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앓아서 그런지 한없이 무거웠던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아서,
동생이 사온 꾸러미에서 천하장사 소세지를 하나 꺼내 물었음.
냠냠 씹어먹으며 소파에 앉아 동생의 무릎에 다리를 턱.ㅋㅋㅋ
동생은 개무겁다고 째려보면서도 다리를 밀어내지는 않았음.
동생이 눈곱이 끼고 머리도 떡진 꼴을 보면서 혀를 차더니 연예인 맞냐면서 구박을 하는데,
야.. 연예인도 사람이거든...?
"넌 문관리 똑바로 안하냐?"
"엉? 들어올 때 문 열려있었어?"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럼 왜?"
"너 일어나기 전까지 여기에 시커먼 놈들이 꽉 차있었거든."
"뭐?!"
동생의 말에 진심으로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킴.
시커먼 놈들이라니?! 우리 숙소에 도둑이라도 들었던거야?!
소세지까지 내팽겨치며 일어나 없어진 물건이라도 있는지 거실을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있으면,
동생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몰랐냐고 물음.
도둑이 든 것도 몰랐냐고? 그것보단 제정신이 아니었지. 오세훈 꿈까지 꾼 걸 보면..
다행히 뭔가 없어진 것 같은 흔적은 없는데...
진짜 도둑이 든 거 맞냐고 동생에게 다시 물으면,
동생은 진짜 무단침입이라도 한 거냐면서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음.
"뭐야.. 도둑든 거 아니었어...?"
"주인 몰래 들어오면 그게 도둑이지."
"야.. 너 아까부터 무슨 소릴 하는건지 모르겠는데..?"
"문 열고 들어왔더니 그 놈들이 있더라고."
"그러니까 그 놈들이 도대체 누구냐고. 도둑?"
"엑소."
"아, 역시 엑ㅅ... 뭐야?!"
아까보다 더 놀람. 엑소가 여기 있었다고?!
진짜같은 꿈인줄만 알았던 오세훈이 진짜였단 말이야?! 꿈인줄 알았는데 진짜였고, 진짜같은 꿈이라고 생각했더니 진짜였어... (어질)
게다가 오세훈 뿐만 아니라 엑소가 단체로 이 집에 들어왔다는 소리에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옴.
도경수를 비롯해 몇명이 왔다갔으니 위치는 알고 있었다지만, 집 안까지 도대체 어떻게 들어온건지..
순간 오세훈이 했던 말들이 떠올라 급하게 레드슈즈의 둘째에게 전화를 걸었음.
-어, 아까 종대오빠한테 전화와서 알려줬는데.
"비밀번호까지..?"
-그렇대도. 우리는 곧 나가야하지, 언니는 침대에 쓰러져있지. 걱정은 되고 오빠들이라도 있는게 나을 것 같아서.
"그,그렇다고 비밀번호까지 막 알려주면 어떡해?!"
-왜? 누가 덮치기라도 했어? 어떤 오빠야??
"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을 해도, 얘는!!!
그런 소리 말라면서 소리를 꽥 지르자 수화기 너머로 얄미운 둘째의 웃음소리가 들려옴.
옆에서 동생이 시끄럽다고 타박하지만 그딴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음.
둘째와의 통화를 끝내고 멍하니 앉아있으면 꿈인 줄로만 알았던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함.
"아."
"아. 하라니까?"
"어이구, 잘 먹네."
오세훈이 떠먹여주는 죽을 먹고.. 오세훈이 덮어준 이불을 덮고 자고.. 오세훈이 갈아주는 물수건으로 열을 내렸...
"으아아아악!!!!"
"아, 깜짝아!!"
"내가 미쳐... 왜 하필이면 오세훈이냐고오오오ㅠㅠㅠㅠㅠㅠㅠ"
"뭐? 오세훈? 오세훈이 또 뭔 짓 했는데."
동생이 오세훈이란 이름에 반응하며 정색하며 물음.
방금까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좌절한 주제에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젓고 입을 다무니까 의심가득한 눈으로 쳐다봄.
"묻기만 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지."
"..."
