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반대
: 내게로 와요, 그 사람을 믿지 말아요
남준: 어, 정국이 잠들었네
탄소: 자?
남준: 곧 있으면 침 흘릴 정도로요
탄소: 엇, 그건 좀 곤란한데
호석: 정국이니까 이해해요
석진: 설마 진짜 침을 흘리겠어?
남준: ...말이 그렇단 거에요, 말이
숙소에 도착하고 차에서 내릴 땐 결국 정국을 깨우지 않고 안아서 옮기기로 결정한 형들과 누나. 탄소의 어깨에 고개를 파묻고 잠든 정국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려는 호석의 손길에 잠결인지 뭔지 칭얼대며 역으로 탄소에게 달라붙는 정국입니다.
석진: ??? 정호석 넌 왜 애를 떼내라니까 더 갖다붙이고 앉았어
호석: 아니 형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죠!
탄소: 그냥 깨울까?
남준: 일단 힘으로 한 번 해보고 다시...
정국: (칭얼)
탄소: 무의식의 괴력이 무서운 법이지, 힘으론 안될 것 같은데
남준: ...ㅎ
탄소: 깨우자니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고 냅두자니 내가 안되겠고...
호석: 셋이서 팔 다리 하나씩 맡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데?
석진: 쟨 정국이야
탄소: 그래도 니 동생이야
석진: 정국이라니까
탄소: 그건 그렇긴 한데... 너 벌써부터 힘으로 밀리고 그러면 안되잖아...
석진: ... ...
호석: 누나 표정 왜 저렇게 아련한 건뎈ㅋㅋㅋㅋㅋㅋ
남준: 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달려오던 중, 신호에 걸려 조금 더 늦게 도착한 태형과 지민, 윤기의 차가 때마침 들어오네요.
지민: 누나 차에서 안 내리고 형들이랑 뭐해요?
남준: 정국이가 누나한테서 안 떨어질라 그래서 다같이 논의 중이야
지민: ... (말을 잃었다)
와중에도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조곤조곤 말로 다독여 잠든 동생을 움직여보려는 탄소. 태형은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선을 휙 돌립니다. 윤기랑 눈이 마주치네요. 지민은 차에서 훌쩍 내려 이미 탄소네 일행으로 합류한 후입니다.
윤기: 누나한테 사과한다는 거 진짜야?
태형: 거짓말해서 뭐하게요
윤기: 언제 사과하게
태형: 제가 알아서 해요
윤기: 사과할 때도 말투 그렇게 할 건 아니지?
태형: ... ...
윤기: 서운한 심정은 이해해도 버릇없는 행동까지 이해하는 건 아니야
태형: 그러는 형은 누나한테 반말하잖아요
윤기: (마른 세수) 야, 태형아
태형: 형이 어떻게 내 마음을 이해해요 본인도 아니면서
윤기: 김태형
태형: 솔직히 얘기해서 형한텐 그런 소리 듣고 싶지 않아요, 누나 숨도 못 쉬게 만들었던 게 누군데
살벌한 윤기의 표정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시선을 마주치며 말을 다하는 태형.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얼얼함에 윤기가 허, 어이없단 반응을 보이자 태형의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삐딱해지네요.
태형: 괜히 아는 척하면서 상관하려고 하지 말라고요
윤기: 너 그딴 식으로 말하라고 누가 가르치디
잘못하면 멱살 잡고 싸우진 않을까 불안한 흐름이네요.
태형: 남준이형이 한 말이면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는데, 형은 그럴 자격 없잖아요
이를 까득 문 태형의 마지막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윤기. 그나마 나이스타이밍으로 석진이 나타났습니다.
석진: 야 민윤기, 정국이 떼어내는 거에 힘 좀 보태라
윤기: ...아니 왜요
석진: 아니 왜요~? 야 인마, 넌 누나가 난처해하는데 그럼 못본 척하고 혼자만 쏙 들어가려고 했냐?
윤기: 거기 사람이 몇이나 달라붙었는데
석진: 애가 누나한테서 안 떨어지려고 기를 쓴단 말이야
탄소: 악!!! 야 정호석 너 내 머리카락을 뜯으면 어떡해!!!!
호석: !!!!!!
지민: 형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남준: 시트콤 찍냐곸ㅋㅋㅋㅋㅋㅋ
때맞춰 들리는 저쪽의 환장파티.
탄소: 전정국 진짜 이젠 어쩔 수가 없다
지민: 어떡하게요?
