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 들어왔다.
인사를 건넸는데도 형은 답이 없었다. 그대로 씻으러 들어갔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탁자 위에는 형의 핸드폰이 보였다.
언제부턴지 형의 핸드폰이 바뀌어 있었다.
2년 전에는 커플폰이라면서 평생 가지고 있을 거라더니, 바꿨네.
한참 액정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나, 형의 핸드폰에 전화가 걸려왔다.
하트?
나 말고 형 핸드폰엔 하트라고 저장되어 있는 사람이 있었다.
궁금했다, 누군지.
그래서 전화를 받았다.
' 오빠, 왜 그냥 들어갔어. 많이 피곤했어? 오빠? '
여자 목소리였다.
손이 점점 떨려왔다, 형 만나고선 이러지 않았는데. 이런 적 힌번도 없었는데.
전화를 받곤 대답이 없으니 여자는 이상함을 느꼈던지 곧 전화를 끊었다.
형이 바람을 폈나보다.
내가 질렸나?
난 아직 형 좋은데.
형의 핸드폰을 쥐고선 가만히 있었다, 가만히.
형이 머리를 수건으로 털면서 방으로 들어간다.
아니, 들어가려 했다.
핸드폰을 잊어버렸는지 탁자 위를 훑더니 곧 형의 시선은 내 손으로 향했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형의 눈길인지 모르겠다.
고개를 올려서 바라봤다, 형을.
형도 날 바라봤다.
" 왜 니가 가지고 있어, 내 핸드폰 얼른 줘. "
같은 집에 살면서도 오랫동안 안한 말, 그리고 오랜만에 내 귀에 박힌 형의 한 마디는 차갑고도 시려운 말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아무런 대답도 못한 채 형의 핸드폰을 더 꽉 쥐었다.
형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손으로 미간을 펴주려고 뻗었지만 곧 내쳐졌다.
" 정대현. 얼른 달라고. "
고개를 숙이곤 형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잠깐이라도 닿는 형의 손을 느껴보고 싶었다.
통화목록을 죽 훑는 형의 행동이 두렵다, 내가 전화 받은 거 알면 어쩌지.
" ..니가, 전화 받았지? "
그 특유의, 고양이로 빗대자면 고양이가 털을 세우고 으르렁거리듯한. 그런 말씨로 형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형, 여자 생겼어? "
목이 메어왔다.
형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집을 나갔다.
옷도 얇게 입고 나갔는데, 추우면 어떡하려고.
다시 들어오길 기다렸지만,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