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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내 ? ]
정말 기다리고 기다렸던, 바래왔지만 아닌 척 했던, 괜한 기대를 하곤했던 연락.
막상 한빈이한테서 이렇게 연락이 오자 , 반가웠던 마음도 잠시 혼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어.
가장 먼저 한빈이는 어떤 마음으로 나한테 잘 지내냐는 연락을 해 왔을까, 지금 한빈이 상태는 어떨지
아직 많이 우울해 하고 있는 건가, 나를 얼만큼 원망하고 있을까,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고 있을까.
그리고 난 답장을 해야 할까 혹은 모른 척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또, 답장을 보낸다면 어떤 내용으로 보내야 할까.
잡다한 생각으로 연락이 온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답장을 보낼 수 있었어.
[ 그럭저럭 …, 너는 ? ]
몇 번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눈 질끈 감고 보내고 나니 뭐가 그리 떨리던지
괜히 핸드폰만 손에 쥐고 이리저리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거렸어.
긴장감에 핸드폰을 쥔 손에 땀이 나기도 하고, 혼자 집에 있었음에도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더라.
난 두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답장을 보냈는데, 한빈이는 오 분 만에 답장이 왔더라고.
[ 난 잘 못 지내. ]
고작 다섯 글자에 불과한 답이었지만, 답장 보자마자 진짜 심쿵이 뭔지 느꼈던 것 같아. 저 짧은 문장을 몇 번이고 되뇌었어.
아무리 봐도 마음만 아파오는 게, 저 한 마디를 내뱉기까지 얼마나 참고 또 참았을까 생각이 들더라고.
사실 누가봐도 한빈이가 잘 지내는 게 이상한 거잖아, 알고 있으면서도 직접 저 말을 들으니까 가슴이 얼마나 아프던지..
그렇게 또 한참을 고민 하다가 답장을 안 하기도 뭐해서 괜히 말을 돌려서 대답 했었어.
염치없는 내가 할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었겠어.
[ 너네 팀은 요즘 어때? ]
[ 그거 대답해주려고 연락한 거 아니란 거 알잖아. ]
[ 아 … 미안. ]
[ 불편한 거 아는데 전화 해도 돼? ]
[ 전화는 내가 좀 그런데.. ]
[ 그럼, 잠시 나오는 건 ? ]
[ 이 시간에 어디로 ? ]
[ 이 시간에 갈 곳 없으니까 매번 만나던 공원벤치에서 먼저 기다릴게, 천천히 와. ]
저 문자 받고 너무 고민이 많이 돼서 준회한테 전화했었어. 누가보면 나 아는사람 구준회뿐인 줄 알겠다.
그래도 어쩌겠어, 이런 얘기는 준회한테 밖에 못 하겠더라고. 아무래도 준회는 속사정을 다 알고 있으니까.
한빈이가 기다린다니까 나가 봐야 할 것 같긴 한데, 막상 얼굴 보면 꺼낼 말이 없어서 어색하고 불편할까봐 괜히 걱정이 되더라.
언제부터 우리가 만남 조차도 이렇게 의식하고 불편한 사이가 되어버렸는지, 자꾸만 나를 탓할 일이 늘어나더라고.
[ 여보세요, 준회야 ? ]
[ 어, 누나. ]
[ 그.. 혹시 김한빈 연습실에 있어? ]
[ 아니? 두 시간 쯤 전에 나가던데 아직 안 들어와. 혹시 같이 있어? ]
[ 뭐래 …. ]
[ 그럼 전화 한 용건이 뭔데 ? ]
[ 아, 한빈이가 잠시 만나자고 공원에서 기다린다는데 나 이거 진짜 나가 ? ]
[ 형 나간 지 두 시간 됐다니까 ? 언제 나오라고 하던데? ]
[ 이십분 쯤 된 것 같아. ]
[ 날씨 쌀쌀한 거 알지, 형 요즘 들어서 몸 더 안 좋아져서 응급실 신세 자주 지니까 추운데 떨게 두지말고 빨리 나가. ]
[ 응급실 ? ]
[ 응 매번 의사 선생님이 푹 쉬어야 낫는다는데 형 고집 알잖아, 죽어도 편히 안 쉬더라.
그니까 얼른 가, 괜히 감기 걸려서 고생 시키지 말고. 또 자기 탓 하고 후회할 거 뻔한데 뭘 망설이고 있어. ]
[ 나, 가 볼께. 한빈이 좀 잘 챙기고.. 끊을께 - ]
한빈이가 나랑 만날때도 몸이 워낙 허약해서 자주 앓아 누웠긴 한데, 응급실을 몇 번이고 들락일 정도로 심하진 않았거든.
준회가 하는 얘기 듣고 너무 놀래서 급한 맘에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그냥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 세트 그대로 나갔어.
좀 뛰듯이 빠른 걸음으로 갔어. 그 공원이 사람도 많이 없고 밤에 갈 곳 없으면 항상 가던 데라 우리 둘에겐 너무도 익숙한 곳이야.
가 보니까 가로등 밑에서 핸드폰을 손에 꽉 쥐고 바닥만 쳐다보면서 멍 때리고 있더라. 옷도 따뜻하게 안 입고 얇게 입은 채로 말이야.
" 어, 왔어 ? "
" 옷이 이게 뭐야, 멋 부린다고 옷 얇게 입지 말라고 했잖아. "
" 너도, 추워보여. "
내가 옷 얇게 입지 말라고 했지 않았냐며 잔소리 하면서 자연스레 한빈이 옆에 앉으니까 나도 추워 보인다고 하더니
그거알지 큰 곰인형 옆으로 안는 거, 약간 나한테 기대듯이 앉아서 나를 안는 거야.
