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방탄소년단
W. 백소
- 6 -
" 민윤… "
" 그러게 왜 버티고 있어? "
" … "
" 동생들이 잘해주니까 마음이 들떴었나 봐? "
" …하지… 마… "
" 하지 말긴 뭘. "
그녀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비소를 지으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윤기. 그런 윤기의 손길에 움찔 몸을 떠는 그녀였다.
" 왜, 왜 그래요… 윤기씨 이러지 않았잖아요… "
" 누가 그래, 내가 이러지 않았다고. "
" 이러지 마요… 제발요… "
" 그러게 뭐랬어? 나가라고 했지. 겁 없이 계속 들어온 건 너면서 이제 와선… 이러지 마세요? "
" 윤기씨… 제발 이러지… "
"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줘야 나갈까. "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천천히 그녀의 쇄골 쪽으로 몸을 숙이는 윤기.
그런 윤기의 손을 떼려고 하지만 오히려 역으로 그의 손에 잡혀 제지당하는 그녀였다.
" 왜 이래? 애초부터 이걸 목적으로 들어온 거 아니야? "
" 아니, 아니에요… 아니에요… "
" 하긴 아니겠지. 강제가 목적이 되어서 들어온 게 아닐 테니. "
" 윤기씨… 민윤기… "
" 걱정 마. 아픈 건 잠시뿐이야.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되면 꿈은 끝나있을 거야. "
거부하는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은 채 눈을 살짝 내리깔며 그녀의 쇄골에 입을 맞추는 윤기.
동시에 온몸을 소스라치게 놀라며 겨우 그를 힘으로 밀어내게 되었다.
그녀의 손길에 밀려난 윤기는 살짝 당황해 보였지만, 이내 그녀를 보며 피식 웃었다.
" 어떤 걸 원하기에 이렇게 격렬히 거부하나. "
" 민윤기… 제발, 불 켜… "
" 뭘 원하는지 대충 알았으니까 이제 걱정 마. 편히 즐기게 해줄게. "
" 하지 마,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이러는 거야!! "
그녀의 외침에 우뚝 멈추는 윤기. 간절함이 가득 담겨있는 그녀의 외침에 윤기는 어째서인지 다음 진도로 나갈 수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의 한쪽을 쳐버렸다.
그러자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워왔고 동시에 침대 위에 온몸을 웅크려앉아 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의 어릴 적이 떠올랐고 그 회상에 윤기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귀를 감싸 안은 채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윤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그녀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녀의 지금 모습은 마치 호석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자신에게 오는 여자들을 두려워하던 호석. 지금 이 모습은 호석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남자를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모습.
이제까지 왔던 여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멍하니 여자를 보고 있는데 여전히 손이 덜덜 떨린 채로 알 수 없는 말만 되풀이하며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 마… 오지 마… 잘못했어… 저리 가… 제발…
뭔가에 홀린 듯, 망상에 빠진 것처럼 중얼거리던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에 윤기는 그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답답한 듯 자신의 가슴을 내리치며 눈물을 흘렸다.
갈수록 거세지는 그녀의 행동에 오히려 당황한 윤기가 그녀의 손목을 얼떨결에 잡게 되었다.
여자에게 먼저 손을 내민 자신이 놀라운데 자신의 손목이 잡히자 더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더욱더 당황한 윤기였다.
결국 지금 이 여자를 내가 달래줘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은 윤기다.
" 진정해…! "
" 하지 마! 오지 마…! "
" 안 할게! 진정해봐! "
" 제발…!! "
" 김여주!! "
격렬하게 나오는 그녀의 모습에 결국 이름을 크게 부르는 윤기.
윤기의 부름에 조금 진정된 듯 격한 반응이 점차 순해져 갔다.
허공을 보고 있던 눈을 들어 윤기와 눈을 맞추는 그녀였고, 그런 그녀의 시선에 눈을 돌릴까 말까, 고민하던 윤기였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환한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워왔고 그 중심에는 익숙한 사람이 서있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돌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는 윤기.
