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as
Muse Boy! ver
&
LovelyLove Talk
"누나."
"갑자기 왜 누나래?"
제가 불리할 때를 제외하고서는 절대 누나라고 하는 법이 없는 정국이었다. 그런데 대뜸 누나라니. 나는 코코아를 타던 손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왜 저러지. 정국이는 저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나를 보고서는 왜 그렇게 보냐는 듯, 되려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이가 침대에 앉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자, 단정하고 동글한 뒷통수가 시야에 들어왔다. 누나는 내 마음뚜 모르고... 서운하다. 누나는 이제 내가 싫은가봐. 그치. 곰곰아? 아이는 제 말을 끝으로 침대 끝에 자리한 곰곰이를 품에 안았다. 정국이는 곰곰이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고개를 들어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봐봐. 옛날에는 누나가 내가 조금만 서운하다. 이렇게 하면 와줬거든? 근데 이제는 하나뚜 안 와준다. 나보다 코코아가 더 좋나봐.
"아니야. 정국이가 훨씬 좋지."
나는 부로 내게 들리게 제게 오지 않는다는 투정을 하는 아이의 곁으로 달려가, 옆에 앉았다. 내가 아이의 옆에 앉자, 침대가 작게 일렁였다. 나는 아이의 품에서 곰곰이를 빼낸 다음, 아이의 손을 맞잡았다. 나 뭐 실수했나? 최근에 뭐 속상하게 한 적 있나? 무슨 일 있나? 무수한 물음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지만, 아이가 이럴만한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아이가 사온 호빵을 호호 불면서 같이 먹었고, 밤 사이 눈이 내려서 같이 집 앞에 눈사람도 만들고 왔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처음으로 함께 보내는 겨울이라, 그 어느 해보다 춥지 않은 나날을 잘. 그것도 아주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왜 이러냐고! 나는 좀처럼 입을 열 생각이 없는 정국이를 빤히 바라보다가, 아이의 손등 위로 입술을 꾹 찍었다. 아이의 시선이 내게로 닿는 것이 느껴지니, 한 번 더. 아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게 느껴져서, 한 번 더. 아이의 어깨가 달삭이니, 한 번 더. 그렇게 도장을 세 번이나 찍고 나서야, 아이는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구...
"누나. 삼촌들한테 크리스마스 선물 줬지?"
여기서 삼촌들이란, 소방서 직원분들을 뜻했다. 삼촌들은 내가 종종 가져가는 비품을 개인적으로 받을 수 없다며, 늘 나를 물렀다. 이런 거 함부로 받으면 법에 걸린다고. 그래서 최근에 큰 마음 먹고 몰래 새벽에 그 앞에 박스 몇 개 배달시키고, 모르는 척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삼촌들은 알고 있었구나. 정국이 귀에도 들어간 걸 보니까. 서프라이즈 선물에 자기도 동참 안 시켜줘서 토라진 건가... 근데 그럴 아이가 아닌데.
"그것때문에 서운해?"
"삼촌들 선물준 것 때문에 서운하냐고?"
"응."
"아니?"
"... 근데 왜?"
"나는 선물 없어?"
"... 너?"
나보다 어른스러운 아이때문에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었다. 아이가 나보다 네 살이나 어리다는 걸. 정국이는 정말 맑고 투명한 눈으로 내게 물었다. 나는 선물 없어? 나는 없는 선물도 있다고 해야 할 판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 어디에도 선물을 대신할 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우리 같이 사는데. 어디서 갑자기 선물을 가져와.
"그럼 너는 있어?"
"당연하지!"
서로 쌤쌤으로 치자고 말하려, 치사하게 너는 있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 당연하지! 하고서는 침대 밑에서 커다란 선물 상자 하나를 꺼냈다. 이런 건 또 언제 준비한 거야. 나는 정말로 나올 지 몰랐던 선물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나 망한 거 같은데. 정국이는 이런 내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서 선물 상자를 열어보라고 채근했다. 나는 고장난 로봇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선물 상자의 리본을 풀었다.
"마음에 들어?"
