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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김민석] 우리 연애할까? -1~12 and 13 (COME BACK 했습니다!) | 인스티즈

 

 

 

 

 


우리 연애할까?- 1

 

 

 

학생시절 성적이 꽤나 상위권에 속해 있던 나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학을 나왔다.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직을 했다. 뭐 이건 자랑질이지만 대학교를 조기졸업해서 일찍 사회생활을 하게 되었다는 말씀. 당연 회사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어린나이에 이런 큰 대기업에 취직한 괴물이라는 둥 분명히 배후에 누군가가 힘써줬을 거라는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 그중

제일 말이 많았던건 내가 그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첫 회사 출근부터 이미 온 회사사람들이 다 알

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날 쳐다보는 눈빛들 수근대는 여사원들,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대체 왜 그러나 했더니.. 금방 알수 있었다. 내가

왜 그런 눈초리를 받았는지, 우리 팀. 내가 속해있는 부서는 온통 남자였다. 그냥 남자가 아닌 머리도 엘리트 얼굴도 엘리트인 인기甲인 팀.

총 12명으로 구성되어 A팀 B팀으로 나누어진 이 팀은 글로벌 팀이었다. 한중합작팀. 한국인 8명과 중국인 4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다시 말

하자면 온통 남자인 팀. 그런데 하필이면 왜 내가, 남자들만 이루어진 부서로 오게 되었냐 이 말이다. 누구야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시련

을 주는거야.

 

 

 

"야 이거"

"어? 아 이거 찾았었는데!! 어디 있었어?"

"커피 자판기 위에, 그러길래 내가 잘 챙기라고 그랬지"

"으엉, 한참 찾았어"

"으휴 잘 챙겨"

"고마워"

"오냐"

 

 


툭, 내 책상 위로 떨어진 서류뭉치. 한참 동안 찾고 찾다가 도저히 못 찾겠던 오늘 제출해야할 서류 뭉치가 책상 위로 떨어졌다. 고개를 들

어 보니 입사 동기 종인이가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날 쳐다보고 있다. 서류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종이를 품에 안아들고 우는 시늉을 하

니 한심하게 내려다 본다. 그래, 오늘만 봐줄거다. 서류 찾아준 은인이니까.

 

 

내가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타입이라 또 어디엔가 놓고 왔을거다 그걸 항상 종인이가 찾아다 주곤 한다. 찾아다 줄때는 저렇게 잔소리는

빼먹지 않는다. 아, 우리 팀에는 종인이 말고 잔소리꾼이 3명이나 더 있다. 김민석 팀장님, 루한 부 팀장님, 변백현 선배님. 어마어마한 잔

소리꾼이다. 하루 종일 이 세사람에게 둘러 쌓여 있다가 집에 돌아오면 난 녹초가 되있곤 한다. 그나마 박찬열 선배님이 계셔서 다행이다.

항상 깨지고 난 후면 나를 불러서 음료수 한잔씩 사주신다. 속상한거 아니까 여기서 다 풀고 들어가라며, 위로 해주시곤 한다. 가끔은 내가

욕해도 들어주시고. 회사에 들어온지 11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찬열 선배가 없었더라면 난 아마.. 그만 뒀을지도 모르겠다.

 

 

종인이가 찾아다준 서류를 작성하고 있는데 별안간 손등으로 뭔가가 뚝 뚝. 떨어진다. 아,뭐야 감기인가. 흠칫 놀래 손등으로 슥하고 닦자

이게 웬걸. 코피다. 급하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일어났다.

 

 

 

"악!! 뭐야 놀래라"

 

 

 

옆에 있던 백현선배가 놀래서 쳐다본다. 이미 내 턱 끝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얼굴을 우악스럽게 구긴다.

 

 

 

"막내!! 왜그래 어디 아파?"

"아 그게.."

"말하지 마, 피 넘어가. 부 팀장님! 휴지 좀 갖다줘요!"

"알았어!"

 

 

 

백현선배가 내 뒷목을 잡아 고개를 숙이게 한다. 뒤로 젖히면 피가 기도로 넘어간다며 고개를 앞으로 숙이자 더 심하게 흘러 내린다. 아, 난

이렇게 죽는 건가요. 엄마 아부지 딸내미 피 철철 흘러내려요. 부팀장님이 휴지를 가지고 오자 급하게 내 코를 틀어막는 백현선배. 선배와

내가 옮기는 발거음을 따라 내 피로 번져있다. 급하게 화장실로와 물로 얼굴을 씻으니 금새 빨갛게 핏물로 물든다. 괜찮다며 이제 나가라 백

현선배에게 손짓했다.

 

 

 

"뭐, 나가라고?"

"괘, 괜찮으니까 일보세요. 금방 멈출 거예요."

"뭐가 괜찮아 아직도 피가 흐르는데."

"금방 멈추니까.."

 

 

 

쾅-

 

백현선배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 벌컥 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놀란 눈을 한 팀장님이 서있다.

 

 

 

"뭐야 어디 아파?"

"아뇨. 별거 아니예요."

"뭐가 별거 아니야! 바닥에 피가 흥건한데!"

"...."

"피 닦고 내 방으로 와."

"...네."

 

 

 


뭐야. 왜 저렇게 화를 내. 바닥에 피 흘렸다고? 그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화가 난 듯한 팀장님은 쿵쿵거리며 다시 방안으로 들어갔다. 팀원

이 아픈데 걱정은 커녕 화낸다. 뭔가가 쿡쿡 가슴을 찌르는 느낌이 난다. 서운해. 그리고 미워. 백현선배도 화를 내고 가버린 팀장님을 물끄

러미 바라보다가 닦고 나와. 라며 화장실을 나갔다. 선배도 손에 피 묻었던데. 대충 얼굴을 닦아내고 코를 풀자 금새 피는 멈췄다. 얼굴을

닦고 화장실을 나가 백현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님 손에 피 묻으셨잖아요. 가서 닦으세요."

"아, 그래. 이제 피는 멈췄고?"

"아, 네 감사해요."

"그래 그럼 팀장님 방에 들어가봐."

"...네."

 

 

 

또 혼나겠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몸을 돌리자 종인이와 눈이 마주쳤다. 나를 보자 손으로 자신의 입꼬리를 죽 끌어당긴다. '울상 짓지마

못생겨 보이니까' 응원인가. 욕인가.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지금은 싸울 힘조차 없다. 피를 많이 쏟아서

그런가. 팀장실에 노크를 하자 네. 하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후- 심호흡을 한번 한 뒤 팀장실로 들어가자 책상 앞에 서 있는 팀장님

이 보인다.

 

 

 

"앉아 "

"...."

"요즘 잠 못 잤어?"

"... 아, 네"

"이거"

"...이게 뭐예요?"

"먹으라고, 비타민이야."

"아..."

 

 

 

잔소리를 할줄 알았다. 몸관리를 대체 어떻게 하는 거냐고. 우리 팀이 제일 바쁜거 모르냐고. 근데 돌아오는건 잔소리가 아닌 약이었다. 얼

떨떨해 하며 팀장님을 쳐다보았다. 왠지 팀장님의 귀가 빨개보이는건 내 착각이겠지.

 

 

 

"뭐"

"...네?"

"약 받았으면 나가지? 계속 여기에 있을건가?"

"아...네. 그럼 "

 

 

의자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돌리려는 순간 뒤에서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앞으로는 밤새는 일은 없도록"

"....."

"아프지 말고"

 

 

 


 

 

우리 연애할까? -2

 

 

팀장님의 방에서 나와 자리로 돌아갔다. 비타민을 손에 쥐고 멍하니 컴퓨터를 바라보니 내 뒤를 지나가던 루한 부 팀장님이  내 볼을 두어번

톡톡 치고 지나간다.

 

 

 

 

"왜이렇게 멍 때려 침 떨어진다."

 

 

 

 

씁. 입맛을 다시자 옆에 있던 백현선배가 피식 하고 웃는다. 뭐지 방금 그 비웃음 같은건. 비타민 봉지를 옆에 제껴두고 키보드에 손을 얹었

다. 오늘까지 제출인데... 잃어 버리는 바람에 밀렸더니 한참이나 남아서 오늘 제출은 무리일것 같다. 바쁘게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는데 반

대편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느낌이 나서 올려다 보았다.

 

 

'비타민' 정수기 앞에 서서 먹었냐고 물어보는 팀장님. 아, 깜빡했다. 아직 안 먹었다고 봉지를 들어올리자 손가락을 까딱 한다. 이리와서

먹으라는 소리다. 봉지를 들고 정수기 앞으로 가자 다짜고짜 내 머리에 딱밤을 놓는다.

 

 

 

"아!"

"주자마자 먹었어야지."

"깜빡했어요.."

"깜빡할게 따로 있지. 얼른 먹어."

".....네"

 

 

 

 

알약 같은건 질색팔색 하는 나인데. 앞에서 감시하고 있으니 안 먹을 수도 없고. 물 한 모금을 입에 물고 계속 눈치를 보니 물을 마시던 팀

장님이 나를 내려다 본다.

 

 

 

 

"왜 안 먹어?"

"...."

"먹기 싫은가?"

 

 

 

꿀꺽-

 

 

 

물을 삼키고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알약 못먹어요...

 

그러자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팀장님이다. 그렇게 웃긴가... 팀장님을 쳐다보자 계속 끅끅 웃고 계신다.

 

 

 

 

"뭐예요. 그만 웃어요."

"아, 미안 미안 너무 웃겨서."

"뭐가 그렇게 웃겨요. 하나도 안 웃기구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빠져 입술을 삐죽이자 내 머리에 손을 살짝 얹고는 지나가는 팀장님이다.

 

 

 

"어린애구만 약도 못먹고."

