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간다~ "
" 오키.내일 봐 ! "
" 낼 봐~"
예쓰 ! 드디어 우현과 명수,동우가 갈라섰다. 대화내용을 대충 들어보니 우현은 집에 가는 듯 했고 명수는 정류장에 동우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하는 듯 했다.
택시가 익숙한 희망병원에 멈춰서고 호원이 기둥뒤에 숨어있다가 동우가 기둥앞을 지나갈때쯤 홱 나타났다.
" 우악!!!!!!! "
" 아!!!!! "
동우가 발작을 일으키듯 몸을 들썩거리더니 주먹을 휘둘렀다.
뻑!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고 호원이 턱과 입술을 감싸쥐며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바닥에 쓰러져 입술을 감싼 호원이 인상을 쓰며 신음을 흘렸다.
" 아,어,어떡해.죄송합니다! 아,근데 그렇게 갑자기 나타나시면...괘,괜찮으세요 ? 좀 세게 맞았던데..."
" 아,아으..."
눈물이 핑 돈다.
호원이 입술에서 손을 떼자 검붉은 피가 한가득 묻어나온다. ' 헐!!!자,잠시만요.'동우가 경악하며 가방에서 서둘러 똥 쌀때 쓰려고 모아놨던 휴지를 꺼냈다. 그리고 호원에게 건네주려는데 방금까지 나왔던 피가 온데간데없이 깨끗해졌다.
" ...어..? "
" 아,쓰읍...됐고 너 나 알지. "
" 넹 ? 제가 어떻게...아! "
검은 옷을 위아래로 훑어보던 동우가 어제 공원에서 만났던 남자가 떠올랐다. 넘어진 민이와 함께 있던 남자.
" 아 ! 네 ! 기억나요! "
" 너 내 명부...아니 내 공책봤어,못 봤어. "
" 공책이요 ? 아 ! 네 ! 저한테 있어요.잠시만요 "
아,역시 내 예감은 정확해. 호원이 어서 내놓으라는듯이 손을 내밀었고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멘 동우가 지퍼를 열더니 온갖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차있는 가방안을 뒤지기시작했다. 이상한 뽁뽁이도 나오고 식목일 지난지가 언젠데 모종삽도 나오고 견인딱지도 나온다.흠...인상을 찌푸리며 가방을 한참 뒤졌을까.동우가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가방을 고쳐멨다.
" 깜빡하고 집에 있는 책상에 놓고 와버렸어요.허허."
" 뭐 ? "
" 저는 내일도 병원에 오거든요 ? 제가 내일 꼭 가져다드릴께요."
" 미안하지만 안돼. 그게 어떤 공책인데...지금 당장 집가서 가져와."
" 예 ? 지금 당장이요 ? 여기서 집까지 정류장 몇 개를 거쳐가야하는데... "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인 동우가 내일 꼭 갖다드리겠다는 말과 함께 꾸벅 인사를 한 뒤 호원이를 지나쳐 병원으로 들어가려는 순간,호원이 동우의 가방끈을 홱 잡아당겼다.
" 으억! "
" 어딜가."
" 왜,왜 이러세요. "
" 애야.진짜 그 공책이 나한텐 매우 중요한 거거든 ? 니가 그렇게 대충 생각할만한게 아니야."
" 아,알았으니깐 이것 좀 놔줘요!! "
호원이 가방끈을 놓자 동우가 파드득거리며 가방을 다시 제대로 고쳐멨다.
" 그럼 기다려요. "
" 기다리라고 ? "
" 네. 우리 할아버지가 지금 아프시거든요. 할아버지는 제가 있어야 얼른 일어나실꺼란 말이에요.암튼 난 밤에 집으로 가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요."
" 밤까지 너를 ? 내가 그렇게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냐 ? "
" 흠...한가한 사람같지는 아닌데요...옷입은거 보니깐 제정신으로는... "
한여름에 온통 검은색 옷이라니. 햇빛에 욕심이 있나 ?
" 형한테 그 꼬부랑글씨가 그려진 공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
" 형 ? "
" 그럼 아저씨에요 ? "
" 뭐 ? 아저씨 ? "
" 그럼...설마...아줌마 ? 아무튼 나한테는 할아버지가 더 중요해요. 안 갖다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일 갖다준다니깐은..."
" 야,내가 그게 지금 당장 급하다고.그게 없으면..."
" 그러니까 그 공책이 그렇게 중요하면 기다려요.오늘안에 집가니깐 가서 줄께요.오케이 ? "
" 후우... "
이거 사실대로 말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런 푸릇푸릇한 고딩에게 폭력을 쓸 수도 없고...그래도 일단 명부를 찾았으니 다행이다. 호원이 설렁설렁 고개를 끄덕이자 동우가 어깨를 으쓱하며 병원안으로 후다닥 달려들어갔다.
" 아,무서워.오줌지릴뻔했넹.그 공책이 뭐길래..."
엘리베이터 올라탄 동우가 3층 버튼을 꾸욱 눌렀고 호원은 1층 로비에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층수만 보더니 한숨을 쉬며 옥상으로 향했다.