잠시 후 그녀와 윤기를 번갈아보던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뭐야, 민윤기. 무슨 일이야? "
바로 김석진의 목소리였다. 김석진은 울고 있는 그녀와 그런 그녀의 손목을 잡고 있는 윤기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내려고 할 때 그녀가 잡혀있던 손목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윤기와 석진을 밀치며 집을 나가버렸다.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에 멍해진 석진이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침대 위에 앉아있는 윤기를 쳐다봤다.
" 민윤기. "
" … "
" 뭐 하는 거야 대체… "
석진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윤기.
" 아무리 네가 여자들이 싫다고 해도 이번은 좀 아니지 않냐? "
" 그 여자들이 원하는 거 해줬을 뿐인데 뭐가. "
" 하… "
" 뭐, 이제 잘 됐네요. 더 이상 이곳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고. "
침대 위로 누우며 말하는 윤기를 보던 석진은 한숨을 내쉬었다.
" 우리는 그런 상처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으면서, 남한테 주는 건 아니지 않냐 윤기야? "
" … "
"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일단 저 여자는 한 선생님의 제자야. 무슨 트라우마라도 생기면 어떻게 책임질 수는 있겠어? "
" 그럼 형이 가서 달래주시던가요. "
윤기의 대답에 인상을 찡그리는 석진. 침대에 누워있는 그를 쳐다보다 석진은 최대한 감정이 상하지 않게끔 말했다.
" 다른 건 몰라도 우리는 이러지 말자 윤기야. "
" … "
" 일단 너도 쉬어. 여러 가지로 복잡할 테니. "
그 말을 하며 윤기의 방문을 닫고 나가는 석진이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가니 현관 앞에 서있는 태형이가 보였다.
그런 태형에게 다가가 왜 그러냐고 묻는 석진.
" 누나가 울면서 나갔는데, 정국이와 지민이가 따라갔어요… "
" 나갔어? 어디로 갔는데? "
" 몰라요. 전… 나가기 무서워서… "
불안한 눈으로 자신을 보며 말하는 태형의 모습에 잠시 고민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알았다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석진은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었다.
그런 자신을 보고 있는 태형을 다시 한번 고개 돌려 마주하고 생긋 웃어 보이는 석진이다.
" 형이 찾아서 데려올게. 걱정 말고 기다려. "
그렇게 정국과 지민의 뒤를 이어 집을 나서는 석진이었다.
***
[ 누나 어디예요? 괜찮아요? ]
[ 전화라도 해줘요 누나 ]
[ 지금 어딨어요? ]
지민, 태형, 정국의 순서대로 문자가 와 있었다.
아까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누가 보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의 두려움이 더 컸기에 애들의 걱정은 뒤로하고 그 집에서 부리나케 나왔던 것 같다.
집에서 나오고 차를 탈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아무 생각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뛰어갔다.
뒤에서 날 부르던 애들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계속해서 달리니 나중에는 날 부르는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그 집에서 나와 무작정 달려온 곳은 10분 정도 걸어와야 할 거리의 초등학교였다.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곳에 숨어 계속 울었던 것 같다.
얼마나 울었을까, 갑자기 쌀쌀해진 추위에 손을 들어 양 팔을 감쌌다.
고개를 드니 붉은 노을로 물들었던 하늘은 어느새 어둠으로 채워져있었다.
불현듯 밤하늘 위로 떠오르는 과거에 몸을 더 웅크리다 무릎 위로 고개를 파묻었다.
내가 지금 추위에 떨고 있는 건지, 아니면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지.
애써 생각을 정리하며 진정하려고 할 때 갑자기 몸 위로 무언가가 덮어지는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숨소리가 살짝 거친 석진이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 드디어 찾았네… "
석진의 등장에 그저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는데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그였다.
" 나야, 찾았어. 그래, 걱정하지 말고. 알았어. "
차분한 그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다급하게 들렸던 또 다른 목소리.
이내 통화를 끊더니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으며 내 앞에 쭈그려앉아 눈을 맞추는 석진이다.
