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암호닉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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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병신아 13
(좀 많이 짧아요 ㅠㅠ ㅠ 죄송유 ㅠㅠ ㅠㅠ )
W.지코 코꾸녕
[샤이니-Aside]
누군가가 열어 놓고 간 카페의 창문 틈 사이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진리는 길게 늘어진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서 무료한 표정으로 핸드폰 시계를 봤다가, 이내 얼음이 동동 띄워진 커피를 스트로우로 휘휘 젓기 시작했다.
찬열을 기다린지 15분 째, 숙녀를 이렇게 기다리게 해도 될까. 상황이 바뀌어도 한참 바뀐 것 같았다. 짜증이 절로 솓구쳤지만 지금 자리를 떠봤자 손해를 보는건 진리 자신이었기 때문에 죄없는 쿠션만 꼭 쥐었다.
딸랑 딸랑, 청량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진리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돌렸다. 야! 멀대 같이 키만 큰게 좀처럼 자신을 찾지못하고 바보처럼 사방을 두리번 거리니 진리가 참지못하고 소릴 질렀다. 그제서야 알아체고 성큼성큼 걸어온 찬열이 새하얀치아를 자랑하며 웃었다.
오랜만이다? 뻔뻔스럽게 알바를 부르는 꼴하고는. 진리가 혀를 쯧차더니 파우치를 꺼내 입술위에 립글로즈를 덧발랐다.
"이렇게 아무때나 불러대면 남자친구가 질투 하는데."
"오픈된 공간에서 제발 호모인거 티내지 말아줄래?"
"그래서 용건이 뭔데?"
"정말 몰라서 묻는거니, 지금? "
아아-? 몰라. 내가 어떻게 알어. 능글능글하게 넘어가려는 찬열에 진리가 속이탔는지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긴머리카락을 목뒤로 획 넘기고서 알잖아!! 하고 빽소릴 질렀다. 그럼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꽂히는 바람에 차분하게 심호흡을 몇번하고 박찬열.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더러운 성질머리하고는. 빨대로 카페모카의 거품을 콕콕 찌르던 찬열이 인상을 구기고 있는 진리를 보고 클클 웃었다. 진리와 찬열은 유년시절때부터 잘알던 사이였다.
엄마친구의 딸이라는 이유로 몇번 소꿉장난도 한 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연락이 끊겼다가 중학교를 올라와서 우연히 같은 학교에 배정이 됬는데, 세살버릇 여든간다고 그 어린나이부터 남자들을 꼬시는게 불여시의 조짐이 보였었다.
그 시절 우연히 들킨 호모질에 자신을 보기만해도 게이새끼 지긋지긋하다며 폭언을 퍼부어붓던 진리가 애교가 뚝뚝 담긴 메세지를 보내와서 놀라기보단 무서웠다.
이번엔 또 무슨 부탁을 할까. 명품백? 돈? 무슨이유에서든지 자신이 빙빙 잘도 피해 갈 것임을 진리도 알고 있을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다른것 같았다. 뭔가 잔뜩 심통이 나있는것같은데 이상황이 너무...
"웃겨?"
재밌다. 빨대를 입에물고 고개를 끄덕이니 분홍빛 파우치가 찬열의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순간 날라온 물체에 찬열이 깜짝놀라 머리를 감싸고 눈을 크게 떠보이니 씩씩거리는 폼이 장난 아니었다.
짜증나, 표지훈 시발새끼. 장난칠 분위기가 아님을 알아챈 찬열이 억울한듯 잔뜩 일어난 입술을 잡아 뜯었다. 갑자기 표지훈이 여기서 왜나와?
"모르는척 하지마. 없는 정도 더 떨어지니까! "
"모르는척이 아니라 모르는 거 거든? 왜 괜히 히스테리야. "
"차였어!! 친구라고 하더니 아는게 없네 씨, 괜히 불렀어 진짜"
뭐? 너 언제 표지훈이랑 사귀었었냐? 빨대를 치우고 커피에 입을 가져다 대려던 찬열이 급하게 컵을 놓고 반문했다. 니 인중에 묻은 생크림부터 닦고말해 역겨우니까. 휴지한장이 팔랑이며 찬열의 앞에 놓아졌다.
