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시간
w.기분이나쁠땐
오늘은 편지를 쓰고 싶지 않았다. 1월 1일부터 4일까지 쭈욱 집을 비운 그 덕분이다. 항상 내가 편지를 넣고 오면 몇분 뒤에 슬그머니 집 문을 열고 나오는 그 덕분에 하루 하루 편지를 이어갈 수 있었는 데...아마 오늘쯤 돌아오겠지....
문득 그의 모습이 머리에 그려지다가 이내 사라졌다. 왠지 죄짓는 듯한 기분이였다. 난 멀쩡한 놈인데. 그동안 멀쩡하게 살아왔는데. 왜 걔만 보면..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 내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도 환장할 노릇이다. 편지의 편자도 가까이 하지 않았던 내가 고작 그애 때문에 하루에 한번씩 편지를 쓰고 그게 벌써 반년이 지났다.
때로는 내가 답답하다. 불같은 성격에 모든 걸 즉흥적으로 처리해버리는 내가.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즉흥적으로 습관이 되어버린 편지쓰기를 안하려고한다.
그는 아마 인내심이 있겠지
그렇기에 내 편지를 버리지도 태우지도 않고 잘도 가지고 있는다. 과연 내 편지를 가지고 뭘하는 것일까. 수집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누군지 밝히기 위해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는 건가...아마도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을 것 같기도하다.
작은 웃음이 난다. 그냥 기쁘다. 그냥 그냥 그냥. 분명 그는 나도 떠올렸을 것이다. 과연 내가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걸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그냥 기쁘다...
그가 혼란스러워하지 않게 노력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게 언제나 자신의 뜻대로 원하는대로 되는 건 아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듯이 내 손보단 머릿속의 본심이 내손을 움직여 자꾸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마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나의 노력은 이미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
당황했을까? 어쩌면 더럽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준다면 고맙겠지만 애석하게도 고마울일은 없을 것 같다.
그는 나와 나르게 살았을 것이고..음...나와 다를 것이다. 그러기에...내가 고마울 일은 없을 것 같다.
무의식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
"8분..."
그렇구나..지금쯤 편지를 넣으러 가야하는 시간인데..왠지 모르게 초조해진다. 마치 가스불을 켜두고 온것을 밖에 나와서야 깨닫고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엄마의 초조함 같다.
그가 좋다. 그와 이야기해본적도. 그에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는 것이 많지만. 좋다. 좋아. 몰래 봐도 행복하다. 가까이서 보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오늘 그냥 편지를 쓸 걸 그랬다. 아마 오늘은 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아...
머릿속이 복작복작하다. 마치 내 머릿속에서 본심과 배려가 땅따먹기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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