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으... "
자고 일어나니깐 머리가 더 아프다. 열은 좀 가라앉았지만 몸은 물에 젖은 솜마냥 무겁고 머리는 딱따구리가 쪼는 듯이 지끈거렸다.
상체를 일으키자 바닥에 앉아 침대에 팔을 얹고 자고 있는 성규가 보인다.
이불에 떨어진 수건에 아직 물기가 있는 걸 보니 우현이 잠만 자는 동안 계속 수건을 갈아준 것 같았다.
" 아...죽겠다... "
우현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렸다. 얼굴이 까칠까칠하다.
한숨을 내쉰 우현이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성규의 얼굴을 쳐다봤다. 아침부터 세수도 못하고 잠만 잔 자신과는 달리 얼굴이 뽀얗고 반짝반짝거리는 성규의 얼굴.
우현이 조심히 손을 들어 성규의 볼에 손을 슥 대봤다.
" 오... "
대박 부드럽다.
그리고 말랑말랑거린다. 우현이 좀 더 몸을 기울이고 성규의 얼굴을 살폈다. 얼굴 여기저기에 귀여움이 가득 묻어있다.
눈썹도 귀엽고 눈도 귀엽고 코도 귀엽고 입술...아,입술...
가슴이 또 두근거린다. 한 번보고 두 번봐도 자꾸만 보고싶네.손이가요 손이가 성규에게 손이가요.
" 야...자,자냐 ? "
" ...음..."
성규가 볼을 긁적거리고 숨을 색색 내쉬었다. 자는 게 맞겠지 ? 우현이 손을 들어 성규의 눈앞에 휘저으며 다시 확인을 했다.
그리고 고양이처럼 몰래 다가가 성규의 볼에 쪽 뽀뽀를 했다. 으억. 죽을 것 같다. 사타구니가 저릿저릿하고 입술도 파르르르 떨린다.
아픈 것도 까먹게 된다. 우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좀 더 욕심을 내보기로했다.
" ...... "
우현이 저번처럼 조심스럽게 성규의 입술로 다가갔고 곧 입술이 꾸욱 닿았다. 아,좋다. 지금 이 순간은 호모고 나발이고 그냥 좋기만하다.
입술이 닿은지 좀 길어진다싶었을때 입술을 부빈채로 우현이 살며시 눈을 떴고 동그랗게 눈을 끄고 있는 성규와 딱 마주쳤다.
아,좆됐다.
*
" 아,제발 받아라...제발... "
명수가 고깃집 알바를 하다말고 잠시 밖으로 나와 휴대폰을 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오늘은 알바를 하고 늦는 날인데 깜빡하고 성열에게 말하지않은채 나와버렸다.
[ 여보세요 ? ]
" ...엄마 ? "
세상에나.
설상가상으로 엄마까지 집에 와있다.
" 헐... "
[ 여보세요 ? 명수니 ? 이 시간에 어딘데 집에도 안 들어와 있어 ? ]
" 어 ? 어...엄마...집이야 ? "
[ 그럼 . 당연히 집전화받았는데 집이지. ]
" 엄마. 사실 성열이는 내가 미리 말하려고 했는데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
[ 성열이 ? ]
" 집에 있는 애말이야. "
[ 얘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엄마 방금 왔는데 집에 아무도 없던데 ? ]
" ...뭐라고 ? "
[ 집에 아무도 없었다구. 암튼 엄마가 저녁해주려고 장봐왔으니깐 그만 놀고 얼른 집들어와.알았지 ? ]
" 으..응.."
전화를 끊은 명수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분명 아침까지 있던 애가 어딜간거지. 혹시 내가 너무 뭐라해서 딴데로 떠났나 ? 근데 분명 그 놈이 우리집말고 갈데는 없을텐데...더군다나 천사란 존재로는 더더욱...
설마 기다리다지쳐서 밖으로 나온건가 ? 아니지. 도어락 여는 걸 모를텐데...아,천사니깐 베란다로 그냥 뛰어내렸나.
이것저것 생각하던 명수가 갑자기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어버리고 아무거나 줏어먹고 있는 성열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 아,존나 더럽게 신경쓰이네. "
맨날 성열이에게 쫓아버린다고 말은 했지만 막상 집을 나가버린 성열이 엄청나게 신경쓰이는 명수였다 .
" 명수야, 사장님이 얼른 들어오래. 서빙밀렸어. "
" 아,네. "
같이 일하는 알바누나가 명수를 불렀고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은 명수가 서둘러 가게안으로 들어갔다. 여기저기서 주문하는 테이블을 돌아다니던 명수가 갑자기 인상을 쓰며 앞치마를 벗어 알바누나에게 건넨 뒤 교복마이와 가방을 챙겨 고깃집을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불안해죽을 것 같다.
