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176880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권권 전체글ll조회 5901
등장인물 이름 변경 적용
(좀 많이 진지해요.............. 여주의 해명을 위해서ㅠ)








소위 양아치라고 불리는 것들에게 괴롭힘을 받았었다.









개양아치 07 - ㅇㅇㅇ시점
w.권권









막 중학생 3학년이 되고 막 새로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눠야 할 때였다. 곧바로 본인을 담임이라 소개하는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번호순대로 자리를 배정받았다. 창가쪽 맨 끝자리. 아... 좀 불편하겠다. 투덜투덜대며 자리에 붙여진 종이 이름표를 떼냈다. 내 자리가 그랬던 것처럼 내 옆자리에도 종이이름표가 붙여져있었다. 강건주...? 여잔가 남잔가, 약간은 중성적인 이름이 좀 특이하다 싶어 종이를 유심히 보던 중에 누군가 다가왔다.



"너 뭐야."



누가봐도 껄렁껄렁 해보이는 폼새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놀라 벙쪄서 아무 말도 못하고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 우연히 닿은 그 아이의 가슴팍에는 '강건주' 라는 이름 세글자가 새겨져있었다. 아... 얘가 내 옆자리구나.



"아... 미안."

"뭐냐고 너."

"...그냥 옆자리에 앉게 된..."

"아 내 짝꿍이야 너가?"

"...아 응."



그래. 짝꿍이네. 평소엔 별 아무렇지도 않았던 말이 그땐 왜 그렇게 닭살스럽나 싶었다. 팔을 한 번 문질렀다. 그러더니 강건주는 내게 춥냐며 물었다. 아니, 그건 아닌데... 뭐라 대답을 해야하나 싶어 말을 늘이니 강건주가 그 꼬리를 잡아채 내게 말을 이었다.



"너 말투 원래 그러냐?"

"어...?"

"말투 원래 끝을 존나 늘리는 타입?"

"...아니..."

"존나 이상하네."

"...뭐가?"

"홀리는 기분이야 지금."



짝꿍보다 더 닭살 같은 말을 뱉으면서 나를 보고 실실 웃는 강건주. 얜 뭐지... 미친건가 싶어서 기분이 나쁘다가도 강건주에게서 자연스럽게 뿜어져나오는 오오라에 뭐라 말을 덧 붙이는 것을 그만두고 책을 꺼내려 가방을 들었다. 금방 꺼내면 또 강건주가 말을 걸어 난감하게 만들까봐 일부러 하나 하나 느리게 꺼내 책상서랍속에 넣었다. 금방 내게 흥미를 잃어 자리를 뜰 것 같았던 강건주는 희한하게도 수업시작종이 칠 때까지 그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







"아 이번 반 개 망했어."



점심시간이 되고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친구랑 같이 밥을 먹었다. 이번 반 너무 맘에 안 든다며 투덜댔던 친구는 내게 너네 반은 어떠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자리만 맘에 안 들고 괜찮다고 말을 하니 친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짝꿍이 누구냐는 말에 강건주라 말하니, 친구가 이리 답한다.



"강건주? 걔 강전온 애 아니야?"

"강전?"



어쩐지. 중학교 3년 올라오면서 이런 양아치끼 풀풀내는 애를 몰랐을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강전이라니. 전에 학교에서 뭘 했길래 중학생이 강전이람... 밥을 입안에서 이리저리 굴리며 생각했다. 얼굴엔 어디서 처 맞고 왔는지 상처들이 얼핏 보이고, 수업시간 내내 잠만 자다가 일어났다 싶으면 책상 밑으로 몰래 안 낸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어딘가 미묘한 담배냄새가 나고. 이렇게 나열해보니 순도 100% 양아치라는 확신이 머릿속에서 빛났다.



"어떻게 강전 온 건지 알아?"

"소문 존나 길던데... 내가 알기론."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꽤 친하게 지냈던 어떤 애랑 싸웠나봐. 근데 그게 강도가 좀 심했나 보지. 엄청 싸웠다던데, 강건주가 졌나봐. 이상한 건 강건주가 더 처맞은 입장이라면 강전을 와야 하는 건 그 반대편인데 전학을 온 건 강건주이니... 솔직히 너무 이상해서 듣고 흘릴라 했는데 내가 아직 기억하네.

