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4월 1일
w.기분이나쁠땐
4월 1일....기분이 나빴다. 오늘이 흔히들 말하는 만우절이다. 물론 나한테는 만우절 장난 문자 따윈 오지 않지만. 그보다 더 한 것도 오지 않을 것 같다.
1월 5일 하루를 제외한 이후로 편지는 꼬박꼬박왔다. 마치 그 남자에게 1월 5일이라는 날은 없는 듯이 자연스레 편지를 이어가는 그의 편지에 왠지 웃음이 났다.
아마도 이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조금 뻔뻔하기도 할 것 같다.
괜시리 웃음이 났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 남자라는 건 알지만. 그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니 누군지는 몰라도로 정의하고..누군지는 몰라도 왠지 웃음을 나게하는 사람이다.
왠지 외국어 실력 늘리겠다고 외국 친구들과 펜팔 하는 느낌이다. 물론 한쪽의 일방적인 펜팔.
난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아........5분..."
왜일까..만우절의 저주인가..오늘은 여느 때와 다르게 빗나갔다. 항상 시간에 맞춰서 잘 확인한다 생각했는데.. 물론 2분 미스지만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에 2분 미스라는 건 엄청난 일이다. 날이 따뜻한 봄인데도 한여름 마냥 찝찝함이 내 몸을 급습해왔다.
오늘은 왠지 안올 것만 같다. 만우절이라서 안올 것 같고...내가 2분 미스해서 안올 것 같다. 내 온 몸을 감싸는 찝찝함도 왠지 나의 생각에 동의하는 것 같았다.
"7분..."
이제야 7분이 되었다. 난 중요한 시험을 치러간 아들을 기다리는 엄마처럼 발을 동동 구르고만 있었다. 제발...남은 9분이 빨리 지나가길...애타게 바랬다.
눈을 떠보니 바깥은 어둑어둑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잠이 들었다. 긴장속에 잠듦이라.....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긴장 속의 잠듦이고 뭐고 일단 밖으로 서둘러 나가 허겁지겁 우체통을 열었다. 편지가 있었다. 두통이나 있었다. 낮에 있었던 온 몸의 찝찝함이 공중분해 되는 느낌이였고. 중요한 시험을 치러간 아들이 시험을 잘봤다며 웃으면서 돌아오는 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집에가서 서둘러서 편지를 뜯어보았다.
-안녕?김민석. 잘지내지? 집에 내려간거야?
1월 1일. 1월 2일. 1월 3일. 1월 4일. 다 안보이네.
꽤 오랫동안 있다오는 구나..그래..집은 좋지? 잘 다녀와. 좋겠다.
그럼 이제 그만 쓸께. 김민석. 안녕.-
분명히 1월 5일날의 편지였다. 왜일까. 이걸 왜 지금에서야 보냈을까. 미리 써놓았던 걸까? 아니면 쓴것일까? 왜 만우절날 1월 5일의 편지를 줬을까..?
왠지 또다른 편지의 정체가 궁금해져 두번째 편지를 뜯어보았다.
-안녕? 김민석. 오늘 만우절이야.
영 편지쓸 기분이 아니였는데 적어본다. 오늘 만우절인데 뭐 좀 받았냐?
김빠지게 이런 질문 괜히했나..?
민족대명절같은 날도 아닌데..
夕食은 먹었고?-
단순했다. 전혀 문맥에도 안맞는 말이 쓰인게..아무래도 만우절이라고 특별한 걸 준비한 모양이다. 웃겼다. 귀여워서 웃겼다. 분명히 열심히 생각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세로로 한 문장을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4월 1일의 편지와 1월 5일의 편지도 내 세번째 서랍에 넣었다. 왠지 마음에 걸린다. 이 사람은 가끔씩 너무 귀엽지만 의미심장한 말들을 많이해서 의문이다. 아직 해석하지 못한 편지가 수두룩하다.
만우절편지 덕분에 기분이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1월 5일의 의미와 편지의 내용이 거슬려 썩 기분이 싱숭생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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