 

 

 

 

 

나도 모르겠다. 왜 얼굴이 달아올랐는지. 알약을 못 먹는다고 어린애 취급을 당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내 머리에 얹혀있던 팀장님의 손 때문

인지. 나는 전자라고 믿는다. 항상 구박만 하는 냉팀장(별명이다. 차가운 김민석 팀장, 냉동+팀장님의 줄임말)에게 설렐리가 없는데. 암 그

렇고 말고. 어린애 취급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런걸까 오기로라도 비타민을 먹겠다고 마음 먹었다. 눈을 꼭 감고 입에 비타민을 털어 넣었

다. 윽.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 정말 최악이다. 그 느낌이 싫어 발을 동동 구르자 "뭐해?"라는 말이 들려온다. 눈을 떠보자 옆에서 웃음기 가

득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찬열선배.

 

 

 

"아.. 아니예요. 물 마시게요?"

"응. 뭘 먹었길래 그렇게 주먹을 쥐고 발을 동동 굴러?"

"약이요. 제가 알약을 잘 못 먹어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는 나를 보며 허허 웃어 재끼는 찬열선배. 웃지마요. 하며 째려보자 가자미 된다. 라며 내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아! 이거 하지 마요! 눈을 소매로 문지르며 꽥 소리를 질렀다. 찬열선배는 항상 이런 장난을 치곤 한다. 가끔 선배 손에 내 침이 묻으면 얼

마나 민망한데 선배는 침이 묻어도 아무렇지 않나보다. 항상 저 장난을 치는거 보면.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소매를 걷어 올리며 타이핑 속도를 높혔다. 꼭 끝내고 가야지. 팀장님에게 또 잔소리 듣기 싫다. 오늘은 왠일인

지 모르게 잔소리를 안 했던 팀장님 이지만 또 언제 냉팀장으로 돌아올지 모르니까.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고 있다가 문득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다. 주위를 둘러보니 나 뿐이다. 어느새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오직 팀장실에서

만 불이 켜져있을 뿐이다.

 

 

팀장님도 아직 퇴근 안 하셨나보네. 잠깐 바람이나 쐬고 올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휘청했다. 약간 어지럽고 아랫배가 당긴다. 아. 매

직. 그래서 아까 코피가 났다보다. 생리대 없는데...

 

 

지갑을 들고 회사 밑 편의점에 들어가 낱개로 들어있는것을 샀다. 생리통이 심한 편이라 타이레놀도 같이 구입했다. 알약. 또 먹어야 하네.

'어린애구만 약도 못 먹고' 별안간 팀장님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흥, 누가 약을 못 먹어 잘 먹을 수 있구만.

구입한 생리대를 들고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 거울을 보니 이미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히기 시작한다. 슬슬 온몸이 쑤셔오고 머리도 아프다.

큰일났다. 아직 타이핑할게 남았는데. 대충 생리대를 착용하고 식은 땀을 씻어 냈다. 대충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와 정수기 앞으로 가 입에

물을 머금고 약을 털어 넣어 삼켰다. 으으 언제 먹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아, 아파.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 이 죽일놈의 생리통. 식은 땀이 줄줄 난다. 눈도 왜이리 감기지. 소매로 이마를 닦으며 자리에 앉아

키보드에 손을 얹었다. 이제 얼마 안남았으니까 힘내자.

 

 

 

"000. 늦었어. 집에 가자."

 

 

 

 

집에 가자며 팀장실 불을 끄고 가방을 고쳐 매며 나오는 팀장님에게 말했다. 오늘 마감이라 다 해야 한다고, 분명히 말 한 것 같은데 눈을

뜨니 팀장실 쇼파에 누워있는 나였다. 이게 어찌 된일인지. 하고 눈만 깜빡였다. 밖은 이미 새벽인것 같은데. 왜 팀장실에 내가 있는건가 하

며 눈만 요리조리 굴려대는데 머리통이 보였다. 바닥에 앉아 쇼파에 기대 자고 있는 팀장님의 머리통이. 그리고 내가 덮고 있는건 팀장님의

겉옷이었다. 아, 아마 쓰러진 것 같다. 가끔 생리통이 심할때마다 쓰러지곤 하니까. 근데 팀장님, 얼마 동안 이러고 계셨던 걸까.

 

 

 

 

".....팀장님"

"....."

"....팀ㅈ"

"내가"

"...."

"아프지 말라고 했잖아."

"...."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

"요즘 왜 자꾸 내 눈에 거슬리냐."

"...."

 

 

 

 

 

팀장님은 고개를 들지 않고 내게 말했다. 대답할 틈 같은건 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마지막 말에 대답을 할수가 없었다. 눈에 거슬린다고.

팀장님은 내게 말했다.

 

 

 


 

우리 연애할까? -3

 

그냥 아무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대답하기 싫어서. 내가 거슬리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혹시 나를 싫어하나? 언젠가 나한테 짐덩어리라

고 했었는데 정말 내가 귀찮은걸까? 기분이 땅 끝까지 추락했다. 집에 가고 싶다. 몸도 마음도 엉망이었다.

 

 

일어나려하자 팀장님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피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일어나 집에 데려다 줄게."

"제가 혼자 갈 수 있어요."

"그거 입고 있어 추우니까."

"팀장님 저 혼자 갈게요."

"너.. 진짜 말 안 듣지."

"...."

"데려다 줄게."

"...."

"대답"

 

 

왜지? 데려다 준다는 이유가 뭘까. 거슬린다면서, 귀찮으면서 굳이 데려다 주는 이유가 뭘까. 굳게 다물린 팀장님의 입. 대답을 하지 않으면

계속 이러고 있을 것 같아서 대답했다.

 

네.

 

 

 

팀장님의 차를 탔다. 성격대로 차안은 깔끔하고 세련됬다. 큼, 팀장님 차는 처음이라 낯설다. 운전하는 모습도 아마.. 처음일거다. 익숙하게

핸들을 잡은 팀장님이 별안간 나에게 다가왔다.

 

"팀, 팀장님?"

 

코 앞까지 팀장님의 얼굴이 다가오자 당황한 나머지 팀장님을 불렀다.

 

"안전벨트."

"...."

".. 매야지. 위험하니까."

"...."

"무슨 생각을 한거야?"

"... 제, 제가 뭘요?"

 

안전벨트를 매주며 묻는 팀장님의 얼굴에 장난끼가 묻어난다. 분명 이걸로 짖궂게 놀려먹을거야. 창피한 마음에 팀장님 어깨를 밀었다. 너무

가깝잖아. 사실 창피한것 보다 쑥쓰러운게 조금 더 크다.

 

"000~ 응큼해."

"아, 팀장님! 놀리지 마요"

"나 위험한거 아니야? 막 나 덮치는거 아니야?"

"네?!"

 

헐 이게 무슨 소리람. 덮치다니 내가! 누굴! 너무 놀라 소리를 빽 지르니 귀를 틀어막는 팀장님이다. 내 목소리가 너무 컸나보다.

 

"장난이야 뭘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아, 죄송해요. 자꾸 놀리시니까."

"반응이 재밌으니까 계속 놀리고 싶잖아."

"...."

"그리고 어린게 벌써 그런 응큼한 생각이나 하고."

"저 안 어리거든요?"

"어려. 세상 물정 모르고 하는 행동도 칠칠맞고 맨날 경고하고 혼내도 까먹고"

"...."

"아, 이제부터 붕어라고 해야겠다. 붕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내 집앞에 와 있었다. 안녕히 가세요. 문을 열고 나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씻고 침

대에 누워 있으니 방금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요즘 팀장님이 예전같이 무섭지만은 않다. 생긴건 또 귀엽게 생겨서 회사에서도

인기가 많다. 귀엽다고 하지만 귀염상은 가면일 뿐이라고 회사사람들에게 퍼뜨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얼마나 깐깐하고 까칠한지

. 게다가 화나면 엄청 무섭다. 냉기가 뚝뚝 흘러넘친다고 해야할까.

 

띠리링-

 

침대에 부비적 대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 보니 - 팀장님- 세글자가 적혀있다.

 

- 여보세요?

-잘 들어갔어?

-네, 지금 자려구요

-내일 지각하지 말고 아프다고 봐주는거 없다.

-칫..네.

-그래, 잘자 붕어

 

 

 

 

2틀째가 되자 죽을 듯이 아팠다. 바늘로 누가 쿡쿡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어떤 정신으로 출근했는지 모를 만큼. 축축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자리에 앉자 백현선배가 나를 힐끔 보더니 어디 안 좋아?라고 묻는다. 하긴 여긴 남자 사원들 밖에 없으니 생리통의 고통을 알리가 없지. 억

지로 입꼬리를 잡아당겨 웃으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대답하긴 했지만 무진장 아프다. 무슨 약을 먹어도 이리 아픈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아파오는 배를 움켜쥐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맨 끝자리에 앉아 책상에 머리를 대고 앉아 있었다.

 

 

"왜 그래 배 아파?"

"아.. 조금"

"아, 혹시 그날?"

"... 아, 네"

 

 

눈치 하나는 끝내주게 빠른 백현선배가 걱정스레 묻는다. 조금 민망한 기분에 개미 목소리로 네라고 했다. 백현선배는 누나가 있어서 알아챌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강차 마셔. 그럼 괜찮아질 거야."

"생강차요...?"

"응. 따듯한거 배에 두르고 있고 핫팩이라던가."

"아... 감사해요! 전 약 밖에 안 먹어봤거든요."

"많이 먹으면 안 좋다. 차도 많이 마시고 그래."

"네!"

 

 

"회의 시작하죠."

 

언제 들어온건지 팀장님이 들어와 회의 시작을 알렸다. 회의 내용이 무슨 내용인지 귀에 안들어왔다. 정신을 반쯤 놓고 들었으니 내용이 귀

에 들어올리 만무했다. 회의가 끝나자 배를 움켜쥐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이래서는 나가서 핫팩도 못 사오겠다. 백현선배가 계속 내게 신경

쓰게 하고 싶지는 않아 아픈티를 안내려 이를 꽉 물었다.
그 기간에는 감정기복도 심해진다던데 갑자기 우울했다. 아픈데 아픈 티도 못내고 아픈데 일하러 와야하고. 일이 손에 안 잡혀 멍하니 모니

터를 바라 보고 있는데 모니터 옆 유선 전화기가 울렸다.

