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었던 땅을 파란 새싹이 뚫고 나오고, 이제 갓 어린 잎들을 매달기 시작한 나무 귀퉁이에서 하얗고 작은 날개가 살랑거리고 있어요. 갓 빠져나온 번데기 위에 앉아 덜 마른 날개를 말리려 약하게 날갯짓을 하던 어린 나비는 이내 힘차게 하늘 위로 날아올랐어요. 순백의 나비에겐 순백의 눈송이보다 예쁜 햇살이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은 하늘은 따스한 햇빛을 내려주었고, 나비는 하늘 위로 날갯짓을 하며 작게 속삭였어요. 안녕, 나의 하늘. [효신x홍빈] 나비의 겨울13 (完) by. 진라면 1 여기 내 데뷔무댄데, 그렇죠? 처음 보는 런웨이가 낯선듯 갸릉갸릉대는, 콩이라 이름지은 고양이의 귀 뒤를 긁어주며 웃음지은 홍빈이 제가 처음 섰던 런웨이와 똑같은 공간, 똑같은 구조의 런웨이를 둘러보았다. 처음엔 그리도 떨리고 숨이 턱턱 막히던 공간이었는데, 이젠 너무도 편안해하는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제 옆에 앉아 제게 어깨를 내주고 있는 효신을 올려다보던 홍빈이 작게 효신을 불렀다. 형. 응? 형은 나 열여섯살때, 왜 나한테 모델 하겠냐고 그랬어? 글쎄.. 나는 그때 키도 작았고, 형이 누군지도 몰랐고, 옷도 못 입었는데. 무슨 말이 듣고 싶어서 그래? 고개를 돌려 어깨에 기대어있는 홍빈의 앞머리에 입을 맞춘 효신이 느릿하게 어깨를 토닥였다. 한참을 이어진 정적에 홍빈이 고개를 들어 효신을 보려는 순간 중저음의 목소리가 텅 빈 런웨이를 울렸다. 그냥 햇빛 받고 있는게 예뻐서, 내 모델 만들거라고 다짐했지. 그럼 좋아한건 왜 좋아했는데? 쪼끄만게 당차서? 장난스러운 말씨에 효신의 어깨에 머리를 콩 박은 홍빈이 괜시리 입을 삐죽대며 콩이의 꼬리를 잡아당긴다. 냥냥대며 도망가려는 콩이를 붙잡아 다시 홍빈의 품에 안겨준 효신이 홍빈의 손을 깍지껴 잡았다. 여기는 엘리자베스 황후가 살았던 곳이야, 오스트리아 빈. 황후는 누구보다 아름답고 미에 관심이 많았어, 그 덕에 시녀들은 몇 시간씩 황후의 머리를 치장라느라 고생을 했고 백성들이 먹어야할 우유는 황후의 목욕물로 사용되었지. 아름다운만큼 몽상가였고 신경질적이고 다루기 어려운 사춘기 소녀였고 자유로운 철부지였어, 앞뒤 다 제쳐놓고 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궁을 뛰쳐나올 만큼. 좋은 사람은 아니었네. 그런데 요제프 황제는 그런 황후를 존경하고 사랑했어, 물론 중간에 흔들리고 외도를 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함께하고 싶어했지. 왜일까? 홍빈의 이마에 이마를 맞댄 효신이 웃음을 터트리곤 짧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사랑에는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빈아.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에 귀 끝까지 붉어진 홍빈이 고개를 돌렸다. 그 모습에 몸을 떨어트려 다시 런웨이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효신이 홍빈의 왼손 약지에 낀 반지를 만지작거린다. 좋아해, 빈아. 오스트리아 빈, 비엔나. 효신과 홍빈의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 이 곳에서 둘은 또 하나의 처음을 약속하였다. 2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제발요. 없는 사람이라고 할 때마다 죽일듯이 달려들어요, 더 이상은 전 못 해요. 