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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재환] 향수 C | 인스티즈


W. 바라기




분명 묻는 말투였음에도 불구하고 저 혼자 이미 마음 속으로 답을 낸 모양인지 재환은 대답을 들을 생각도 안하고 제 품에서 별빛을 밀어내었다. 덕분에 스스로 제 방 안에 발을 들인 별빛은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섣불리 말하지도 못한 채, 노란색으로 둘러쌓인 방 안을 난생 처음 보는 곳마냥 둘러보기 시작했다. 새빨간 색에 현혹되다시피 했던 제 시야에 갑작스럽게 가득 들어찬 노란색으로 인해 눈이 아려오는 것만 같아 별빛은 눈을 살짝 감았다가 뜰 수밖에 없었다.

노란색. 그 이외의 색깔은 더 이상 받아들이기 싫다는 듯이 벽지도, 바닥도, 가구들도, 심지어 벽에 걸린 옷마저도 모두 노란색이였다. 아무리 어떠한 색을 좋아한다 해도 이렇게까지 한 가지 색깔만을 고집하는 방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의미로 별빛이 제일 아끼는 것이 이 방이었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이 방 하나. 그것만이 별빛의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런데 지금, 이 곳에 재환이 들어온 것이다. 더 이상 안식처가 안식처로 있을 수 없다는 걸 알려주려는듯이 별빛의 뒤에서는 고르게 내쉬어지는 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 이 재환. 입술을 다문 별빛은 눈마저 감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집 안, 그리고 언니와 함께 있다면 그나마 안심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그건 순전히 그녀만의 착각이었다. 집 안에서까지 정체를 드러낼 줄은 전혀 몰랐던 늑대가 제 이빨을 드러내려 하고 있는데 무엇을 더 바랄 수 있을까. 





‘ 분명히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 그치, 별빛아? ’





뒤늦게서야 방으로 밀려들어오기 전에 들었던 말이 떠올라 별빛은 급하게 뒤로 돌아 쓸데없이 멀대같다고 표현될 정도로 크기만 한 재환을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제 한 손을 들어 재환에게로 향했고, 그 중 검지를 번쩍 치켜들어 재환을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 여긴 집이에요. ”
“ 맞아, 집이야. ”





저와 달리 지나치게 여유로워보이는 표정과 말투로 대답하는 재환이 신경쓰여 별빛은 하고 싶었던, 그리고 해야만 했던 말들을 모두 가슴께에 억눌렀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고민에 휩싸여 치켜들었던 손을 내린 별빛은 곧 이를 악 문 채로 재환을 방 밖으로 쫓아내기 위해 그의 가슴팍을 양 손으로 힘껏 밀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재환이었다. 과거, 울며불며 제게 저항하던 별빛을 단숨에 무지한 포로로 만들다시피 했던 이재환. 덕분에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그것은 잊을 수도, 또한 잃을 수도 없는 기억이었다. 제 풀에 지쳐 밀어내던 행동을 멈춘 별빛은 있는 힘껏 밀어낸답시고 밀어냈으나, 전혀 뒤로 밀려나지 않은 채 제자리에 서 있는 재환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싶은 걸 애써 참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여유롭게 웃고 있는 그가 밉고, 또 미웠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시선을 아래로 내리니 재환의 티끌 하나 없는 흰색 와이셔츠가 눈에 띄었다. 한참을 가만히 노려보던 별빛은 일순간 서랍장 어딘가에 처박혀 있는 아크릴 물감을 꺼내 그의 하얗다 못해 제 자신이 더러워 보일 정도로 깨끗하기만 한 와이셔츠에 색깔별로 죄다 뿌려버리고 싶다는 충동에까지 휩싸일 정도였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충동일 뿐, 실행할 용기도 없었다. 





“ 언니랑 나랑 사는 집이라구요. ”
“ 알아. ”





알긴 뭘 알아. 재환의 대답에 반박하듯이 외치고 싶은 것마저 겨우 참아낸 별빛은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숨을 고르게 쉬려 노력했다. 재환을 상대하다보면 결국에 모든 걸 잃는 건 항상 그녀였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조금이라도 진정을 해야 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별빛을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재환이었기에. 

그런 별빛을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던 재환은 조심스레 등 뒤로 손을 뻗어 살짝 열려있는 방문을 마저 닫고는 다시 한 번 별빛을 바라봤다. 여전히 제 숨을 고르기에만 신경이 쏠려 재환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관심도 없는 듯한 별빛을 바라보며 재환은 문 손잡이를 가만히 잡았다. 그리고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주고는 손잡이의 잠금 버튼을 슬며시 눌렀다. 

