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19살, 내 남편 전정국
W. 달감
27
내가 누워있는 침대에 햇볕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었다.
기억나지 않는 기분좋은 꿈을 꾼 듯한 따듯함 안에서 깨어난 아침은 기분 좋았다.
내 옆에 전정국이 없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는 말이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정구가... 전화받아줘..."
울리는 전화소리가 듣기 싫어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전정국을 깨우기 위해 팔을 허우적거렸지만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전정국이 만져지지 않았다.
그제서야 나는 제대로 눈을 뜨고 이 방에 나 혼자 있다는 걸 깨달았다.
1분 전까지의 기분좋은 느낌은 어디가고 순식간에 불길한 느낌에 사로잡혀버렸다.
나는 전화를 받기 위해 손을 뻗었지만 전화는 끊겨버렸다.
[부재중 전화 20통]
우리 회사 실장님부터 지민이, 학교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전화가 와있었다.
누구한테 먼저 전화를 걸어봐야할지 손가락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을 때
테이블에 붙어있는 쪽지가 눈에 들어왔다.
전화 끄고 아무것도 하지말고 나 기다려.
금방 다녀올게
못난 글씨로 급하게 끄적여진 글씨 몇글자가 그 무엇보다 날 안심시켰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확실한 단 하나는 내가 1순위로 믿어야하는 사람이 전정국,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쪽지대로 휴대폰을 끄고 기지개를 한 번 쫘악 피었다.
순식간에 다급해진 공기 속에서도 내 마음은 이상할만큼 침착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 옆엔 전정국이 있을거니깐.
---
씻은 뒤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옷도 갈아입었다.
휴대폰을 꺼버린 탓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고,
'아무것도 하지말고' 라고 적힌 글씨 때문에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소파에 앉아서 멍때리다가 내가 언제부터 전정국 말을 이렇게 잘따랐었는지 우스운 마음에 피식 미소지었다.
어렸을 때는 괜히 자존심 때문에 전정국 말에 무조건 반대로 하다가 내가 사고를 치고 그러면 또 전정국이 수습하고
그랬던 시절도 있었는데 나도 전정국도 그 때보다는 많이 자란 듯 하다.
벌컥-
뛰어온건지 숨을 가쁘게 쉬면서 문을 열고 날 바라보는 전정국이 눈에 들어왔다.
"금방 온다면서? 이게 금방이야? 죽고싶어?"
"지랄"
입으로는 괜히 나쁜 말을 뱉으면서도 눈으로는 한껏 날 걱정하고 있는 전정국에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 걱정했어?"
"지랄"
"너 어릴 때도 나 걱정되면 괜히 뻘쭘해서 욕하고 그랬잖아. 아직도 그러네. 너무 티난다"
"쌩쌩한 거 보니깐 아직 아무것도 안봤나보네"
전정국은 내가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외투를 벗고 내 옆자리에 앉았다.
"정말 아무것도 안봤지?"
"응"
"그니깐..."
전정국은 뭐부터 말해야할지, 어떻게 말해야할지 꽤나 고민하는 듯한 눈치였다.
툴툴대는 척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내가 상처받지 않을 지 머리를 계속 굴리는 전정국.
그 덕분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빨리 안정을 찾았던 나.
"전정국 나 너 이런 모습 잘 알아."
"뭐가?"
"내가 제일 아끼는 토끼인형이 없어졌을 때
너희 어머니가 내 생일파티 취소해버렸을 때
우리 엄마 처음 정신병원 입원했을 때
전부 이렇게 한참 고민하다가 너가 나한테 전해줬잖아."
"..."
"나는 너가 전해주니깐 괜찮아.
그니깐 이제 안심하고 나한테 말해줘"
내 말에 전정국은 잠시 벙진 표정을 짓다가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많이 컸네"
전정국은 손을 올려 내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고 나 또한 살짝 미소지었다.
이내 내 머리에 있던 손이 전정국의 휴대폰으로 향했고 포털사이트 실검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1위. 탄탄그룹 김탄소
나는 포털사이트 실검 1위가 내 이름인 걸 보고 순간 잘못본 줄 알고 눈을 비볐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것은 잘못본 것이 아니었고
이내 2위가 'JK그룹 전정국' 인것을 확인하고 나는 더욱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이게?"
"우리 신상이랑 사진 인터넷에 퍼졌어."