탄소: 깨워야지
호석: 그냥 진작 깨울 걸...
탄소: 후...
등을 토닥이며 허리에 감긴 팔부터 풀어보자 결심하는 탄소. 꼬물거리는 움직임에 서서히 인상을 찡그린 정국이 더 꽉 조이네요.
탄소: 얘 자는 거 맞지?
남준: 자는 건 맞아요...
탄소: 허리 반으로 접힐 것 같은데 자는 거 맞아?
지민: 쟤 자는 거 뻥일지도 몰라
호석: 지민아 동생이야...
지민: 누나 앞에 장사 없는데요
남준: 넌 또 뭔 소리를 하는 거야...?
탄소: 아가, 잠은 침대 가서 자야지
정국: (도리도리)
탄소: 안 자는 거 다 들켰으니까 그만 하자
정국: ...아...
지민: ??!??!?! 아, 거봐요! 뻥 맞네!!!
호석: 와 소름이다
사실 중간 즈음부터 요란법석에 잠에서 슬그머니 깨어났던 정국. 그래도 누나한테서 나는 향이 좋아서, 안정적인 느낌이 좋아서 자는 척을 계속했더니 결국 눈치백단인 누나에게 걸렸다고 합니다. 알아서 정리되는 상황에 윤기가 어깨를 으쓱이자 석진은 고개를 저으며 그래도 나오라며 팔을 끌어당기네요.
윤기: 아, 형 이제 해결됐잖아요!
석진: 어차피 차에서 나올 거였잖아
윤기: 그건 맞긴 한데!
석진: 태형이한테 탄소 관해서 손댈 생각은 그쯤 해둬
윤기: ...봤어요?
석진: 사람 마음 가지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거 아니야
윤기: 그치만 쟤는,
석진: 지민이로 한 번 겪어봤으면 두 번은 하지 말아야지
윤기: ... ...
석진: 둘이 해결해야 하는 일이야, 어쭙잖게 나섰다가 더 꼬이게 하지 말라고
석진 그대 너무 멋있어서 제 눈물이 다 나고요.
석진: 특히 태형이는... 탄소 문제에 민감한 앤데 일부러 건드려서 뭘 어쩌자는 거야 안 그래도 이런 일 저런 일 겪으면서 반감 가지고 있는데 좋은 대답이 나올 것 같아? 내가 태형이한테 상관하지 않는 이유가 뭔데, 왜 아무런 제지를 못하는데
따끔하게 말하는 석진에게 이를 악문 윤기. 차 안에 홀로 남겨진 태형은 두 형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느릿하게 열린 문 사이로 몸을 내렸습니다.
석진: 8명 중에 딴짓하고 있는 애가 있으면 걔가 뷔에요, 옆에서 같이 노는 여자애가 킨이고요
데뷔 초,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별명이 난무하던 그때 그 시절 석진의 별명 중 하나는 컨트롤뷔였죠. 허구헌날 사라지는 태형과 그 옆에 종종대며 붙어다니는 탄소 때문에 꽤나 애먹었거든요. 그래도 탄소는 남준이나 호석이 대신 붙들고 있을 때가 많아, 상대적으로 덜 피곤했고 친밀한 편이라기엔 오히려 냉한 기류가 흐르는 사이였기에 뭐라 할 순 없었지만 태형은 정말 종 잡을 수 없는 멤버였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막내라인은 반드시 형라인 사이에 끼워둔다는 말이 있지만, 그 사이에서도 탄소와 태형은 붙여두지 않는 게 그런 포인트였죠. 컨트롤뷔라는 별명은 잊혀졌어도 여전히 딴짓하는 태형을 가장 많이 찾아오는 멤버는 석진입니다. 태형의 딴짓거리에 끌려가서 같이 깨발랄 떠는 탄소를 엮어오는 건 덤이라네요.
태형: ... ...
석진이 와준 덕분에 당장의 불씨는 꺼졌지만 그렇다고 남은 재가 사라지는 건 아닌데요. 착잡해진 태형이 터벅터벅 걸어가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건지 탄소가 뿅 튀어나옵니다.
탄소: 형들은 이미 아까 아까 올라갔던데 왜 이제 와
태형: 기다렸어요?
탄소: 그럼 여기 있을 이유가 또 있겠어?
태형: ...아까는 내가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사과,
탄소: 기분 상하면 말 밉게 할 수도 있는 건데 그게 왜 잘못한 거야, 사람이 항상 밝은 모습으로만 지낼 수는 없는 건데 그럴 수도 있지 난 괜찮으니까 얼굴 펴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오히려 그럴 수도 있다 말해주는 누나에게서 미안함이 커진 태형이 고개만 아래로 떨구자 탄소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탄소: 손 잡아도 돼?