달칵. 작게 소리를 내려 애썼음에도 그게 무슨 소용이냐는듯이 작은 소리는 고요한 방 안에서 크게 맴돌았다. 평소 같았으면 어떠한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했을 별빛이 자신을 진정시키느라 조금 전 방 안을 울린 소리는 전혀 못 들은 듯해 그제서야 재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었다.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자신을 진정시킨 뒤에 고개를 들었던 별빛은 제 눈에는 의미심장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 왜 그렇게 웃어요? ”





별빛의 날 서린 물음에도 별다른 대답을 않은 채 방 안을 둘러보던 재환은 바로 옆에 있는 화장대를 검지로 천천히 쓸어냈다. 느릿하지만, 빠르게 느껴질 정도로. 그러다 문득 가장자리에 있어 비교적 눈에 잘 띄지도 않던 향수를 집어들었고, 재환의 행동을 눈으로 쫓던 별빛은 그가 든 향수를 보고 아차, 싶은 마음에 대답은 들을 생각도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 버린다더니 안 버렸네. ”




수십번을 어딘가로 던질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엔 화장대 위에 올려놓았던 향수. 그 향수를 별빛의 눈 앞에서 보란듯이 흔들어보이며 재환은 전보다 한층 더 여유로워진 어조로 말했다. 

그런 그가 미워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별빛, 그녀 말고 유일하게 그 향수의 의미를 알고 있는 재환은 그걸 잘 알면서도 조롱하고 있었다. 철저하게 제 손 안에서 그녀를 가지고 놀겠다는 듯이.





“ …버릴 거예요. ”
“ 버릴 수 있겠어? ”
“ 내가 못 버릴 듯해요? ”





저를 무시하는 듯한 재환의 물음에 겨우 진정했던 무언가가 깊은 곳에서 쉴 새 없이 연달아 폭발하는 듯해 별빛은 재환의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보였다.






“ 내놔요. 지금 당장 버릴 테니까. ”





성난 코뿔소마냥 씩씩거리며 제게 손을 내미는 별빛을 내려다보며 재환은 입꼬리를 슬며시 끌어올렸다. 새삼 고양이를 마주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것도 사나운 들고양이. 그 생각에 저도 모르게 바람이 새어나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나직이 웃던 재환은 별빛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지는 것을 마주하고나서야 겨우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 

어린 티를 내려 하지 않았으나, 그녀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는 재환이 보기엔 모두 어리기 그지없었다. 예를 들어, 이 방 안에 가득한 밝은 빛깔에 가까운 노란색이라던가. 

이런 사소한 것들이 모두 그녀의 언니와 상반되는 점 중 하나였다. 어른으로서의 자신을 어떻게든 내세우려드는 언니와는 달리 그녀는 항상 자신을 낮추기에 급급했다. 그를 만났을 당시에도 그랬었다. 재환의 모든 것에 저도 모르게 이끌려 분명히 먼저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언니에게 언젠가는 밀리고 말 거라는 생각에 먼저 뒷걸음질을 치던. 그렇게 재환의 손을 놓아버린, 여전히 어린 여자. 그게 재환의 뇌리 깊숙히 박힌 별빛의 모든 것이었다. 그 전에 무엇이 있었던가는 중요치 않았고, 이제는 별빛과의 끝만이 그렇게 재환의 기억 속에 외로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어른이 되게끔 기회를 주고, 또 그 기회를 이용해줬을 뿐이다. 그래, 그저 그 뿐이었다. 물론, 그게 별빛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을지는 아직은 몰랐지만. 잠깐의 회상에 잠겨 저도 모르게 입가에 메마른 미소를 머금고 있던 재환은 제게로 내밀어진 별빛의 손을 잡아 힘껏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덕분에 저항할 새도 없이 재환의 품에 다시 한 번 안기다시피 하게 된 별빛을 소리를 지르려다 말고, 바로 앞 방에 언니가 잠들어 있음을 깨닫고 헛숨으로 다시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 이거 놔요. ”





재환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그리고 속삭이듯이 별빛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재환은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고 허리를 감싸안아 제 품으로 더 끌어당겼을 뿐이었다. 이것도 버릇일까. 문득 든 생각에 별빛은 분명 손을 내밀었으나 아무것도 쥐이지 않은 제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분명 언니의 손에는 모든 것이 가득 담겨있을게 분명했다. 재환의 이러한 버릇 하나하나도 소중히 간직하지 못한 채로 흘려보내며 그렇게 매일을 살아갈 수 있을 언니였다. 부러웠다. 지독할 정도로 미운 마음이 언니가 부러워 미칠 것만 같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들리지도 않을 듯했던 속삭임이 괜히 귓가를 울리는 것만 같아 별빛은 재환의 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다. 

싫어, 미워, 죽어버려. 온갖 미운 감정이 목적도 모른 채 빈 틈새로 바람이라도 새어나오듯 쉴 새 없이 흘러나와 별빛을 괴롭히고 있었다.






