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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헤어졌을 때 한빈이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
같이 들으면 좋아요 :) !
***
작년 9월, 너와 헤어졌다.
가끔씩 다투기도 했던 우리라서, 몇번 싸우고 말 거라고 생각했던 건 나의 큰 착각이었고,
언제나 옆에 있어줬기에 조금만 더 견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내 오산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네가 참을성 없고 못된 여자라는 건 당연히 아니며 너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되레 너는 언제나 내게 최고의 사람이었고, 결코 잊을 수 없어 다시 너를 잡고 싶었다.
처음 헤어지잔 소리를 듣고 사실 실감이 안 났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 말만은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싫다고 대답했을 때, 네가 내게 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많아 너를 신경 쓰지 못 하고 바쁘게 산다고 생각도 못 했지만
평소와 다름없던 너는, 없는 존재와 마찬가지였던 나로 인해 느끼지 않았던 외로움을 느끼고 그저 보고 싶은 마음에 티냈던 섭섭함도
난 그럴 여유조차 없다며 너의 투정을 받아주지 않아 많이 힘들어했다. 쉴 새 없이 바쁘니 다른 곳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짜증을 다 너에게 풀려했었다.
이건 명백히 나의 잘못이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내 삶에서 네가 차지하던 비중은 점점 줄어만 갔고, 너 또한 이런 나에게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당장에 중요한 것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너를 둘러볼 시간도 갖지 못했고 결국 네가 나를 떠났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네가 왜 떠났는지 알 것만 같다.
그렇게 네가 내 작업실을 나가고 부터, 멜로디도 떠오르지 않고 구성도 하나부터 열 가지 싹 다 마음에 들지 않아 고쳐버리고
가사도 계속 축 쳐지는 느낌에 몇 시간 공들였던 걸 싹 갈아엎고, 결국 그날 마무리 됐어야했던 곡이 이틀이 지나고서야 완성되고.
잘 되던 일들이 하나 둘씩 꼬여가는 걸 보고 있으니 네가 그냥 평범한 여자 친구가 아니라, 내 일상의 모든 것들을 신경 써주고
도와주며 네 손이 닿지 않는 부분 없이 네 자체가 내 삶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은 왜 떠나고서야 떠난 사람의 자리를 느끼는 건지.
다를 거라 생각했던 나도 결국 너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
네가 나가자말자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 그대로 엎드려있었다. 그냥 네가 우는 모습을 보고나니 울컥했던 건지.
진환이 형이 들어와서 왜 그러고 있냐고 , 여주(이)랑 무슨 일 있냐 물어도 ' 무슨 일 있어… ' 라고 말하고 말아버렸다.
그 날은 아침에도 아무것도 먹지 않아서 사옥에 가서 밥을 먹게 됐는데, 매번 사옥을 올 때는 같이 와서 그런가
네가 없는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그냥 속이 안 좋다고 하고선 너와 추억이 많은 곳 중에 하나인 공원벤치에 갔었다.
금방이라도 네가 ' 빈아! 밥은 먹었어? 요즘 쌀쌀한데 옷 하나라도 더 걸치고 나오지 !' 라고 웃으며 내 걱정을 해줄 것만 같았다.
매번 듣는 잔소리라 가끔 지겹다는 생각을 한 내가 미친놈이라 생각하며 무슨 말을 들어도 좋으니 그냥 이 순간에 네가 함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장소, 그대로인 추억 그리고 나. 모든 게 그대로인데 내 옆자리는 휑하기만 했다.
내가 하는 일에 있어선 내 스스로도 독하다 생각할 만큼 냉정했었다. 그래서 네가 떠나고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작업을 시작해도 계속 네가 머리에 맴돌아서 도무지 일에 진전이 없었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도 네가 떠나갈 만큼 열심이었던 것들을 이제와서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결국 놓고있던 펜을 다시 잡았다.
내가 몇 날 며칠을 우울하게 지내니, 너와 친한 준회가 간간히 소식을 들려주긴 했다.
연락을 하는 모양인데, 준회가 가끔 네 연습실을 갔다 오면 답답한 표정으로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예정이냐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별 말없이 그냥 지금은 내가 너무 초라하고 너에게도 시간을 주고 싶다고 대답했었다.
밥도 잘 먹지 않게 되고 네 생각에 울면서 뜬 눈으로 지샌 밤이 늘어가자 내 스스로도 몸이 좋지 않다는 걸 느낄 수 있게 되어버렸고
결국 지원이형이랑 응급실을 몇 번 갔다 오게 되는 일까지 생겼다. 병원에선 영양실조 걸릴지도 모른다며 잘 챙겨먹으라 했고
몸이 굉장히 약해져있는 상태이니 푹 좀 쉬라고 했다. 그래도 난 어떻게 하면 네가 잠시라도 생각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춤만 죽어라 춰보기도 하고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이어폰을 꼽고 아주 큰 소리로 음악을 듣기도 했다.
