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초코 , 지블리 , 빈빈 , A , 김한빈네꽃밭 , 치킨 , 주네 , 한빈모자 , 플라워왈츠 , 노랑필통 , 민트 , 지블리
오늘은 분량 정말 정말 많아요 !
시간 많을 때 천천히 읽어주세요.
***
오늘은 우리가 잠시 헤어지기 전에 만났던 얘기를 해보려 해.
한빈이랑은 2012년 8월 달쯤에 만났어. 전에 얘기했다시피, 준회랑 어릴 때부터 친했어서 연습생이 되고서도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거든, 그냥 친누나 친동생처럼 보일만큼. 아무래도 준회가 입사할 때 나이가 어렸었기 때문에
내가 회사 내에서 준회를 많이 챙겨주다 보니 한빈이랑도 많이 마주쳤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얼굴이 익숙해져있었어.
비팀애들은 랩 레슨 한개 보컬 레슨 한개, 보컬이랑 랩 같이 레슨 하나, 춤 레슨 이렇게 일정이 맞춰져있어.
보컬 네 명은 지금의 위너랑 같이 레슨을 했었고 보컬이랑 랩 같이하는 레슨은 여섯 명이라서 나랑 여자 연습생 셋 같이 열명 채워서 했어.
랩 레슨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고. 여튼, 보컬이랑 랩 같이 하는 레슨 때가 유일하게 비팀이랑 같이 연습하는 시간이었어.
한빈이가 다른 사람한테 유난히 낯을 많이 가려서 사실상 내가 비팀에서 제일 늦게 친해진 게 한빈이였거든.
그래서 지금도 준회가 한빈이한테 '그렇게 낯가리고 제일 늦게 친해지더니 어떻게 사귄 거래' 라고 종종 말하곤 해.
여튼, 같이 레슨받을 때 준회랑 유독 붙어 있다 보니 비팀이랑 자연스레 친해졌었어.
아무래도 레슨을 같이 받으니까 서로 노래하고 랩 하는 모습을 다 지켜보고 혼나거나 지적받는 모습까지도 다 보게 되잖아.
그러다가 내가 한빈이한테 호감이 생겼던 결정적인 일이 하나 있었어.
그날따라 유독 목이 안 좋아서 음이 안 올라가는 탓에 선생님한테 지적을 엄청 많이 받았는데도 목이 안 풀려서
결국 쌤이, 가수한다는 애가 목관리 하는 게 가장 우선적인 거 아니냐고 그것도 못하는 애가 무슨 가수를 하겠다고 이러고 있냐고 엄청 혼내셨어.
나도 내가 원하는 대로 안 풀리니까 속상한데, 쌤한테 그런 소리까지 들으니까 내 스스로 한테 화도 나고 속상하기도 해서
쌤이 잠시 쉬었다가 하자고 말씀 하시고 나가시고 나서, 나도 곧장 연습실 나와서 복도 끝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고개 숙이고 웅크려서 울었었거든.
그런데 누가 내 등에 후드집업 같은 옷 걸쳐주더니 옆에 털썩 앉는 거야.
그래서 뭔가 싶어서 후딱 눈물 닦고 옆을 쳐다봤는데,
" 왜 울어- 울지마. "
저러면서 토닥토닥 해주는 거야. 근데 이게 묘하더라고. 나중에 들어보니까 이 일 좀 전부터 나 좋아했었다더라.
그래서 나 나가는 거 보자마자 따라 나왔는데, 언제 나한테 가야될까 싶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내가 한참 고개를 안 드니까 그냥 옷 덮어준거래 추워보여서. 이때 내가 한빈이 앉은키 보다 작으니까 한빈이를 좀 올려다봤는데 그게 그렇게 귀엽더래.
장화신은 고양이 같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좋아졌다며 이건 쌤한테 고마워해야하는 일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더라.
그렇게 서로 호감 갖고 있다가 어느 날 부터 한빈이랑 집에 가는 시간이 비슷해져서 가끔 회사를 같이 나갈 때가 있었거든 ?
가끔이니까 한빈이가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 올 때 까지 기다려주고 그랬었어. 몇 번 그럴수록 서로 친해져서 어색한 것도 없어졌었는데,
하루는 김한빈이 되게 말을 주절주절 하는 거야. 막 우리 안지 오래 된 건 아닌데 오래된 기분이라느니, 준회보다 자기랑 더
친해졌음 좋겠다느니 그냥 평소에 안 하던 말들까지 다 하길래 무슨 날인가 싶어서 그냥 한빈이 쳐다보고 있으니까
잠시동안 한참 말 없이 고민하더니 ' 저, 그... 우리' 이러고 또 말 끊길래 어? 대답했더니,
" 사귀자. "
나 이때 진짜 어리바리 해보였을 걸.. 얘한테 막 응? 뭐라고? 되물으면서 혼자 떨려서
괜히 한빈이 못 보겠고 그랬는데 한빈이가 생각보다 당당하게 '남자친구 여자친구 하자고 우리. 너 좋아하니까 내가. '
이래서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엄청 달아올랐었어. 이게 밤이라 안 보여서 정말 다행이었지. 그나마 덜 창피했거든.
그리고 이 날은 한빈이가 집까지 데려다줬었어. 그래서 아 평소랑 다른 게 맞구나 싶었고.
한빈이랑 사귀게 된 바탕은 대충 이래. 다음에 한빈이랑 사귈 때 얘기 한 번 더 적어줄게.
이번에 하려는 얘기는 내가 한빈이랑 자잘하게 다퉜던 일들이야.
이런 자잘한 다툼들이 계속 이어진 것도 우리가 헤어진 이유 중 하나니깐.