태형: ...네
탄소: 왜 이렇게 주먹을 세게 쥐고 있었어
태형: 그러게요
주변에서 그러면 안된다 지적해도 정작 내가 괜찮은데 무슨 상관이냐며 감싸주는 누나한테 미안해서, 자꾸 우울해집니다. 왜 그렇게 밉게 행동했을까. 형들과 의견이 부딪치면 답답함에 다소 엇나가는 태형을 두고 부드럽게 타이르면서 서로에게 향하는 화살을 중간에서 대신 맞아주며 멤버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해줬던 누나네요. 대차게 화를 내도 돌아서면 웃으면서 장난칠 수 있는 대신, 멤버들이 그럴 수 있도록 갈등 속에서 일어난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가져간 누나.
태형: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요
잡은 손에 힘을 넣으며 다시 사과하자, 괜찮다고 말하던 탄소의 목소리가 뚝 끊깁니다.
태형: ...누나?
탄소: 머리가 울려서, 잠깐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몸에 다급한 마음이 들어 제게 기대도록 이끄니 힘없이 풀썩 안기네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탄소에 놀란 태형이 누나를 안아들곤 급하게 방으로 향했습니다. 석진의 말로는 챙겨먹어도 계속 살이 빠지는 것 같아 걱정이라더니 그게 정말인가봐요. 누나는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처럼 가벼웠고, 부러질 것처럼 가늘었습니다.
급한 대로 자신의 방에 데려와 침대에 눕힌 태형은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잠깐 자리를 비운 건지 부재중으로 넘어가네요. 다른 멤버들에게 연락해도 별다른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어지러움에 몸을 뒤척이는 누나만 아픈 눈으로 볼 따름입니다.
탄소: 놀라게 해서 미안해 조금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설: 세상에, 탄소앾!!!!!
태형: ?
눈이 땡그래진 태형은 낯선 여자의 등장에 벌컥 열린 방문만 멍하니 봤습니다. 방키는 어쩌고 저 사람은 대체...?
설: 최민현 빨리 의사 불러 의사!!!!
민현: 그것보단 직접 데려가는 편이 빠릅니다
설: 그럼 얼른 업어!!!!
태형: 저기... 누구세요...?
설: ? 어 뭐야, 혹시 말로만 듣던 탄소 남자친구...?
민현: 같은 멤버인 뷔군입니다, 다른 사람이에요
설: 아ㅎ 그렇담 실례
태형: ....???
너무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 태형은 현실감각을 잊어버리는데요. 저 남자는 언제 들어온 거지? 아니 왜, 누나랑 아는 사이인가? 날 어떻게 왜 알고 있지? 시커멓게 입은 건 좀 수상한데? 잠깐만 이게 꿈일 수도 있잖아. 어떻게 사람이 자기가 키를 가지고 있지도 않은 호텔방에 당당하게 둘씩이나 들어올 수가 있어. 혹시 방을 착각한 건가? 아, 근데 누나 이름을 알잖아.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뇌에 과부하가 온 건가? 좋아, 그럼 심호흡을 하고 다시 눈을 뜨자. 하나, 둘, ㅅ...
설: 혹시 연락할 일 생기면 이쪽으로 전화해요! 그럼 탄소 죽기 전에 살리러 이만 가볼게요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했어요 안녕~~
태형: ???? 아니 저기요!!! 누나!!!!!! 탄소 누나!!!!
탄소: (반쯤 정신 나감)
남준은 물론이요, 지한보다도 큰 것 같은 남자가 탄소를 안고 사뿐히 방문으로 나가는 한편, 여자는 명함 한 장을 남기곤 훌쩍 사라집니다. 이미 어지러운 머릿속에 정신줄 놓은 탄소가 태형의 늦은 부름을 들을 수 있을 린 없죠. 소리 없이 방을 빠져나간 남자의 품에서 곤히 기절했을 뿐입니다. 급하게 방을 뛰쳐나왔지만 이미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진 누나와 이상한 남자. 그리고 여자. 바람결에 팔랑대는 커튼만 애처롭네요.
태형: ...이게 뭔...
코드네임 설과 민현이 탄소가 활동하는 팀의 멤버를 처음으로 만난 날입니다. (코드네임 지금 올라와있는 내용은 수정될 예정이에요.) 참으로 기가 막힌 순간이죠.