 

- 붕어 내 방으로.

 

팀장님의 호출. 무슨 일이지? 의아한 마음에 노크를 하고 들어가자 쇼파에 앉아 있는 팀장님이 눈에 들어온다. 손에는 뭔가 바리바리 들려있

다.

 

"이리 와"

 

팀장님의 말에 맞은편 쇼파에 앉으니 팀장님이 무언가를 책상에 내려 놓는다. 난 내 눈을 의심했다. 설마 지금 내가 보고 있는게 핫팩들은

아니겠지.

 

"이게 뭐예요?"

"핫팩"

"그니까 이게 뭐예요?"

"들었어. 핫팩 대고 있으면 좋다길래."

 

 

아까 나와 백현선배의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근데 이걸 왜? 나한테? 챙겨주는건가? 내가 거슬린다고 하지 않았나. 혼란스러운 마음에 그저

물끄러미 핫팩을 바라봤다. 팀장님이 날 싫어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자 왜 이렇게 기쁜지. 팀장님이 날 걱정하고 챙겨줬다는 것이 왜

이렇게 설레는지.

 

 

"붕어"

"...네?"

"나 좀 그만 걱정시켜."

"...."

"대답"

"...네!"

 

 

아마 난 팀장님을 좋아하는것 같다.

 

 

 

 


 

우리 연애할까? -4

 

"밥"

"밥 먹으러 가자"

"배고파"

"뭐 먹을까?"

 

 

 

점심시간이 되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팀원들이다. 어찌나 점심시간은 칼같이 지키는지. 알람시계가 따로 없다. 겉옷을 챙겨 종인의 뒤

를 쫒아가다가 발걸음을 멈췄다.

 

 

 

"왜 막내야?"

"팀장님은요?"

"못 들었어? 오늘 팀장님 선 보러 가신다고 했어."

 

 

 

종인의 말에 내 눈은 팀장실로 향했다. 진짜 없다. 정말 선 보러 갔나보다. 하긴 팀장님이 동안이셔서 그렇지 벌써 29살이나 먹었으니 말이

다. 선 자리가 나면 마다 할 일이 없지 않은가. 팀장님을 좋아하는건 나 뿐이니까.

 

 

 

 

"막내, 안가? 얼른 와."

"....네"

 

 

 

 

재촉하는 부 팀장님에게 얼른 달려갔다. 팀장님이 맞선 상대를 마음에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나를 자책 하면서.

 

 

 

 

 

 

 

점심을 다 먹고 회사 안으로 들어왔다. 겉옷을 의자에 걸치고 힐끔, 팀장실을 보니 팀장님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했다. 왜이러지. 왠지

모를 답답함에 가슴을 퍽퍽 쳤다. 가서 바람이나 조금 쐬고 올까. 라는 생각에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끔 지치거나 문득 가족이나 친

구들이 보고 싶을 때면 쉬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누구지. 하는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자 인기척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올려다 보는 경수선배가 있었다. 경수선배는 우리 팀이 아닌 B팀에 속해있는 선배이다. B팀 소속인 선배인지라 그

닥 많이 말을 섞어본 적이 없는데, 조금 어색하다고 해야할까, 당황스러워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 A팀 000라고 했지?"

"아 네, 안녕하세요."

"여긴 어떻게 왔어? 구석진 곳이라 사람들 잘 안오는데."

"여기가 제 아지트라고 할까... 자주 오는 곳이예요."

"그렇구나~ 나도 여기로 바람 쐬러 자주 오는데."

"아..."

"근데, 그러고 거기 계속 서 있을거야?"

"...."

"이리 와 앉아."

 

 

 

선배님도 쉬러 오신 건데 내가 있으면 편히 쉬질 못 할것 같아 자리를 피해 주려했는데 선배는 내게 이리 와 앉으라고 말했다. 다시 내려가

고 싶지는 않아 쭈뼛쭈뼛 경수선배 옆에 앉았다. 조금 쌀쌀한듯한 선선한 날씨, 딱 내가 좋아하는 날씨라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한 바

람이 얼굴에 스친다.

 

 

 

"날씨 좋네. 그치?"

"네! 저 이런 날씨 되게 좋아해요."

"나도,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으면 한결 기분이 좋아져."

"맞아요! 으아, 좋다."

 

 

 

 

괜히 들뜬 마음에 호들갑스럽게 선배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생각만큼 어색하고 불편하지는 않은것 같았다. 편안해.

 

 

 

"아, 선배"

"응?"

"혹시 담배 피세요?"

"어, 어떻게 알았어?"

 

 

 

역시, 범인은 경수선배였다. 가끔 이곳에 오면 떨어져 있는 담뱃재와 담배를 피고간 흔적이 남아있었는데, 음, 안어울린다. 경수선배와 담배

는.

 

 

 

"가끔 오면 핀 흔적이 있더라구요."

"아 그렇구나..."

"음, 안 좋아요. 건강에."

"알지. 그래도 나 가끔 펴! 가끔~"

 

 

 

선배는 엄지와 검지로 조금 핀다는 표시를 하며 하하 웃었다. 나의 고질병 오지랖, 같은 팀도 아닌 그저 같은 회사 다른 팀 후배가 자신한테

참견을 한다는게 참 웃긴 일인데도 선배는 웃으면서 대답해 준다. 웃을 때 입 모양이 하트가 되는게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나랑 잘 맞

는 친절하고 좋은 선배님인 것 같다. 가끔은 이렇게 같이 이야기를 나눠도 좋을 것 같다.

 

 

 

 

"우리 그럼 갈까?"

"아! 벌써 시간이... 으엉, 늦었다. 또 혼나겠다..."

 

 

 

 

또 혼나겠다며 울상을 짓는 나를 보며 경수선배는 푸흐흐 웃었다. 그리고는 괜찮을 거라 다독여 주며 옥상 문을 열어준다. 옥상에서 내려와

경수선배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어디선가 벌써 백현선배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인상을 구겼다. 그 잔소리를 또 어찌 견디나 하며

생각하고 있을 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곳에는 팀장님이 서있었다.

 

 

 

"어, 선배"

 

 

 

 

경수선배의 부름에도 팀장님은 아무 말이 없다. 그저 나를 응시하고 있을 뿐,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이냐고 혼낼것같아 지레

겁을 먹은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팀장님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없어 의아해진 내가 살짝 고개를 들어 올려 팀장님

을 바라봤을때 팀장님은 또 저 차가운 눈을 하고 있다. 아니, 저 눈은 한번도 보지 못한 눈이다. 내가 혼이 날때나 회사일이 잘 풀리지 않아

화가난 눈도 아니었다. 왜 저런 눈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리 연애할까? -5

 

엘리베이터에는 팀장님 나 경수선배 순으로 서있다. 이 분위기는 뭘까. 화난 건지 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는 팀장님과 그런 팀장님

의 눈치를 보고 있는 나 그리고 이 상황에 당황하는 경수선배. 이런 분위기는 싫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 팀장님을 올려다 봤다. 옆모습

이라 제대로 볼수는 없었지만 무표정인 것같다. 팀장님은 화내는 것보다 무표정이 더 무서운데 말이다.

 

 

 


띵동-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가 5층에 도착하고 경수선배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먼저 가겠다고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

남은 건 팀장님과 나, 단 둘뿐이다. 왜 저런 표정을 지으며 사람을 심란하게 하는지, 경수선배도 당황해 하는거 안보이냐며 따지려는 찰나,

팀장님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붕어"

 

"네?"

 

"경수랑 있었어?"

 

"네, 그런데요."

 

"지금 근무시간 아닌가?"

 

"...."

 

"회사 안에서, 그것도 근무시간에, 땡땡이 치고, 남자랑 있고, 정신 똑바로 안차릴래."

 

"....그러는 팀장님은"

 

 

 

 

 

 


계속 몰아부치는 팀장님이 미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해서는 안될 말을 입 밖으로 꺼냈다. 나의 말에 '뭐?'라며 기가 찬듯 되묻는 팀장님.

 

 

 

 

 

 


"팀장님은 사적인 일로 이렇게 늦게 들어와도 되는건가요?"

 

"뭐? 사적인 일?"

 

"네, 선 보러 가셨다면서요. 아, 뭐 팀장이니까, 팀장은 마음대로 들어왔다가 나가고 그래도 되나보죠?"

 

"....너"

 

"근무시간 늦은건 죄송해요. 하지만 지금 팀장님의 표정, 저는 도저히 모르겠네요."

 

"...."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무작정 내 할말만 하고 그대로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나왔다. 자기는 선 볼거 다 보고 늦게 들어와 놓고는 조금 늦은 나는 엄청 나무란다.

지금은 팀장님이 미워서 마주하고 싶지 않다. 먼저 사무실로 들어간 뒤 팀장님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다행히 제출할 서류도 없었기에

팀장실에도 갈 일이 없었고 일도 많지 않아 칼퇴근을 할 수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옷을 대충 내팽겨치고는 침대로 달려드니

엄마가 와 등짝을 인정사정 없이 후들긴다.

 

 

 

 

 


"야 이 기집애야 씻어!"

 

"아, 조금만 있다가"

 

"어후- 더러워 죽겠네. 아주 그냥."

 

 

 

 

 

한바탕 엄마의 잔소리 폭풍이 휘몰아치고 난 뒤 조용해진 방안. 조용해 지니 또 팀장님 생각이 난다. 팀장님이 핫팩을 건네줄 때도 생각나고

잘자라며 전화해준것도 생각난다. 마지막으로 오늘, 팀장님의 무표정이 생각나자 조금은 설렜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이렇게 설레면 뭐하나.