별... 개 같은 소문이었다. 저런 양아치를 뚜드려 내쫓았다는 소린가. 양아치보다 더한 개양아치네. 갑자기 강건주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바로 볼을 짝짝 치며 정신을 차렸다. 미쳤다고 아무리 그래도 양아치를 동정해 내가....! 게다가 오늘 처음 본 애를...



"...뭐야. ㅇㅇㅇ. 너 왜그래. 미쳤냐?"

"뭘 미쳐 내가!"



나를 이상한 병신 보듯이 안쓰럽게 쳐다보는 친구의 눈빛에서 아침시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강건주의 그 눈빛이 생각나 갑자기 얼굴이 조금 달아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궁하긴 궁했나... 겨우 이런 걸로 복잡해하다니. 나 스스로가 너무 철이없다 생각했다.







*







점심을 다 먹고 친구와 헤어진 뒤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너무 일찍 먹은 탓인지 반에는 그닥 많은 아이들이 없었다. 친구 반에가 수다라도 떨까 싶어 뒷문으로 돌아봤는데, 강건주가 삐딱하게 서 있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도 밥 빨리 먹냐?"

"어? 아... 오늘따라 그냥..."

"그러냐."

"...너는 친구가 있었나 보네."

"어, 그냥 다 건너건너 알았지 뭐."



그닥 설명해주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뜯어내가며 어떻게 친구를 알고 건너 건너 들어 알았다고 설명을 해준다. 그러다 문득 말을 멈춰 나를 바라본다. 나 전학 온 거 알아? 대뜸 물어오는 말에 ...강제? 라고 물어오니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소문 존나 빠르구나- 라며 갑자기 큰소리를 쳤다. 그 소리에 놀라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이니 갑자기 푸하하 웃는다.



"너 존나 개 귀엽다 진짜."

"..."



얘는 원래 이런새낀가... 어딘지 모르게 물씬 흘러와 나를 조여오는 그 오오라 때문에 안 그럴려 해도 말이 저절로 끝을 늘려 방황을 했다. 대답없이 그저 가만히 서있는 나에게로 강건주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내 머리에 손을 척 올린다. 그리곤 쓰담쓰담. 도저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내가 얘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건가 괜시리 걱정이 들었을 때 쯔음,



"끝나고 집에 데려다 줄게."



또 이런 닭살돋지만 어딘가 달달한 말을 생애 처음 들으니 머리가 괜히 어질, 판단력이 흐트려졌었다.







*







강건주가 나에게 살갑게 대해준 지도 어느덧 4개월이 지났을 때 쯔음, 그러니까 벌써 내일이 여름방학식이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집으로 데려다주며 머리를 쓰다듬거나, 예쁘다, 귀엽다 라는 말만 내내 내게 흘려주었다. 그러면서 정작 고백은 하지도 않았다. 그냥 내 반응을 보고 즐기는 건가 싶어 한동안은 우울하다가도 언젠가 교환했던 번호로 뭐해? 라는 말 한마디로 온 근심 걱정이 없어지는 것만 같은 기분도 느꼈다. 그래,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매번 강건주가 나를 보며 홀린다 어쩐다 하더니 주문 같이 내게 외던 칭찬으로 나를 홀린 것이었다.

집으로 데려다주며 매번 입에 물던 담배. 담배냄새는 전혀 싫어했던 나였음에도 이상하게 강건주가 피면 그닥 나쁘지도 않았다. 그래도 기침이 나오긴 했지만 강건주가 괜찮아? 라고 물어보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았다. 언제 내가 이렇게 목을 매달게 된 걸까 밤마다 고민도 했다. 그러다 그 고민을 또 망치게 만드는 건 강건주의 선톡이었다.



-뭐해?



바로 지금처럼.



그냥 있지-
너는?-

-ㅋㅋㅋ맨날그냥있데
-나도그냥있다

ㅋㅋㅋ뭐야 그게-

-ㅇㅇㅇ
-내일저녁에시간있어?