*
" ...... "
" ...... "
성규와 눈이 마주친 우현은 얼른 입술을 뗐어야했지만 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려 눈이 마주친 채 한동안 입술만 맞대고 있었다. 그리고 순간 성규가 눈을 꾸욱 감았다.
어쭈,이 녀석 봐라.눈을 꾹 감고 가만히 있는 성규에 근거없는 자신감을 얻은 우현이 입술을 맞댄채 좀 더 다가가자 성규가 흠칫하며 눈에 힘을 더 주며 꼬옥 감는게보였다.
성규는 지금 자신이 왜 고개를 떼지않고 가만히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확실한 건 지금 이 느낌이 싫지는 않다는 거다.
하지만 우현의 손이 성규의 뒷목을 잡으며 뽀뽀에서 서서히 좀 더 농도 짙은 걸로 변해갈때쯤 성규가 먼저 고개를 홱 뗐다.
그리고 잔뜩 홍당무가 된 성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마 지금 자신의 얼굴은 굉장히 못 생겼을 거다. 굉장히 어색하고 뜨거운 정적이 흘렀다.
실수로 한 거라면 미안.하고 말하면 끝일텐데 이건 실수도 아니고 뽀뽀한 채로 몇 분간 있었으니깐 별다른 핑계거리가 없다.
우현이 한참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제 빼도박도 못하게 생겼다. 그냥 고백이라도 할까 ? 그렇다고 성규랑 사귈 수도 없을테고.
" 모,몸흔 허때 ? "
결국 성규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무렇지않게 말하려고 했지만 목소리는 바들바들 떨렸고 삑사리까지 나버렸다.
" 야...큼큼. "
목감기까지 걸렸나 ?
목상태가 말이 아니다. 몇 번 목을 가다듬은 우현이 말을 이었다.
" 니가 천상에서 온 천사고 난 인간인 거 잘 알거든. 근데... "
" ...그,근데 ? "
" 그러니까...내 말은... "
너,너를 좋아해.
우호악슈발오글오그로으고톡스꺄랴꺄랴랴꺌. 우현이 다음 말을 잇지못하고 이불을 만지작거렸다.
성규도 부끄부끄모드로 들어가며 우현과 눈을 마주치지못하고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사실 성규도 뽀뽀,키스,그리고 섹스의 개념은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행동. 그런데 그 중에 뽀뽀를 했다. 그것도 우현이랑.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우현이가 날 사랑하는건가 ?
성규의 가슴이 다시 세차게 울렸다. 고막 안 쪽에서 쿵쾅쿵쾅거리는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우현이가...사랑한다. 나를 ? 말도 안돼.
성규가 속으로 설마했지만 그게 아니면 왜 우현이 먼저 자신에게 뽀뽀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 내,내가 너를...조...좋...."
" 으..응 ? "
" 조...조..."
우현이 어버버거리는 도중에 갑자기 2층 창문이 소리없이 열리더니 다시 스르륵 닫혔다.
" 성규형!! "
" 아,씨발 깜짝이야!!! "
" 으악!! "
갑자기 성열이가 나타났다.
*
" 그러니깐 명수네 집에 있다가...심심해서 나왔는데 길을 잃어버렸다고 ? "
" 응. 형이 교신도 안 받았잖아 ! "
" 아,자고 있었어...아무튼 여긴 어떻게 알고 온거야 ? "
"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니깐 우연인지 인연인지 이 집이 딱 보이더라고!"
" 아... "
우연 ? 인연 ? 웃기고 자빠졌네. 악연이겠지.
아주 한가득 심술이 난 우현은 떫은 표정을 지으며 대화하고있는 두 명을 지켜봤다.
달달하고 쫀득거렸던 시간이 성열이 때문에 산산조각나버렸다. 성규도 그런 우현이의 기분을 아는지 여전히 두 볼이 발그레했다.
" 근데 쟨 왜 저래 ? "
성열이 뚱한 우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 아아..우현이 지금 아파. "
" 별로. 멀쩡해보이는데 ? "
빠득.
우현이 이를 갈았다.아오,밉상이다. 침대 구석에 쳐박힌 핸드폰을 꺼낸 우현이 명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 야,김명수. "
김명수라는 말에 성열이의 귀가 쫑긋거렸다.
[ 허억...어? 남우현? 너 괜찮냐 ? 허억..]