정작 팀장님은 나한테 아무 관심도 없는데. 난 항상 이랬다. 고등학생때도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먼저 고백도 못하고 그냥 멀리서만 바라보

기만 했었고 대학생 때도 좋아하는 남자를 친구에게 빼앗겨 버린 그런 멍청이다. 나는. 이런 내가 고백? 그것도 팀장님한테? 어림 반 푼어치

도 없다. 난 또 그냥 이렇게 혼자 끙끙 앓기만 할거다.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고 바보같다. 좋아한다고 한마디면 될것을. 뭐가 그리 어렵다

고.

 

 

 

 

 

 

 

 

밍기적 거리며 샤워를 마친 후 방으로 와 침대에 들어갔다. 흠, 이 느낌이지. 편안하고 포근하고- 한참을 그렇게 부비적거렸을까. 띵똥- 하

고 문자음이 울렸다. 스팸이겠거니 하고 열어본 문자에는 알 수 없는 말만 적혀있었다. 뭐야 이런 미친놈은, 하고 발신자를 보자 나는 내 눈

을 의심했다.

 

 

 

 


「ㅂㅏㅂㅗㅗ.」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정말 팀장님이 보낸게 맞는 걸까? 무슨 말을 쓰려고 했던 거야. 설마 바보? 이걸 답장을 해, 말아? 머리속으

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한참을 생각해도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아 포기 할까 하면서도 궁금해서 10번은 전화를 걸까 망설였다.

 

 

띠리링-

 

 

"으허, 깜짝이야..."

 

 

잠이 든 모양인지 갑자기 시끄럽게 울린 전화벨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깜깜한 방안에서 밝게 빛나는 액정을 들여다 보지 못한 채 인상

을 구기며 핸드폰을 받자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붕어

-.....

-야 이 까칠한 붕어야. 붕어 주제에 까칠하고 말도 안 듣고 대들기나 하고

-....팀장님?

-그래 니 팀장이다. 어!? 팀장한테 말야. 대들고 말야.

-....팀장님 술 마셨어요?

-왜 나는 뭐 술 마시면 안돼냐? 딸꾹, 술 좀 마셨다아.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무슨 말씀이신지.

-니가 말이야 내 속 다 뒤집어 놓고 말야. 엉!?

-...얼른 들어가세요.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아이, 싫어어. 너 때문에 선 자리도 다 파토내고, 그러고 왔더니, 뭐? 다른남자랑 히히덕대고

-....

-바락바락 대들지 않나! 계속 나 피해다니질 않나! 뭐야아 누구 속 다 태울 일 있어?

-....

-이것봐 또 대답 안 하고 진짜 너 때문에 내가 진짜.....

 

 

 


 

 

 

 


전화가 끊겼다. 당연히 나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선 자리를 파토냈다니? 왜, 나 때문일까. 혹시, 정말 만약에 팀장님이 날 좋

아하는게 아닐까. 가슴이 쿵쾅쿵쾅 뛴다.

 

 

 

 

 


 

우리 연애할까? -6

 

피곤하다. 어젯밤 팀장님의 전화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반쯤 눈을 뜨고 비몽사몽 버스에서 내려 회사 입구로 걸어가는데 익숙한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저 차가 누구 차였드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차를 주시하니 그 차에서 내린건 다름아닌 팀장님이다. 숙취 때

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이는 팀장님은 아침햇살에 인상을 잔뜩 구기며 눈을 비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풉 하고 웃어버

렸다. 어제는 그리도 보기 싫은 팀장님이었는데 금세 또다시 팀장님이 좋아져 버린다. 놀래켜 주고 싶은 마음에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가 팀

장님! 하고 부르니 놀랐는지 눈이 커져서 휙 돌아본다.


 

 

 

"놀랐잖아."


"흐흐흐..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반가워서 그만."


"올라가자. 후, 머리아파"


 

 

 

내게 올라가자며 먼저 걸음을 뗀 팀장님이 관자놀이를 꾹꾹 누른다. 아마 어제 마신 술 때문일거다. 어제 생각을 하니 내게 전화해 말한건

무슨 뜻일까. 정말 나 때문에 선을 파토낸거면 날 좋아하는건가. 궁금해졌다.


 

 

 

 

 

"저... 팀장님"


"응 왜."


"어제 말이예요..."


"어제?"


"네. 저한테 전화하셨잖아요!"


"그랬던가, 기억이 잘 안나네."


"...네!!?? 그럼 어제 저한테 했던 말도 기억 안나요?"


"응. 머리 울리니까 그만 좀 말해."


"진짜 안나요? 진짜, 정말??"

 

 

 

이게 뭐야. 기억이 안난다고? 그럼 어제 나한테 했던 말은 뭐가 되는걸까. 그저 술에 취해 말한게 되는걸까? 기억이 안난다는데 물어볼수도

없다. 날 좋아하는게 아니냐고 물어보고 싶은 말이 그저 입안에서 맴돈다.

 

 


 

 

곁에서 정신없이 왔다갔다 계속 물어보니 팀장님이 '까분다'라며 내 이마에 딱 밤을 놓았다. 너무 아파 이마를 감싸 쥐고 끙끙대고 있는데

어느새 엘리베이터에 탄 팀장님이 '안타?' 라며 웃고 있다. 씩씩대며 엘리베이터에 타자 팀장님이 '봐봐'하며 내 이마를 들여다본다.


 

 

 

"엄살은"


"엄살 아니거든요! 진짜 아파요!"


"많이 아프냐?"


"... 완전요!"

 

 

 

 

내가 아프다며 칭얼거리니 팀장님이 엄지손으로 내 이마를 쓰다듬어준다. 가까이 있어서 그런지 팀장님 냄새가 진하게 났다. 시원하면서도

은은하달까. 딱 팀장님 냄새같다. 팀장님의 손길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런 나를 보고는 팀장님은 '맞아도 좋댄다

.'라며 어이없어한다. 그래도 좋은걸 어떡해. 팀장님이 너무너무 좋다.

 

 

 

 

 

 

 

 

 

"막내 이리 와봐"


"네"


"이 자료, 자료실에 더 있나 조금 찾아봐 줄래?"


"아, 네. 다녀오겠습니다."

 


 

 

하루가 금새 흘러갔다. 벌써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는 오후. 부 팀장님 심부름으로 자료실에 내려갔다. 자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이

많이 없는 듯 조용하다. 이 자료가 또 어디있지. 느릿하게 천천히 자료들을 훑어보며 찾는데 아뿔싸, 찾는 자료가 내 손에 닿지 않는 너무

높은 곳에 있다. 이걸 어쩐담. 난감해진 내가 몇 번 뛰어봤지만 도무지 손에 닿지 않아 부 팀장님을 부르려 뒤를 돈 순간 내 시야가 캄캄해

졌다. 원래대로라면 책장이 내 눈앞에 보여야하지만 내 눈앞에 있는건 턱선이었다. 고개를 들어 보니 그 턱선의 주인공은 팀장님. 깜짝놀라

숨을 들이쉬었다. 그러자 내가 찾는 서류를 꺼내주던 팀장님이 시선을 내리깔아 나와 눈을 마주친다.


 

 

 

"자."

"아, 감사합니다."


 

 

 

팀장님은 서류를 내게 건네주고 나서도 내 가까이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저 나를 빤히 쳐다보는 팀장님. 당황스러워 조심스레 팀장님? 하고

불렀다.

 

 

 

 

 

"붕어"

"ㄴ, 네?"


"어제"


"...."


"전화한 거"


"...."


"기억나"


"....네?"


"다 기억난다고. 술 취해서 헛튼 소리 한거 아니라고."

 

 

 

팀장님은 마지막 말을 남긴 채 자료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다. 팀장님은 날 좋아한다.

 

 

 


 

우리 연애할까? -7

 

내가 대체 뭘 들은건지 혹시 팀장님이 너무 좋아 망상이라도 한게 아닐까 하며 볼을 꼬집었다. 아프다. 얼얼해 진짜 팀장님이 날 좋아한다.

멍하니 팀장님이 나간 자료실 문을 바라보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자료실을 뛰쳐나갔다. 저기 앞 쪽에 팀장님의 뒷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놓치면 안 될것 같아, 지금 내 마음도 팀장님과 같다는걸 보여주고 싶어. 나도 좋아한다고. 팀장님을 좋아하고 있다고. 헐레벌떡 뛰어가 뒤

에서 팀장님의 옷깃을 붙잡았다. 악, 너무 빨리 뛰어서 머리 다 헝클어지고 숨 소리도 거칠텐데. 흉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고개를 숙

인다. 아마도 지금 팀장님은 날 내려다 보고 계시겠지.

 

 

 

"붕어"

".... 팀, 장님"

"...."

"저도 좋아해요."

"....어?"

"저도 좋아한다구요. 팀장님을 "

 

 

 

말해버렸다. 팀장님을 좋아한다고. 미치겠다. 사람이 이렇게 심장이 빨리 뛸수 있나? 쑥쓰러움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을거다.

고개를 들 수가 없어 내가 잡은 팀장님의 옷깃만 쳐다보고 있었다. 순간 내 얼굴은 팀장님의 손에 들려졌고 나를 내려다 보고 있던 팀장님과

눈이 마주친다.

 

 

 

"내 얼굴 보고 말해야지. 그런건"

"..... 그게 "

"붕어"

".....네"

"우리 연애할까?"

"...."

"대답"

"네!"

 

 

 

햇살같이 따스한 미소와 다정한 눈길로 나를 쳐다보는 팀장님을 보며 나는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렇게 특별하게 고백한 것도 아닌 그저 흔해

빠진 연애하자는 말 한마디 뿐인데 이 남자는 나를 이토록 가슴 뛰게 한다. 언제나 그렇듯 팀장님이 웃으며 내 머리에 손을 얹는다. 이런 사

소한 행동까지 멋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이 남자. 너무 좋아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실실거린다.

 

 

 

 

"아 어떡하냐"

"흐흐흐 왜요?"

"띨빵하게 웃는 것도 예뻐보여"

".... 팀장님!"