아니 딱히-
왜?-

-이제방학되면
-이렇게자주못볼텐데
-놀고싶어서
-너랑



가슴이 크게 울렸다. 젤리를 두 주먹은 먹은 것처럼 가슴속이 답답해져왔다. 처음이었다. 아무리 예쁘다 좋다한들 학교시간 이외에는 잘 약속을 잡지 않더니 갑작스레 이래왔다. 심장에 파도가 쳐 목울대를 울린다. 카톡의 1은 이미 사라졌는데,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사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데, 내가 용기가 없었던 것이었다.



-읽씹인가
-너무하네

시간 있어-



더이상의 답장을 보내지 못 했다. 답장을 보내자 마자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고백하려는 건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







"가자."



내게 손을 내미는 강건주. 이거.. 잡으란 건가? 어쩔 줄 몰라 그저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으니 강건주가 피식 웃으며 내 손을 잡아 끈다. 갈 데가 있다며 실실 웃는다.

오늘 하루종일 거울을 몇 번 본 줄 모르겠다. 남자가 전혀 꼬이지 않을 것만 같은 팔자에 갑자기 끼어들어 나에게 스며든 강건주를 어찌해야 할 지 몰랐다. 기쎈 엄마의 성화 탓에 얼굴에 그닥 그림을 그려보지 못 한 나라 뭐든 다 서툴었다. 방학식이라 일찍 끝나 오후 2시란 시간은 꽤 멀었다. 여러 옷을 몸에 대보고 비교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결국 하나 있는 언니의 원피스를 몰래 입었다.



"내가 놀자고 했더니 지금 꾸민 거야?"

"..."

"아 진짜 왜캐 귀엽냐 너."



고개를 푸욱, 그런 내 뒷머리를 쓰담쓰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대체 나한테 바라는 게 뭘까 얜. 날 정말 좋아하는 걸까. 그냥... 갖고 노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4개월씩이나 반응보자며 장난치는 또라이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늘상 말해주는 예쁘다는 말엔 항상 강건주의 미소도 배여있었으니까... 그 미소에 내가 반했으니까... 그런 짙은 걱정은 안 해도 될거라 자위했다.

강건주는 날 노래방으로 끌고 갔다. 일찍 학교가 끝나고 집에서 점심밥을 먹다 순간 펑펑 후회를 했다. 강건주가 밥을 먹으러 가자 하면 어쩌지 하며 먹은 걸 게워내려고도 했다. 아. 나도 참 답이 없다.

강건주가 이끈 노래방은 지하에 있었다. 것도 1층도 아닌 2층. 어둠속에서 딱 멈춘 계단에 끝엔 빨간 천을 감싼 문이 있었다. 제 집인양 자연스럽게 문을 연 강건주는 카운터에 있는 젊어 뵈는 어떤 남자와 자연스럽게 인사를 했다. 그 남자는 나를 위 아래로 슥 훑더니 강건주에게 말했다.



"얘가 걔?"

"네, 예쁘죠?"

"나쁘지 않네."



다시 날 훑는 그 남자의 눈빛에 거부감이 들어 강건주의 뒤에 숨었다. 그런 모습에 에? 하며 놀라더니 금방 하겠네 라고 웃는다. 강건주도 잘하면 오늘? 이라고 말하며 쪼갠다. 무슨 말이냐며 묻는 나의 말에 별 거 아니라며 능청스럽게 웃어 넘겼다. 그 웃음에 한 번 더 넘어갔었다.

급히 주머니에 담배를 하나 꼬나 문 강건주가 그 남자에게 몇 번 방이냐 물었다. 4번 방. 강건주는 다시 내 손을 잡고 이끈다. 곧바로 닿은 4번 방 안 엔 이미 많은 인원이 꿰차고 있었다.



"열 강건주~!"



머리를 새빨갛게 물든 어느 큰 남자가 강건주를 반겼다. 자욱한 담배연기, 모두 짝을 이룬 채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담배를 마주보며 피는 커플도 있었고, 하나 가지고 나눠 피거나, 입을 나누던 커플도 있었다. 뿌연 공기에,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 뒷걸음질을 쳤는데 그걸 강건주가 막았다. 괜찮아, 착한 사람들이야. 내가 여태 본 사람들 중에 제일 나빠보이는데... 순간 강건주에게서 괴리감이 느껴졌다. 그래, 얜 양아치였지. 강전을 당할 정도의 질나쁜...