*
" 고모...어떻게 된거에요 ? "
동우가 중환자실에 들어서며 물었다.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일반 병실이었다.
" 고삼이고 피곤할텐데 바로 집으로 가지."
" 아뇨,전 괜찮아요..근데 왜..."
가방을 창가에 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할아버지의 주변에 붙은 기계도 더 늘어났다.수술은 했는데 결과가 확실치않아서 오늘 점심에 중환자실로 옮겼어.고모가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고 동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오늘은 고모밖에 안 계신다.동우네 부모님은 빠듯한 병원비 때문에 아직 직장에서 일하시고 계신 게 분명했다. 낯선 환경에 두리번거리던 동우가 한숨을 쉬며 쭈글쭈글한 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 고모. 지금 할아버지 주무시는 거 맞죠. "
" ...그래,주무시고 계셔. "
" 어제부터 계속 주무시기만 하네요."
"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신 상태에서 수술을 하셨으니깐... "
" 언제쯤 깨어나신데요 ? "
" 휴우...의사말로는 지켜봐야안다고 하던데...모르겠다,정말. "
휴지를 뽑은 동우의 고모가 그렁그렁거리는 눈물을 훔쳐냈다. 쓴 침을 삼킨 동우가 중환자실을 살폈다. 여섯명이 같이 쓰던 일반 병실과는 다르게 같은 사이즈의 병실인데도 세 명만 쓰고 있다. 나머지 두 명도 할아버지처럼 많은 기계를 온 몸에 붙히고 있었다. 그래도 일반 병실은 나름 따뜻하고 환자 지인들끼리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라도 했었는데 중환자실은 슬픈 침묵과 삐삐거리는 차가운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모든게 불편하고 어색하다.
*
" 아,배고파... "
" 오.김멍청이왔네."
" 보자마자 시비냐... 엄마는 ? "
" 아까 나가시던데."
" 또 일 갔네...목말라죽을 것 같아.콜라,콜라."
버스를 놓쳐 한 정류장을 걸어온 명수가 땀에 젖은 와이셔츠를 펄럭이며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크흡~ 목이 타들어갈 것 같지만 시원한 기분은 끝내주게 짜릿하다.
" 어째 오늘은 안 어지르고 잘 있었네 ? "
" 이제 가지고 놀 것도 없어. 근데 내가 너네집개냐 ? 잊지마. 나 천사라구,천사. "
" 예~그럼 위대하신 천사님께서 이건 다 먹어치우셨나 ? "
분명 듬뿍 남아있었던 닭볶음탕이 닭뼈만 동동 굴러다니고 있다. 성열이 민망한 듯 볼을 긁적거리며 소파에 몸을 뒹굴거렸다.
" 성열아. 너 이렇게 먹으면 어디로 가냐 ? 너네들도 똥 싸 ? "
" 더러워.그런건 인간들이나 싸재끼는 거지... 우린 그냥 먹으면 알아서 사라져. 살도 안 찌고 너네들처럼 비만걱정할 필요도 없지. "
" 와.그럼 밤에 이것 저것 막 먹고 자도 살 안 찌겠네 ? "
" 엉."
" 좋겠다."
" 천사가 그냥 천사겠어 ? "
" ...하긴.암튼 이 식충아. 아무리 그래도 이걸 다 먹냐...쯥... "
배고파서 밥 먹고 샤워하려고 했는데 모두 꽝이 되버렸다. 오랜만에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
손녀시대가 활짝 웃고있는 구웠네의 전단지를 집어든 명수가 전화기를 들어 익숙하게 주문을 마친 뒤 성열에게 물었다.
" 너 치킨이 뭔지 모르지 ? "
" 치킨 ? "
" 그래,치킨. 닭을 맛나게 튀긴거. 아마 한번 맛 보면 천상가서도 내내 생각날껄~ "
" 나 별로 생각없어. 닭은 실컷 먹었는데 뭘. "
" 웃기네.좀 있다 어떻게 되나 보자. 난 샤워한다~ "
명수가 낄낄 웃으며 화장실로 들어갔고 성열은 소파에 누워 입꼬리를 비죽거렸다. 진짜 별로 생각없는데...
*
" 우왕!!이거 진짜 대박 맛있어 !! 떡볶이보다 더 맛있어 !! "
" ...생각없다하지않았냐. "
" 우와!몰라몰라. "
성열이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닭다리를 잡아뜯었다.
" 야야야!!! 뼈는 먹는거 아니야 !!! 얼른 여기다가 퉤퉤해. "
" 아아~ 왠지 딱딱하더라. "
입안 가득 들어있던 뼈를 봉지에 뱉은 성열이 다른 치킨조각을 들고 입에 넣었다. 명수는 두 조각 먹다가 어느새 치킨 박스를 성열에게 밀어주고 신기한 눈으로 치킨을 흡입하는 성열이를 구경했다. 입가는 번들번들거리고 성열이가 입고있는 하얀옷에도 양념이 묻어있었다. 영락없는 거지다.
