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아직 팀을 갖추지 못한 96년생 YG 연습생이야.
YG 들어가기 전부터 준회네랑 가족들끼리 친했어서 준회랑 나는 친남매처럼 편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이야.
고된 회사생활을 하면서 큰 의지가 되는 준회인지라 쉬는시간이나 식사시간 틈틈이 준회를 보러 갔었어.
거기에는 적어도 나를 박해하는 사람이 없었거든. 따듯하고 화목한 분위기, 딱 가족같은 그런 분위기라 내가 놀러가기를 참 좋아했었어.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에게 호감이 갔던 건 당연한 얘기고, 왕래가 잦았던 나인지라 한빈이 또한 내게 관심을 가졌고
그러다가 자연스레 연인으로 발전한 관계였지. 다시는 만나지 못 할 인연이라 생각하며 연애를 시작했었어.
그간 남 부럽지 않을 만큼 사랑 받았다고 생각 했고 가끔은 흘러 넘치듯 과분한 사랑에
혹시 나중에 변해버린다면 내가 느낄 서운함이 너무 크기에 상실감의 고통까지 걱정을 할 만큼 한빈이는 내게 정말 잘해줬었어.
다들 알다시피 한빈이는 데뷔에 목말라 있던 아이고, 열정이 넘치던 사람이라 윈을 찍을 때는 정말 데뷔라는 목표 하나에만 몰두했었어.
물론 나도 YG 연습생이니까 한빈이가 어떤 마음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해하려 많이 노력했었지.
연습생에게 있어서 데뷔란 인생의 꿈을 이루는 거니까, 데뷔 한번 하겠다고 그 길고 긴 고통의 시간을 견디니까.
근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더라, 평소 같지 않음에 섭섭하고 내가 우선이 아니라는 게 이해가 되면서도 괜히 서운하고.
결국 나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나봐. 한계라는 게 있더라고.
" 준회야, 한빈이는 ? "
" 어, 한빈이형 작업실에 있던데 ? 들어가 봐. "
작업실에 갔더니, 오늘도 역시나 한빈이는 곡 작업을 하고 있었어.
" 김한빈, 오늘 연락 한 번도 없더라 ? "
" 아, 그랬어 ? 깜빡했다, 미안. 알잖아 바쁜 거, 조금만 이해해주라. "
" 몇 번이고 이해해주는 거 알잖아, 가끔 서운하다고 투정도 못 부려? "
" 니 투정 받아줄 만큼 지금 마음이 여유롭지 못 해, 작업 빨리 끝내야 하는 게 있어서. "
" 왜 자꾸 말을 그런 식으로 섭섭하게 해? "
" 곡 작업 할 때 예민해서 말 안 좋게 나가는 거 잘 알잖아, 왜 그래? "
" 말이라도 잘 해주면 좋잖아. 서운해 진짜. 그리고 사람이 말 하면 쳐다보기라도 해 좀."
" 그래서 안 미안하대 ? 미안하다고 했잖아, 오늘따라 유독 왜 이래 ? 나도 피곤해 진짜. "
" 누가 너 피곤한 거 모르고 이래?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건데 ?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데."
" 왜 그러냐 진짜, 사람 지치게. "
" 뭐라고? 지친다고 ? 너 지금 그게 할 말이야? "
" 말 하나하나에 꼬투리 잡으려 하지 좀 마, 안 그랬잖아. "
" 진짜, 사람 힘들게 한다 너. 계속 이런 식일 거면, 그냥 우리 시간 좀 가지자. 이렇게는 더 못 버티겠어. "
" 무슨 말이야 그게. "
" 헤어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
" 싫어. "
" 무작정 싫다고만 하지 말고 내 입장도 좀 생각 해 봐. 지금 너 진짜 이기적이야 알아 ?
그래, 넌 윈 찍는다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거 알아, 근데 난 바쁜 니 옆에서 아무 것도 못하잖아.
너 만나지도 못 하고 연락도 못 하잖아. 지금 니가 바쁘니까 내가 모든 걸 이해해야 돼.
무작정 기다리기만 해야하는 난 어떨 것 같아 ? 하나도 안 힘들 것 같지. 그래서 너 말 그런식으로 하는 거잖아.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버텨야해 내가 ? "
" ..갑자기 왜 이러는데, 지금 너답지 않아 여주(아/야). "
속상한 마음에 그동안 참고 눌러왔던 감정들을 울분을 토하듯이 쏟아냈어.
서러워서 김한빈 얼굴 안 보고 있었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 근데 얘 작업실에 사방이 거울이라서 김한빈이 나를 안 볼 수가 없는 환경이었어.
나보고 울기는 왜 우냐고 지금 심정으론 자기가 더 울고 싶다고 그러더라고.
" 알잖아 여주(아/야), 나 이렇게 버티는 거 너 덕분인거. 촬영하느라 힘든데 너 마저 없으면 어떡하냐 내가.. "
윈 촬영을 하니까 연습실이건 숙소건 불문하고 카메라가 있고 한빈이가 어딜 나가면 vj분들이 따라 나와서 찍으시니까 만나기가 쉽지도 않았어.