억지로 들어간 방 쇼파엔 한 자리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바닥에 앉고 드러눕고 있었다. 강건주는 그 남은 한 자리에 앉아 날더러 저의 무릎에 앉으라 했다. 손목을 잡은 채로 끌어내리려는 걸 버텼다. 순간 강건주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왜 안 앉아?"

"어떻게... 거길..."

"왜? 더러워?"

"...아니 그게..."

"아 오늘 너 말 끄는 건 왜캐 좆 같냐."



처음으로 내게 살벌한 말을 내 뱉었다. 나도 처음으로 강건주에게 싫다는 표현을 한 거였으니까 같은 건가 싶어도 많이 다른 상황인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시끄러운 노랫소리에도 불구하고 귀에 박혀오는 강건주의 욕지꺼리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쫀 건가.




"강건주, 걔 왜캐 산만하냐."



ㄷ자 형식으로 된 소파 가운데에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이 중 제일 나이 들어보이는 남자가 물어왔다.




"아 그니까요. 개빡치네."


"아다들은 다 그런가."




...아다? 내가 들은 것이 그 의미가 맞는 지 생각했다. 내가 아다든 아니든 그걸 강건주도 아닌 저 남자가 말했다는 것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건주건주!"




방금 그 빨간머리였다.




"얘 좀 예쁘다."


"어 그래서 데려왔어."


"언제 먹을 거?"


"오늘ㅋㅋ"




건주 그렇게 아다아다 하더니 드디어 하네~ 평생에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더러운 말본새를 보이며 웃어대는 빨간머리에게서도, 그런 말을 들으며 부럽냐며 웃어대는 강건주에게서 혐오감이 물씬 풍겼다. 여태 나를 그렇게 봐서 그렇게 대했구나, 금방이라도 무릎이 풀려 바닥에 주저 앉을 뻔했다.


좋아한다와 혐오스럽다의 사이는 그닥 넓지 않았다. 어제 밤에도 그렇게 보고 싶었던 강건주가 지금은 당장이라도 싸대기를 날려주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전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여전히 저의 무릎에 앉으라며 손목을 당기는 강건주에게서 도망치는 일밖에 없었다.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그대로 손목을 뿌리쳤다. 열기 무거운 문을 억지로 밀고 그대로 빨간 문으로 향해 뛰었다. 저 년 뭐야???? 찢어지게 높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크게 욕을 해대는 남자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제일 무서웠던 건 나를 따라 뛰어오는 듯한 발자국 소리였다.


얼마 안 가 손목이 잡히고 말았다. 나를 홱 하고 돌리는 강건주가 그대로 내 얼굴에 손바닥을 꽂는다. 짝 소리와 함께 다시 내 고개가 돌려졌다. 얼얼한 볼을 잡고 강건주를 올려 봤다. 처음 본 강건주의 화난 얼굴이 보였다.




"이 씨발 미친년아!"


"..."


"거기에 형들 다 계시는데 니가 씨발 그러면 어떡해!?"


"..."


"아 미친년 아다같아서 따먹을라고 존나 잘해줬더니만."


"..."

"좆 같이 구네."




다시 한 번 도망쳤다. 강건주도 다시 따라오지 않았다.








*








2학기는 최악이었다. 개학식 날 강건주 옆자리에 있던 내 책상은 사라져 있었고, 강건주와 그 무리들이 괜시리 내게로 와 침을 한 번씩 빗겨나가게 뱉어댔다. 나는 어느새 학교에서 창녀란 소문이 나있었고 그런 소문을 믿은 아이들은 나를 보며 수근댔다. 결국 하나 있던 친구마저도 나를 떠났다.


고등학교를 여기서 제일 먼 학교로 지망했고, 그대로 붙었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만 가득한 공간이 필요했다. 비록 지역까지도 달라 왕복 2시간에 이르는 거리를 매일 거닐어야 한다해도 마음은 그 쪽이 훨씬 편할 것이었다.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있었어, 닥쳐 이지훈. 그 그러니까, 꼬...꼬마숙녀아가씨...? 이름이 뭐니...?"




