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12월 31일
w.기분이나쁠땐
학교는 휴학했고 여전히 편지는 날아온다. 중국어학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여전히 루한이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어 학원 원장은 나에게 수강료를 돌려주러 오지 않았다.
얻은 거라고는 하루에 한통씩 날아오는 편지뿐...
단하나 달라진게 있다면 예전에는 7분에 편지가 왔었지만 이젠 7분이 아닌 8분에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느 세 나도 편지에 맞춰 살기 시작했다. 나의 세번째 서랍에는 편지와 편지봉투들이 수두룩하다. 그 편지들은 전부 보내는 사람이 기재되어있지 않고 받는 사람만이 기재되어있다.
7월부터 지금까지 쭈욱 집에만 있었다. 편지를 기다리기 위함이기도하고 또 학교는 별로 나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난 어쩌면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 루한이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어 학원 원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가능성들을 배제한 것은 아니다. 다른 가능성들 사이에 루한이라는 이름을 쓰던 중국어 학원 원장의 자리가 생긴 것 뿐이다.
내가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자 편지의 내용은 제법 일관성 있는 내용으로 변했다.
주로 편지에는 잘 지내고 있느냐, 자신은 힘들다, 밥은 먹느냐, 아프지는 않느냐 등등 나를 걱정하는 투로 써있었다.
나에게 편지를 보내는 이 남자는 나를 좋아한다.
4개월 동안의 편지를 받아본 결과 나 나름대로의 정의였고. 내가 여태까지 받은 편지들의 결론이였다.
아마 이 남자는 나에대한 감정의 혼란과 동시에 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을까봐 걱정되서 나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이 편지를 보내는 주인공도 모르고 하다 못해 이 편지의 주인공에 대한 단서 조차도 없다.
남자라는 것 만 알뿐...그 외에는 아무 것도 알고 있는 게 없다.
그러기에 내가 이 남자를 좋아하는 지 싫어하는 지 알턱이 없다.
만약 내 감정을 안다면 이 남자에게 조금 다가갈 수 있을 텐데..
나는 여느 때와 똑같이 손목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했다.
"8분..."
지금쯤 밖으로 나가면 받는 사람만이 적힌 편지가 나를 반길 것이다.
새해 전날에도 이렇게 나를 반기는 구나. 그래도 나름 4개월 동안 꼬박꼬박 왔었던 편지라 이젠 정이 간다.
-안녕? 김민석. 잘지내지? 밥은 잘 먹지? 내일이 새해다.
집이라도 다녀와. 부모님이 걱정하실라.. 내일 새해라고 오늘 밤새 티비보면서 맥주 먹는 그런 한심한 짓은 하지 않겠지?
김민석. 조금 오글거리겠지만..미안해...그럼 이제 그만 쓸께. 김민석. 안녕.-
여전히 '안녕~안녕'으로 끝나는 편지형식. 그래도 나름 새해라고 걱정도 해주기도 한다.
마지막에 미안하다고 한 게 조금 거슬리지만 나는 12월 31일의 편지도 나의 세번째 서랍에 넣었다.
아, 드디어 일년의 끝이구나. 일년새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물론 아직 일년이 지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12월 31일 24시가 지난 이후에는 제발 많은 것이 달라지기를..
중국어 학원 수강료를 돌려 받을 수 있기를..
편지의 주인이 누군지도 알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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