나 정말 이때 김한빈이랑 만난 것 중에 최고로 당황했었어. 이럴 거라고는 아예 예상도 못 했거든.
근데 또 말을 못 하는 게,
저렇게 웃는거야 사람 마음 약해지게.
그래서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한빈이가 다시 말을 시작 하더라고.
" 곡 들려줄까, 내가 만든 건데 이거 위너형들 타이틀 곡으로 내기로 했어. "
" 응, 들어볼래. "
뜬금없이 곡 들려 줄까 라는 물음에 아니 라고 대답 하기도 뭐 해서 그냥 들려 달라고 했어.
내가 그때 들은 노래가 너희들이 알고있을 '공허해' 라는 곡이야.
다들 알다시피 이 곡은 한빈이가 거의 다 만든 거라고 봐도 무방한 곡이잖아.
그때 공허해 노래를 듣는데 그날 따라 왜 노래 가사가 귀에 그리도 잘 들어 오던지. 가사 하나 하나가 정말 주옥 같았어.
수많은 마디 중에서 내가 제일 울컥했던 가사는 ' 삶의 이유가 사라져, 머리가 복잡해. ' 이거였어.
물론 모든 가사들이 나를 울게 만들기에 충분했지만, 저 가사는 뇌리에 꽂혀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가 않아.
노래를 들으면서도 한빈이가 이 노래를 나에게 들려주는 이유가 뭘까 생각 하면서, 노래가 너무 와 닿아서
흐르는 눈물이 주체가 되지 않아서 고개를 숙이고 듣고 있었는데 한빈이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는 거야.
옆에서 일어나는 소리 들리니까 한빈이 쪽으로 눈이 가길래 보고 있었는데,
한빈이가 울더라, 나 사실 한빈이가 둘이 있을 때 내 앞에서 우는 건 처음 봐서 되게 놀라기도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오죽했으면 이렇게 울기까지 할까 싶어서 또 울컥 해서 이제는 아예 주체가 안 되는 거야.
공허해는 계속 흘러나오고, 한빈이는 저렇게 몇 번 닦더니 다시 자리에 앉는데 내가 막 눈물 닦고 있으니까,
자기 손으로 내 얼굴 자기랑 마주보게 하더니 자기 손으로 내 눈물 닦아주면서
" 왜 울고 그래. "
그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나를 많이 원망했어도 이 다정함은 변함없이 그대로구나 싶었어.
그래도 한빈이가 달래주니까 금방 괜찮아지던 거 있지.
그렇게 조용히 마음 다 잡고 있었는데 한빈이가 먼저 우리에 대한 얘기를 시작했어.
" 뭐 하면서 지냈어, 연락은 왜 하나도 없고. "
" 미안해서 어떻게 연락해 내가 … 니 소식 다 들었는데. "
" 준회지? "
" 왜 기운 없이 축 처져서 사람들 기운 빠지게 만들고 그래, 답지 않게. "
" 내가 …, 정말 꿈꾸던 일이라서. 너무 하고 싶던 데뷔고 어깨에 다섯 명의 꿈도 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다른 어디에도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 너한테만은 그게 예외가 됐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 했던 거, 여전히 후회하고 있고 아마 평생을 마음에 두고 살 것 같애.
근데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게 무산 되어버렸고, 내 든든하던 버팀목도 결국엔 나를 못 버티고 떠나가버렸어.
그래서 몇달간 내내 우울해 있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갈 만큼 노력한 결과가 겨우 이거였나 싶고, "
" 결과가 이런데 너한테 어떻게 연락을 할 수 있었겠어 … 차라리 이겼으면 이겼다고 말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게 아니라서 못 했어. 그렇게 우울해 있는 동안 이 노래를 비롯한 많은 곡들이 나왔고 지금 나한테 새로운 기회가 다시 주어졌어. "
" ……. "
" 마지막, 인 것 같아 이 기회가. 이번에 다시 온 기회에는 어떤 것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연락했어.
돌이켜 보면 네가 나를 떠난 게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이라고 생각해. 나였어도 그런 선택을 했겠지 아마, "
" 많이 미안해 하고 있어, 네가 그렇게 가고 나니까 잘 되던 일도 하나 둘씩 꼬이더라고. "
" 후회의 반복이었지.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알아. 근데 이렇게는 더이상 못버티겠어. "
한빈이가 한 마디 한 마디 씩 내뱉을 때마다, 미안한 게 너무 커지니까 미안했다고 사과 하고 싶은데 한빈이가 그럴 기회를 안 주는 거야.
그래서 그냥 미안하다고 내가 좀 더 참아 볼 껄 못 참아냈던 것 같다고 얘기하니까 한빈이가 그러더라.
" 그러니까 이번엔 옆에 있어주면 안될까 ,"
"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 여주(아/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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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죠 ㅠㅠㅠㅠㅠㅠ 죄송해요 글을 써놓지 못했어서 늦게나마 올리네요 ㅠㅠㅠㅠㅠ
내일은 최대한 일찍 올려보도록 할께요! 저번글에 많은분이 댓글 남겨주시고 신알신 해주셨는데,
감사드려요 정말!!! 성의있는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된다는 점 ! 사랑합니다 ♡~
+ 암호닉 언제나 받아요 !!
초록글 감사합니다 ㅜㅜㅜㅜㅜㅜㅜㅜ 진짜 고마워요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