눈 뜨고 코 베인 태형은 이걸 누구한테 말해야 하고 어떻게 설명할지 벌써부터 아득해지는데요. 어이없는 현실에 볼을 꼬집어도 아프기만 할 뿐, 꿈에서 깨어나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당당한 납치범 둘이 누나를 데려갔어요. 이걸 누가 믿어요.
태형: 아, 명함... 뭐야 이 영어도 아닌 것 같은 알파벳은...
그래요. 루미에르 명함엔 불어가 쓰이죠.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에 탄소가 두 번 다신 돌아오지 못하는 게 아닐까 겁 먹은 태형은 복잡하게 머리를 가득 채우던 모든 생각은 깨끗하게 지워버리고 누나를 무사히 만나는 것만 가장 중요한 문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외국에선 파파라치 조심하라고 하던데, 자극적인 사진을 얻기 위해서라면 연예인들의 어린 자식을 납치하려고까지 하는 미친놈들 천지라는데 다 큰 여자까지 납치하는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한국말을 쓰면서 당당하게 일을 친다니요.
태형: 매니저 형...? 여보세요...?
매니저: 태형아 방금 탄소 데려간 사람들 있지?
태형: ...네 그런데요...?
매니저: 그거 탄소랑 친한 언니 오빠들이래, 갑작스럽게 방문해서 놀랐을 텐데 탄소네 방에 네가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 대신 사과 좀 전해달라더라
태형: ...네...?
여긴 제 방이고 누나는 기절한 몸으로 납치 당했는데요...? 방키도 없는 사람들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니까요...?
매니저: 같이 저녁 먹으러 온 거라면서 나한테 방금 연락 왔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쉬는데 방해해서 미안하다고 하네
태형: 아니 형,
매니저: 밥만 먹고 바로 돌려보낸다니까 안심하고 쉬어
태형: 형!!!
매니저: (이미 통화 끝남)
어안이 벙벙합니다. 그래서, 탄소 상황은요.
민현: 일단 도착하는 대로 진찰부터 받죠
설: 빅히튼지 빅이슈인지 확 망해버려라
민현: 탄소씨가 원치 않을 겁니다
탄소: 목소리 되게 민현 오빠 같은, ...?
설: 민현이 맞는데...
탄소: ...차라리 날 죽여줘...
설: 안돼 너 데리고 한국 가서 우리 남준씨한테 다같이 저녁 먹기로 약속했단 말이야
민현: 전 보고 받은 바가 없는 일정인데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탄소: 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 건데요... 태형이는?
설: 방에 있겠지, 넌 지금 의사한테 진료 받을 예정이고
탄소: 우리 회사보다 날 더 아껴주네... 감동이야
민현: 매니저한테는 따로 연락해뒀으니 걱정 말아요 조금 늦게 들어간다고 문제될 건 없을 테니까
탄소: 어, 안돼요 내일부터 우리 애 생일 챙겨줘야 한단 말이에요... 일찍 들어가야 해요
설: 너 결혼 안 했잖아
탄소: 말을 말자
서서히 의식을 찾고 민현의 품에서 깨어났습니다. 공연장에서 내내 쓰러지면 안된다는 압박감에 버티고 있다가 그 긴장이 풀리면서 기절하듯 의식이 끊긴 것 같네요. 정신은 돌아왔어도 여전히 손 끝 하나 꼼짝할 수 없는 몸인지라 스스로 과한 무리를 거듭한 몸에 부작용이 나타난 걸 느낀 탄소.
탄소: 독한 진통제 하나 있으면 좋겠다
설: 너 진짜 그러다 지금보다 더 크게 아프면 어쩌려고 그래
탄소: 죽지만 않으면 돼요
설: 흑... 우리 탄소 너무 안타까워서 눈물이 다 나고 그러네
민현: 얼굴이 말끔하신데요
설: 민현아 그냥 가만히 있어
회사에서 병원을 보내주지 않으니 제삼자가 챙겨주네요.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얼굴의 설이 이용하는 병원에 도착한 탄소는 후에 비티에스 킨이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왔다더라, 하는 뒷말이 나올 걱정 없이 진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먼 외국이기도 하고 평소 이곳을 이용한다는 지인이 워낙 대단한 사람이니 믿을 만 하죠.
