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지훈아. 너 나랑 같은 조야."
어.., 얘는... 순간 이름이 기억이 나질 않았다. 분명 방금 전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했던 것 같은... 아.
"...음."
"나 몰라? 전원우야, 내 이름."
아 그래 맞다. 전원우였다. 우리 반 반장. 공부 한답시고 책을 들여다보니 머리가 과부하가 걸린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반장이름을 까먹다니. ...뭐 사실 반애들과 그닥 친하게 지내지 않아서 이름을 아는 놈들은 별로 없다. 그래도 절대 잊지 못할 이름은 성이름이겠지. 망할 권순영 때문에.
전원우랑은 여태 말 몇 번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반장선거 때 교탁 앞에 섰던 단정한 차림과 폼새는 얼핏 기억이 난다. 보고 좀 잘생겼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까이 보니 역시 꽤나 생긴 것 같다. 내가 억지로 말 걸고 친해진 앞자리 옆자리 말고는 반 아이들은 좀체 나한테 말을 잘 걸지 않았는데, 전원우는 수행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긴 했나 보다. 뭐 그래도 나는 그닥 꽉 막힌 편은 아니라 두 팔 뻗고 환영까진 해 줄 수 있었다. 말 동무 하나 더 생기면 좋지 뭐.
"아 알지, 당연. 반장인데 내가 왜 몰라."
"오, 이거 고마워해야 되는 건가?ㅋㅋㅋ"
"뭔. 근데 2인 1조야?"
"아니 3인 1조더라."
"마지막 하나는 누구?"
"성이름."
"아~ 나 걔도 알ㅇ..."
미친 성이름? 걔랑 같은 조? 애매했다. 이 사실을 권순영에게 알려야 되는 건가...? 알리면 보일 반응이 두가지였다. 하나는 나를 이용해 성이름에 대한 정보를 더 캐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폭풍 짜증. 니따위가 뭔데 우리 큐티 섹시 낸시 이름이랑!!!!!!!!!!!!! 라고 소리를 지르는 권순영이 벌써부터 눈에 아른거린다. 숨겨야 한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저 종이를 떼내야...
"이지훈 어딨어!!!!!!!!!!!!!!!"
...아뿔싸.
"니따위가 뭔데 우리 큐티 섹시 낸시 이름이랑!!!!!!!!!!"
쓸데없이 정확히 맞췄다. 내가 시발 저새끼랑 오래오래 붙어먹긴 했었구나. 이젠 폭풍짜증을 들을 차롄가.
"개부럽다!!!!!!!!!!!!!!!!!!!!!"
아, 권순영이 늘 예상과 빗나가는 놈이라는 걸 간과했었다.
*
한 손엔 내 팔을, 한 손엔 성이름 팔을 붙들고 너네끼리 조별과제하러 어디 카페같은 데도 가고 그럴거냐며, 상상만 해도 부러워서 미쳐 돌아버릴 것 같다는 권순영을 간신히 떼어냈다. 사실 그렇게 만든 것이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였지만, 그 말인 즉슨 다음시간에도 이럴 것이라는 것이다. 아 벌써부터 붙들려 흔드는 팔이 존나 욱씬 거리는 것 같다. 성이름이만 관련되었다 싶으면 초사이어인이 된 듯 힘이 존나게 쎄지는 권순영은 나도 어찌 할 바가 없었다.
"...쟤가 이러는 건 몇 개월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권순영이 사라지자 전원우가 머쓱해하며 말한다. 야 임마. 나도야 임마.
"대강 과제 틀을 잡아야 되니까 오늘 당장 카페라도 가서 회의하자. 오늘은 내가 쏠게! 어때?"
"아, 귀찮은데."
"그 선생님 협동성 되게 중요하게 보시는데, 협조 좀 해줘."
대뜸 전원우가 내게 악수를 하자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내 친구 말고 나에게 이렇게 강요를 하듯이 말 하는 애는 존나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과제가 있는 그 과목은 내가 조금이라도 공부를 하는 몇 안 되는 과목 중 하나라 조금은 구미가 당겼었다.
아 미쳤다 이지훈. 권순영효관가. 내가 공부라니.
"저... 이지훈."
"어?"
갑자기 성이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거의 처음인가 이거? 조금은 놀라서 대답도 되게 멍청하게 했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어?"
"안 해도 된다구."
뜬금 없이 저런 말을 하니 당황스러웠다. 무슨 꿍꿍이지 얘? 성이름이의 표정을 보니 딱히 무슨 속셈이 있어보이진 않았다. 그럼 나 정말 안 해도 되는 건가? 중학교 때도 한 번 해본 적 없는 걸 하라니 귀찮을 것도 같았고 여기서 수행평가를 더 챙겨봤자 내가 뭔 더 이득이 있나 싶어서 더욱 그르치는 것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내가 빠지면, 조원은 둘이 될 것이고, 그 둘은... 전원우와 성이름?