 

 

 

 

이 좋은 상황에 꼭 초를 친다. 아프지 않게 주먹을 쥐어 팀장님 배를 때리니 배를 쥐고는 낄낄 웃는다. 그 모습마저도 귀여워 보여 나도 모

르게 피식 웃었다. 기분 좋게 웃으며 내게 어깨동무를 해오는 팀장님. 이제 이 남자가 내 남자다. 내 남자친구 김민석.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만큼 빠르게 지나갔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 실실거려 백현선배의 꾸중을 듣기는 했지만 말이다. 퇴근시

간이 다가오자 팀원들이 하나 둘씩 퇴근을 하고 나도 이제 집에 가야겠다. 하며 짐을 챙기는데 팀장실에서 팀장님이 나왔다. "붕어, 데려다

줄게. 가자" 하며 나온다. 느긋하게 챙기던 짐을 후딱 챙기고 팀장님의 곁으로 가자 발걸음을 옮기는 팀장님이다. 예전 같았으면 먼저 걸음

을 뗐을텐데 이제는 나와 발걸음을 맞춘다. 팀장님과 주차장에 내려와 차를 타자 팀장님이 나를 빤히 쳐다본다. 이 아저씨가 사귀자 마자 벌

써부터 진도를 빼려고 하나? 이 응큼한 아저씨 같으니라고.

 


 


"왜, 왜요"

"...."

"뭐, 뭐요 왜 그렇게 쳐다보는데요?"

".. 안전벨트"

"아, 아...."

"풉,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도대체"

 


 

 

 

민망하다. 나는 왜 이렇게 팀장님한테 내 생각을 잘 들키는 걸까. 부끄러움에 "생각 안 했거든요!" 라며 허겁지겁 안전벨트를 맸다. 빵 터진

팀장님이 웃으며 익숙하게 핸들을 잡고 차를 몰았다. 그만 웃으라고 해도 계속 끅끅거린다. 창피함과 민망함에 창밖으로 얼굴을 돌리자 조그

맣게 들려오는 '아, 귀여워' 라는 팀장님의 한마디 때문에 내 얼굴을 더 달아오른다.

 

 

 

금새 우리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 팀장님도 같이 따라 내린다.

 

 

 

"들어가세요. 피곤할텐데."

"그래, 너 들어가는거 보고"

"네 내일 뵈요."

 

 

 

꾸벅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집으로 걸어가는데 나를 불러세우는 팀장님.

 

 

 

 

"잘할게"

"...."

"들어가~"

 

 

 

이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정말 정말 좋아해요!"

 

 

 

 

소리를 지르고는 후다닥 집을 향해 뛰어갔다. 000 너 정말 대담해졌다. 예전같으면 꿈도 못꿀 일인데. 내가 정말 팀장님을 좋아하기는 하나

보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징-하고 진동이 울리는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 보니 문자가 하나 와있다.

 

 

 

「내가 더」

 

 

나와 연애를 시작한 나의 팀장님이다. 나는 정말로 잠을 설쳤다. 너무 좋아서.

 

 


 

 

우리 연애할까? -8

 

어제 잠을 설쳤더니 몰골이 말이 아니다. 원래 화장은 진하게 하지 않는 편이지만 기초화장조차도 잘 듣지 않는다. 사실 회의 때도 졸아서

팀장님께 꾸중을 들었다. 사귀면 혼도 안내고 엄청 다정하게 대해줄줄 알았는데. 예전이랑 똑같다. 이게 무슨 연인인지. 그냥 난 팀원일 뿐

인 것같았다. 남자친구한테 혼나는 기분이란, 정말 창피하다. 섭섭하기도 하고... 해서 팀장님에게 괜히 툴툴댔다. 눈이 마주쳐도 휙 돌려버

리고 「붕어」라고 온 문자도 무시했다.

 

 


그렇게 나 삐졌어요. 라는 티를 팍팍 내고는 의자에 편히 몸을 기댄다. 날씨가 많이 풀려 따뜻해 잠이 잘 오는 날씨.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

나보다 '똑' 하는 소리에 깨보니 옆에서 팀장님이 의자에 앉아 책상에 팔을 괴고 날 바라보고 있다.

 

 

 

 


"팀장님?"


"잘 잤어?"


"아... 다른 팀원들은요?"

 

 

 

 

 

내가 자는 모습을 지켜봤을 팀장님 생각에 민망함이 쏟구쳐 말을 돌린다. 나 자는 모습 추할 텐데. 코나 안 골았을까 걱정이다. 이런 내 걱

정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팀장님은 '먼저 점심 먹으러 가라고 했어'란다.


 

 

 

 

"아, 그렇구나.."


"밥 먹으러 가자."


"네? 우리 둘만요?"


"애인이랑 단 둘이 밥 먹겠다는데, 안돼?"


"아뇨... 그건 아닌데"


"가자."

 

 

 

 

 

팀장님이 내 손을 잡아 일으켰다. 난 팀장님과 손을 마주잡은 채로 회사를 빠져나왔다. 아니 무슨 회사에 우리 사겨요~ 광고하고 다닐 일 있

나. 안그래도 아니꼬운 시선들 때문에 피곤한데 사귄다는 소문까지 나게되면 더 힘들거다. 불안함에 주변을 둘러보며 슬쩍 손을 뺐다. 그러

자 팀장님이 나를 향해 돌아본다.


 

 

 

 

"왜"


"누가 보면 어쩌려구요.."


"보라고 하지 뭐."

 

 

 

 

 

아예 빼지 못하게 깍지를 껴버리는 팀장님이다. 막무가내에다가 고집불통인데 왜이리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회사 근처에 있는 파스타집으로 갔다. 팀장님과 나는 각각 해물파스타와 까르보나라를 시키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린다. 팀장님과 단둘이 음

식점에 온적이 처음이네. 이렇게 단둘이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며 음식을 기다리고 음식이 나오면 같이 먹는다는게 새삼 내 남자친구인게 실

감이 난다. 흠, 너무 좋다. 섭섭했던 감정은 어느새 풀어지고 그저 좋다. 매순간, 순간이.


 

 

 

 

 

"많이 먹어. 붕어"


"네 팀장님도요."

 

 

 

 

 

원래 내 떡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법. 나도 모르게 팀장님 먹는걸 입맛을 다시며 바라보고 있었나 보다. 별안간 팀장님이 피식 웃으며

포크로 자신의 면의 반을 돌돌 말아 내 접시 한켠에 놔준다.


 

 

 

 

"어! 아니에요. 팀장님 드세요."


"됐어. 침 질질 흘리면서 뭘, 아까처럼 또 삐질라."

 


 

 

 

이미 다 풀어졌는데 얘기를 꺼내는 팀장님 때문에 스물스물 다시 섭섭한 감정이 밀려온다. 그런 팀장님을 조금 살짝 째려보았다.

 

 

 

 

"일종의 뇌물이랄까."


"네?"


"화풀어달라고, 그리고 나 예쁘게 봐 달라고"


 

 

 

 

이렇게 예쁜 말만 골라서 하는데 미워할래야 미워할수가 없다. 그리고 이런 뇌물이 뭐가 필요 있을까, 이미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소중한

사람인걸.

 

 

 

 

 

 

팀장님과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들어와 근무에 복귀했다. 예쁘게 봐달라고한 팀장님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아, 귀여워.


 

 

툭-


 

 

 

"아, 죄송합니다."


"뭐야, 똑바로 보고 다녀."


"...."


"아 재수없어- 걸레 같은게"

 


 

 

 

 


다른 부서 여사원과 복도에서 부딪쳤다. 팀장님의 말에 붕 뜬 마음으로 정신 놓고 걸어서 그런거라고,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사

원이 마지막에 흘리고 간 말은 나를 겨냥한 말이었다. 나의 실수가 아닌 고의로 부딪친거구나. 나는 바보같이 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굳어버

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연애할까? -9

 

내가 왜 그런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건지. 도대체 뭘 그리 잘못 한건지. 자리에 돌아와 수도 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애당초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여사원들은 많았다. 그렇다고 이 정도는 아니다. 그저 부러움과 시기일 뿐이라고 걸레라는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내뱉을 정

도로 날 싫어하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한중합작팀에 들어가서? 나만 여자라서? 고작 그 이유 때문에? 머리가 복잡해져왔다. 일도

손에 안 잡히고 멍 때리기 일쑤였다. 걸레같은게. 그 여사원의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붕어"


"..."


"붕어"


"..."


"000"


"..네?"

 

 

 


앞을 보니 팀장님이 날 바라보고 있다. 겉옷에 가방까지 매고 있는 것을 보니 벌써 퇴근 시간인가 보다. 팀장님의 부름에 대답을 하자 무슨

생각을 하길래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느냐고 물어온다. 또 그 여사원 생각이 났다. 여사원 생각에 나도 모르게 인상이 구겨진다. 내 얼굴

이 안 좋아진걸 본 팀장님이 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온다.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뇨."


"뭐가 아니야. 얼굴에 써 있구만 걱정 있다고."


"...아니에요. 그냥 조금 피곤해서."


"어디 아프거나 하면 바로 말해. 또 바보처럼 혼자 끙끙대지 말고"


"넵"

 

 

 

 

 


팀장님과 마주보고 있자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진짜 마성의 남자라니깐. 히히 웃으며 옷과 가방을 챙겨 팀장님 팔에 팔짱을 끼자 씩 웃어보

이는 팀장님. 항상 느끼는 거지만 저 올라간 눈꼬리가 매력있다. 오늘도 팀장님이 집까지 바래다 준다. 매번 고맙다고는 하지만 팀장님도 많

이 피곤하실텐데. 이제는 혼자 가도 된다고 바래다 주지 않아도 되니까 가서 얼른 푹 쉬라고 말했다. 그러자 뒷목을 만지며 괜찮다는 팀장님

. 딱 봐도 피곤해 보이는 구만 뭐가 괜찮다는 걸까. 요즘 일이 많아서 안그래도 더 피곤할텐데. 너무 무리하는 듯 싶다.