“ 버리면 안되지. ”






 별빛이 제 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자, 그녀를 안은 팔에 힘을 줘 잠깐의 틈도 보이지 못하게끔 만든 재환은 제 손에 들고 있던 향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날, 둘에게는 전혀 잊을 수 없을 그 날 이후로 별빛이 사용한 적이 없다는 걸 증명하듯이 향수병 안에 든 액체는 여전히 빈 틈 하나 보이지 않은 채로 재환의 손 안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파란색 용기 안에 가둬진 탓에 안에서 흔들리는 액체도 하늘색 빛깔이 맴도는 것도 여전했고. 

그 때와 다른 거라면 뚜껑이 없는 것 정도였다. 뚜껑이 없는 이유쯤은 재환도 충분히 예측 가능했기에 별빛에게 별다른 말을 더 이상 꺼내지는 않았다. 분명, 그녀라면 이 향수의 향이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바랐을게 분명했으니까. 





“ 왜 버리면 안되는데요. ”
“ 너도 잘 알잖아. ”





 분명 제 자신이 물어봤음에도 재환의 입에서 흘러나올 그 말들이 무서운지 별빛은 무의식적으로 재환의 품으로 몸을 숨기려 애썼다. 그 반응이 만족스러워 살짝 웃어보이던 재환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향수를 별빛의 목덜미를 향하게 한 뒤에 적은 양을 뿌리고서는 주위를 맴도는 그 향을 깊이 음미했다. 그러나 재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별빛은 티 날 정도로 몸을 움찔했고, 이에 재환은 그녀를 안심시켜줄 요량으로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별빛의 팔을 쓸어주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아이를 달래듯이 천천히 쓸어주는 재환의 행동에 별빛은 옅은 한숨을 내쉬는 걸로 조금이나마 진정되었음을 알려주었다. 그제서야 팔을 쓸어주던 행동을 멈춘 재환은 향수를 뿌렸던, 그래서 계속 예의주시하던 목덜미 부근을 검지로 건드려보기 시작했다. 목덜미로 와닿는 재환의 손길이 느껴질 때마다 별빛의 몸은 놀이라도 하듯이 경직되기에 바빴다. 재밌긴, 낮게 웃으며 재환은 별빛의 조금 전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주기 위해 고개를 들어 화장대 위에 걸려 있는 그녀의 가족 사진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냥 행복해보이기 그지없는 평범한 한 가족의 사진이었다. 별다를 것 없이 무미건조할 정도로 단순한. 
 
사진 속 가족 구성원을 한 명, 한 명 노려보듯이 살펴보던 재환은 무슨 일이 있기라도 했는지 우울하다 못해 암울해 보이는 사진 속의 별빛을 가만히 주시하다가, 시선을 옆으로 옮겨 세상 모든 근심 하나 없는 듯이 밝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언니에게로 고정했다. 저 둘이 적당히 섞인 자매였다면 이렇게까지 재미있지는 않았겠지. 제 생각에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헛웃음을 짓던 재환은 여전히 사진 속 언니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별빛의 물음에 답해주기 위에 느릿하게 제 입을 열었다. 







“ …이래야 네 언니랑 같은 향이 나니까. ”








더보기  

저도 저를 모르겠네요. 비몽사몽간에 쓰긴 했는데 모르겠어요. 하 ...ㅜㅜ   

같은 상황, 같은 패턴의 반복. 여러모로 미치겠네요. 다음 화부터 진행되긴 할 듯한데 쓰던게 또 날라가니 이게 멘붕이 심하네요.  

우선 많이 써볼게요. 읽어볼게요. 그리고 노력할게요 ㅜㅜ 좋은 말씀, 충고도 겸허히 받아들일게요!  

잘 자요. 저도 잘 잘게요.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감사해요.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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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진짜 치명남..분위기 대박이다.. 항상 잘 보고있어요! 브금도 글이랑 잘 어울리고
9년 전
바라기
좋은 말씀 감사해요 ㅜ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쩐지 감사하다는 말밖에 나오지를 않네요. 그만큼 정말 감사해요.
9년 전
독자2
하...대박이다...정말.....ㅠㅠ분위기봐ㅠㅠ분위기에 휩쓸리는 나로써는 정말......하....미치겠네요ㅠㅠ오늘 처음보는데 신알신하고갈게요ㅠㅠ다른것도 봐야지ㅠㅠ
헝헝 ㅠㅠㅠㅠ뎨화나ㅠㅠㅠㅠㅠㅠ

9년 전
바라기
나, 분위기, 성공적. 요새는 이런 느낌이네요 ㅋㅋㅋㅋㅋ 칭찬해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168.33
아 심장이.... 너무 심하게 치명적이네요~ 기대기대되네요!
9년 전
바라기
부족함이 많은 글이라 건드리기에 어려움이 많은데 기대된다고 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ㅜㅜ최대한 빨리 간추려내고 오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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