그리고 한빈이, 나 아니어도 마음고생 심하게 하는데, 그런 와중에 나까지 신경 쓰이면 얼마나 힘겹겠어.
사실 내가 힘든 것도 있었지만, 한빈이 마음 좀 편하게 해주려고 잠시 시간을 좀 갖는 게 우리한테 더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보내주듯 헤어지는 게 내 딴에 할 수있는 최선의 배려였어.
결국 미안하다고 하고 작업실 문 열고 나와 버렸고, 그 이후로 우린 잠시 공백을 가졌지.
내가 자초한 이별이고, 힘들 각오를 충분히 하고 했던 말이기에 처음엔 실감이 안 나서인지 그런대로 버틸만 했어.
버틸만 했다는 게, 당장 한빈이한테 뛰어가지 않을 정도의 버팀이었어.
그러니까, 난 하루종일 우는 것 밖에 못 했다는 거야.
그날 준회가 연락이 왔더라고. 차마 전화 받을 목소리가 아니었는데, 준회가 워낙 집착이 심한 스타일이라.
몇 번 안 받아도 계속 폰 울리길래 그냥 확 받아버렸어.
숙소 돌아와서 혼자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가 다 잠겼더라고.
[ 여보세요, 누나 ? ]
[ 어 준회야. ]
[ ..목소리는 왜 그래. ]
[ 그냥 … ]
[ 무슨 일 있었지 한빈이형이랑. ]
[ 어 ? ]
[ 모른 척 하지 말고 좀. 형 하루종일 작업실에서 안 나와. 진환이형이 들어갔었는데 고개도 안 들고 엎드려있더래.]
[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묻는데 ? ]
[ 형 저러는 이유 누나밖에 없는 거 누나가 더 잘 알잖아. 아니야? ]
[ ..걔랑 헤어지기로 했어. ]
[ 뭐라고 ? 헤어졌다고 ? ]
[ 응. ]
[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린데, 말이 안 되잖아 이건. ]
[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말이 안 될 것 까지는 아니잖아. ]
[ 뭐가 그렇게 쉽냐 누나는. ]
[ 너랑 말씨름 할 기운 없어, 끊자. ]
[ 내일 연습실 한 번이라도 와. ]
[ 내가 왜 가 거길. ]
[ 한빈이형이랑 얘기 한 번만 더 해봐 어? 누나 생각보다 형 많이 힘들어 한다니까? ]
[ 김한빈은 나한테 연락 할 시간조차 없이 바쁘던데, 넌 아닌가봐. ]
[ 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그렇지, 형이 저런데 우리가 무슨 연습을 한다고. ]
[ 한번 더 얘기한다고 해결날 일 아니니까 그만 끊자, 누나도 힘들어 준회야. ]
[ 일단은 알겠는데, 마음 좀 추스르면 한번은 와. 부탁할게. ]
[ 알겠어 그렇게 할게. ]
준회랑 전화 하다 보니 김한빈이 생각보다 힘들어하고 있다는 말에 괜히 울컥해서 또 한참을 울었던 것 같아.
알다시피 한빈이가 자기 하는 일에 있어서는 엄청 냉정하잖아.
그런 애가 마인드 컨트롤도 못하고 하루 종일 그렇게 있다니까 한편으론 마음 아픈데
한편으론 아 내가 그래도 얘한테 이정도의 영향은 미치는구나 싶어서 안심이 되더라고.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고, 그간 서로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그 일주일 사이에 한빈이네 팀은 월말평가를 받았었는데 준회가 전해준 바로는,
" 한빈아, 너 혹시 연애하냐. " - 사장님
" 네? 아.. "
" 왜 망설이고 그러냐, 솔직하게 말해봐."
" ..네, 그렇습니다. "
"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나보다 ? "
" 네, 조금 … "
" 조금이 아닌 것 처럼 보이는데, "
" ……. "
" 너 중심으로 돌아가는 애들이야. 니가 우울하니까 딴 애들까지 축 처져 보인다.
무슨 일 있거들랑 잘 해결하고 기운 내라. "
" 네, 감사합니다. "
사장님 눈초리가 좋은 건 널리 들 알려진 거지만, 사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한빈이가 예전보다 많이 처져있었단 얘긴데, 이렇게 얘기를 전해 듣다 보니 자꾸 보고 싶더라 한빈이가.
그래서 좀 잊어보겠다고 몸이 힘들어야 머리가 생각을 못 할 것 같은 마음에 하루종일 연습에 미친 듯이 매달려도 보고
그간 만나지 못 했던 친구들이랑 펑펑 놀러도 다니고 관리하느라 마시지 못 했던 술도 들이부어보고.
이래 저래 시간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윈이 마지막 생방송만 남겨놓은 상황이더라고.
