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어항을 가득 채운 물고기들이 꼬물꼬물, 헤엄치고 있었다.
무음으로 해놓은 K의 카톡은 쉴 새 없이 새로운 메시지로 가득해지고 있었다.
지겹다는 듯 따분한 손짓으로 채팅방을 내리며 대충 훑던 K가 익숙한 S의 이름에 행동을 멈췄다.
집, 올래?
S의 성격이 드러나는 짧은 말에 푸핫, 웃음을 터뜨린 K가 이내 방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옷을 아무렇게나 주워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도착한 S의 집에서 샤워를 하겠다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이미 굳어버린 표정으로 K를 붙잡는 S에도 처음과 같이 작은 미소를 일컫던 K가 S에게 손을 흔들며 현관으로 걸어갔다.
S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본 K가 터질 뻔한 웃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밖으로 나왔다.
아파트의 1층에선 계속해서 전화를 해대며 K를 기다리던 남자가 뚱한 표정으로 K를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듯 애교 섞인 표정으로 달라붙는 K에 한숨을 쉬던 남자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입을 열었다.
걔는 네가 이렇게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는 거 알아?
지가 네 물고기인 건 아냐고. 너 왜 요즘 걔만 만나?
스스로 물고기를 자처한 주제에 애인 행세를 하는 남자에 불쾌한 듯 표정을 바꾸던 K가 남자의 팔에 둘렀던 제 팔을 풀며 말했다.
가장 특별한 물고기니까 다른 물고기한테 한 것처럼 건들면 우린 그날로 끝이야.
K가 떠난 S의 집은 여전히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혼자 빛을 발하며 헤엄치던 물고기는 웬일인지 생기를 잃고선 눈만 끔뻑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