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10월 5일
w.기분이나쁠땐
4월 2일 이후로 편지가 다시 오기시작한 기점은 10월 5일이였다. 덕분에 난 루한형과 편지가 떠난 3개월 치의 달력을 넘기며 세삼 시간이 흘렀음을 실감할 수 있게 되었다.
기뻤다.기뻤다.기뻤다.기뻤다.슬펐다.
머릿속은 다시 복잡했고 기뻤지만 슬펐다. 학교는 휴학해서 기뻤지만 슬펐다. 퍼즐은 아직도 집에 있어서 기뻤지만 슬펐다. 다시 편지가와서 기뻤지만 슬펐다.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내 머릿속은 미적지근한 오렌지주스와도 같았다.
다시 시작됬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가 없었던 공백기 동안 무려 6개월이란 긴 공백동안 나도 그사람도 변했겠지.
아무 생각 없이 편지를 뜯었다.
-안녕? 김민석. 잘지냈어? 오랫만이다.
6개월 만인가? 만우절이후 처음이지...이제 자주올께. 나안와서 그동안 많이 심심했겠다.
걱정마. 앞으로는 매일 매일 올께.
매일 매일 올꺼니깐 할 말도 많이 남겨놓아야겠다.
그럼 여기까지 쓸께. 안녕. 김민석.-
여전했다. 소소한 이야기에 소소한 편지지에 소소한 봉투. 머리가 아파왔다. 내 머릿속에 또다시 충돌이 일어났다. 루한형이 편지를 보내는 사람이라 의심하던 건 3개월 전. 7월 8일까지의 일이였는데.
다정했다. 그리고 다정함이 루한형이였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나와 함께하던 나를 감싸주던 하나하나의 편지가 루한형이고 그 루한형이 편지를 쓰는 사람이고. 내 세번째 서랍에 가득했던 것은 전부 루한 형이였고. 그래서 루한형이 내방에서 편지를 봤을 때 당황했던 것이고. 그래서 퍼즐을 줬고. 그래서 나를 변하게 만들었고.
나를 변하게 한건 루한형이였지만. 나를 고립시킨 건 편지였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건 나를 고립시켰던 편지였다.
이미 나를 말릴 수는 없었다. 아닐꺼야 아닐꺼야라고 생각할 수도 없는 모든 증거는 내 머릿속에서는 이미 모두 루한형을 가르키고 있었다. 다소 복잡했지만 말이다.
미안할게가 이런 의미인가. 나를 다시 고립시키겠다는. 그런 의미인거야?
무서웠다. 루한형은 어떤 사람이기에. 나를 고립시켰다가 변하게 했다가 다시 고립시키는 걸까. 결국 내가 편지의 의도에 따라서 고립 될 것을 알음에도 불구하고 하는 멍청한 생각이였다.
루한형은 좋았다. 편지는 좋았다. 둘다 좋았다. 둘다 사랑했다. 둘다 내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다. 둘다 나를 변화시켰다. 둘다 나에게서 홀연히 떠나갔다.
그러다 편지가 돌아왔다. 왔다. 다시 왔다. 이제 루한형이 돌아올꺼다. 올꺼다. 다시 올꺼다.
그럼 난 고립되었다가 다시 변하는 건가?
그럼 난 뭐지? 난 나인가. 아니면 편지와 루한형의, 아니 루한형의 인형일뿐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내 손안의 편지를 보았다.
이건 뭘까? 나에게 고립을 바라는 걸까?
편지의 글씨 하나하나가 나를 편지의 숙주로. 루한형의 숙주로.
어지러웠다. 난 어떤 생각을 해야할까.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할까. 내가 박쥐가 되어버린 기분이였다.
난 여태까지 뭘 원하고 뭘 하려고 살아왔을까.
난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머릿속이 복작복작했다. 내 머릿속에 얼음과 뜨거운물이 동시에 부어지는 느낌이였다.
손이.온몸이 떨려왔다.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그냥...퍼즐을...퍼즐이나..맞추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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