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 비가 온다 (조각주의)
w. 지융
01. 김원식
쏴아-. 오전까지만 해도 맑던 하늘이 점심 때 쯤 흐려지더니 드디어 비가 내린다. 요즘 들어 바깥온도가 35도를 훌쩍 넘어가면서 더워서 나가기도 싫었는데 이렇게 비가 내리니 물 때문에 찝찝하지만 시원하게만 느껴져서 그런지 아르바이트를 가는 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카페에 도착해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마침 손님 없을 시간이라 우산을 들고 카페 옆에 있는 테라스로 나갔다. 우산 위로 후두둑 내리는 빗소리도 좋고 차들이 물 웅덩이를 밟고 지나가면서 물을 촤악 뿌리는 소리도 왠지 좋다. 소리만으로는 너무 아쉬워서 우산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내 손을 타고 내리는 빗물이 모든 걸 정화시켜주는 느낌이다.
"비 오는데 계속 그렇게 나와 있으면 감기걸려요."
한참 비 오는 날 특유의 감성에 젖어 있는데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점장님 목소리도 아니고 같은 시간대에 일하는 택운오빠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우리 가게에 단골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거보다 더 중요한 건 우산에 있던 빗물들이 내가 돌면서 모두 그 사람한테 튀어버린 것이었다. 우산에 꽤 많은 빗물이 있었는지 그 사람이 입고 있던 티셔츠가 꽤 젖었다.
"으아...이걸 어쩌죠....죄송해요...고의로 그런건 아닌데..."
"미안하면 전화번호 좀 주시죠? 저 그 쪽 좋아해서 이 가게 단골된건데."
02. 이홍빈
"콩아 일어나봐. 지금 밖에 비 와."
평소 비 오는 날을 좋아하던 그였기에 침대에 이불을 둘둘 말고 꿈나라에 있는 홍빈이를 깨웠다. 어제 같이 출사를 나갔다가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느라 새벽에 잔 홍빈이지만 비가 온다는 말 한 마디에 벌떡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습기 가득 찬 창문을 슥슥 손으로 닦아내더니 한참을 바라보다 카메라를 들고 오더니 몇 컷 찍어낸다. 식탁에 앉아 금방 내린 커피를 마시며 홍빈이를 바라보자 밖을 찍다말고 나를 찍어댄다.
"야 이홍빈! 찍지마!! 나 아침엔 못 생긴거 알잖아!"
"아닌데? 내 눈엔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니가 제-일 이쁘다고."
얼굴을 가리고 난리를 쳐도 아랑곳 하지않고 찍는 그에게 다가가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막아버리니 그제서야 카메라를 내린다. 아쉽다는 표정을 짓으면서 보조개가 쏙 들어가게 웃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그의 얼굴만 바라보는 내 손목을 잡아 이끌고 창가에 서더니 손으로 무언갈 쓰고선 뭐가 그렇게 좋은지 또 예쁘게 웃어댄다.
'이홍빈은 니꺼 000은 내꺼'
03. 한상혁
너와 헤어지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흘렀어. 오랜만에 바람도 쐴까하고 비가 오는 궃은 날씨에도 나와봤는데 예전에 우리가 있었던 자리는 아직 그대로더라. 우리가 자주 걷던 가로수길은 물론이고 캠퍼스 옆에 있던 분식집 벽에 써 놓은 너와 내 이름, 그리고 둘이서 알바를 했던 곳이자 데이트 장소였던 베이커리까지. 너와 내 사이는 변해도 이것들은 하나도 안 변했어. 아, 마지막으로 안 가본 곳이 있네. 기억나? 사귀면서 처음로 키스했던 장소, 내 집 앞. 아직도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추억팔이 겸 와봤어. 익숙한 페인트 톤과 벽. 손으로 꼼꼼히 훑으며 걸으니깐 빗물이 흘러 손가락 사이사이로 파고들어. 꼭 네가 헤어지자고 했을 때 느껴지는 아픔처럼.
"오랜만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마치 상혁이 네 목소리 같아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이런 내가 못나보여서 씩씩거리면서 울음을 겨우 참아내. 사실 그 목소리가 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도 혹시 모르는 희망에 뒤를 돌아봐. 네가 좋아하던 파랑색 우산, 내가 항상 좋다고 바라보던 또렷한 눈매, 항상 쓰다듬던 동그란 콧망울.
맞구나, 한상혁. 이젠 지나가버린 내 옛 사랑, 한상혁.
사진출처 : ravist, 라빈유, 한상혁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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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제 올리려고 했으나 귀찮았다는건 안비밀...ㅎㅎㅎ 딱 봐도 아시겠져?
원식이는 비오는 날에 짝사랑했던 그녀에게 고백을, 홍빈이는 비오는 날에 여자친구인 여러분들과 함께, 상혁이는 비오는 날에 헤어졌던 여자친구와 재회를.
여러분은 비오는 날에 무엇을 하셨나요?
저 암호닉 받아요...왜 아무도 안 주시는거죠...ㅠㅅ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