연습생 애들이 보러 가자고 막 난리쳤었는데, 솔직히 내가 무슨 염치가 있어서 거길 가나 싶어서 안 갈까 생각하다가
이거까지 안 가면 이제 정말 한빈이 볼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결국엔 마지못하는 척 방청하러 갔어.
그전엔 준회 통해서 한빈이 소식 간간히 듣곤 했거든. 카메라 있을 땐 그나마 밝은데 꺼지고 나면 아무 말도 안 한다고.
진환이 오빠도 지원이 오빠도 한빈이 저러는 거 처음 본다면서 진짜 많이 걱정하더래.
그래서 준회한테 한빈이 안 그래도 마르고 몸도 허약한 애라, 밥 먹이러 좀 데리고 다니고
한빈이 연습하고 나서 덥다고 날씨 추운데 밖에 나가자 하면 감기 걸린다고 좀 말리고 차가운 물 말고 미지근한 물 마시라하고
그냥 나 대신 잘 좀 챙겨달라고, 내가 옆에 못 있어주니까 부탁하겠다고 말하곤 했었어.
그러니까 준회가 그러더라. 그렇게 걱정되면 괜히 나한테 이러지 말고 그냥 형이랑 원래대로 돌아가라고
중간에 있는 자기들이 죽을 맛이라고 그랬는데, 그래도 뭘 어쩌겠어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후회 하기 조차도 늦은 시간인 걸.
어쩔 수 없기에 가끔 소식이 궁금하면 준회한테 한빈이 얘기 듣는데 한빈이도 매번 준회한테 나랑 연락 하냐고 묻는다 하더라고.
준회한테는 나랑 너 연락하는 거 한빈이한테 얘기하지 말라고 예전부터 말 해왔었어.
윈 마지막 생방송이 시작되고, 익숙한 얼굴들이 무대에 올라왔어.
무대에 서있는 모습이 그 무엇보다 빛나는 사람들, 내가 보기에도 그 순간 만큼은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들이었어.
빛나는 사람들 중 가장 보고 싶던 사람. 어쩔 수 없이 한빈이한테만 계속 눈이 가더라고.
다른 노래들은 다 괜찮았어. 그래도 즐기고 웃으면서 봤는데 climax 노래가 나오는 순간 확 울컥하더라.
한빈이 파트 시작하고서부터 눈물 때문에 앞이 자꾸만 흐려지니까 울지 않으려고 감정 억누르고 꾸역꾸역 참아내면서 한빈이를 보는데
'가족과 친구들과의 무심한 안녕 uh' 이 파트에서 가족 때는 한빈이가 가족들 있는 쪽 쳐다보더니 친구들 때는 나랑 눈이 딱 마주친 거야.
사실 준회한테 얘기했었거든, 오늘 보러간다고. 그랬더니 준회가 자리가 어디냐 묻길래 알려줬어서
준회는 공연하다가 나랑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그랬었는데 한빈이한테도 얘기를 했나봐. 내가 있는 자리를 정확히 쳐다보더라.
그렇게 눈 마주치고 나서부터는 나만 보면서 무대로 걸어가는 거야. 이떄 정말 쉴 새 없이 울었어.
참으려 해도 참아지지가 않아서 그냥 울어버렸어. 한번 터지니까 멈추질 못 하겠더라고.
가사도 마음 아픈데 한빈이도 혼자 울컥해서 참아내느라 찡그리면서 랩 하는데 순간 번쩍 정신이 들더라.
어린 나이에 짊어진 부담감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 와중에 나는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이별이라는 시련만 안겨주고, 내가 참 못났구나..
지난 날들을 회상하면서 내 스스로를 탓하고 원망하다보니 힘들었을 한빈이가 생각났고, 그런 한빈이를 떠올리니까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
그런 와중에도 한빈이는 바보같이 나 쳐다보면서 웃더라고. 그 순간에 내가 정말 멋대로 판단했고 잘못된 선택을 했었구나 싶었어.
그런데도 여태 잘못 해 온 일들이 한빈이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못 다가는 거 있잖아.
그래서 윈 끝나고도 한빈이한테 한 번도 연락 못 했어. 염치 없는 짓이라는 거 아니까. 미안한 거 알면서도 말이야.
미련해 보이겠지만 그렇게 되더라고, 용기를 못냈었던 건지 ….
그렇게 믹스앤매치 찍을 때까지 나랑 한빈이는 이별 그 후 아무런 진전이 없었어.
준회한테서 믹스앤매치 서바이벌 찍는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 반 기쁨 반의 마음으로 꼭 데뷔하기를 바라며 축하해줬었어.
그런데, 그 날 한빈이한테서 문자가 왔더라.
[ 잘 지내? ]
***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해나갈께요 관심있게 지켜봐주세요!!!
분량은 제가 하루에 할수있는 최대한으로 많이 쓰도록 할께요.
성의있는 댓글이 작가에게 힘이 된다는거 아시죠 ㅠㅠㅠㅠㅠ
암호닉과 신알신은 언제나 환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