" 김석진… "
" 어떻게 여기까지 달려왔대… "
" … "
" 안 힘들어? "
그의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떨어트려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그의 한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 애들이 하도 걱정해서 찾으러 온…거예요. "
" … "
" 다른 생각으로 온 거 아니니까 긴장 풀어요. "
침착한 석진의 말에 조금씩 진정이 되어가던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추위에 얼어붙은 볼 위로 따뜻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 윤기가 딱히 나쁜 마음먹고 그랬던 건 아니에요. "
" … "
" 그쪽이 나가지 않고 버티니까 겁주려 했던 것뿐이지. "
" … "
" 너무 윤기를 원망하지 마요. "
딱히 윤기를 원망하진 않았다. 만약 석진 말대로 그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울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막무가내로 나왔겠지.
그저 다 잊었다고 안심하고 있던 내 기억 속으로 떠올리기 싫은 과거가 생각난 바람에 잠시 제정신을 놓았던 것 같다.
윤기가 내 이름을 크게 불렀을 때 그때 정신이 조금 돌아왔었다.
하지만 그 후 곧바로 보였던 빛에 그곳으로 내가 달려나가야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서둘러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 다 알았겠지… 자세한 건 몰라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챘을 거야…
한숨을 작게 내쉬는데 편안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술 마실 줄 알아요? "
감고 있던 눈을 뜨고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잠시 허공을 보다가 다시 눈을 맞추며 말하는 석진이었다.
" 다른 생각은 없어요. "
" … "
" 그냥 이럴 때 술 한잔하면 잠시라도 잊을 수 있을까 싶어서 물어보는 거지… "
조심스럽게 묻는 석진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석진을 따라온 곳은 그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 작은 이자카야였다.
오자마자 제일 구석진 곳으로 들어가는 석진의 뒤를 따라 천천히 뒤따라갔다.
" 여긴 애들과 함께 자주 오던 곳이에요. "
" 정국이도 올 수 있어요? "
" 아는 형이 하는 곳이라 자주 와요. 경찰들이 순찰도 잘 안 하는 곳이기도 하고. "
잠시 후 그와 친해 보이는 형이라는 사람이 나오더니 서로 인사를 나누다가 메뉴를 시켰다.
주방으로 가기 전 날 보던 그의 친한 형이라는 분의 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녔다.
석진이 여자친구?
곧장 아니라고 얘기하는 석진의 대답에 그저 너털웃음을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가는 형이라는 분이었다.
잠시 어색해진 분위기에 한동안 말이 없어져서 그저 주변 인테리어를 둘러보다가 먼저 말을 건넸다.
" 여기 분위기 되게 좋은 것 같아요. "
내 말에 날 따라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내 살짝 웃는 석진. 하지만 이내 곧 그의 미소는 금방 지워졌다.
왜냐하면 우리가 시켰던 음식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분이 가시기 전에 석진의 팔을 쿡 찌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아, 빨리 가서 일해요 형.이라며 그를 보내는 석진이었다.
보글보글 소리를 내며 끓는 탕을 내려다보는데 그가 먼저 술병을 잡았다.
나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이내 자신의 잔에도 따르는 그를 보다 급히 술병을 잡았다.
제가 따라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황급히 병을 잡다가 그의 피부에 손이 닿자 처음에 살짝 놀란 석진이었다.
그러다 이내 내 손을 저지하며 그냥 자기 혼자 따라 마시겠다고 말해왔다.
자작을 하고 술잔을 드는 그의 행동에 내 앞에 있는 술잔을 잡고 들었다.
" 오늘 일은 잊으세요. 쉽게 잊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 괜찮아요. 저는 이해해요. "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에 술을 털어 넣다가 이내 쌉쌀한 알코올 향이 올라옴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 술 잘 마셔요? "
" …모르겠어요. 취할 때까지 마셔본 적이 없어서… "
석진의 물음에 술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그런 날 보던 석진은 다시 술병을 들어 내게 건넸고 그런 그의 손을 저지했다.
" 그냥 제가 따라 마실게요… "
" 뭐, 그러세요. "
내 말에 내게 술병을 건네는 석진이었고, 그의 건넴에 술잔에 술병을 기울였다.
술잔이 비우면 채우고 비워지면 채워지길 반복되었다.
이미 취한 건 몇 잔 마시지 않았을 때지만 어쩌다 떠오른 과거를 애써 잊으려고 일부로 더 마셨던 것 같다.