"또 남의 입으로 듣게 하고 싶냐?"
"..."
"넌 그게 문제야. 뭐든 말을 안하려고 보는데, 그러다 삽질 한 두번 하냐고."
"내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나 머릿속으로도 여러가지 일들이 떠올라 목소리가 점점 작아짐.ㅋㅋㅋ
결국 오세훈과의 일을 동생에게 털어놓으면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는 동생임.
왜 그렇게 쳐다보냐고 그러면 여자 맞냐면서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고 잔소리를 늘어놓음.
소심하게 '걔가 남잔가...' 중얼거리면서 입을 삐죽거리면,
동생이 기가 찬 표정으로 그럼 그 놈이 여자냐고 잔소리를 더 추가함.
"이제 오세훈 얼굴을 어떻게 보냐고...ㅠㅠ"
"뭘 어떻게 봐. 제정신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철판 깔아. 너 그런거 잘하잖아."
"그래야겠지...?"
그래! 나는 오늘 진짜같은 긴 꿈을 꾼거야!!
내 기억의 오세훈은 그저 꿈 속의 오세훈일 뿐이라고!!!
그와중에 오세훈과 더이상 가까워지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는 동생놈..
이까지 부득부득 갈면서 말하는 걸 보니까 제대로 밉보인 모양임... ;ㅅ;
오늘은 길고 길었던 음방활동을 마무리 짓는 날임.
아쉬운 날인만큼 마지막 무대를 보러와준 팬들도 평소보다 배로 더 많아보임.
대기실에서도 괜히 힘이 쭉 빠지고 그럼. 동생들도 마찬가지였는지 조용한 편임.
그래도 마지막 무대니까 여태 무대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무대에 오름.
근데 왜 레드슈즈보다 한참 전에 활동 마감하신 엑소분들이 여기 계시는 건지..
우주대스타면 남의 대기실도 이렇게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건가...
다행이라면 오세훈이 없다는 것과 조금 아쉽다면 박찬열도 없었으면 좋았을거라는 거.
"몸은 좀 어때?"
"괜찮아. 괜찮아."
"징어야! 오빠가 얼마나 깜짝 놀랐는데?! 걱정했잖아~"
"많이 놀랐어? 나 이제 진짜 괜찮아."
얼굴을 보자마자 김종대가 뛰어와 등을 토닥이면서 안아주는데 굉장히 머쓱함.
왠일로 변백현이 가만히 있어서 김종대는 정말 행복한 표정으로 놔줄 생각이 없어보였음.
결국 '저기 나 옷 좀...' 하는 핑계로 스스로 김종대에게서 벗어나 도경수를 보고 여긴 어쩐 일이냐며 물음.
도경수도 걱정돼서 찾아온거라고 대답해주길래 고개를 끄덕이면서 박찬열을 쳐다봤더니,
박찬열은 한껏 당황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리깔았음. 아휴, 이 찌질이...
박찬열이 다시 힐끔힐끔 너징을 쳐다보다가 눈이 딱 마주쳤는데,
장난친다고 정색을 하면서 '뭘 봐.' 했더니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헛기침을 함.ㅋㅋㅋ
그대로 시선을 돌려 이번엔 변백현을 바라보니 여전히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모습에 고개를 갸웃.
"백현오빠, 무슨 일 있어요?"
"어, 어?"
"오빠가 조용하니까 이상해서.."
"아... 저기 그러니까..."
ㅇㅅㅇ???
뭔가 할 말은 있어보이는데, 무슨 얘기길래 이렇게 망설여??
같은 멤버라고 김종대나 도경수는 눈치를 챈건지 덩달아 조용해지고..
뭔데요??? 하고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보면 변백현이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염.
"그 남자친구분이 많이 화나신 것 같아서.. 혹시 너한테 화냈으면 어쩌나 하고.."
"엥? 남자친구..?"
남자친구란 소리에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도 전에 오세훈때문에 했던 말을 떠올리며 아! 소릴 냄.
근데 많이 화난 것 같다는 말은 또 알아듣지 못해 고민하고 있으면 도경수가 덧붙여 설명을 해줌.
