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산소
오랜만에 엄마와 단 둘이 영화를보고 밤늦게 집에 돌아가는길. 한 여름이지만 밤이되니 푹푹찌던 날씨가 조금 풀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엄마와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걸었어. 시내에 살고있어 종종 엄마와 나와서 데이트를 즐겼지만 요즘엔 서로 바빠서 그러지 못했거든. 집에 거의 다달았을때 엄마가 급하게 걸음을 멈췄어.
"딸 우리 홈플러스 들렸다 갈까?"
"홈플? 왜 뭐 사게?"
"집에 먹을거 별로 없더라. 장보고 가자."
"이 시간에?"
"원래 밤에 더 싸게 살 수있는거야."
홈플러스가 집에서 불과 5분도 채 되지않는 거리에 있었기때문에 금방 갈 수 있었지만 과자를 사준다는 약속을 하고나서야 목적지를 변경했어. 폐점시간이 한시간 밖에 남지않았는데 매장안에는 사람이 꽤 많은듯 했어.지하2층 식품매장으로 내려와 엄마가 준 100원을 받아들고 카트를 하나 빼와 슝하고 달려갔어. 맨 먼저 내가 좋아하는 과자코너에서 신중히 과자 3개를 고르고 천천히 매장 안을 돌았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과 찌개재료, 고기와 채소, 마지막으로 과일까지 카트에 담은 후 더 필요한게 없나 둘러보다 엄마가 빠삐코 한 봉지를 카트에 담았어. 이쯤되면 살만한건 다 산거같아 계산대로 갔지. 제일 짧은 줄을 골라 재빨리 뒤에서서 앞사람들의 계산이 끝나기를 기다렸어. 곧 우리 차례가왔고 물건들을 하나하나 올렸어. 근데 다른 계산대와 달리 아줌마가 아니라 잘생긴 젊은 오빠가 계산을 해주네… ?
"저, 아이스크림 1+1 상품인데."
"아 그래요? ㅇㅇ아 가서 하나 더 가져와.'
"내가?"
"빨리!"
"아…. 귀찮게."
우리 뒤에 사람이 밀려있어 빨리 아이스크림 코너로 뛰어갔어. 근데 아무리 찾아도 빠삐코는 없는거야. 그냥 아무거나 가져가도 되겠지 싶어 빠삐코대신 다른 아이스크림을 한 봉지 챙겨들고 계산대로 달려갔어.
"어. 이거 1+1라고 써있었어요?"
"네?… 네."
"진짜요?"
"네…."
"진짜로요? 정말?"
"…네에…."
"풉…. 알겠어요."
나머지는 이미 계산을 다 끝내놔서 아이스크림만 따로 봉투에 집어넣고 엄마는 계산대 옆에서 영수증 확인을했어. 난 혹시 내가 잘못 가져왔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쭈구리처럼 핸드폰에 고개를 박았지. 그러다 몰래 힐끔힐끔 계산대오빠를 쳐다봤어. 알바겠지? 잘생겼다. 하면서 속으로 혼잣말을 하면서 눈이 하트로 변하는거 같았어. 그러다 아무런 표정없이 묵묵하게 바코드스캐너만 삑삑 찍어대는 계산대오빠에게 설레는 내 모습이 웃겨 한숨을 쉬었지. 이름이라도 알고싶어 유니폼에 붙은 명찰을 보니 '변백현' 이라고 써있었어. 헐. 이름마저 잘생겼네.
-
다음 날. 주말이라 오후 1시까지 늦잠을 자버렸어.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찾아 홀드키를 눌러 패턴을 풀고 카톡을 확인했어. 친구들과의 단체카톡은 내가 말한 어제 훈남오빠에 대해 시끌시끌했어. 그 중 홈플러스안에 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하는 친구가 제일 신나있었지.
[나도 홈플알바하는데 훈남오빠를 왜 못봤지]
[닌 남자복이 없자나]
[닥쳐ㅋㅋ]
[ㅗㅋㅋ]
[ㅡㅡㅗ ㅇㅇ아 나 오늘 너네집에서 자두댕?]
[ㅇㅇ? ㅇㅋㅇㅋ]
[나 10시에 알바끝나니까 데릴러와]
[ㄴㄴ]
[와]
[ㅇㅇ;;]
쉴새없이 울려대는 카톡소리에 알람을 꺼버리고 충전을 시켜둔뒤 방에서 나와 조금 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으며 티비를 시청했어. 지난주에 놓친 무한도전 재방송을 보며 배를잡고 웃다가 밀린 드라마 몇편을 보고나니 벌써 밖이 어두워져버렸어. 새삼 나의 잉여로움에 감탄을하고 알바를 하는 친구에게 갈 준비를 했지. 준비라고 해봤자 어차피 홈플러스는 집앞이니까 세수와 양치가 끝이었지. 떡진 머리를 감추기위해 모자를 챙겨쓴 후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어. 금새 도착한 홈플러스엔 오늘도 역시 사람이 많았어. 나는 아직 알바중인 친구에게 찾아가 구경을하다 지루해져 친구에게 지하에 갔다오겠다고 말한 뒤 식품매장으로 내려갔어. 집에서 친구와 같이 먹을 과자들과 음료수를 고르고 계산대에 내려놨지. 물론 그 훈남오빠 계산대에.
"포인트카드나 OK캐쉬백카드 있으세요?"
"헐. 포인트카드 놓고왔는데…."
"핸드폰번호 불러주세요."
"아, 01012345678 요."
"010…. 네?"
"12345678 이요!"
깜빡하고 포인트카드를 놓고와서 아쉬워했는데 핸드폰번호부르면 되는거였구나. 오늘도 이렇게 눈호강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하며 봉투에 담은 과자와 음료수를 챙겨 다시 친구에게로 갔어. 10시에 끝난다면서 왜 안끝나는거야. 푸드코트 의자에 앉아 카톡을하며 친구를 기다리는데 친구추천에 한명이 새롭게 떴어. 누구지? 하며 확인을 하는데 이름이…. 변백현? 어디서 들어본거 같은데…. 변백현…. 생각이 날듯말듯해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어.
"헐."
계산대오빠잖아! 뭐지? 왜 친구추천에 뜬거지? 내 번호를 갖고있나? 내 번호를 어떻게 알고? 설마 아까 불러준거…? 멘탈이 붕괴될것만 같은 상황에 계산대오빠의 프로필만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카톡! 하고 알림음이 울렸어.
[안녕ㅋㅋ]
[나 알지?]
어떡해. 답장을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다 나도 모르게 채팅창을 눌러버렸어. 1이 사라졌는데도 내가 대답이 없자 답답했는지 또 다시 말이 걸려왔어
[읽고 씹네]
[나 홈플러스 계산대에서 일하는데]
[아까도 봤잖아]
[아...네]
[홈플러스 근처 사나봐?]
[네]
[그럼 내일 홈플러스 놀러와]
[왜요?]
[오빠가 과자 사줄게]
[오빠 밤타임이니까 낮에 오면 안돼]
[꼭 와야된다?]
나 이러다 왠지 행쇼할거같은 기분이야….
암호닉 + 작가의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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