머리는 샛노랗게 물들인 한 남자애가 나에게 다가와 얘기한다. 난 대체 학기 첫날에만 왜 이러는 걸까... 벙쪄 아무 말도 못하는데 대뜸 이 남자애가 저의 이름표를 건네준다.




"...권순영?"


"...나 알아?"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었다. 괜시리 이름표를 요리조리 다 훑어보는데 갑자기 무언가 머리에 팍 무언가 꽂혔다.




'건주야 너는 어쩌다 강제전학 온 거야?'


'걍, 친구랑 개싸워서.'


'누구?'


'말해주면 아냐. 권순영이라고 있어.'


'와, 양아치인 너보다 더한 애면 완전 개양아치네?'




얘가 그 개양아치...?




"@@남중?"


"응!!!!!!!!!!"


"그 개양아치?"



순간 내 말에 정적. 머리로 생각만 하자던 말이 갑자기 입밖으로 훅 나왔다. 개양아치도 많이 놀란 듯해 보였다. 그리고 금새 붉어져 오른다. 아, 뭔가 알 것 같다 이 상황. 이제 내 얼굴을 때리겠지. 했는데.



"...양아치 싫어?"

"...응?"

"우리 ㅇㅇ는 양아치 같은 거 싫어해...?"

"...뭐라고?"

"...내가 고칠게..."



내게 이름을 물을 때나 옆에 있는 작은 친구를 닥달할 때나 활발하게 굴던 개양아치가 갑자기 꼬리를 축 내린다.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상황에서 저를 낮추다니. 무언가 설렌다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도 얘는 개양아치, 나를 갖고 놀고 괴롭혔던 양아치와 한 족속 이라는 생각이 너무 머릿속에 콕 박혀 받아줄려하다가도 도망을 쳤다. 그러면 이 개양아치, 그러니까 권순영은 날 다시 붙잡고를, 도망친 그 날의 강건주처럼 굴었다.







*







"복수해줘."



권순영이 날 때렸다. 비록 피구하던 중 공으로였지만 어쨌거나 양아치한테 다시 한 번 맞았다는 생각에 맞은 다리가 아파서보단 무릎이 풀려 걷기가 힘들었다. 날 때린 권순영에게서 다시 강건주가 겹쳐 보였다. 복수하고 싶다. 용기가 없어 늘상 마음속으로 저주하던 말이 있었다. 그걸 입밖으로 내민 건 처음이었다.

나만 보면 강아지마냥 헥헥대는 권순영에게서 정적이 느껴졌다. 무언가 희열감을 느꼈다. 복수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었다.



"집중해야지!"



원우의 공이 빠르게 권순영의 가슴을 친다. 눈을 감고 상상했다. 나의 주먹이 강건주의 가슴을 빠르게 친다.

복수가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대로 종이 치고 옆 친구들은 내게 권순영 벙찐 걸 내내 옆에서 언급해댔다. 다 그냥 어쩌라고란 식으로 먹금을 하며 자리에 일어서서 천천히 보건실로 향했다. 이상했다. 복수를 했으면 다리 풀리는 게 금방 나아져야 하는데 아직도 다리에 몇 톤짜리 돌을 매달아 놓은 듯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나는 여태 껏 꿈꿔왔던 걸 했는데, 몸은 아니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땅을 바라보며 열심히 다리를 옮기는데 갑자기 무언가가 내 어깨를 덮쳐왔다. 고개를 올려 바라봤다. 강건, 아니 권순영이었다.



[세븐틴/권순영] 개양아치 07 (부제 : 아차) | 인스티즈

"ㅇㅇ야..."

"..."

"내가 진짜..."

"..."

"너에게 있어서 이로울 게 없는 앤가봐..."



...나에게 화를 내야 정상이 아니야? 권순영의 태도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내가 복수를 하라 해서, 복수를 받은 입장인데, 너는 화가 나야 정상 아니야? 묻고 싶은 말이 턱까지 다다랐을 때 권순영이 말을 이었다.



"나는..."

"..."

"이제 너를 볼 면목이 없을 것 같다..."



그러고선 휙 돌아선다. 여전히 다리는 나아지지 않고 계속 균형을 잃어간다. 전혀 알 수가 없는 감정과 느낌이었다. 나는 내가 할 짓을 다 해냈는데, 복수를 마쳤는데 왜 내가 찝찝해야 할까. 나도 모르게 이름을 불러 바로 세웠다.