답이 정해진 질문이었다. 선물은 얼마 전 주말에 함께 보던 홈쇼핑에서 내가 '완전 예쁘다!' 라고 말했던 코트였다. 그때 내가 주문하려니까 나한테 색깔이 안 어울릴 것 같다는 핑계를 시작으로 온갖 핑계를 다 대서 못 사게 하더니. 검은색, 핑크색, 베이지색. 이렇게 색깔별로 사왔네...
"내가 그때 누나 말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누나가 저거 사면 나는 뭐 사줘야 하나 싶어서. 진짜 힘들었어."
아이는 선물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 뿌듯하게 바라보고는 내 어깨 위로 제 머리를 부볐다.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칼이 내 니트와 닿아, 정전기로 붕붕 떠올랐다.
"... 진짜 고마워. 색깔 별로 사줄지는 몰랐네."
"핫쉬. 이것뚜 내가 고민하다가, 못 골라서 홈쇼핑 직원분이랑 상담했잖아."
"... 뭐라고?"
"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뭐 사야 되냐고 물어봤지."
그, 그랬구나. 나는 이름 모를 직원분께 잠시 죄송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정국이는 제가 선물해준 코트를 하나하나 꺼낸 뒤, 내게 하나씩 입어보라며 옷을 펼쳤다. 아니, 진짜 고맙기는 한데. 나는 선물이 없어. 나는 정국이가 건네는 대로 옷을 하나씩 걸쳤고, 아이는 그런 나를 보며 연신 큰 손으로 박수를 짝짝 쳤다. 완전, 잘 어울려. 천사야? 누나 천사야?
"... 천사는 무슨."
나는 아이의 칭찬에 정말 그 정도로 잘 어울리는 건가 싶어, 괜히 한 번 더 거울을 비춰봤다. ... 괜찮은가? 좀 잘 받기는 하는 거 같은데...
"누나는 나 선물 진짜 없어?"
그런 내 자아도취를 깬 건, 다름 아닌 정국이의 물음이었다. ... 응. 난 진짜 없어. 나는 부부끼리 크리스마스 선물 전해주고 이러는 건지 몰랐어. 나는 겨우 입을 벌려,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러자 정국이는 정말로 어이가 없다는 듯, 나도 결혼 처음이야! 하며 서운한 티를 마구마구 냈다. 그리고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제 몸을 둥글게 말았다. 평평한 이불 중간이 볼록 솟아올랐다. ... 없는 선물도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든.
"장, 장난이지! 누나도 있어! 대신 이따가 줄 거야. 비밀이야. 비밀."
그래서 급한 대로, 선의의 거짓말을 좀 했다. 아이가 한눈을 판 사이에 어디 집 앞 마트라도 다녀와야 할 판이었다. 정국이는 내 말에 이불 속에 들어가 있던 몸을 용수철처럼 일으키며, 그치? 그럴 줄 알았어! 하며 키득키득 웃었다.
"나는 누나가 당연히 내 선물 준비했을 줄 알았어!"
어떻게든 바깥에 나가야 했다. 아이를 재워서라도. 아니, 기절시켜서라도.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들뜬 아이를 애써 등지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나는 미처 타다만 코코아를 다시 휘저었다. 미처 우유와 섞이지 못하고 가라 앉아 있던 가루들이 다시 우유와 함께 섞이기 시작했다. 달큰한 냄새가 다시 코끝을 간질였다.
,,, 여기에 수면제를 넣어야 하나.
정국이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침대에 누워 곰곰이를 끌어안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징글벨, 징글벨, 종소리 울려~!
**
안녕하세요. 겨울입니다! 계속해서 제본 공지로만 찾아오는 게 죄송해서, 조각글 한 편과 함께 찾아왔어요. 이번 크리스마스 스페셜 편의 주인공은 뮤즈보이 아이들입니다! 아마 연말에는 완결난 작품들의 스페셜 편이 업로드 될 것 같아요! 로맨틱도 게으르지 않게 찾아올게요! 여주가 급하게 준비한 선물은 크리스마스 때, 업로드 되는 편으로 확인해주시면 돼요! 정국이가 왜 저렇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원하는 지도, 다음 편에서 확인해주세요! ^__^ (다음 편이 더 길겠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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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제본 입금을 마치신 분들도 들어가서 작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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