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면 빙의글]
어린 신부
written by.허니찬
아저씨, 화났어요? 아니, 이게 아니지. 벌써 한 시간이 넘도록 핸드폰을 붙잡고 놓지를 못했다. 어제 아침부터 뭐가 그리도 바쁜지 아무런 말도 없이 쌩하니 출근한 그가 영 마음에 걸려서였다. 문자를 썼다가 지웠다가. 열로 인해 손가락의 지문이 다 닳았을 정도로. 이유는 이러했다. 며칠 전 연락도 없이 늦은 새벽에 귀가한 것도 모자라 출근하는 그의 뒤꽁무니에 대고 아저씨 미워요. 늙은이. 나빠. 를 연발해댔으니. 평소 화를 잘 내지 않는 그가 이 정도로 불만을 표출해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다.
[아저씨. 화났어요?]
[문자 다 봤잖아요. 답장 좀 해요, 네?]
[이봐요. 김준면 씨.]
[오빠, 준면이 오빠.]
[여보야.]
열 통에 가까운 문자를 보내자 돌아온 답장은 고작 바빠. 집에서 보자. 뿐이었다. 그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화가 나있음이 분명했다. 열 여덟과 스물 아홉.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을 하게 된 데에는 양가 부모님의 공이 상당했다. 양가 외조부 내외의 친분으로 정략 결혼을 하게 되었고 덕분에 이제 막 신혼 2개월 차에 접어드는 신혼 부부였다.
*
내 결혼 사실은 이미 전교에 파다하게 퍼져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조심까지 할 필요는 없었으나 가끔 대놓고 그에 대해 물어올 때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종례 시간, 종례도 듣는둥 마는둥 하고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평소와는 확연하게 다른 그의 태도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가방을 챙기고 있던 내게 (그다지 가깝지 않은) 친구들이 그의 안부를 물어왔다. OO야, 너희 아저ㅆ... 아니, 아니. 남편 분 학교 또 안 오신대? 저번에 보니까 엄청 잘생겼던데. 참나, 웃겨. 왜 남의 신랑을 탐내? 안 그래도 속 시끄러운데 저게. 꼭 지금 내 상황을 알고 저러는 것만 같아 부화가 치밀었다.
"너희 아저씨 스물 아홉으로 안 보이던데."
"……."
"진짜 스물 아홉 맞아? 진짜 동안이시다."
"네가 우리 오빨 언제 봤어?"
"저번에 너희 아저씨가 너 데리러 왔을 ㄸ…."
"그리고 너 뭔데 우리 오빠한테 아저씨래? 아저씨 아니거든?"
이렇게 잘생긴 아저씨 봤어? 부글부글. 결국 참고있던 화가 터지고야 말았고 말끝마다 아저씨, 아저씨 거리는 저 계집애 입을 꼬매버려야지. 싶었다. 한마디 더 하려는데, 혹시라도 문자가 올까 싶어 연신 손에 쥐고있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오늘 김 서방이랑 저녁 먹으러 와.
"응? 엄마, 왜?"
"왜긴 왜야. 너 오늘 김 서방 미역국은 끓여줬어?
"아니. 오늘 나 아저씨 보지도 못했…. 엄마, 끊어요!"
5월 22일. 일 년에 한 번 뿐인 그의 생일. 이 바보, 다른 날도 아니고 어떻게 신랑 생일을 잊을 수가 있어. 바보 멍청이. 가방을 매고 냅다 교실을 뛰쳐 나왔다. 일단 미역국, 마트, 케이크. 아니, 아니. 아저씨 선물. 배려한답시고 티도 못 냈을 그의 마음을 알기에 미안함은 배가 되어 돌아왔고 자꾸만 눈물이 쏟아졌다.
*
집에 돌아오자마자 교복도 채 벗지 못하고 앞치마를 둘러맸다. 그나마 주말에 장을 봐둔 덕에 따로 마트는 들리지 않아도 됐다. 제과점에서 급히 사온 케이크는 냉장고에 넣어두고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은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최악의 생일 선물을 준 셈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거웠다.
"미역국이랑 불고기랑…."
"아, 맞다. 잡채."