결국 내 주량을 넘어섰고 내 앞에 있는 석진이 두 명으로 보였다가, 세명으로 보이기 반복되었다.
어지러움에 탁자 위로 팔을 올려 턱을 괴고 느리게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 괜찮아요…? "
괜찮냐는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잘 보이지 않는 그를 억지로 초점을 맞추며 그를 불렀다.
" 석진씨… "
" 왜요. "
" 24살 아니에요…? "
" 맞아요. "
" 나랑 동갑인데… "
내 말에 그래서요?라고 묻는 석진을 보다 눈을 감으며 대답했다.
" 우리… 편하게 말 놓을까…? "
" … "
" 싫으면 말구… "
" 이미 말 놨으면서. "
"먼저 놓은 건 너였어요… "
내 말에 피식하고 웃는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런 그의 웃음소리를 따라 미소를 지었다.
"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
" 응… "
" 포기하지 않고 자꾸 집으로 찾아오는 이유가 뭐야? "
" …이유? "
석진의 물음에 감고 있던 눈을 뜨며 그를 쳐다봤다.
김석진이 쌍둥이였나? 왜 자꾸 여러 명으로 보이지…
" 나처럼…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해서… 도와주려고… "
" 예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데? "
" … "
예전 일을 묻는 석진에 한숨을 작게 내쉬다가 이내 마른침을 삼켰다.
"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 "
" … "
" 여자로 태어나서… 제일 후회되고 원망스러웠던 날… "
취하면 잊힐 줄 알았던 기억들이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또렷하게 떠올려져왔다.
검은 실루엣을 가진 일곱, 여덟 명의 중심에 울고 불며 도망 치려하던 나. 그런 내게 검은 손을 뻗는 그들의 눈들이 생생하게 보였다.
순간 눈앞에 있는 석진마저 검게 변하는 환각에 눈을 꾹 감으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 우리 그 얘기는 그만할까…? "
솔직히 나도 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 나는 그들의 과거를 알고 있지만 그들은 내 과거를 알아주지 않았으면 한 생각에.
하지만 지금 내가 누굴 먼저 생각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데… 내가 날 걱정해 주지 않으면 누가 해줄까.
다시 채워져있는 술잔을 들어 고개를 꺾어 마시고 다시 그의 눈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시선을 피하며 술잔을 비우는 석진이다.
잔을 비우는 그를 보며 다시 술병을 들었다. 그런 내 손에서 병을 가져가는 석진이었다.
" 많이 취했어. "
" 더 취해야 해, 그러지 않으면 자꾸 생각이 나. "
" 뭐가 그리 생각나는데. 네 과거가? "
자꾸만 내 과거를 알아내려는 석진의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핑계를 댔다.
" 모두가. "
" 설마 우리를 얘기하는 거야? "
" 응. "
" 우리가 왜 생각나는데? "
" 그냥 딱 봐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
내 말에 술병을 내려놓으며 살짝 미간을 찌푸리는 석진이다.
" 지금 동정하는 거야? "
" 아니, 아니야. "
" 그럼 뭔데. "
" 뭐랄까… 내 아픈 손가락이라고 봐야 하나. "
" … "
" 어린 나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으면 사람들을 믿지 않을까, 도움의 손길도 다 마다하려 하고… "
" 경험이지. 지금까지 달랐던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니 그렇지. "
" …나도? "
그를 똑바로 마주하며 묻자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대답하는 석진.
" 너도. "
단호한 그의 대답에 내심 서운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얼굴 마주 보고 얘기하는 거 보면 첫 만남 때와는 조금 달라진 것 같네,라며 홀로 생각하며 술잔 옆에 있는 물을 들어 마셨다.
" 아직은 그럴 수 있지. "
" … "
" 그래도 나는 포기 안 해. 교수님이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나도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거니까. "
" 그래도 우린 힘들 거야. 그냥 그만두고 돌아가. "
" 안 갈 거야. "
" 하, 진짜 왜 호의를 베풀어도 못 받는 거야 대체. "
석진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 날 보며 왜 웃냐고 묻는 석진이다.
