼버려야 했지만 어질어질한 머리는 동우의 생각대로 정신을 집중하지 못했다. "으으...아..."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기분이었다. 결국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만 동우의 옆에서 순식간에 옷을 타고 번지는 불을 끄 지못해 고통스러워 하는 호원이 있었다. "미쳤어!!! 진짜 미친거야!!!" 악에 받힌 비명을 쥐어짜자 겨우 타오르던 불이 꺼졌다. 문제는 호원뿐 아니라 다른 군인들에게도 붙어 타오르던 불이 모 두 꺼져버렸다는거다. 탈진 직전까지 능력을 써서 깨질듯 아파오는 머리때문에 섬세하게 불을 조절하지 못하는 까닭이었 다. 반쯤 풀린 눈으로 쓰러진 동우와 새까맣게 그을린 어깨를 감싸쥐는 호원의 앞으로 군인들이 하나둘씩 다가왔다. "좆같은 새끼들아, 쥐꼬리만한 것들이 사람 태우기나 하고, 씨발." 건들건들 다가오는 군인의 손에 들린 리볼버의 총구가 번뜩거렸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이 그 군인을 노려볼 수밖 에 없었다. 아무리 집중을 해봐도 불은 붙여지지 않았다. 체력을 너무 많이 쓴 탓이었다. 당장이라도 옆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지만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애써 잡아올리며 떨리는 몸을 간신히 버텨내었다. 피부가 타다말아 시뻘겋게 물집이 잡혀 보기만해도 징그러운 군인의 얼굴이 비열하게 미소지었다. 여기서 죽는가보다, 눈을 꼭 감고 곧 다가올 죽음을 준비할 때 였다. 탕- 탕- 탕- "뭐하는 짓이야!"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군인들의 뒤에는 단단히 화가 난 표정의 우현이 서있었다. 쓰러진 세명의 군인들에 주의가 흐트러 진 사이 나머지도 손쉽게 처리한 우현을 본 동우가 긴장을 풀고 옆으로 픽 쓰러졌다. "하...죽는줄 알았..." "씨발, 미쳤나." 우현이 차갑게 욕을 읊조렸다. 한숨을 쉬며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난 호원이 비싯비싯 실소를 지었다. "누구한테 한 말이에요? 우리? 저 군인들?" "둘 다." 무뚝뚝하게 대답한 우현이 쓰러진채 눈만 힘없이 깜빡이는 동우를 일으켰다. 아직 화상 부위가 욱신거리는지 호원이 미간 을 찌푸리며 떨어진 총들을 주워들었다. "빨리 나가자. 경비들 더 온다." 위에서부터 작게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한숨을 내쉰 우현이 축 늘어진 동우를 들쳐메고 GCT를 빠져나갔다. 바깥에 는 아직 유천이 군인들을 막고 있었다. 다 뜯어지다시피한 입구를 나서자마자 매서운 바람이 온 몸을 찔러왔다. 땀을 흘려 가며 군인들에게 총을 쏘던 유천이 뒤에서 걸어나온 우현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대충 막아줄테니까 얼른 도망가!!!" 고개를 끄덕인 우현이 정부 지구를 나가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씁쓸하게 유천을 바라보던 호원도 절뚝거리며 그 뒤를 따랐다. "실패네." "...그러게요..." "애초에 성공을 바란 것도 아니었으니까." 어느새 동이 터오고 있었다. 어스푸름한 새벽 하늘이 오늘따라 야속했다. 우현의 등에서 축 늘어진 동우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드는 호원이었다. 아직 은신처까지는 한참을 더 걸어가야했다. 지독하게 힘들고 지치는 하루였다. - "...미안하다." 피범벅이 된 반란군 한 무리를 이끌고 온 명수가 대뜸 내뱉은 첫마디였다. 성한 곳이 없는 작전군의 끔찍한 몰골에 기겁한 성종이 뒤이어 따라오는 명수의 사과에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형이 뭐가 미안해요..." "힘들게 싸웠는데 알아온건 거의 없어. 짜증나게도 견고하더라, 보안이." "애초에 큰 기대는 안했잖아요. 괜찮아요." 동굴 안쪽에서 M들과 작전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몰려나와 부상자들을 부축했다. 도와주려는 연구원 한 명에게 손 을 내저은 명수가 성종의 옆에 주저앉았다. "스무명 정도가 죽었어." 사실 몇시간 전의 그 엄청난 싸움에서 스무명밖에 죽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과반수 이상이 살아남은 것이다. 입술만 깨물던 성종이 아직 보지 못한 호원과 동우, 우현의 안부를 물었다. "다른...형들은?" "모르겠어." 성종의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한 M에게서 소독약과 붕대를 받아든 명수가 급한 상처를 응급 처치하는 동안 성종은 말 이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피를 닦아내던 명수가 먼저 말을 꺼냈다. "별건 없지만, 알아온거. 일단 GCT 바로 옆에 군인들 숙소가 있더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출동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들 어뒀겠지. 규모도 크고 사람 수도 많아." "......" "CCTV는 예상했던대로 24시간 쉬지 않고 보는 것 같았어. 들어가자마자 경보가 울리더라고. 그것 빼고 레이저망 같은건 3층부터 설치되있었어. 레이저에 걸리면 천장에서 총이 쏘아져. 막는 방법은 천장에 달린 총을 망가뜨리는거." 스스로 말하면서도 명수는 자신이 참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큰 포부로 GCT에 들어가서는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서 나온 주제에 해줄 말이 이딴 것밖에 없다니. 