"권순영!"



그리고 깨달았다. 그래, 이 아이는 권순영이었다. 강건주라는 단어가 아닌 권순영이라 불러야 바로 세울 수 있는 아이였다. 권순영에게 강건주를 투영해 공을 맞추고 보니 비로소 권순영이라는 아이의 존재가 보였다. 나는 내 마음속 강건주를 때려죽였는데, 권순영이 맞아 아파했다. 이런 생각을 하니 모든 죄책감이 어깨를 눌러왔다. 모든 것이 복수가 되어 해결 됐는데, 나만 제자리였던 것이었다.



"너 원우한테 공 맞았지."

"..."

"종 치기 전에."

"..."

"그럼 복수는 다 된 거 잖아."



권순영의 눈이 커진다. 그리고 다시 떠올렸다. 권순영은 권순영조차도 아니라 과거의 나였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리저리 이용되다 끝엔 맞고 마는 나였다. 나는 나에게 상처를 주었던 것이었다. 과거의 나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이 있었다.



"그리고 나."

"..."

"부축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좋아하는 사람에게서의 손짓이었다.



"ㅇㅇ야!!!!!!!!!!!!!!!!!!!!!!!!!!!!!!!!!!"



갑작스런 고함에 깜짝놀라 눈을 한 번 깜빡였는데 이미 권순영은 내 앞에 있었다. 그리고 바로 나를 안아 들고는 막 질주를 해댔다. 내... 내가 내민 건 일단 손 뿐인데....!



"야!!!!!!! 권순영 내려줘!!!!!!!!"

"ㅇㅇ야!!!!!! 진짜 내가 많이 좋아해!!!!!!!!"

"다른 사람들이 보면 어쩔라고!!!!!! 빨리 내려줘!!!!!!!!!!!!"

"천년! 만년! 영원히! 사랑해!!!!!!!!!!!"

"너한테 부탁을 한 내가 바보다!!!!!!!!!!!!!!!!!!!!"



이런 모습을 보니 또 나는 아니다. 얘는 그냥 권순영일 뿐이었다. 많이 당황스러운, 날 좋아해주는 남자아이였다.















또다시 불어닥치는 핵노잼냄새

예... 이상 여주의 해명이었습니다.....

맘을 열게 된 계기까지 써내려갈라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더라구요 하하ㅏ하하

길고 어두운 글 독자님들 싫어하실까봐 최대한 줄이고 뭉친 게 이거.... 죄송..하비낟...

사실 갑자기 그냥 막 여는 부분이 너무 자연스럽질 못 해서 변명을 하잔답시고 썼는데 일이 커진 기분... 순영이가 왜캐 안 나오나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 저 이런 거랑 좀 안 어울리는 거 같아요.....하하하하... 죄송합니다... 여주시점인데 설레는 거 1도 안 나오고 개뻘글이라서.... 근데 애초 여주시점을 쓰려는 의도가 해명땜싴ㅋㅋㅋㅋㅋ 그래서 다시 다음주 지훈이시점~^^@@!! 꼭 꽁냥글 써올 게요... 약속....


+

악역이 필요한데 도저히 우래기들로는 못 넣겠더라구요 그래서 네이버웹툰을 보면서 고민하던 중 강남건물주가 보여서 줄여서 강건주로 했습니다 강남건물주 개새77ㅣ야!


++

저 좀 어둡게 시대극이라든지 사극이라든지 뭐 스토리 하나 잡고 쓰고 시픈데 독자님들 어떠세요....?ㅠㅠㅠ...






다음편엔 안 이럴게요..