" 앗뜨뜨거! "
" 야.안 뺏어먹을께.천천히 좀 먹어라. "
" 이건 뭐야 ? "
성열이 절임무를 입에 넣더니 시큼한 맛에 인상을 찌푸린다.'시원하긴한데 시큼해.별루야.' 명수가 웃으며 성열의 컵에 콜라를 따랐다.
" 존나 애도 아닌데 왜 이렇게 묻히고 먹냐. 얼굴 대봐...에이,지지."
구웠네의 로고가 박힌 냅킨으로 성열의 얼굴 여기저기를 슥슥 문질러준 명수에 성열이 먹는데 방해하지말라며 으르렁거렸다. '돼지천사'라는 말에 성열이 식탁밑으로 명수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순식간에 치킨 한 마리가 없어졌고 성열이 손을 대충 휴지에 문질러닦았다. 그 모습을 보던 명수가 미간을 구겼다.
" 야,니가 유치원생이냐 ? 에휴...이거 천사를 데리고 사는 건지,꼬맹이를 데리고 사는 건지... "
성열을 화장실로 데려온 명수가 차근차근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 니가 우리집에서 사는 동안은 아무리 천사래도 인간처럼 지내,이제부턴. 근데 천상에서도 샤워같은 거 하나 ? "
" 응. 물로만.. "
" 하아..그럼 일단 차근차근 설명해줄께. 이게 비누야,비누. "
물을 틀고 대충 비누를 문질러 거품을 낸 명수가 '자,봤지 ? 이걸로 손을 닦아.'하며 시범을 보였다.
" 야,진짜 혹시나해서 말하는건데."
" 어."
" 이건 먹는 거 아니다 ? "
" 에이...응... "
성열이 아쉽다는 말투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명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
" 말 바꿀께. 여기 화장실 안에 있는 건 아~무것도 먹으면 안돼. 알았지. "
" 어어.알았다니깐. "
" 자, 손 닦아. "
명수에게 비누를 받아든 성열이 서툰 손으로 비누를 만지작거려 거품을 만들었다.
" 오,이거 신기하네. 미끌미끌거리고 냄새도 좋다."
천상에서 물로만 할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깨끗하게 물로 헹군 성열에게 다음으로 세안제를 꺼낸 명수. 성열이의 피부엔 여드름 하나가 없었지만 지금은 얼굴여기저기에 치킨기름이 잔뜩 묻은 상태라 앞으로도 그렇고 알려줘야할 것 같았다.
" 이건 얼굴 닦는거야. 잘봐. "
이미 로션과 스킨까지 바른 상태지만 명수는 성열에게 보여줄 시범을 위해 다시 얼굴에 물을 적시고 세안제를 짜 얼굴을 슥슥 문지르고 찬물로 어푸어푸 마무리했다.
" 오케이 ? "
" 야,나 무시하냐 ? 천상에서도 세수는 하거든 ? 이게 천사를 뭘로 보고...나도 할 수 있어.줘봐. "
얼굴을 푸드덕푸드덕 적신 성열이 세안제를 손바닥에 쭈욱 짰다. 너무 많다. 저거 비싼거라 아끼고 아끼며 잠자리 눈동자만큼 짜서 쓴건데...
" 야,적당히 짜."
" 어푸푸. "
명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세수까지 마친 성열이 수건에 얼굴을 툭툭 두드렸다. 이렇게 보니까 피부 진짜 뽀얗다. 약간 구릿빛인 자신과는 다르게 진짜 우유빛깔이다.
화장실에서 나온 명수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츄리닝과 반팔티를 가져와 성열에게 건넸다.
" 너 그 옷 빨자. 여기저기 기름칠에,양념칠에..."
" 에이,괜찮아. "
" 아니. 그러고 다니면 오해받아... "
안 그래도 모자라보이는데 옷까지 그 모양이면...
뒷 말은 삼킨 명수가 '속옷도 필요한가 ?'하며 묻자 '상관마'하며 얼굴을 붉힌 성열이 옷을 받아들고 화장실로 다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 흠...대충 맞네. 나보다 조금 키커서 어쩌나 했더니. 그 옷은 이리줘. "
" 이거 어쩌게 ? "
" 빨아야지. "
" 뭐 ? 이거를 ? 이거 잘 못 되면 천상으로 돌아갈 때 벌거벗고 올라가야해."
" 아오,누가 그거 불태운댔냐 ? 빨아준다고. "
" ...불안한데..."
" 나만 믿어. "
성열에게서 옷을 홱 가져온 명수가 세탁기안에 옷을 퐁 집어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것이 재앙의 시초였다.
*
표지여신들 ♡ 사랑해여
다음편이
야동의
알콩달콩 저녁시간이 나올 타이밍.
댓글 많이달아주시면
달달해집니다잉~♥
그리고 원래 에그몽이 20편 내외로 예상했으나
더 늘어나게됐네요!!
몇편 완결인지는 모르겠지만 30~40편 정도 ? 아니면 더 ?
그리고 어떤 편은 짧고 어떤 편은 내용이 긴 이유는!
그 짜르는 타이밍이랄까 ?
미리 2편씩 써놓기 때문에
한편이 길어지면 다음편은 그만큼 짧아져요!
그러니까 짧게 나왔을때는
내일을 기대해주세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