몇 번의 클릭을 하자 우리 둘의 졸업사진이나 일상사진 등이 기사, 블로그, 카페 어디든 쫙 퍼져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중 하나라고 불리는 두 기업의 자녀의 결혼은 큰 이슈거리였다.
기업에서는 본인들의 의지라고 주장했지만 누가봐도 정략결혼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21세기 우리나라 최고기업의 19살 소년소녀의 정략결혼.
혼인신고를 한 뒤 우리의 결혼은 더 큰 화제가 되었었고, 사람들은 우리를 궁금해했다.
하지만 우리의 집안에서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을 위해서 우리의 신상정보를 아주 열심히 막았었고,
그 덕분에 일반고등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생활을 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게 모두 무너져버렸다니.
"어떻게 된건데?"
"나도 지금 회사가서 이것저것 대충 듣고 왔는데,
아직 정확한 이유는 계속 파악하고 있지만,
경쟁사나, 회사일이나, 정치적인 이유나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도저히 회사에서도 막을 수가 없었대."
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보이자 전정국이 내 손을 꽉 잡았다.
그 손의 따듯한 온기가 내 마음까지 전달되는 듯 느껴졌다.
"그럼 우리 이제 연예인처럼 밖에 돌아다니지도 못하는거야?"
"그정돈 아니야"
"하하 그래?"
"근데 이제 학교는 못갈 것같아."
학교라는 말에 내 얼굴이 어두워졌고, 그것을 알아챈 전정국은 내 손을 더 꽉 잡았다.
"졸업식도?"
"아마도."
부자들의 자식들이 가득한 사립중학교에서 사립고등학교가 아닌 일반고등학교로 진학하고 싶다고 먼저 의견을 낸 건 나였다.
사립중학교에서 진정한 친구란 전정국 외에 세네명 뿐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친구를 친구가 아닌 인맥으로, 공부가 아닌 명품을 과시하며 기싸움하기에 바빴다.
거기다 이미 그쪽 사회에는 나와 전정국의 정략결혼이 잘알려져서 나를 약혼녀. 정혼녀로 보며 수근대는 아이들도 많았다.
나는 애초에 명품, 명예, 돈. 그런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 환경에서 빠져나오고 싶었고
전정국은 그런 나를 존중해주고 나와 함께 일반고등학교로 와주었다.
그래도 3년동안 친구들도 많이 만들고 추억도 많이 쌓인 학교라서 졸업식도 가고,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그건 욕심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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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인것치고는 못생김'
'남자가 아까운듯?'
'이쁘긴 한데 딱봐도 싹 갈아엎음. 돈이 그렇게 많은데 안고쳤을리가 없지.'
'정략결혼이라니 불쌍하다'
'부자면 뭐함 ㅠㅠ 원하는 사람이랑 결혼도 못하는데ㅠㅠ 애잔 ㅠㅠ'
식탁에 앉아 밥을 떠먹으며 나에 대한 악플을 읽어보고 있는데
맞은 편에 앉은 전정국이 휴대폰을 뺐어갔다.
"보지마. 뭐 이딴 걸 읽고 있어?"
"정국아. 너는 나랑 정략결혼해서 불행해?"
내 말에 전정국이 날 빤히 바라보았다.
저 예쁜 눈망울이 내 눈동자에 들어오자 심장이 괜히 또 두근거렸다.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전정국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니, 감사해."
사람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정해진 사람과 결혼했다는 생각에 우리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정국의 '감사해' 라는 한 마디만으로 이렇게 마음이 따듯해지는 내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고 하던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마.
너가 믿어야하는 건 딱 내 말 뿐이야. 알았어?"
"응!"
나 또한 전정국과 정략결혼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내 편, 나의 남편 전정국.
나는 정략결혼이 아니었어도 전정국과 결혼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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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감씨
늦어서 미안해요ㅠㅠ
몸도 많이 안좋았고, 글을 앞으로 어떤 뱡향으로 끌어나갈지 고민하다보니 늦어버렸어요ㅠㅠ
그리고 오늘 글이 죠금 짧은 것 같기도...........
대신 다음 글은 더 빨리 올게요♥
독자님들께 항상 너무 감사한데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글을 써드리는 것밖에 없네요ㅠㅠ
그만큼 더 열심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정주행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욧!!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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