머리가 잔뜩 흐트러진 채 울먹이며 캐리어를 안고 도망치듯 저택을 빠져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효준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깨진 유리파편이 길게 문 밖으로 이어진 방 앞에 서서 고민하던 효준이 방 안으로 들어선다. 깨진 접시며 장식품, 말라붙은 핏자국이 가득한 방 안, 새하얀 침대에 앉아있는 효신의 발에는 유리파편이 박혀 만들어진 상처들이 가득했다. 실내화 아래로 유리조각을 밟고 지나가 효신의 옆에 앉은 효준이 효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따라와 제게 박히는 텅빈 눈이 위태롭다. 빈이는? 데리고 온다고 했잖아. 효신아. 아까 그 여자가 헛소리를 하더라, 짜증나게. 홍빈이 죽었어. 형, 형까지 왜 그래? 니가 죽였어, 효신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정히 정리되어있는 효준의 와이셔츠를 말아쥐어 멱살을 쥔 효신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웃기지마, 빈이 살아있어! 네가 죽였다고, 네가! 넌 지금 내가 막아줘서 그나마도 여기에 있는거야. 제발 정신 좀 차려! 비행기표를 쥐어주었던 새하얀 손에 핏물을 배어온 효신을 본 효준은 경악했더란다. 안 오고 계속 음악을 한댔어,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곧 이곳저곳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비엔나 한인 살인사건. 뉴스에서 알려준 살인방법은 몸싸움 중 우발적인 칼부림. 식칼로 다섯 번 배를 찔린 홍빈은 장기파열과 과다출혈로 사망. 정신을 차린 효신이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와 효준의 등 뒤에 숨어있는지, 돈을 먹은 경찰들이 수사에 난관이 인 듯 연기하고 사람들이 뉴스를 보며 두려움에 떤지 삼주가 지났다. 효신이 망상증에 시달려 홍빈과의 없던 기억을 만들어내어 행복한듯 굴던 날부터 이주가 지났다. 없는 홍빈을 찾기 시작한 것이 5일이 지났다. 빈이 데리고 와. 숨이 넘어갈듯 울어대는 효신의 말에 효준은 묵묵히 발에 박힌 유리조각을 빼내고 붕대를 감아주었다. 결국은 네가 자초한 일. 나비는 쥐고 흔들면 날개가 바스라진다. 날개가 바스라진 나비는 날지 못 하고 죽어간다. 결국 서툴었던 사랑의 끝은, 눈물과 피로 얼룩진 아름답고 잔혹함. ㅋㅋㅋㅋㅋ 엔딩2에 멘붕오신 독자님들 많으실터인데ㅠㅠ 거의 아시다시피 하얀 나비는 영혼을 상징해요. 제 집착을 이기지 못 하고 콩이를 죽이고 믿지 못 해서 미쳐가는 햇님! 그러니까 말랐네, 김원식이 굶겨? 이게 아니라 싸우고 욕하고 찌르고 도망치고.. 이거였다는거죵. 이게 원래 유알한 결말이었는데 너무 충격받으실까봐ㅋㅋㅋㅋ 엔딩1은 보너스! 엘리자벳 보다가 어, 한게 배경이 비엔나더라구요ㅜㅠㅠ 아니 이런 우연이ㅠㅠㅠㅠ 그래서 엔딩 1에 썼어요ㅋㅋㅋ 둘은 요제프와 엘리자벳이 아닌 죽음과 엘리자벳처럼 영원한 안식을 줄 마지막 사랑이 되기를ㅠㅠ 햇콩행쇼! 그리고 현이님, 당근님, 파리채님, 릇릇님, 륜님, 퐁이님, 홍시님, 여보님, 와쵸님, 나그랑님, 봉지님, 엘비님, 카틀레야님! 또 암호닉 없으셨어도 댓글을 안 달아주셨어도 다 제 여자 제 사랑들이신 독자님들ㅠㅠ 헝 맨날 늦게 오고 똥만 던지는 제 글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ㅠㅠ 곧 랍택 인연 들고 찾아올게요!! 내 키쮸를 받아랏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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