아.. 맞다.. 그 때 이 사람들이랑 동생이랑 마주쳤다고 했지... 동생이 화를 심하게 냈었나보네... ㅇㅅaㅇ
머리를 긁적이면서 '아.. 화를 내긴 하던데...' 라고 중얼거리면,
다들 움찔하면서 정말 미안하단 표정으로 쳐다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남친이 아니라, 동생인데..ㅎ"
계속 남친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작게 중얼거리듯 털어놓았더니,
미안해하는 표정은 단번에 얼빠진 표정으로 바뀌고..
변백현이 남자친구가 아니라 동생이었냐면서 한번 더 묻길래 고개를 끄덕여줌.
엑소들의 입에서 ㅎ..ㅎㅎ... 와 같은 힘빠진 웃음소리가 흘러나옴. 민망해서 같이 따라 웃음.ㅋㅋㅋ
"아, 왜~!!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거야아아아~!!!"
역시나 징징거림의 대명사인 김종대가 먼저 너징을 원망하면 다들 진짜 믿었다면서 한마디씩 하더라.
크.. 그 정도였어? 진짜 연기를 해야하나봐..ㅋㅋㅋㅋㅋ 하고 너스레를 떨면,
정말 못말린단 표정으로 작게 한숨을 쉬는 도경수와 크게 웃는 변백현과 김종대.
박찬열은... 음... 여전히 짠내나... ;ㅅ;
-똑똑
노크소리에 모두 문쪽을 쳐다봄.
열린 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복도에 멀뚱히 서서 너징과 엑소들을 쳐다보고 있는 레드슈즈 동생들.
너희 거기 서서 뭐하냐는 표정으로 보고 있으면, 둘째가 이제 들어가도 되겠냐며 허락을 구함.
"방해하고 싶지 않지만 일단 여기가 저희 대기실이라서 갈 데가 없어요. 오빠들."
"이제 옷도 갈아입어야 하고..."
"헐?! 우리때문에 못들어온거야?! 너무 미안한데.."
"아,아뇨! 저희가 안 들어간건ㄷ..!!"
"얼른 들어와, 들어와!"
김종대와 변백현이 직접 동생들의 손을 잡고 대기실에 들어오고,
백&첸이 얼굴이 새빨개진 막내와 셋째를 보고 귀엽다며 놀려대길래 눈을 부릅뜨고 우리 애들 괴롭히냐고 묻자
당황하며 아니라고 당장 손을 떼고 크게 젓는 모습에 대기실에는 또 큰 웃음이 터짐.
"아이 거 참!"
남들 다 웃는데 웃지도 못하고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는 박찬열의 모습이 답답했던 너징.
다짜고짜 박찬열 앞으로 서서 정강이 한 번을 강하게 차버림.
박찬열이 다리를 감싸며 주저앉았고, 다른 사람들까지 벙찐 표정으로 너징을 쳐다봄.
갑자기 얻어맞은 박찬열은 억울한 표정이면서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있음.
다시 맞은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박찬열을 향해,
"이제 됐어. 한번만 더 눈치보면 진짜 눈알 뽑아버린다?!"
라고 말하면 박찬열이 아픈 것은 둘째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쳐다봄.
그 표정이 마음에 안들어 손을 들고 진짜 확 뽑아줄까, 물으면 박찬열이 소심하게 자기를 용서해주는 거냐고 물음.
큰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마구 흔들리는데,
딱보면 모르나, 딱보면?! 진짜 왜 이렇게 답답해!!!
"이야.. 나 징어한테 또 반한 것 같아."
"나도.. 완전 박력있어..."
"우리 언니 멋지죠?"
막내가 어깨를 으쓱해하며 너징을 뿌듯하게 쳐다보며 묻자,
변백현과 김종대가 크게 고개를 끄덕거림. 광신도스러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서를 받은 박찬열이 벌떡 일어나 너징을 꽉 껴안고 정말 고맙다고 수도 없이 반복함.
큰 박찬열에게 묻혀 너징이 숨막혀하자 김종대와 변백현 대신 레드슈즈들이 너징을 꺼내줌.