악에 받쳐서 소리지르던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수그러든 진리의 행동에 찬열이 조심스럽게 휴지를 받아들었다.
"분명히 날 가지고 논거야. "
"그게다 니 업보야. 한짓이 있으니 돌아오는건 당연하지."
"아니, 절대 용납못해. 감히 최진리를 차? 코코몽같이 생긴 새끼가. 진짜 아오! "
무슨말을 하던 자신의 할말을 하기 바쁜진리가 잘 셋팅되어있던 머리를 마구 헝클였다. 그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찬열이 테이블에 머릴 밖고있는 진리의 머리에 둥글게 말린 휴지를 툭 던졌다. 끅끅 하는소리와 함께 등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이걸 최진리 어장속에서 헤엄치고있는 물고기들이 봐야 될텐데 말이야. 찬열의 볼멘소리에 몸을 들썩이며 통곡을 하던 진리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계획된듯 별안간 우지호에 대해서 묻던 표지훈, 전혀 자신을 사랑스럽다는듯이 보지 않았던 표지훈, 성의없는 카톡을 보내던 표지훈!!
의심스러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으이씨 진리의 입모양이 우스꽝스럽게 내려갔다. 찬열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꾹참고 자신을 노려보는 진리의 시선을 피해 몰래 몰래 웃었다.
마스카라와 아이라인이 흉물스럽게 번져있는상태를 당장이라도거울을 들이밀어서 보여주고 싶었다. ...끼리끼리 논다더니..그새끼도 게이아냐? 진리의 말에 뜨끔한 찬열이 정색을 하고 무슨소리냐 되물었다.
"게이가 아니고서야 날 찰 수는 없어, 안그래?"
"게이가 무슨 사방에 다 깔려있는 줄 알어?"
"니가 그짓거릴 하고 다니니까 이세상 남자들이 다그렇게 보이는걸 어떡하란거야, 표지훈이랑 우지호랑 무슨관계야?"
"표지훈이 일방적으로 좋아할껄, 그러니까 치..친구로서 말이야. "
그으래? 친구로써?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찬열에 진리가 어금니를 으득으득 갈았다. 복수할꺼야..표지훈..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
밝은 빛이 얇은 눈꺼풀을 비집고 들어와 지호가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은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까 전부터 깨어있었지만 옆에서 곤히 자고있는 지훈에게 방해가 될까봐 낑낑거리며 숨을 죽이며 앓았다.
그러다 간신히 몇분 눈을 붙인다 했더니 지훈이 커튼을 젖히는 바람에 정신이 몽롱해진 상태였다. 지호가 이상한 옹알이를 하더니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렸다. 오늘은 그냥 폭신한 이불속에 파묻혀서 자고싶었다. 그냥..그냥..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천근만근같은 몸도 같이 무거워졌다. 추욱 늘어진 지호를 보던 지훈이 낮게 웃었다. 으으 내가 우지호와 같이 아침을 맞이하다니. 눈을 감고 특유의 찡그리는듯한 표정을 지은 지훈이 지호의 옆자리에 파고들었다.
자신을 향해 모로누워 어둡게 그늘진 지호의 양볼을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학교 가야되는데, 안 일어날꺼야? 붕어처럼 뻐끔거리는 입술에 쪽하고 입을 맞췄더니 지호가 기분 나쁘다는듯 콧잔등을 씰룩이며 반대쪽으로 돌아누웠다.
"헐, 충격이야."
이불속에서 빠져나와 입술을 삐죽 내민 지훈이었다. 그래도 웃음기는 지워지지 않는다. 말끔하게 손질해놓은 머리가 뒤로 뻗쳐져 대충 손으로 쓸었다. 이번엔 자리를 바꿔 지호가 돌아누운 쪽에 탁자를 두고 앉았다.