자꾸 잠을 불규칙하게 자다보니 병원에서 수면제를 받아 겨우 잠에 들곤 했다. 그냥 내 생활의 모든 것들이 엉망이었다.
죽을만큼 힘들다는 게 이런 거구나, 몸소 체감했었다.
가끔 너를 볼 수 있던 레슨 때도 우리 팀 시간이 변경 돼버려서 못 보게 됐으며 지나가다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네가 지나간 자리를 계속 지켜보기도 했었다. 분명 짧게만 느껴졌던 너와의 일 년인데, 그동안 무슨 추억이 그리도 많았는지.
" 한빈아, 끝나가잖아 … 그냥 조금만 힘내자. 그 말 밖엔 못 해주겠다. " - 진환
" 형 이번 프로그램만 끝나면 결과가 어떻든 돌아가. 지켜보는 사람이 더 힘든 거, 알긴하려나. " - 준회
그래도 난 팀으로 연습을 하니깐 멤버들이 위로를 건네면 별 거 아니라도 힘이 나는데,
넌 혼자 연습을 해서 위로를 받을 사람이 많이 없을 텐데 …, 항상 걱정이었다.
심지어 월말평가에서 사장님께 연애를 하냐, 근데 안 좋은 일이 있느냐는 등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이
내가 우울해보이니 분위기가 쳐져 보인다는 평가까지 들었었다. YG에 입사하고 우울해 보인다는 평가는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충격이었다.
그렇게 똑같은 일상의 반복으로 미친 것처럼 파이널 무대까지 달려왔다. 준회에게 네가 와있다는 소식을 듣고 관객석을 둘러봤었다.
시력이 좋지 않았지만 그냥 너라는 이유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고 다른 무대들은 신나서 이곳저곳 뛰어다녀야 하는 무대들이었기에
너를 보면 신이 날 수 없을 것 같아서 괜히 다른 곳만 쳐다봤었다. 그리고 마지막. 클라이맥스땐 내 슬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도 괜찮은 무대였기에
그냥 내 파트 땐 너를 보면서 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본 너는 마지막으로 봤던 그때처럼 여전히 울고 있었고 그 순간 내가 너를 잡지 않으면
우리는 여기서 멈출 것 같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동시에, 이렇게는 더이상 내가 견디기가 힘들 거라는 생각도 스쳐갔다.
결국 우리는 파이널에서 지게 됐고 그간 참았던 모든 것들이 터지는 기분에 눈물이 났다.
모든 것이 지옥 같았던 프로그램이었다. 너도 떠나고 데뷔도 무산 되어버린.
와중에도 네가 와 있으니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에 너를 보면서 멋쩍게 웃기도 했다.
그렇게 내가 모든 걸 잃은 것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는 또 다시 긴 우울함에 젖어들었다.
그 기간 동안 깊은 우울함에 너에게 편지쓰듯 적히는 대로 연습장에 쓰다 보니 가사처럼 보이는 문장이 많아 멜로디를 붙여가며 곡을 만들었다.
제일 처음 만들게 된 곡이 '공허해' 라는 곡이었고 계속 생각나는 가사들로 노래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기다려' 라는 노래까지.
너를 생각하며 만든 있는 그대로의 내 감정들을 담은 자작곡이었고 생각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곡 작업을 하면서 시간이 흐르고, 우린 다시 데뷔를 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데뷔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이 됐고 그 생각에 너를 되돌려 놓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져서 잘 지내냐며 너에게 연락을 했으며 ,
이번엔 꼭 놓치고 싶지 않아 너를 만나기까지 했다. 어차피 네 생각을 하며 만든 곡이니 너에게 제일 먼저 들려주고 싶어 노래를 들려주자
네가 너무 서럽게 울었다. 얼른 너를 달래줄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싶어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너도 기다린 마냥 내게 고맙다고 말해줬었고 그렇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못난 나에게 다시 돌아와준 네가 너무 고마웠고, 그떄의 감정은 지금도 차마 형용할 수 없다.
분명히 하고 싶은 것은, 그 긴 시간 동안 네가 싫어진 적도, 너를 하루라도 떠올리지 않은 적도 없었다는 것이다.
단 한 순간도 너와의 시간들을 잊어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간절해졌었던 너와의 만남.
그 날,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수면제 없이도 깊은 잠에 들 수 있었고, 오랜만에 잡아본 너의 손은 여전히 따듯했다.
***
분량 많..은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요ㅜㅜㅜㅜㅜ 더 쓰려고 했는데 늦어지면 독자님들 불편하시니까 그냥 후딱 올려요 ㅜㅜ!
독자님들 성의있는 댓글보면 엄마미소가 지어지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해요 항상 !!!!
4편도 초록글 올라가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저한텐 너무 큰 영광이네요 ..♡
이번편도 보시는 분들 그냥 뒤로가지 마시구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 암호닉 신청하시면 소통이 조금 원할해요. 작가입장에선 조금 더 반가울 수 밖에 없다는..
여튼 오늘도 감사합니당 다들 하루 마무리 잘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