여전히 감격스런 표정의 박찬열에게 죽을 뻔 했던 너징이 아직 완벽하게 용서한 건 아니라면서 노려봄.
움찔하면서도 앞으로 진짜진짜 잘하겠다고 반복하는 박찬열을 보고 오늘은 이정도만 할까함.
"세훈이는 어쩔 생각이야?"
"..."
"가장 심했던 거 잘 알아. 하지만..."
"그만 용서해주라고?"
"아니. 당한만큼은 갚아줘야지. 다만 나는 네가 힘들어하는건 보고 싶지 않아, 징어야."
박찬열을 해결해놓으니 도경수가 오세훈에 대해서 묻는데,
그만 용서해주라고 할 줄 알았더니... 단호할 땐 엄청 단호하다니까.. ;ㅅ;
그나저나 내가 왜 힘들어하냐고, 요새 얼마나 행복한지 아냐고, 그러니까
도경수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확신을 가지고 말함.
"넌 착한 아이야. 모진 말 해놓고서 더 힘들어하는거 모를까봐?"
도경수가 그렇다니까 진짜 그런거 같네...(긁적긁적) ㅋㅋㅋㅋㅋㅋ
변백현과 김종대는 도경수와는 달리 오세훈이 정말 미안해하고 있다면서 편을 들어주는데,
그건 그거 나름대로 신경이 쓰여서,
괜히 오빠들에게 지금 내 앞에서 오세훈 편 드는거냐면서 우울한 표정으로 우리 좀 시간을 갖자고 장난침.
그럼 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세훈보고 나쁜 놈이라고 하는 두사람때문에 또 웃음이 남.
진짜 이 사람들이랑 같이 있으면 웃음이 마를 새가 없음.
마치 몇년전 연습생활 때처럼... (急우울)..
"에잇! 얘들아! 도와줘!!"
"어어, 징어야~!!"
"이제 그만 나가요! 우리도 그만 옷 갈아입고 퇴근해야죠!!"
"잠깐만.. 우리 오늘 저녁 같ㅇ.."
"아, 몰라몰라! 일단 나가요!"
기분이 꽁기해져서 기분전환겸 엑소의 등을 떠밀며 대기실에서 내쫓으려고 함.
저녁 운운하는데도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끝내 대기실에서 내쫓는데 성공한 너징은 문에 기대면서 생각함.
정말로 오세훈, 이녀석을 어떻게 한다...
"언니, 선배님들이 저녁 같이 먹자고 한 거 아니에요?"
"응. 너희는 어때?"
"네? 우리들도 같이 가요?!"
"역시 불편하지? 우리끼리 먹는게.."
"아,아니요! 같이 가도 상관없는데.."
"그렇게 내쫓았는데 돌아가지 않았을까?"
둘째의 말에 너징은 어깨를 으쓱거림.
그럼 어쩔 수 없지. 정말 돌아갔다면 저녁은 우리끼리 먹어야겠지만..
글쎄.. 내가 아는 그 사람들이라면... ㅇㅅaㅇ
"애들아!! 오빠 밖에서 기다린다!!"
"밥 같이 먹는거다아~~!!!"
그래, 얌전히 돌아갈 사람들이 아니지.ㅋㅋㅋ
이날 복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치던 엑소의 모습은 아직 방송국에 남아있던 몇몇 걸그룹멤버에 의해,
엑소가 '어떤 걸그룹'과 저녁을 함께 먹기 위해 끈질기게 기다리는 깊은 사이라고 소문이 퍼짐.
더 나아가 엑소 중 한명이 그 걸그룹의 한명과 사귀는 것 같다는 소문까지 퍼지고 말았음.
엑소가 나가기 전에 스텝이 정리를 한답시고 문에 붙어있던 그룹명패를 제거하여 다행이었음.
레드슈즈가 함께 묶여 소문이 났으면 어쩔 뻔 했어!
나중에 그 소문을 듣게 된 너징, 접근 금지 명령을 내려 몇몇 엑소들은 눈물을 흘렸다고...ㅎ
-
이렇게 한명씩 다시 가까워지는 거지.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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