존나 3류 러브스토리에 널리고 널린 이야기가 갑자기 머리속에서 소용돌이 친다. 잔잔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는 카페. 나란히 마주보며 앉은 두 남녀. 교복과 청춘. 은 무슨 시발. 전원우가 성이름과 과제를 하다 눈이 맞아 짝짝꿍을 하면 예상될 경우가 또 두가지였다. 하나는 권순영이 전원우를 족치는 것. 그것은 절대 안 되는 것이었다. 권순영네 어머님께 특명을 받은 게 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러면 성이름이 슬퍼할 거 같아서 하진 않고 두번째 예상은 권순영의 우주적인 절망이었다. 아 상상조차도 가질 않는다. 권순영이 절망? 하루에 수백번 성이름이에게 차여도 지는 석양을 보며 희망을 다지는 권순영이 절망을? 그 파동의 효과가 얼마날까 가늠도 되지 않는다.
아 맞다. 권순영은 항상 예상과 벗어나는 놈인데...?
갑자기 정의감이 불타오른다. 안 된다 저 둘이 붙어 먹는 것은 절대로...!
"할 거야."
"뭐라고?"
"너네랑 과제. 내가 한다고."
긴장해라.
*
"야 너 뭐 오늘 어디 카페 가냐?"
"어."
"어디 미친."
전원우와 성이름하고는 집에 들렀다 편안한 복장으로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절망스럽게도 전원우가 잘생겼다. 남자인 나도 보고 감탄한 외모를 가진 아이였다. 머리가 복잡했다. 무언가를 더 얹어 들을 정신이 나질 않았다.
"카페 어디 가냐고."
"어."
"아니 어디 가냐고."
"어."
"뭔 생각을 하길래 정신을... 권순영은 개 잘생겼지."
"어."
"그리고 성이름이는 존나 내꺼지."
"어."
"그리고 넌 병신이야."
"어. 어? 어? 이 미친새끼가."
"아 너가 대답을 존나 이상하게 하잖아. 너 카페 어디 가냐고."
"아, 우리 집 맞은 편 거기."
"아, 시팔 부러워."
내내 부럽다는 말만 연발하는 권순영. 이제는 귀에 딱지가 얹을 것 같아 귀를 막았다. 부럽다면서도 발걸음은 가벼워 보이는 게 조금은 이상하다. 전원우와 성이름이 눈을 맞아 권순영이 절망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건 큰 착오였나?
"넌 걱정 안 되냐?"
"뭔?"
"성이름이 눈 맞으면 안 되는데 하는 그런."
"너랑?"
"아니 전원우랑."
"...전원우?"
갑자기 권순영이 눈빛을 싹 굳히고 물어본다. ...그 종이에서 못 봤나?
"어."
"남자?"
"어. 아니 너, 나랑 성이름이랑 같은 조인 건 어떻게 알았어."
"성이름 친구가 말해주던데."
"아. 시발."
나는 바로 손을 들어 시속 300키로미터는 되는 속도로 내 입을 내리쳤다. 이 입방정 시발. 시발!!!! 어쩐지 반에서 찡찡댈 때 나랑 성이름이만 붙잡더니만..!! 권순영의 걸음이 점점 로봇의 그것을 닮아간다. 표정도 싹 감춘 채. 전원우... 전원우... 세글자를 고이 되씹던 권순영이 서서히 눈동자의 초점을 잃어간다. 권순영은 둘 사이의 진전이 있었다는 말도 듣지 않았음에도 벌써 절망에 한 걸음 다가갔다.서서히 좋지 않은 기운이 물씬 밀려왔다.
"...이지훈."
"...왜."
"왜 내가 전원우랑 이름이가 눈 맞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되는 거야...?"
"...저 아니 그게.."
"전원우 그 새끼..."
"..."
"운동 잘하냐...?"
평소 같았으면 뭔 뜬금없는 소리냐며 지랄말란 소릴 했을 나였지만, 권순영에게 짙게 밀려오는 검은 오오라 때문에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천천히 되뇌였다. 저번 체육시간 축구 때 걔 포지션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공부를 괜히 시작했나, 머리에 과부화가 와도 너무 심하게 온 듯 하다.
"안 되겠다."
"뭘?"
"전원우라는 애 어디다 암매장을 시켜놔야겠어."
"미친 뭐?"
권순영이 주먹을 불끈쥔다. 눈에선 불이 타오르는 것만 같다. 하 시발 한동안 또 피곤해지겠네...
| 끼야앙~ |
등장해써여~~ 우리 저너누~~ 너누가 등장해써여~~~~ 꺄아아~~~ 반장 너누 발린다... 크하... 너누 단정한 것도 발린다.. 끼아아... 질투하는 순영이가 보고 싶어서 이렇게..! 헤헤헤헤ㅔ헤 + 지난편 정말 핵똥망이었는데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허어...ㅠㅠㅠㅠㅠ ++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여주시점은 아마 완결하고 번외로 나올 것 같아요ㅠㅠㅠㅠ 이야기의 흐름이나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ㅠㅠㅠ 번복해서ㅠㅠㅠㅠ +++ 암호닉은 가장 최근에 썼던 글 댓글에 신청해주세요! 그래야 찾기 쉽더라구여 ㅠㅠㅠㅠㅠㅠㅠㅠ |
| 읽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ㅂ니다ㅠㅅ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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