" 어.좀 나아졌음.근데 너 존나 야동보냐 ? 숨소리가 왜이래. "
[ 야,큰일났다.]
" 무슨 큰일."
[ 없어졌어.이성열이.지금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중인데 없어.어쩌냐. ]
" 미친놈.걔 지금 여기있다고.데려가. "
얼른 데리고 사라져버려. 우현이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웠다. 머리가 다시 아파온다. 물수건을 대충 이마에 얹은 우현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성규가 쪼르르 다가와 우현의 이마에 얹혀진 물수건을 들고 화장실로 가 찬물을 적신 뒤 우현의 이마에 올려줬다. 그리고는 우현에게 작게 속삭였고 우현이 피식 웃었다.
" 조금 이따 다시 얘기하자,우현아. "
*
- 아,어딨는거야.-
호원이 당황하며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아까까지만 해도 분명 손에 있던 명부가 쏙 사라져버렸다. 그게 어떤 명부인데...
잘하면 사관부에서 짤리고 지옥으로 떨어져 죽은 혼들을 끔찍하게 처벌하는 고행관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사자계급보단 높지만 호원이 제일 질색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보다도 일단 이틀안에 찾지못하면 죽을 혼들을 관리할 수가 없게된다.
즉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거나 영안실에서 벌떡 ! 일어나는 일이 생기는 거다. 아,상상만해도 끔찍하다.
- 생각생각생각생각생각생각...집중집중집중집중...후웁 ! -
호원이 공중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명상하듯이 곰곰히 자신이 오늘 다녔던 곳을 생각했다.
아침에 사관부 기숙사에서 나온 다음 인간세상에 내려와서 김순녀할머니랑 박영기할아버지 모셔간 다음에 다른 지역 사자와 잠깐 이야기하고 다시 돌아다니다가 ...
공원에 잠시...
- 공원 ?! 아,맞다 ! -
호원이 서둘러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살포시 바닥에 착지해 공원 이곳저곳을 뒤적거렸다.
쓰레기통도 뒤져보고 혹시 날다가 떨어트렸나싶어 나무사이도 뒤져보고 잔디밭도 엉금엉금기어가면서 확인해봤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혹시나 싶어 아깐 화장실도 들어가봤다. 호원이 망연자실하며 벤치에 털썩 앉았다. 난 이제 끝이야..이제 명예로운 사자상장도 반납하고 짤리게 생겼으니...
호원이 한숨을 쉬며 벤치에 옆으로 몸을 뉘었다. 잘 나가던 사자 한숨에 망하는 건 참 쉬운일인 것 같다. 그렇게 벤치에 누워 골똘히 생각하던 호원이 몸을 벌떡 일으켰다.
- 벤치!!! 꼬마아이!!! 아이스크림!!!!-
이 세가지를 떠올린 호원이 기뻐하다가 이내 다시 우울해졌다. 근데 그걸 어떻게 찾냐고...
게다가 그 꼬마아이를 돌보던 남자애가 내 명부를 가졌을지도 모르는 일이고...근데 분명 그 남자애의 얼굴이 익숙하다. 어디서 자주 본 얼굴인데...
- ..... -
벤치에 앉아있으니 바로 보이는 '희망병원'의 불빛. 잠시 생각하던 호원이 이내 씨익 웃으며 그 곳으로 날아갔다.
분명 그때 병실에서 자신의 몸을 뚫고 창문을 열었던 남자애.그 녀석이 분명했다.
*
" 야, 이성열 ! "
1층 계단부터 쿵쿵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땀을 뻘뻘 흘리며 우현이의 방문을 여는 명수.
침대에 누워있는 우현과 그 옆을 지키는 성규,그리고 책상에 앉아 우현이의 물건 이것저것을 뒤지는 성열이 모두 명수를 쳐다봤다.
" 길도 모르면서 왜 니 멋대로 나가 ! "
" 아오.귀따가워.시발,넌 친구 아픈 건 안 보이냐 ? "
" 아,미안. 아무튼 너 이성열 ! "
" 왜 성질이야.맨날 쫓아버린다고 할때는 언제고... 암튼 이제 집가자. "
성열이 실실 웃으며 포르르르 날라 명수에게 향했다.그러게. 내가 왜 성질이지 ? 명수가 잠시 생각하다가 성열의 머리에 딱밤을 놓으며 말했다.
" 암튼 되게 신경쓰여,너. "
" 아!아퍼 ! "
" 야,너네 둘 다 얼른 사라져라.너네들땜에 더 아픈 것 같아. 저리 꺼져버려. "
우현이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더니 인상을 팍 쓰며 말하자 그 기세에 쫄아버린 명수와 성열이 군말없이 방을 나섰다.
