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차학연]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W. 지융
작은 가게 안, 해 질 무렵이 되어 가게 안은 주황빛이 감돈다. 곧 명쾌한 종소리가 들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갓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는지 인조적인 검은색 머릿빛깔이 눈에 띈다. 두리번거리더니 곧 의자에 앉는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제...기억을 지우러 왔습니다."
"기억을 지우면 특정 기억은 완전히 잊지만 다른 기억에 대한 일시적인 기억상실 증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네...이미 마음 먹고 왔으니까요."
*
"지우고 싶은 기억이 뭔가요?"
[일렬번호 : 900630/이름 : 차학연]
"저에겐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린 3년이 넘도록 사귀었고 권태기 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곧 저에게 헤어지자고 하더군요. 그녀는 불안할 때 입술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었는데 그 날도 그랬습니다. 어이가 없었기도 했도 그 땐 솔직히 당황한 마음이 컸습니다. 평소에 애교도 부리고 눈웃음까지 보여주던 그녀가 딱딱한 표정을 하고 있으니 당황하지 안을래야 안 할 수가 있겠습니까. 처음엔 다른 남자가 생겨서 가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헤어지고 몇 개월이 지나고 수소문을 통해 그녀가 강원도 쪽 병원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사귈 때도 봉사활동을 자주 갔던 그녀라 봉사활동 때문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믿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병원에 알 수 없는 기계들로 휩싸여 있었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말라 있었습니다. 주치의에게 찾아가 물어보니 백혈병이라고 했습니다. 건강했던 그녀가 백혈병이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당장 강원도로 와 작은 집을 하나 구해서 병원을 들락날락 거리며 그녀를 정성껏 간호했습니다. 또 종교 따위 없었던 제가 하느님을 믿고 매일 기도했습니다. 그녀의 병세가 좀 약해지라고. 아니 눈만 뜨게 해달라고. 하지만 무심하게도 하느님은 그녀를 곁으로 데려가셨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구요. 그녀가 죽고 난 후 항상 술로 견뎌왔습니다. 처음엔 따라 죽으려고도 해봤는데 그녀가 말리기라도 하는 듯이 매번 실패했습니다. 그러다 여기를 알게 되어 오게 된 겁니다. 죽지 못하면 잊기라도 해 볼 심정으로요."
"잊으면 그녀가 위에서 슬퍼하지 않을까요?"
"슬퍼하겠죠. 하지만 그녀도 받아들일 겁니다. 그녀는 항상 제가 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준 사람이거든요."
"마음은 잊더라도 몸은 기억할 겁니다. 그녀를 말이에요. 명심하세요."
길다란 침대에 누워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 느낌에 느리게 눈을 감는 학연. 학연의 가느다란 팔에 꽂힌 링거줄에 한 두 방울 씩 떨어진다. 똑, 똑. 학연의 기억도 하나 둘 씩 잊혀져 간다. 그녀와의 행복했던 기억, 그녀가 죽었을 때의 기억 모두. 비워진 그 자리엔 새로운 기억이 채워질 것이다.
코를 자극해 오는 알코올 냄새에 눈을 깬 학연. 눈을 뜨니 하얀 천장이 보였고 상체를 들어 침대에 앉아서는 이내 보이는 건 한 여자와 본인의 사진. 알 수 없는 사진에 불안한 나머지 입술만 물어 뜯는 학연이다.
'마음은 잊더라도 몸은 기억할 겁니다. 그녀를 말이에요.'
사진 출처 : 로빅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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