 

 

 

 

 


"아뇨, 저 살 빼려구요."


"살?"


"네, 요즘 너무 편하게 다녀서 살 찐 것같아요."

 

 

 

 


살이 찐 것같다고 하자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팀장님. 그러더니 흠, 한다. 뭐야 진짜 살쪘다는거야? 팀장님의 반응에 내가 헐. 하자 큭큭

웃는 팀장님이다. 또 장난친다.


 

 

 

 

"뭐예요, 저 이제 정말로 걸어다닐거예요."


"뭣하러 그래, 내가 데려다 주면 되는데"


"살 빼서 더 이뻐질거예요."


"더 이뻐져서 뭐하게"


"뭐하긴, 다른 남자 꼬셔야지"


"뭐?"


 

 

 

 


눈썹을 꿈틀하며 버럭하는 반응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가끔 놀리는 맛이 쏠쏠하다. 웃으며 팀장님께 손을 흔들었다. 내가 들어

가야 팀장님도 출발할것 같아 뒤 돌아 집으로 발걸음을 떼자 뒤에서 팀장님이 날 부른다.


 

 

 

 


"전화할게"


"네!"


"얼른 들어가"

 


 

 

 

 

 

 

 

 

 

 

다음날 나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어제 그 여사원이 내게 했던 말을 이해할수가 있었다. 이유는 팀장님과 사귄다는 소문이 회사에 퍼져서,

그래서 내게 걸레라고 했던 건가보다. 아침부터 주위사람들의 소근거림과 따가운 눈초리가 조금은 버거웠다. 사무실에 도착하자 팀원들은 그

저 평소와 똑같았다. 팀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눈치대마왕인 백현선배가 있으니 모를리가 없다. 백현선배에게 들으니 어제 팀

장님과 파스타집에 갔을때 그 음식점에 우리 회사 여사원들도 있었다고 한다. 팀장님이 워낙 유명인사다 보니까 그 여사원들은 바로 알아봤

고 거기서 나와 있던걸 봤다고.

 

 

 

 

 

 

"괜찮겠어?"


"네?"


"혹시 화장실에서 볼일보다가 물세례라도 맞는거 아니야?"


"선배님 이거 팀장님한테 말하면 안돼요."


"왜, 제일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은 팀장님인데"


"걱정할게 뻔하잖아요. 설마 진짜 물세례라도 맞겠어요."

 

 

 

 

 

 

 


옆에 앉은 백현선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어왔다. 안그래도 여사원들에게 부러움과 시기를 사고 있는데 사귄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으니 나

를 가만 놔둘리가 없다는 백현선배의 말이다. 다른 팀원들 물론 팀장님도 잘 모른다. 내가 여사원들에게 미움받고 있는지, 그저 눈치빠른 백

현선배만 알고 있을 뿐이다. 백현선배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했다. 알아봤자 좋을것도 없고 크게 신경 쓸 일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우리 연애할까? -10

 

몇일이 지나갔다.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하지만 나를 향한 수근거림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만 갔다. 식당을 가도, 화장실을 가도 느껴지는

시선에 힘들어질 때면 백현선배가 토닥여주었다. 몇일 저러다 말거라고. 신경 쓰지 말라고.

 

 

 

 

 

 

"오늘 회의 시작하도록 하죠."

 

 

 

 

 

 


오늘의 회의 내용은 기획부,영업부, 마케팅부 그리고 한중합작팀이 이번 중국에 내놓을 상품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상품으로 중국 시장 공

략에 성공해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떠들썩 했고 우리 팀 또한 야근이 잦았다.

 

 

 

 

 

 

 

 

 

"막내야 이거 기획부에 전해줄래?"


"네"


"아 그리고 이건 마케팅부, 이 자료 섞이면 큰일난다. 얼른 처리 해야 되거든"


"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늦으면 안돼. 바로 갖다 줘. 늦으면 일 꼬인다~"


"네!"

 

 

 

 

 

 

 

 


부 팀장님이 주신 서류 두 뭉치를 품에 안고 사무실에서 빠져나왔다.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여사원들이 나온다.

그리고는 나를 보더니 조소를 띄운다. 뭐, 항상 있는 일이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고 했다. 익숙해질 때도 됬는데 아직은 익숙해 지지 않았

나 보다 가슴이 저릿한걸 보면.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탑승하자 내 뒤를 따라 탑승하는 여사원들. 기획부가 있는 사무실 층을 누르고 뒤로 물

러섰지만 다른 사원들은 층수를 누르지 않는다. 기획부인가 보다. 띵동-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내리려 하자 뒤에서 우르르 나오는 여사

원들, 어깨에 치여 그만 품에 안고 있던 서류를 떨어뜨렸다.

 

 

 

 

 

 

 

 

"어머 미안해요."


"그러길래 누가 앞에서 느릿하게 있으랬나."

 

 

 

 

 

 

 

 


그저 형식적으로만 들리는 사과와 나를 탓하는 말만 하고는 가버리는 여사원들. 여사원들을 원망할 틈도 없이 바닥에 널부러진 서류들을 쳐

다보았다. 큰일났다. 이 자료 섞이면 안된다고 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쭈그리고 앉아 얼른 자료를 주워 서류봉지에 담았다. 섞이면 안된

다고 했는데 이미 자료는 뒤죽박죽 섞여있었다. 내가 모은 자료가 아니었기에 자료의 내용도 정확히 모르고 전해줘야하는 시간도 점점 다가

온다. 급한 마음에 대충 주워 담아 눈으로 훑어 비슷한 자료끼리 끼어 맞추고는 사무실로 들어가 기획부 팀장에게 전달해 주었다. 시간 안에

갖다 주긴 했지만 이리 늦게 주면 어떡하냐는 기획부 팀장의 한소리를 듣고 사무실에서 빠져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힘이 쫙 풀리고 한

숨이 절로 나온다. 버튼을 누르려 천천히 단추에 손을 뻗자 사무실에서 들리는 한마디. '이거 뭐야 자료 바뀌었잖아!' 그 소리에 깜짝 놀라

헐레벌떡 뛰어 들어가자 기획부 팀장이 자료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이미 자료를 보내 일을 진행해야 할 시간이 지나 더 화가 난 듯 했

다.

 

 

 

 

 

 

 

 

"자료 ㄱ ..."


"당신 지금 뭐하자는거야!"


"...."


"일을 똑바로 해야할거 아니야! 자료 바뀌었잖아! 당신이 책임질 거야?"


"죄송합니다."


"이게 죄송하다고 될 일이야? 어!? 일이 꼬여버렸잖아. 지금 마케팅부도 일 시작 못하고 있을거 아니야! 마감시간 지나면 어쩌려고 그래!"


"...."

 

 

 

 

 

 

 

 

기획부 팀장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가끔 그의 침이 튀었고 화를 이기지 못해 종이를 내게 던졌다. 나는 눈물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울지 마. 울지 마. 기획부 팀장이 점점 열을 올려 내게 고함을 지를때 갑자기 내 앞이 깜깜해졌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자 보이는건 등.

 

 

 

 

 

 

 

"자료 다시 정리 해왔습니다. 지금 자료 보내면 늦지 않을거예요."


"...뭐야 당신은."


"한중 합작 B팀 도경수입니다."


"자료 이거 맞나?"


"한시라도 빨리 보내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럼 이만."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경수선배는 내 손을 잡아채 기획부 사무실에서 나왔다. 일이 풀렸다는 안도감이 밀려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했을때 나

도 모르게 주저앉을 것 같아 경수선배와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내 어깨를 감싸 토닥여 주는 경수 선배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울컥해 급하

게 눈가를 비빈다.

 

 

 

 

 

 


"이제 해결 됬으니까 괜찮을거야."

 

"... 감사합니다."


"뭘, 어디 봐봐"


"..네?"

 

 

 

 

 

 


자존심이 센 내가, 울었다는걸 들키키 싫어하는 것을 알아채 조심스레 내 턱을 들어올려 눈가를 만져보는 경수선배다. 눈가가 빨개진듯 엄지

손으로 살살 쓰다듬어준다. 살짝 눈을 떠보니 눈앞에 바로 있는 경수선배 때문에 놀라서 경수선배를 불렀다.

 

 

 

 

 

 

"선, 선배"


"응?"


"... 아, 저 그게 "

 

 

 

 

 

 

 

 

아차, 하고는 급하게 떨어지며 머리를 긁적인다. 귀가 살짝 빨개져 '미, 미안' 하고 중얼거리는 선배. 그 모습에 웃으며 빨개진 눈가를 톡톡

치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 팀장님"

 

 

 

 

 

 

 


그러자 열린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던 팀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향한 팀장님의 눈동자는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 연애할까? -11

 

당황스러웠다. 문이 언제 열렸고 언제부터 팀장님이 우리를 보고 있었는지 몰라 불안했다. 혹시 경수선배가 내 눈가를 쓰다듬어 주는걸 봤다

면, 팀장님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경수선배도 당황한 나머지 더듬거리며 팀장님을 부른다. 시선을 옮기지 않고 나를 바라보며 입

을 떼는 팀장님.

 

 

 

 

 

 

 

"데려간다."


"..네?"


"내 여자친구 데려간다고."


"아...네."


"정말 웃기는군. 내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허락 맡고 데려가야 한다는게."


"...."


"선 넘지마. 여기까지야."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팀장님은 경수선배를. 내 손목을 잡고 걸어 갈때도 뒤돌아 날 보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다. 팀장님이 날

데려간 곳은 비상출구였다. 거칠게 문을 연 팀장님은 그제서야 내 손목을 놔주고 나를 향해 돌아봤다.

 

 

 

 

 

 

 

"묻지 않을게"


"...."


"믿으니까"


"...."


"근데"


"...."


"넌 날 안 믿는거 같다."

 

 

 

 

 

 

 

마지막 말이 슬프게 들린건 왜일까. 고개를 들어 팀장님을 바라보았다.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이 메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나를 가만히 내려다 보는 팀장님.

