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 빙의글]
플랫슈즈(Flat Shoes)
written by.허니찬
햇살이 유난히 따스한 오후. 데이트 약속에 아침부터 일찍 부산을 떨었다. 너를 만나러 가기 전 내 마음처럼 살랑거리는 예쁜 플레어스커트에 사랑스러움을 더한 살구빛 립스틱. 마지막으로 너와 눈을 맞추기 위한 하이힐까지. 직접 만든 도시락을 챙겨들었다. 집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현관 앞에서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됐다. 조금은 높다 싶은 하이힐 굽에 또 인상을 굳힐 그의 모습이 마음에 조금 걸리지만 대수롭지않게 여기며 현관문을 열고 나섰다. 평균 키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작은 내 키는 어지간히 컴플렉스로 작용 되곤 했었다. 그런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평소 굽이 높은 하이힐을 자주 신었다. 아니, 자주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매일.
"여보세요. 응."
-집에서 나왔어?
"응, 지금 막. 아마 20분 정도 지나서 도착할 것 같은데. 아, 버스 왔다."
-뛰지 말고, 넘어지겠다. 설마 오늘도 하이힐 신었어?
그의 질문에 약간은 당황한 듯 우물쭈물 말을 돌리려 했다. 말 자꾸 안 듣지. 방금 전과는 확연히 다른 어조로 대꾸를 해오는 그 때문에 어설프게 아하하하고 웃어버렸다. 평균 키를 한참 밑도는 내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항상 내가 하이힐을 신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신지 말라고 좋게 타이르기만 하더니 이젠 약속이 있는 날 전화로 하이힐을 신었나, 안 신었나 검사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키 작은 내 설움을 알기나 하는 건지. 입을 삐죽였다.
*
끈임 없는 폭풍 고나리와 잔소리를 뚫고 버스에서 내리려던 찰나. 결국은 불안하다 싶더니 발목을 삐끗. 다쳤다는 거 알면 큰 소리 칠텐데. 큰일났다. 욱씬거리는 발목을 겨우 달래서 약속한 공원 입구까지 오기는 했는데. 어딜 둘러봐도 오빠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다쳤다는 거 알면 안 되니까 오늘 여기서 움직이지 말아야지. 자판기 앞에 서서 지갑을 꺼냈다. 캔커피 두 개를 손에 넣곤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발목 조금 다쳤으면 어때, 데이트인데.
"오빠!"
벤치 쪽 잔디 밭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여기 저기 둘러보던 찰나 한 손에 작은 쇼핑백을 들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 그가 보였다. 남자 평균 키보다는 조금 작지만 잘생긴 얼굴, 나긋나긋 다정한 목소리,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내 남자친구. 뚜벅뚜벅, 기분 좋은 발 소리가 가까워지고 그가 신발을 벗고 돗자리 위, 내 옆 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야. 차 안 밀렸어?"
"길은 안 밀렸는데 뭐 좀 산다고 늦었어."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는데 내 옆에 놓인 바구니를 쳐다보는 그의 시선. 이거 뭐야? 꼭 다 알면서도 저렇게 물어보기까지. 처음보다 많이 능글맞아졌다. 피크닉 간다니까 도시락은 만들어야 하잖아. 우물쭈물 말을 얼버무렸다. 그런 내 모습이 귀엽다는 듯 웃는 모습에 얼굴이 빨개졌다.
*
"도시락은 혼자 만들었어?"
"아, 아니. 혼자는 아니고... 엄마랑."
수고했어. 다정한 목소리에 나른하니 눕고 싶어졌다. 깨끗하게 비워진 도시락통을 차근차근 정리해서 피크닉 바구니에 넣고 한 켠으로 밀어두자 담요를 꺼내 다리 위로 덮어주는 그. 치마를 자주 입는 내 취향을 아는 그는 항상 차에 담요를 넣고 다녔다. 담요가 씌워진 다리 위에 머리를 베고 눕는 그의 행동에 흠칫 놀랐다. 내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워진 커플링을 매만지다가 손에 깍지도 껴보고. 손등에 입을 맞추는 그가 괜시리 간지럽게 느껴졌다.
"OO아."
"응?"
"언제 말 들을 거야."
응? 하고 눈을 맞추자 어느새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내가 벗어놓은 하이힐을 가르킨다. 저건. 결국 또 입을 삐죽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저건 포기 못 한다니까. 오빠가 좀 양보해주면 안 될까?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으며 정확하게 선을 그어버리는 그. 너무해. 그의 볼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꼬집는다.
"뉴스에도 나왔어. 허리에도 안 좋다잖아."
"그래도."
"또 고집. 매일 발 삐끗하면서."
낮은 거 신자. 공주야. 어? 잡고 있던 손을 어루만지는 그의 손길에 울상을 짓는다. 이럴 때만 공주래. 하여튼.
*
"이거."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이힐을 신으려는 내게 선물이라며 쇼핑백 안에서 꺼내 보여준 것은 핑크빛 플랫 슈즈였다. 말 진짜 안 듣는 것 같아서. 고집불통 여자친구 버릇 좀 고쳐보려고. 무릎을 꿇고 내 앞에 앉아 신발을 집어드는 그. 고심해서 고른 그의 마음은 알지만 왠지 선뜻 신기는 어려웠다.
"신어 봐."
"……."
"마음에 안 들어?"
냉큼 고개를 저었다. 내 오른쪽 발목을 잡는 그의 손에 아까 삐끗한 발목의 아픔이 전해져왔다. 눈물이 시큰거리는 아릿함에 그만 참지 못하고 '아'하는 비명을 작게 내뱉었다. 다쳤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살짝 미간을 좁히고 조심스럽게 신발을 신겨준다. 당분간 하이힐은 꼼짝 없이 신발장에 고이 모셔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돈다. 말 안 듣고 고집 부리더니. 인상을 굳히던 그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뗐다.
"어디로 모실까요. OOO 양."
마주잡은 손에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 어디든지 좋아요. 대신 종착역은 김준면 마음 속으로요.
* 남친의 폭풍 고나리질 2탄입니다. 이것도 순전히 제가 좋아하는 노래로다가... 글로 만들었어요. 요번 글은 달아요보다 더 오글거릴지도 모르고 좀 많이 부족하지만 이번에도 재밌게 봐주셨음 좋겠습니당S2! 내가 연애를 못하는데 이렇게 글로라도 연애를 좀 해야 되지 않겠어요...?ㅠㅠ 달아요에 생각보다 댓글이 너무 많이 달려서 놀랐어요!
* 다들 기대하고 계실...지도 모르는 달아요 번외편은 다음에 올라갈 것 같아용♡.♡!
* 암호닉 받으니까 눈치 보지 마시고 마구마구 찔러주세요 저란 여자 쉬운 여자 그런 여자!!!!!!!!!!!!!!!!!!!!!!!!!!!!!!!!!!!!!!!!!!!!!!!!! 아이스크림님, 삐뽀삐뽀님! 앞으로 자주 뵈어요♡.♡ 제 폭풍 사랑 다 퍼드리겠쌉싸리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