***
며칠 전부터 감기기운이 돌더니 결국 응급실까지 갔다 오게 됐는데, 이때가 한빈이가 한창 곡 작업한다고 했던 때였거든.
빈이 곡 작업 할 때는 혼자 집중하게 내버려두고 방해를 하지 않는 게 좋아. 근데 그 달에 자작곡 하나를 사장님께 제출했어야 했는데,
그때 유독 일이 겹쳐서 그게 좀 늦어졌나봐. 그래서 되게 바쁘게 곡 작업한다고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매달렸던, 그랬던 때야.
그러다보니, 내가 아프다하면 또 신경 쓰이니까 집중 안 돼서 혹시나 한빈이 사장님한테 혼나는 건 아닌가 싶고 방해 안 되어야겠다는 마음에
준회한테 말 하지 말라고 혹시 한빈이가 나 물어보면 적당히 둘러대달라는 핑계로 준회한테만 아픈 거 얘기했었거든.
그러고 아파서 이틀 동안 비팀이랑 같이 하는 레슨을 못 나갔더니 어김없이 한빈이한테서 연락이 왔더라.
아파서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어지러워서 밥도 못 먹고 시름시름 앓고 있었는데 한빈이가 까칠하게 나오길래 괜히 화가 났어.
그래서 그냥 읽고 대답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았었어. 그러고 열 받아서 카톡 이름 김한빈으로 바꾸고.
근데 한 시간 쯤 뒤에 벨소리 한번 들리더니 ' 들어간다 ' 이러고 한빈이가 비밀번호 치고 들어오더라.
이때 서로 집 비밀번호 알고 있었거든. 난 준회 때문에 비팀 숙소 비밀번호 알고 내가 혼자 사니까 한빈이가
혼자 사는 여자는 비밀번호 자기한테 얘기해야 된다고 억지 부리길래 그냥 옜다 하고 알려줬었어.
여튼, 얘가 들어오자마자 거실에 나 없으니까 방문 딱 열었는데 내가 이불 끝까지 덮고 눈 감고 있었거든?
침대 쪽으로 오더니 이불 조심스럽게 열어서 내 얼굴 보이게 했는데 내가 생각보다 상태가 안 좋아 보였나봐.
나한테 ' 자? ' 묻길래 내가 ' 안자.' 이러니깐 침대에 걸터앉더라, 그래서 내가 얘 쪽으로 돌아누웠어.
" 전화는, 왜 씹는데. "
" 받기 싫어서. "
" 말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어. "
" 왜 왔는데, "
" 밥은. "
" 안 먹었어. "
" 못먹었겠지. "
" 화내려고 온 거면 그냥 가면 안 돼? 오늘은 아닌 거 같은데. "
내가 저 말 하자마자 일어나서 말도 없이 내 얼굴 한번 보더니 진짜 나가는 거야..
나 이때 얘한테 진심으로 실망했었어. 분명히 구준회한테 듣고 온 거 일텐데 진짜 나가길래 와 얘 뭐지? 싶었거든 ?
근데 한 30분? 있다가 다시 비밀번호 치는 소리 들리길래 구준회인가 싶어서 봤더니 김한빈이더라.
손에 무슨 종이가방 같은 거 들고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더니 손에 그릇이랑 숟가락 쥐고 나한테 오더라고.
그러고 또 아까처럼 침대에 걸터앉더니 숟가락에 죽 떠서 후후 불고 ' 아- 해 ' 이러길래 옆에 있던 물 마시고 마지 못한 척 받아먹었어.
계속 먹여주면서 할 말은 또 다하더라고.
" 내가 네 소식을 왜 자꾸 남한테 들어야해, "
" 네가 아픈 걸 가장 알아야 할 사람인 나만 왜 모르냐고. 네 남자친구 나잖아, "
" ..곡 작업 한다며, 그래서 말하지 말라고 했어. "
" 아무리 그래도, 밥도 못 먹고 응급실까지 다녀온 여자친구 얼굴 한번 못 볼 만큼 중요한 거 아니란 거 알잖아. "
" 그냥 …, 괜히 신경 쓰이니깐. "
" 아픈데 화낸 건 미안, 답답해서 그랬어. "
" …… "
" 아프기는 왜 아파. 그러게 몸 관리 좀 잘 하라니깐. "
" 너도 옷 따뜻하게 입으라고 해도 죽어라 말 안 듣잖아. "
" 내가 너랑 같냐, "
" 응. "
이러니깐 꿀밤 때리려는 척 하다가 한숨 한번 쉬더니 아프니깐 봐준다더라.
" 이제부터 아픈 거고 뭐고 나한테 숨기는 거 하나도 만들지 마 알겠어? "
" 네- 오빠. "
" 잘못한 건 알아가지고. "
그러더니 입가에 죽 먹으면서 묻었는지 자기 손가락으로 닦고 되게 아무렇지 않게 먹더라.
그래서 내가 또 농담으로 손 씻었어? 이러니까 자기가 생각보다 깔끔한 사람이라면서..
여튼 한빈이 나 죽 다 먹여주고 수건 적셔 와서 이마에 올려주더니 이불도 목 끝까지 덮어주고 나서 레슨 있어서
가봐야 한다고 밤에 한번 더 들릴 테니깐 푹 자고 있으라고 하더니 갔어. 가기 전에 내가 한빈이한테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었더니
슬쩍 카톡 보여주더라.
다 나으면 구준회부터 죽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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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분량이 좀 많죠? 그래서 늦었습니다 예 하하...
위에 공지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보러와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글 쓰는 맛이 난답니다ㅜㅜ 감사해요 !♡
초록글 1페이지 고마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