 

 

 

 

 

 

 

"왜"


"...."


"말 안 했어"


"...."


"회사 사람 다 알더라. 근데 나만 몰랐어. 도대체 날 뭐라고 생각한거야."


"... 팀장님"


"왜 말 안 했냐고!"

 

 

 

 

 

 

 

 

팀장님의 목소리가 비상출구에 울려퍼졌다. 화를 내는 팀장님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떤 말을 안 했다는건지 생각하다 이내 눈

을 내리깔았다. 팀장님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남자친구라는 놈이"


"...."


"여자친구 하나 보호하지 못했어."


"...."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실실대기만 했다고"


"이래서"


"...뭐?"


"이래서 그랬어요. 걱정할까봐. 팀장님 걱정끼쳐 드리기 싫어서, 그래서 말 안 했어요."


"...."


"내가 팀장님을 모를거 같아요? 분명히 혼자 고민하다가 내가 여사원들한테 더 심하게 괴롭힘 당할까봐 헤어지자고 할거잖아요."


"...000"


"싫어요. 나 이제서야 행복해요. 그런데 그깟 아무것도 아닌 일에 헤어지기 싫다구요."

 

 

 

 

 

 

 

 


입술을 깨물었다. 아씨, 또 눈물이 나올것 같다. 싸우기 싫은데. 시야가 점점 흐려진다. 팀장님한테 우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고개를 떨구었

다.

 

 

 

 

 

 

 

"... 붕어"


"...."


"나 봐봐"

 

 

 

 

 

 

 


내 얼굴을 들어올리는 팀장님. 얼굴에 눌러 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준다.

 

 

 

 

 

 


"바보야"


"...."


"왜 내가 헤어지자고 해."


"...."


"걱정마"


"...."


"지금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미칠것 같은데."


"...."


"이런 내가 어떻게 헤어지자고 하겠냐"

 

 

 

 

 

 

 

 

내리 깔고 있던 눈을 올려 팀장님을 바라보자 팀장님이 씩 웃으며 조금 더 다가왔다. 숨소리마저도 들릴듯한 거리에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

쉰다.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던 팀장님이 눈가에 입을 맞췄다. 감긴 눈을 다시 떠 바라보니 내 머리를 헝클이는 팀장님.

 

 

 

 

 

 

 


"울보네"


"...."


"울보"


"...."


"내가 누구지?"


"..네? 누구긴요. 팀장님이지"


"그거 말고, 내가 너한테 뭐야"


"... 남자친구요."


"그럼 조금 기대도 괜찮잖아"

 

 

 

 

 

 

 

 

팀장님을 향해 끄덕였다. 알겠다고. 이제는 혼자 다 끌어안지 않고 팀장님한테 의지 하고 기대겠다고, 이런 남자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

인지 모른다. 내 옆에 있어주는 이 사람이 너무 좋다

 


 

 


우리 연애할까? -12

 

"다녀왔습니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갔다. 겉옷을 의자에 걸쳐 놓고 침대에 쓰러지듯 누우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오늘 하루 정말 피곤 그 자체였다. 팀

장님이랑 사귄다는 소문이 퍼진지 몇일 지나지 않은것 같은데 벌써 여사원들의 시기가 장난이 아니다. 점점 더 심해지겠지..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침대에 꾸물꾸물 들어갔다. 씻기 귀찮아. 내일 어차피 주말인데.. 씻지 말고 그냥 자버릴까. 고민하고 있

는데 전화가 울린다.

 

 

 

 


 

 

 


- 여보세요

-잘 들어갔어?
-그럼요!
-데려다 준다니까. 고집이나 피우고
- 됬어요. 살뺀다니까요~
- 붕어
-네?
-내일 데이트 하자
- .. 데이트요?
- 응. 내일 데리러 갈게. 예쁘게 하고 나와
-네! 아, 팀장님!
- 왜
-우리 첫 데이트인거 알아요?
- 응
-아 기대된다! 안녕히 주무세요! 저 얼른 팩하고 자야겠어요.
-그래 내일 봐.

 


 

 

 

 

 

수화기 건너편에서 낮게 웃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슴이 간질간질거린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방안에서 오직 팀장님의 목소리만

듣고 있자니 설레인다. 팀장님의 목소리가 원래 이렇게 낮았나? 사실 밤새도록 통화하고 싶었지만 오늘 팀장님도 피곤했을걸 알기에 전화를

급히 끊었다. 나도 이렇게나 지치고 피곤한데 팀장님은 오죽 하겠나. 천천히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와 침

대에 걸터앉아 머리를 말리며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 보니 문자가 하나 와있다.


 

 

 

 

 

「00아」

 

 

 

 

 

 

경수선배다. 참, 오늘 경수선배도 많이 난감했을텐데.. 팀장님과 싸우는 바람에 경수선배가 까맣게 잊혀져 버렸다. 나 때문에 많이 곤란했을

텐데.. 미안한 마음에 얼른 답장을 했다.

 

 

 

 

 

 

「선배님 오늘 많이 난처하셨죠? 죄송해요 저 때문에..」


「아니야. 괜히 나 때문에 선배랑 싸운 것 같던데」


「아니에요! 화해했어요. 오늘 정말 죄송했어요.」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쓸거 없어. 그럼 잘자.」


「네 선배님도 안녕히 주무세요~」

 


 

 

 

 

 

 

경수선배와 문자를 마치고 바로 잠이 든 것 같다. 눈을 떠보니 벌써 해가 중천에 떠있나. 부랴부랴 일어나 씻고 화장도 하고 옷장 앞에 서니

무얼 입고 나가면 좋을지 고민된다. 이것 저것 매치 해보아도 마음에 들지 않아 손톱만 물어 뜯고 있을 때 핸드폰이 징 울린다. 집 앞에 다

왔다는 팀장님의 문자에 깜짝놀라 옷장 구석에 있던 원피스 하나를 꺼내 들었다. 봄에 잘 어울리는 단아한 원피스다. 아마 대학생때 샀던 옷

같은데 오랜만에 꺼낸 거라 들어갈지 모르겠다. 거울 앞에 서서 옷을 입어보니 다행이 옷은 맞지만 길이가 많이 짧아진 듯 하다. 무릎이 훤

히 다 보일 정도이다. 원래 이 정도로 짧지는 않았는데 키가 큰 건가. 치마를 만지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있을 때 또 한번 징- 하고 울리는

핸드폰을 보니 이번엔 전화. 급한 마음에 허둥지둥 밖을 나가니 차 앞에 서 있는 팀장님이 보인다. 항상 회사에서만 보던 옷 차림이 아닌 사

복을 보니 색다르고 더 어려보인다. 저게 어디 이제 30이 다 되어가는 아저씨로 보일까.


 

 

 

 

 

"왔어?"


"우리 어디가요?"


"뮤지컬 보여줄게"


"뮤지컬이요?"


"응 예매해놨어."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 팀장님. 저번에 한번 친구와 통화를 했다. 음악쪽에 종사하는 친구라 뮤지컬 티켓을 준다고 해서 기뻐했는데 하필 그

날 야근을 하는 바람에 가지 못해 한참을 툴툴거렸었다. 근데 팀장님이 그걸 틀었던 모양이다. 내심 기분이 좋아져 조수석에 앉자 문을 닫아

주고 운전석에 타는 팀장님. 언제나처럼 안전벨트를 매주려고 내게 몸을 돌린 팀장님이 멈칫 한다.


 

 

 

 


"왜요?"


"....너"


"네?"


".... 아니야. 안전벨트 매."

 

 


 

 

 


뭐야. 살짝 굳은 팀장님의 표정에 왜 그러나 싶어 팀장님을 힐끗 바라보자 서둘러 출발해버린다. 가는 내내 한번도 날 쳐다 보지 않고, 왜

그러나 싶어 팀장님을 불러봐도 그저 응,왜 짧게 대답만 해 줄 뿐 내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렇게 공연장에 오고 차에서 내리자 팀장

님이 자기가 입고 있던 가디건을 벗어 내 허리에 묶어준다.

 

 

 

 

 

 

"이 옷. 원래 이렇게 짧아?"


"....아"


"이러려고 살 뺀다고 한거였어?"


"아니요! 대학생때 산 옷이라서 많이 작아져서 그래요..."

 

 

 

 

 

 


내 허리에 닿는 팀장님의 손길에 나도 모르게 배에 힘을 줬다. 옆구리 살 장난 아닌데..혹시나 내 옆구리 살이 만져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눈만 굴리고 있는데 가디건을 허리에 묶은 팀장님이 허리를 세워 내 손을 잡고는 걸음을 뗀다. 아까 차 안에서 멈칫 한게 내 치마가 짧아서

그런 거였구나. 훤히 드러나는 내 허벅지를 다 봤을 생각을 하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괜히 입고 왔다는 생각을 하며 팀장님을 따라 공연장

안으로 들어간다.

 

 

 

 

 

 

 

 

 

 

 


뮤지컬을 보고 나와 저녁을 먹고 나오니 벌써 날이 저물었다. 적당히 부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 팀장님께 산책을 하자고 하니 알았다며 잠시

여기서 기다리라는 팀장님이다. 왜 그러나 싶어 잠시 기다리니 커피 두잔을 손에 들고 나온다. 팀장님의 손에서 커피를 받아들자 한손으로

내 손을 잡아오는 따뜻한 손이 너무 좋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공원 한 바퀴를 돌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큰 도로로 나오자 네

온사인이 반짝거린다.

 

 

 

 

"음~ 맛있다."


"천천히 마셔. 뜨겁다"


"괜찮, 아 뜨거!"


"그러길래 내가 조심하라고 그랬지!"

 


 

 

 

 

지금 이렇게 팀장님과 단둘이 마시는 커피라서 그런가 더 맛있어서 괜히 벌컥 들이마셨나보다. 기어코 혀를 데어버려 인상을 찌푸리자 나보

다 더 화들짝 놀라며 내가 들고 있던 커피를 뺏어 드는 팀장님.