집밖으로 나온 명수와 성열. 명수가 한창 성열에게 꾸지람을 하고 있을때 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조수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간다. 우현이네 어머니다.
" 명수 오랜만이네~?"
" 아,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방금 우현이보고 오는 길인데..."
" 아휴,말도 마.쌩뚱맞게 7월달에 감기걸리는 애는 우현이밖에 없을거야...근데 옆에는 누구니 ? "
" 아,친구요.친구 ! 하하."
명수가 성열의 옆구리를 툭 치며 ' 얼른 인사해'라고 말하자 성열이 귀찮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 안녕~! "
성열이 한 손을 들어 아주머니에게 스윽 인사를 하자 명수가 기겁을 하며 서둘러 변명을 해댔다.
" 하하하..얘,얘가 미국에서 살다왔거든요.하...어,어...저...세,세바스찬! 한국 이즈 안녕 노.온리 세이 안녕하세요. 오케이 ? "
" 뭐야,갑자기 왜 이래. 얼른 가자. "
명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 성열이 차를 지나쳐 걸어가기시작했고 명수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있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한 뒤 후다닥 성열을 따라갔다.
" 야 !!! 너보다 윗사람한테 안녕~이 뭐야!! "
" 무슨 소리야.천상나이로는 내가 더 윗사람인데. "
" 그건 천상가서 울궈먹고 여긴 인간세상이라고. 제발 사고 좀 그만쳐라.아무튼 다음부터 어른보면 존댓말쓰고 예의있게 행동해.그러다가 너 어디서 후두려맞는다. "
" 아이,시끄러. "
성열이 귀를 후벼파며 인상을 쓰자 명수가 가슴을 쥐어뜯었다.이러다 홧병으로 죽는 건 아닌지모르겠다.
설마 이 새끼 천상으로 나 데려가려는 거 아니야 ? 홧병으로 죽게해서 ?
" 야.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
" 생각해보고."
" 죽는다. 지금 우리집에 우리 엄마가 와있어. "
" 그래서 ? "
" 그래서긴. 아직 엄마한테는 너가 우리집에서 지내는거 말 안 했단 말이야."
" 왜 말 안했어,멍청아 ? "
" 말하는데 끊지말고 집에 가면 넌 이제부터 나한테 옛날에 큰 도움을 준 동갑내기친구야."
" 내가 왜 너한테 도움을 준 동갑내기 친구야 ? "
" 아오,엄마가 너한테 넌 어디서 사는 누구니~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라고. 저기 달동네사는 이성열인데요.명수랑 제일 친한 친구에요~라고 대답해."
" 우웩."
" 말 좀 들어.그리고 천상에 너네 부모님이 계신지 모르겠는데 암튼 집에 들어가서는 넌 부모님 둘 다 일찍이 돌아가시고 혼자 사는 거야. 오케이 ? 한달동안만 그렇게 지내."
" 나 원래 부모없는데 ? "
성열이 아무렇지않게 대답하자 명수가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성열을 쳐다봤다.
" 천상사람들은 아무 기억이 없어. 부모님이라는 존재도. 나도 그렇고,성규형도 그렇고. "
" ....... "
명수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성열이 머리에 손을 얹자 성열이 '뭐야,저리 치워'하며 명수를 툭 쳐내곤 먼저 앞장서서걷기 시작한다.
자리에 멈춰선 채로 그 뒷모습을 측은하게 쳐다보던 명수가 중얼거렸다.
" ...그 쪽 아니야,병신아... "
*
명수도 가고 성열도 가고 다시 둘만 남은 성규와 우현. 차라리 성열이와 명수가 계속 있었다면 이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을래나 ?
침대에 계속 누워있자니 답답하고 몸을 일으키자니 성규와 눈이 마주칠까봐 걱정이다. 사실 걱정이랄 것도 없다. 자꾸 부끄러워서 그렇지.
성규도 마찬가지로 바닥에 앉아 침대 시트에 튀어나온 실밥만 만지작만지작거렸다.
" 야. "
" 으응 ?! 어..왜 ? "
" 그...어...그러니깐... "
이불을 꽉 쥔 우현이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을 이었다.
" 콜록...나랑... 그...그러니까..그....."
" ...... "
" 아오. 야,나랑 뽀뽀할때 기분 어땠냐 !? "
시원하게 내뱉었다.