세일러밍   일공공사      키우는순영   스쿱   쿱쿱   원우야   취향저격   후니   호시십분   Dhen   형광암컷화장물개   자몽   의얼굴   찬찬   지   데후니데발염    봄봄   샤넬         뿝뿌   뿌뿌      존   덕방아줌마   0526   햄쮸   코딱지팝콘   쿵   국산비누   보라괴물   0609   10분호시   잠깐소녀아   살구누나   우주   민규부인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12

대표 사진
독자86
아 귀여웡ㅅ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주행중인데 정말 ,, 핵잼 꿀잼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87
정주행중ㅠㅠㅠㅠ 넘나귀여운것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88
윽 순영아 사랑햄ㅠ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0
더한 사이다가 필요합니다ㅠㅠㅠㅠㅠㅠ수녕아ㅠㅠ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1
아 뭔가 철벽이 이해가 가는... 그런 상처가 있었다니 여주한테ㅠㅠㅠㅠㅠㅠㅠ 수녕이랑 꽁냥꽁냥하면서 잘 치유할 거라고 믿어요 그리고 여주랑 수녕이랑 있을 때 강건주랑 만나서 치고박고 하겠죠? 권순영 이겨라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2
어ㅓ흐ㅡㄱㅜㅜㅜㅜㅜㅜ순영이 진짜 넘나 사랑스럽네여 그나저나 여주가 그런일이 있었다니 건주 이 넘ㅜㅡㅜ... 순영이가 좀 때려주면 좋겠어요ㅋㅋㅋㅋㅋ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3
ㅠㅠㅠㅠㅠ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라써여 ㅠㅠㅠㅠ 찌통 ㅠㅠㅜ 맴찢 ㅠㅠㅠ 이제야 행동이 이해가 가네요 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5
여주에게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주 나쁜 새끼ㅠㅠ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6
여주가 이런사연이 있었군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대표 사진
독자97
아ㅠㅠㅠㅠㅠㅠ 여주ㅜㅜㅜㅜㅜ 이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을줄이야ㅠㅜㅠㅜㅜ 제마음이 아픕니다ㅜㅜ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98
여주한테 이런 사연이있었구나ㅜㅜㅜㅜㅜㅜ 괜히 여주가 순영이 안받아준다고 탓한제가 미안해지네여ㅠㅠㅠㅠ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99
강남건물주에서 따오신거라니ㅋㅋㅋㅋㅋ 건주나쁜넘..ㅜㅠㅠㅠ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100
헐 건주 쓰.렉...ㄷ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101
수녕이 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ㄱㅋㅋㄱㅋ강건주랑 싸운 이유가 궁금하군뇨
9년 전
12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피어있길바라] 천천히 걷자, 우리 속도에 맞게2
10.22 11: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만큼 중요한 것이 존재할까
10.14 10: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쉴 땐 쉬자, 생각 없이 쉬자
10.01 16:56 l 작가재민
개미
09.23 12:19
[피어있길바라] 죽기 살기로 희망적이기3
09.19 13:16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가볍게, 깃털처럼 가볍게
09.08 12:13 l 작가재민
너의 여름 _ Episode 1 [BL 웹드라마]5
08.27 20:07 l Tender
[피어있길바라] 마음이 편할 때까지, 평안해질 때까지
07.27 16: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흔들리는 버드나무 잎 같은 마음에게78
07.24 12:2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뜨거운 여름에는 시원한 수박을 먹자2
07.21 15:4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은 찰나의 순간에 보이는 것들이야1
07.14 22:30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사랑이 필요하면 사랑을2
06.30 14:1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새끼손가락 한 번 걸어주고 마음 편히 푹 쉬다와3
06.27 17:28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일상의 대화 = ♥️
06.25 09:27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우리 해 질 녘에 산책 나가자2
06.19 20:5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오늘만은 네 마음을 따라가도 괜찮아1
06.15 15:24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상에 너에게 맞는 틈이 있을 거야2
06.13 11:51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바나나 푸딩 한 접시에 네가 웃었으면 좋겠어6
06.11 14:3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세잎클로버 속으로 풍덩 빠져버리자2
06.10 14:25 l 작가재민
[피어있길바라] 네가 이 계절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해1
06.09 13:15 l 작가재민
[어차피퇴사]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지 말 걸1
06.03 15:25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회사에 오래 버티는 사람의 특징1
05.31 16:3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퇴사할 걸 알면서도 다닐 수 있는 회사2
05.30 16:21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어차피 퇴사할 건데, 입사했습니다
05.29 17:54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혼자 다 해보겠다는 착각2
05.28 12:1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하고 싶은 마음만으로 충분해요
05.27 11:09 l 한도윤
[어차피퇴사] 출근하면서 울고 싶었어 2
05.25 23:32 l 한도윤


1234567891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