 

 

 

 

 

 

 

 

 

"어? 김민석"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한 여자가 서있다. 그 여자를 바라보는 팀장님의 눈은 흔들렸고 팀장님의 표정은 나도 가늠할수 없는 표정이었다.

 

 

 


 

 

 

 

 

 

 

 

원래 13편 까지 썼었는데 내용을 조금 수정했어요.

달달물이 아니라 호러물이 될거 같아서

못 보셨던 분들은 그냥 처음부터 보시면 될거 같구요!

여태까지 썼던 글은 구독료 없이 쓴 거니까 구독료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쓴 글 보시면 12,13편은 없을거에요!

 

 

 

새로운 13편 이에요!


 

 


우리 연애할까?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 내가 바빠서 먼저.."

"옆에는 여자친구?"

"...."

"아, 아닌가"

"먼저 갈게."

 

 

 

 

 

 

 

 

팀장님이 내 손을 잡아끌었다. 아무 표정도 없이. 아무 말도 없이. 왜 내가 여자친구라는 것에 대해 대답하지 않았을까. 혹시 저 여자가 전 여자친구 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겹쳐왔다.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섭섭함과 저 여자는 누구일까라는 복잡함. 슬그머니 손을 뺏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팀장님이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 여자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물밀듯 밀려오는 서운한 감정은 뭘까.

 

 

 

 

 

 

 

"왜"

"저 피곤해요. 이제 그만 가요."

"알았어"

 

 

 

 

 

 

 

팀장님이 다시금 손을 잡아오려 할 때 나는 그 손을 내치고 앞서 걸었다. 왠지 그 여자를 만난 후로 팀장님과의 분위기도 이상해진 것 같다. 팀장님의 기분도 다운된 거 같고.

 

 

 

 

 

 

 

 

그냥 이 상황이 싫다. 팀장님의 차로 가 팀장님이 문을 열어주려 팔을 뻗을 때도 그냥 내가 열고 차에 탔다. 팀장님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서둘러 운전석에 올라탔고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집으로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자 나는 차에서 내려 팀장님을 보지 않고 인사했다.


 

 

 

 

 

"들어가세요. 내일 봬요."

"붕어"

 


 

 

 

 

 

나지막이 붕어라고 부르는 팀장님의 목소리에 설레는 내가 밉고 다정하게 부르는 팀장님이 미워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 속도를 높여 집으로 걷는데 별안간 뒤에서 내 손목을 잡아오는 팀장님이다.


 

 

 

 

 

"000. 아까부터 왜 그래"

"제가 뭘요."

"아까부터 까칠하잖아 왜 그러냐고"

"피곤해서 그래요. 이거 놔주세요. 들어가고 싶으니까"

 

 

 

 

 

 

인상을 찌푸리며 팀장님의 손을 뿌리쳤다. 그러자 팀장님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간다.

 

 

 

 

 

 

 

"말로 해. 안 그러면 내가 못 알아듣잖아."

"뭘 말로 해요? 그냥 피곤해서 그렇다고요"

"... 너랑 싸우기 싫다. 그냥 내일 얘기하자. 갈게. 푹 쉬어"

 

 

 

 

 

 

 

팀장님이 피곤한 표정으로 머리를 훑어올렸다. 그리고는 뒤 돌아가는 팀장님의 뒷모습을 본 나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팀장님의 뒷모습이 낯설어서. 그렇게 팀장님이 가고 난 후에도 멍하니 서있었다.

 

 

 

 

 

 

 


"막내 이리 와봐. 이 자료 있... 너 얼굴 왜 이래?"

"네?"

"왜 이리 붕어가 돼있어. 눈 왜 이래. 어제 라면 먹고 잤어?"

 

 

 

 

 

 

 

붕어. 진짜 붕어가 됐다. 어젯밤 휴지 한 통을 다 쓰도록 펑펑 울었더니 말이다. 황급히 눈을 가리며 배시시 웃자 부 팀장님이 킥킥 웃는다.


 

 

 

"이 자료 이렇게 해오면 돼요?"

"응 이거 조금 간추려 오고 쓸데없이 긴 자료가 너무 많아."

"아, 네. 알겠습니다."

 

 

 

 

 

 

"점심 먹으러 안 가요?"

 

 

 

 

 

한참 부 팀장님과 얘기 하 고 있는데 옆에서 종인이의 칭얼거림이 들려온다. 어휴 누가 먹보 아니랄까 봐 점심시간 하나는 끝내주게 맞춘다. 종인이의 말을 들은 찬열 선배가 오늘은 초밥 어때!라며 초밥집에 가자고 떠들썩이다. 그 말에 팀원 모두가 급히 겉옷을 챙긴다.


 

 

 

 

"밥 먹고 와서 할까요?"

"그러자"

 

 

 

 

 


부팀장님과 같이 마지막으로 겉옷을 챙겨 나오는데 부팀장님이 팀장 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팀장님과의 어제 일로 같이 점심을 먹으면 체할 것 같아 그냥 안 먹는다고 말할까 고민이다. 당분간은 팀장님과 말하고 싶지 않다. 생각 좀 정리하고 싶어서.

 

 

 

 

 

 

팀장실에 들어갔다가 나온 부팀장님이 내게 다가와 조용히 속삭인다. 둘이 오붓하게 와. 내가 빠져줄게.라고. 이 사람아 왜 하필 이때 이러냐고요. 당황한 내가 손사래를 치자 부팀장님은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먼저 내려가 버렸다. 정말 눈치는 쥐똥만큼도 없다. 부팀장님이 내려간 엘리베이터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겉옷을 챙겨 나온 팀장님이 내 옆에 섰다. 옆에서 팀장님의 은은한 향수 냄새가 퍼져온다.


 

 

 

 

 

 

"붕어"

"..."

"나한테 화난 거 있어?"

"..."

"내가 눈치가 없어. 알잖아. 나한테 화낸 티 내도 내가 왜 화났는지 몰라."

"..."

"계속 그럴 거야?"

"화난 거 아니에요. 그냥 마음이 복잡해서 그래요."

"왜 복잡한데?"

"팀장님"

"응"

"어제 그 여자"

"..."

"누군지 물어봐도 돼요?"

".. 그것 때문이야?"

"말 안 하려고 했어요. 선배가 무슨 사정이 있겠지 그래서 나를 여자친구라고 소개하지 않았겠지 하고요."

"..."

"그런데요. 신경 쓰여요. 그 여자가 누굴까. 왜 그 여자 물음에 답하지 않았을까"

"..."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팀장님을 바라보았다.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있는 아니, 약간은 굳은 표정의 팀장님은 도무지 입을 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냥 전 여자친구이면 말해줘도 되지 않을까. 굳이 아직 그 여자를 잊지 못한 걸까라는 나쁜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했을까 팀장님을 원망하며 나는 입을 뗐다.

 

 

 

 

 

 

 

"저 먼저 갈게요. 같이 가고 싶지 않네요."

 

 

 

 

 

 

 

 

엘리베이터를 탄 후 팀장님과 마주 섰다. 눈을 마주했을 때 팀장님은 내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표정이었고 가지 말라는 눈을 했다. 하지만 나는 지금 팀장님이 미울 뿐이었다.

 

 

 

 

 

 

 

 

 

 

 

 


기다리셨던 분들 있으려나... 없을것 같지만 이런 똥글을ㅋㅋㅋㅋㅋ

항상 얘기 해왔지만

오타,맞춤법 오류를 발견하면 둥글게 제게 알려주세요!

제 쿠크를 지켜주세욬ㅋㅋㅋㅋㅋ

그럼 재미있게 읽으세요

이번편은 구독료가 음슴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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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정말 너무 좋아하던 글이였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다시 돌아와주셔서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안그래도 며칠전에 또 생각이 나더라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ㅇ엉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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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작가님돌아오셨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기다렸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돌아와주셔서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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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저 저번에 기억하세ㅣ요? 왜안오시냐고...기다린다고 ㅎㅐㅆ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드디어 오셨네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작가니뮤ㅠㅠㅠㅠㅛ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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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드디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요ㅠㅠㅠㅠㅠ와 민석아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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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ㄱ다렸었어요ㅠㅠㅠㅠㅠㅠ반갑고막그래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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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두와ㅠㅠㅠ짐짜재밌어여ㅠㅠㅠㅠ잘읽고가요ㅠㅠㅠㅠㅠㅠ진짜짱짱민석이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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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어머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시돌아와주셔서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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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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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작가님기다리고있었어요ㅜㅜㅜㅠ ㅠㅜㅜㅜㅜㅜㅜㅜㅜ오랜만에읽어도역시재밌네요ㅜㅜㅜㅜㅜㅜ사랑해요ㅜㅜㅜ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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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우와드뎌오셨네여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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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ㅠ. ㅠ 느므재밌어용기다릴게용♥♥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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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ㅠ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ㅜㅠ제가좋아하던글이다시올라왔네요ㅠㅜㅜㅜㅜㅜㅠㅠ다시만나서정말반가워요ㅠㅠㅠ작가님글 너무재미있어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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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3
어머 ㅠㅠ 정말 오랜만이에요 ㅠㅠ 다시 돌아오셨군요. 반가워서 눈물 날 것 같아요 ㅠㅠ 대체 민석이가 아무 말도 못할만한 사정이 무엇인지, 그 여자의 정체는 누구인지 궁금하네요 ㅠㅠ 글 잘보고 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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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4
기더렸어요ㅠㅠㅠㅠㅜㅠㅠㅠ다시돌아와줘서 고마워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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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5
헐 다시오셨네요!!!!!이제야봤어요ㅠㅠ그여잔대체누구...왜여친이라말을못해!!!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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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
아 대박 이글은 텍파없나요ㅜ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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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
ㅠㅠㅠㅠㅠㅠㅠ누구에요 그 여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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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8
헐 뭉클합니댜..... 하 이렇게 시리즈 들고 오셔서.... 사람 설레게...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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