제일먼저 이불을 걷고 흔들어 깨우려고 했건만, 새우처럼 몸을 말고 있는 귀여운자세에 그만 실실 거렸다. 한참을 구경하고 있는데 이번엔 천장을 보고 대자로 누워버리는 지호. 이불이 어디가있나 손을 휘적이는걸 보고 웃겨서 이불을 멀리 치워버렸다. 한쪽눈을 슬쩍 뜨더니 딱 마주치니까 안뜬척 눈을 감아버린다. 여우같긴..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힘을주어 일으켰더니 으윽! 하고 신음을 흘리길래 깜짝 놀란 지훈이 그상태로 지호를 안아버렸다. 허리아파? 지호가 지훈의 어깨에 볼을 기대고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헐렁한 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말랑하고 보들보들한 허리를 살살 쓸어주니까 지훈의 목에 두른 손을 더 꽉 조이는 지호였다.
움직이면..아파.. 솔직히 이렇게 까지 투정을 부릴만큼 아픈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을 아기다루듯 어르는 지훈을 보니 더 칭얼거리고 안기고 기대고 싶어졌다. 아프지않게 허리를 주물러주는 지훈의 손길에 나른하게 또 잠이 쏟아졌다.
"씻어야지, 이제. "
"응.. 음.."
"자? "
이렇게 불편한 자세에서도 잠이오나.. 지훈의 어깨에 기대 일정하게 숨소리를 내고있는 지호는 대답이 없었다. 지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어떻게 깨울까 생각하던 지훈이 그대로 지호를 안아올렸다.
힘없이 그대로 자신에게 안겨오는 지호에게서 섬유유연제냄새가 훅끼쳐왔다. 아무리 자신보다 체구가 작고 여리다고해도 엇비슷한 키와 다부진 뼈대를 가진 지호였다. 거의 끌다싶이 해서 앉힌 식탁에서도 꾸벅꾸벅 졸고있다.
지훈은 지호의 앞에 앉아 바삭하게 구워진 토스트위에 사과잼을 적당히 발라 살짝 벌어진 입술사이에 들이밀었다. 달콤한 향내에 지호는 눈은 여전히 감은체 강아지처럼 코를 킁킁 거리며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었다.
축 가라앉은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려 오물거리는 입술이 마치 어미새의 먹이를 받아먹는 아기새를 보는듯 했다. 안씻었는데.. 내용물이 뻑뻑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자 지호가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듣는둥 마는둥 먹고 씻음 되지. 말투는 툭툭 내밷은게 성의가 없는데 우유를 따라 지호의 손에 직접 쥐어주는 손길은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했다. 지호가 고소한 우유를 한입가득 머금었다.
빵빵하던 볼이 순식간에 홀쭉해졌다. 꽉 막힌 속이 뻥뚫리는 느낌에 지호는 그제서야 잠이 깼는지 활짝 웃었다. 하얀색 액체가 인중에 묻었으리라고는 꿈에도 몰랐을 거다. 덜익은 계란 후라이의 노른자를 날카로운 포크의 끝으로 꾹 누르자 탁 하고 터졌다.
욕실로 들어서 거울을 봤는지 작게 비명을 지르는 지호의 소리를 듣자 그릇에 느릿하게 흐르는 노른자처럼 지훈의 입에서 쉴세 없이 웃음이 흘러나왔다.
"왜 안알려 준거야! "
욕실문틈에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잔뜩 울상을 짓고 있는 지호를 본체 만체하고 남은 빵조각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빵이 목에 걸려 죽으면 어떻게 라는 생각까지 들정도로 너무 웃겨서 배가 아렸다.
여태껏 경험한 아침중에 최고로 유쾌한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던 차가운 이 공간에 우지호가 반쯤 체워진것 같아서, 그래서.
앞으로 더 연재 하는 텀이 길어질수도 있어여 ㅠ ㅠ |
일주일에 한번이 될수도 있고 이렇게 분량이 똥일수도ㅠ ㅠ ㅠ ㅠ ㅠ 죄송해요 ㅠㅠ 개인적인 사정이 흡... 죄송합니다 사랑하는 독자님들 ㅠ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