한때 정부 지구에 머물렀던 성종이 이런걸 모를리가 없었다. "...그리고..." "......" "...미안하다..." "왜 자꾸 미안하대요..." 성종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별안간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호원이 동굴로 모습을 나타냈다. 동 굴 입구로 들어오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총 몇자루를 거칠게 내팽개치고 바닥에 드러눕는 호원의 몸에는 이곳저곳 자잘한 상처에 화상까지 나있었다. 할 말을 잃은 성종이 안쪽에 있던 M 하나를 불러 상처를 치료하게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 우를 업은 우현이 들어왔다. "살아있네." "...그러네." 동우를 눕히고 그 옆에 주저앉은 우현이 자조섞인 웃음을 지었다. 어느새 성종이 울먹이고 있었다. 이번에도 죄다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아무도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동굴 속에는 흐느끼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 다. 그리고 잠시 후 답지않게 비틀거리며 들어온 유천과 준홍 덕분에 그 슬픈 정적은 깨질 수 있었다. "우리 Baby들 많이 힘들었지?" "......" "...라고 말할 힘도 없네." 유천의 말에 호원이 작게 코웃음쳤다. 성종이 앉아있는 반대편에 등을 기대고 늘어진 유천이 어느새 옆에 누워 잠든 준홍 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동우가 많이 미안해할거야." "......"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동우네 가족이 정부에게 죽었거든. 그 전에 동우네 어머님이 마지막으로 빈 소원이 세상을 바 꿔달라는거였대. 동우한테 23세기를 행복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 "동우가 억지까지 써가며 서두르려하는 이유가 그거야. 생전에 어머님 많이 좋아했거든. 물론... 그 소원 이루어지기 전에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동우의 바람은 하늘에서라도 어머님이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거지." 이야기의 내막을 미리 알고 있던 호원은 나름 의연했지만, 자세히 모르고 있던 나머지 사람들의 분위기가 괜히 처연해졌 다. 아까 긁힌 팔에 소독약을 바르며 인상을 찌푸리던 유천이 말을 이었다. "이번 일로 많은 피해를 입었더라도, 얻는게 없었다해도. 너무 실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 "적어도 저 녀석한테는 큰 위안이 될거야. 나름 열심히 해보고 있다는, 기다려달라는 그런 메세지를 엄마한테 전할 수 있 다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물기어린 성종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유천이 슬쩍 미소지었다. "그래도 내 생각에 하나는 얻은 것 같은데." "......" "정부에게 우리 아직 살아있소- 하는 경고장을 준 셈이니까 말이야." "......" "우리 아직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끝난게 아니야. 맞지?" "...네, 맞아요. 이 세상이 아직 바뀌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끝까지 싸워야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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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돌아왔스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기쁘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컴퓨터가 아직 안 고쳐진게 함정 안전모드로 들어온게 두번째 함정 요즘 시험기간이라서 미친듯이 바쁘다는게 세번째 함정 조증걸린 징징이와 함께 즐겁게 놀았다는게 네번째 함정
이러한 연유로 이제야 왔숩니다. 낔낔
겁나 좋은 소식 안 누르면 100% 후회 |
잠시 후 메시아 2부 텍파가 배포됩니다!!!!!!!!!!!!!!!! 우ㅘ1ㅗ아ㅗ!!!!!!!!!!!!!!! 완결 아님ㅋㅋㅋㅋㅋ그냥 중간에 끊긴...31편까지만 있는... 그치만 텍파 기다리는분이 느무 많아가지고 저희가 상의 끝에 내린 결정입니다! 이 글이 올라온 조금 뒤에 바로! 공유글이 올라올 예정이에요 힣ㅎ힣 이것만 던져놓고 시험이 끝날때까지 잠수를 탄 후(...) 돌아오겠습니다...☆★ |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 |
요즘 지적, 비판을 자주 받아요! 기분 나쁘게 생각한적 없지만, 무작정 재미없어요ㅠㅠ 이렇게만은 댓글 달지 말아주세요 흑 어쩌라는건지 머리가 나빠서 모르거든욬ㅋ 그니까 지적할 사항이나 고쳐져야할게 있다면 꼭 구체적으로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뾰족한 말투때문에 상처받았어요... 말투는 동글동글ㅎㅎ ex) 카메오 너무 많아서 헷갈려요 줄여주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실 카메오는 이미 텍파 수정작업에서 줄여지기로 결정됐어요) 스릉흐는 천월님 싸우는 부분 이해하기 힘들어요 좀만 잘 써주세요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