혼자서 이것 저것 중얼거리며 손을 움직이는 사이 하나둘씩 음식이 먹기 좋게 완성 되어가고 있었고 덩달아 그의 퇴근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었다. 백화점까지 갈 시간이 없어 수정이에게 부탁한 넥타이와 와이셔츠, 넥타이 핀까지. 예쁜 상자 위에 살포시 작은 카드를 하나 올려두었다. 동글동글 작은 글씨로 생일 축하해. 사랑해요, 자기야. 를 새겨 넣는다. 부디 이런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기를.
*
도어락 버튼 소리에 후다닥 현관 앞으로 달려갔다. 평소 같았으면 초인종을 눌렀을텐데 정말 어지간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지 신발을 벗던 그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약간 미간을 좁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막상 얼굴을 보자니 미안한 마음이 더 커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일찍 왔네."
"아저씨."
"응."
"미안해요."
왜, 뭐가. 미안하다는 말에 다정한 눈길을 보내오는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말없이 그의 품에 안겨 들었다. 동시에 가방을 내려놓고 나를 토닥이는 그. 왜, 우리 공주님. 속상한 일 있었어? 화가 났을텐데도 애써 억누르고 나를 받아주는 다정한 목소리, 다정한 손길, 따스한 눈빛까지. 서운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순간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맛있는 냄새 난다."
"미역국 끓였어요."
"진짜?"
"응."
손 얼른 씻고 나와요. 국만 데우면 돼. 그를 욕실로 떠밀고 부리나케 부엌으로 달려가 가스 불을 켰다. 예쁜 접시에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가득 담았다. 아침 잠이 많은 나를 배려해 아침마다 토스트로 끼니를 떼우는 그였기에 또 한 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일부턴 아침 꼭 먹여서 출근 시켜야지. 언제 서운한 마음이 들었었냐는 듯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자 어느새 욕실에서 나온 그가 뒤에서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 예쁘다. 우리 공주님."
말없이 나를 돌려세운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맞춰왔다.
*
마주앉은 식탁,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 빨리 먹어요. 국 다 식어. 간이 맞을지 모르겠다. 어지간히 쑥스러웠는지 그의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수저를 들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통에 귀가 빨개졌다. 진짜 세상에 이런 팔불출은 다신 없을 거란 생각마저 든다. 내 옆 자리 의자에 놓아둔 선물을 손에 들었다.
"아저씨. 여기. 이거…."
"이게 뭔데?"
"생일 선물. 시간이 없어서 직접 고른 건 아닌데…. 그래도 내 돈으로 산 거예요."
선물 포장을 뜯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내용물을 확인한 그가 조심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으로 와 서서 나를 꼭 끌어안는다.
"진짜 누굴 닮아서 이렇게 예쁜 짓만 해."
"미안해요."
"OO아."
"제일 먼저 축하해주고 싶었는데. 속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괜찮아. 그래도 예뻐. 나를 토닥거리며 일으켜세운 그가 눈, 코, 입에 차례대로 입을 맞췄다 떼었다. 사랑해. 내 귀를 울리는 달큰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한 채로 얼굴을 가까이 한다. 맞닿은 코, 닿을 듯 말듯한 거리에서 입을 열였다.
"사랑해요."
태어나줘서 고마워.
* ㅠ_ㅠ!!!! 열 두시 안에 올리려고 했는데...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공부하다가 한 시간 안에 쓰기 도전했는데 결국은 실패했어요. 준면이 생일 기념 빙의글 입니당ㅎ_ㅎ... 비록 지났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축하하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우리 리더, 수호 씨. 김준면 씨. 생일 축하하고 사랑합니다*_*♡ 생일 지난 기념으로 멤버들만 수호하지 말고 날 좀 수호해주는 게 어떻겠냐며..ㅋㅋㅋㅋ... 는 개드립.
* 이 글 역시 번외는 없을 예정이에요. 번외 요청하셔도 소용 없을 것 같지 말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자러 갈게요. 뿅!!!!!!!!!!!!!!!!!!
*♡아이스크림님, 삐뽀삐뽀님, 코딱지님, 린현님, 자녈워더님, 헤헹님, 거북이님, 멍멍개님, 지안님♡ 사랑해요!!!!!!!!!!!!!!!!!!!!! 워아이니!!!!!!!!!!!!!!!! 암호닉 신청 받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