탄소: 통역은 민현오빠한테 부탁할게요
설: 맞아 한국말은 나보다 민현이가 더 잘하니까
민현은 한참 동안 이어지는 탄소의 증세와 통증, 상처 부위 등에 대한 통역을 하면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인인데 벌써부터 몸 상태가 너무 심각하네요. 한국 연예인들은 다들 이렇게 죽을 둥 살 둥 무대에 오르는 걸까.
민현: 진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크게 해줄 수 있는 건 없고 대신 근육에 무리가 많이 가서 손상된 부분이 있을 테니 그에 대한 물리 치료를 받고, 통증을 줄여주는 알약을 처방해준다고 하네요 이미 재파열된 곳도 있었을 텐데 병원에 진작 가보지 않았다니 놀라는 반응이에요
탄소: ...신경이 무뎌져서 못 느꼈어요
민현: 몸에 쌓인 피로도가 높기 때문에 약물 주사를 해도 그 효과가 미약하게 나타날 수 있으니 우선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게 우선이랍니다 신경이 무뎌진 것도 제때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지 못한 부작용이거든요
탄소: 네에
민현: 한국으로 돌아가면 정밀검사부터 다시 받아보죠
탄소: 그래도 엄청나게 심각한 느낌은 아니던데
민현: 자꾸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는 점에서 이미 심각해요, 회사에선 모르고 있는 건가요?
치료 받는 동안 악 소리를 요란하게 내는 탄소. 넋이 나간 상태로 나타나 얼굴을 보면 눈물이 살짝 고인 것 같습니다.
설: 우리 탄소 한국 가는 비행기는 나랑 같이 타고 갈까...
탄소: 그럼 김탄소 공항에서 안 보인다고 기사 나서 안돼요
설: 내가 다 입막음 처리할게...
탄소: 그냥 따로 갑시다
호텔 앞까지 친절하게 데려다 준 설과 민현. 탄소는 손을 내저었지만 민현은 설의 부탁도 있고, 본인의 마음이 쓰이는 지라 탄소를 번쩍 안아 방으로 데려갔다고 해요. 복도에서 탄소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던 태형을 마주친 건 의외지만요.
태형: 누나!
탄소: ...왜 여기 나와있어! 누가 보면 어쩌려고
태형: 아, 진짜 한참 기다리느라...
민현: 그럼 다음엔 한국에서 봐요
탄소: 네에~!
민현이 돌아가고 태형은 탄소를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태형: 나 두고 가지 말라니까
탄소: ...이건 어쩔 수 없는...
태형: 저 사람은 또 누구야, 진형은 아는 사람이에요? 형은 반대 안 해도 난 저 사람 반대할래요 누나 친구래도 별로야 저런 사람이랑 만나서 노는 거면 차라리 나한테 와서 놀아요, 갑자기 누나 납치하면 어떡하려고 아무나 믿고 다녀요
탄소: (말을 잃었다)
태형: 진짜 누나 사라지면 나 어떡하라고, 찾을 수도 없는데
난 누나가 사라지면 지한이처럼 매달려 찾을 수도, 석진형처럼 애타게 기다릴 수도 없어요. 그럴 명분이 부족해서.
태형: 자꾸 거리 두지 마요
탄소: ...우리 내일 같이 쇼핑할까?
이유야 모르겠지만 태형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둘이 떨어진건 복도에 나온 남준 때문이었죠.
남준: 둘이 뭐하십니까?
탄소: 찐한 포옹씬이랄지...
남준: 형은 누나가 태형이랑 놀고 있을 거랬는데
탄소: 우리 이러고 놀아 ^^...
남준: 순수하게 놀아주세요
탄소: 뭐야?
태형: 됐어요 누나도 이제 씻고 자야 하니까 들어가볼게요
탄소: 태형이 잘자
태형: 누나도 잘자요
남준: 왜 내가 나오자마자 헤어지는 건데
탄소: 타이밍이 그랬을 뿐이야
남준: 예에... 어? 누나 방 태형이 앞방 아니에요? 거기 진형 방이잖아요
탄소: ????? (무의식적으로 석진의 방을 노크하려고 했다)
지민의 생일을 아무도 몰래 시간이 날 때마다 거하게 준비하던 탄소. 내일부터 마무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공식 일정은 없어도 바쁠 테지만 태형을 위해 하루를 내어주기로 합니다. 어디로 사라질까, 가지 말라 안겨오는 태형을 위해 둘만의 뭔가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서요.
남준: 설마 누나 방 냅두고 형이랑 같이 자는 건 아니죠?
탄소: (식은 땀)
코 앞의 남준 피하기가 석자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