아,근데 막상 내뱉고 보니깐 시공간이 오그라들고 뱃속에 오장육부마저 ' 아,주인새끼,시발롬.존나 오그라들게하네'라며 이리저리 쪼그라드는 기분이다.
우현의 질문에 성규가 홍당무가 된 얼굴을 숙이며 아무 말이 없자 대담해진 우현이 다시 물었다.
" 큼...막,기분이 더럽고...싫고...그랬어 ? "
" 아니,아니!! 더럽고 안 싫었어! 그러니까 그게.."
막 가슴도 콩캉콩캉거리구...이상하게 얼굴도 빨게지구...부끄럽구...그랬어...
성규가 띄엄띄엄 말을 뱉었다.
" 그럼 좀 쉽게 물어볼께. "
" 으응... "
아,홍당무가 된 자신의 얼굴을 우현이 못 보도록 몸을 숨겨버리고만 싶다.
" 싫고 나쁘진않았어 ? "
" ...응... "
" 그러면...좋았단 얘기네 ? "
그래,그게 정답이지.
하지만 성규는 우물쭈물했다. 분명 우현이의 말이 백퍼센트. 아니 천만퍼센트 확실했다.
입밖으로 '응'이라는 대답이 튀어나오지않는 건 아무래도 이런 감정이 처음이라 낯설고 어색해서인게 확실하다.
" 아,저...그러니깐... "
침대 시트에 매달린 실밥을 돌돌 말던 성규가 톡 소리나게 실밥을 끊어낸 뒤 작게 중얼거렸다.
" 응...사실 좋았어... "
성규가 대답을 마치자마자 현관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 엄마왔다~'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 준비됐어 ? "
" 나만 믿으라니깐. "
" 존나 널 어떻게 믿어..."
" 이씨!"
성열이 명수의 엉덩이를 퍽 걷어찼다. '안 아프지롱'하며 현관문을 열었고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 다녀왔습니다. "
" 어,아들 왔어 ? "
" 안녕하세요!! "
성열이 버럭 소리지르듯이 인사를 하고는 명수를 보고 씨익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잇힝.나 잘했지?' 명수가 그 속닥말을 듣고 아오,이 멍청아라고 대꾸해준뒤 신발을 벗고 들어갔다.
" 으응,반가워.. 아들,누구야 ? "
" 아,얘가 누구냐면. "
" 저는 저기~! ...저기...어디지...그...아!!저기 해동네사는 이성열이에요. 명수랑 제일 친한 친구~ 히히. "
내가 언제 해동네랬냐,달동네랬지.
" 해동네 ? 거긴 어디야 ? "
" 아,달동네말하려던거였나봐.그치,성열아 ? "
" 어어.맞다. 달동네."
" 친한 친구인데 달동네 개발로 집이 무너져버렸대,폭삭. 그래서 한달동안만 우리집에서 지내기로했어. 괜찮지,엄마 ? 어차피 엄마아빠 별로 집에 안 들어오잖아. "
" 어어...괜찮은데...한달지나면 어떻게 하려고 ? "
아,슈발. 거기까지 생각해놓질 않았다.
" 어...저...그건 좀 말하기 그렇구... "
" 아아...친구 부모님은 ? "
" 부모님은...저... "
명수가 머뭇거리자 성열이 먼저 나서서 ' 부모님은 안 계세요. 일찍이 돌아가셨거든요.'하고 대답한 뒤 이번에도 나 잘했지,하는 표정을 명수에게 지어보이자 명수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
이제는 성규도 나름 밥이란 걸 먹을 수 있게 됐다. 비록 처음에는 힘들고 느낌이 묘했지만 하다보니깐 나름 적응이 됐다.
다만 청국장이나 냄새가 강한 음식은 아직까지 몰래 인상을 찌푸리긴하지만.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는 우현의 아빠를 빼고 셋이서 먹는 저녁식사.
아주머니가 우현에게 물었다.
" 우현이 너 어째 하루만에 혈색이 좋아진 것 같다 ? 기운도 차린 것 같고 ? "
" 어 ? "
" 몸살감기는 원래 한 이틀동안 앓아눕거든. 성규가 병간호를 잘 해줘서 그런가 ? "
아주머니의 말에 성규가 부끄러운 듯이 웃으며 고개를 숙였고 우현은 그저 씨익 웃으며 밥을 퍽퍽 퍼먹기시작했다.
*
표지 감사드려요~♥
댓글 달아주셔야
저도 연재하면서 힘도 나고 응원도 되요.
댓글!몇 초 안걸리자나여~ㅠㅠㅎㅎㅎㅎ
신작알림 필수~
에그몽은 매일 8~10시사이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