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w.기분이나쁠땐 오랫만의 초인종이였다. 아마도 택배외에는 우리집에 초인종이 울릴리가 없는 데..게다가 요근래 들어 내가 택배를 시킨 적도 없기 때문이다. 슬슬 저녁시간이 다되가는 시간인데..누가 올까..라고 곰곰히 생각에 잠기고 싶었으나 어지간히 성질급한 사람인 모양인지 그 새를 못참고 초인종을 2번이나 더 눌렀다. "누구세요?" 서둘러 방에서 나가며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상대방쪽에서는 묵묵부답이였다. 혹여나 중학생,초등학생의 장난 일까봐 일부러 큰소리로 한번 더 외쳤다. "누구세요?" 그러나 여전히 묵묵부답. 일 줄 알았으나 상대방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석학생. 문 좀 열어봐요." 루한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루한이 본인 이름이 아닐지도 모르는 사기꾼 원장이였다. 조금 긴 수식어지만 그래도 여태까지 내가 겪었던 그와 관련 된 모든 일을 종합해보면 이런 수식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조금은 수척해졌지만 여전히 잘생긴 그 모습 그대로인 원장이였다. 아니 이제 그냥 루한이라고..부르기엔 조금 어색했다. "무...무슨 일이세요..?" "이거요." 무슨일로 온지는 알고 있었으나 돈이 없다며 다음에 주겠다고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르게 선뜻 나에게 흰봉투를 주는 그의 모습에 약간은 벙져버렸다. 분명 작년엔 돈이 없다 했는데.. 작년 이야기라서 그런가.. "아..네..." "그럼 이만 갈께요. 잘지내요." "저...저기..!" 왠지 모르게 원장의 사정을 듣고 싶었다. 사실 편지보다 더 궁금한 건 원장의 정체와 학원의 속사정이다. 대강은 무슨 사정인지 감이 잡혔으나 내가 생각한 사정이 아닐 수도 있을 꺼라 생각했다. "시간..되시면..차라도..." 조금 수줍게 얘기하니 돌아서서 가려던 원장이 날 돌아보며 살짝 웃었다. "진짜요? 시간 없는데..그래도 김민석학생이니깐...고마워요.." 원장은 작년과 다르게 차분해보였다. 작년에는 약간 팔팔한 악동의 느낌이 있었더라면 지금은 차분한 악동의 느낌이였다. 뭐 그래봤자 악동이지만.. 누군가를 나 혼자사는 집에 들인 건 이 사람..루한이라는 이름을 쓰는 원장이 처음이였다. 물론 부모님과 살때에도 친구를 집에 데리고 온 적은 없었다. 내집 첫 방문자이자 마지막 방문자가 될 원장을 위해서 차를 준비하려했지만 내집에 그런게 있을리가 만무했다. 급한대로 우유 두잔을 따라서 가져갔다. 원장은 쇼파에 앉아서 집을 이곳저곳 뜯어보고 있었다. "저..차가 없어서..우유라도 괜찮으시죠..?" "루한이야. 25살..말 편하게해.." "네..?아..네..." 이곳저곳을 휘휘 둘러보던 루한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왠지 시선이 부담스러워 서둘러 우유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맞은편에 앉았다. "꽤 당황했었지..?그때.." "그때라면..." "갑자기 학원 없어졌을 때.." "아..조금 당황했어요.." 어색할까봐 무슨 말을 해야되나 고민하던 찰나에 루한이 먼저 말을 꺼냈다. 당황했냐는 물음에 엄청 당황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예의를 갖춰 조금 당황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침묵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다정했다. 표정과 말투에서 다정함이 조금씩 뭍어나오는 것 같았다. 다정함하니 잊고 있었던 편지가 생각났다. 갑작스러운 루한의 방문에 편지를 받지 못한 불안감과 시간 미스에 대한 찝찝함은 어느 세 기억 뒤편으로 물러나 있었다. 왠지 편지를 가지러 가야될 것 만 같았다. 그러나 편지를 가지러 간 사이에 왠지 루한이 사라져버릴 것 만 같았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그가 전반적으로 나에게 풍기는 분위기는 어딘지 묘했다. 차분한 악동. 그는 차분한 악동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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