" 나랑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 얘기했던 거 기억나? "
" …그랬나. "
석진을 보고 있던 시선을 내려 비어있는 술잔을 보며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말하였다.
" 너무 밀어내려고만 하지 마. 나는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은 거니까… "
" … "
" 진짜 최선을 다할 거야… 왜냐하면… "
비틀대는 몸을 더 이상 가누지 못한 나는 탁자 위로 쓰러지며 팔에 머리를 기댔다.
느리게 깜빡이는 눈을 애써 감지 않으려고 정신을 집중하다가 살짝 고개를 비틀어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석진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 상처받기 지쳤잖아. 행복을 나누면 두 배가 된다, 기억해. "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정신을 잡는데 한계여서 결국 눈을 감고 잠에 빠졌다.
그런 날 보던 석진은 탁자 위에 팔을 올려 턱을 괴더니 피식 웃어 보였다.
" 이거 믿어야 하나. "
중얼거리던 석진은 턱을 괴고 있던 손을 들어 내 머리를 톡톡 건드렸다.
" 근데 너 집은 안 갈거냐…? "
***
술에 취한 그녀를 업고 딱히 갈 곳이 없던 석진은 결국 숙소로 데려왔다.
시간이 꽤 늦었기에 다른 애들은 자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거실로 들어가던 석진은 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정국과 눈이 마주쳤다.
소리를 낮춰 TV를 보며 튜브형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던 정국은 석진을 보다가 그의 등에 업혀있는 그녀를 보더니 눈이 커졌다.
처음에 누군지 못 알아보던 정국은 여자를 업고 집에 들어온 석진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다는 듯이 쳐다봤다.
" 형이 웬일이에요…? "
" 뭐가? "
" 웬 여자… "
" 한 선생님 제자다. "
" 누나라고요? "
석진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에게 다가와 등에 업힌 채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확인하는 정국.
그러다 이내 그들에게서 풍겨져오는 술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는 그였다.
" 술 마셨어요? "
" 조금. "
"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
" 나는 조금, 얘는 많이. "
석진은 소파 쪽으로 걸어가서 그 위에 조심스럽게 그녀를 눕혔다. 정국 또한 졸졸 따라와서 거들어주었다.
" 다른 애들은? 자고 있어? "
" 지민이형이랑 태형이형 빼고 다 자고 있을걸요? "
" 걔네 둘은 왜 안 자고 있대? "
" 누나가 걱정돼서 못 자고 있는 거겠죠. "
" …아직 말하지 마. 괜히 얘기하다가 다른 애들 깨겠다. "
석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정국. 그런 정국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는 석진이다.
" 하… 데리고 오긴 했는데 어쩌지… 여기 이대로 뒀다가 윤기가 보면 어떻게 할지 모르니 원… "
석진의 말에 정국은 아이스크림을 문 상태로 민윤기의 방을 올려다봤다. 그러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석진을 향해 묻는 정국이었다.
" 형. "
" 왜? "
" 저 오늘 형이랑 자면 안 될까요? "
그의 물음에 왜냐고 물으려다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정국의 얼굴에 실소를 터트리는 석진이었다.
" 왜, 네 방에서 얘 재우려고? "
" 어쩔 수 없잖아요. 이 집에 믿을 사람이 누가 있다고. "
" 허, 참나 요놈 봐라? "
자신을 보는 석진을 향해 생긋 웃더니 소파에 누워 자고 있는 그녀를 안아올리는 정국이다.
" 형, 제 방 좀 열어주세요. "
" 형을 막 시키네? "
" 조용히 열어주세요. 옆방 형들 모르게. "
정국의 말에 조용히 가서 그의 방문을 열어주는 석진.
자신의 방에 들어가 침대 위에 그녀를 내려놓는 정국을 보며 석진은 생각했다.
과연 저 애가 다른 애들에게도 변화를 줄 수 있을까.
위험한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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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월요병..
오늘도 출근하시고, 등교하시고, 등원하느라 많이 지쳤을텐데 푹 쉬어요~
브금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이 많으시던데 제가 다음에 브금리스트 쫙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노래 뭘 썼는지 기억이 안나서......
페스타..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