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진짜! 니가 무슨 대포남신이니? 카메라 안 치울래?" "아니, 형! 지금 햇님이 제대하시는데!" 옷매무새를 몇 번이나 가듬었는지 모를 홍빈이 머리며 얼굴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벌벌 떨리는 손으로 카메라 렌즈를 닦고 있다가 학연에게 구박을 받자 한쪽 발까지 동동 구르며 화를 낸다. 이게 몇 년만에 보는 햇님인가. 아아아아앍, 앓는 소리를 낸 홍빈이 한참을 정신사납게 돌아다니다가 택운에게 꿀밤 몇 대를 맞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투덜거렸다. 휴가 때 보고 못 본 햇님은 살이 빠지셨을까? 더 잘 생겨지셨으려나? 피부가 상하진 않으셨을까? 흔한 덕후의 걱정을 펼쳐내던 홍빈이 꺄아아아~ 하는 높은 여자들의 함성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남신이야. 몇 달만에 보니 더 잘생겨지신 듯한 햇님에 벌벌 손을 떨던 홍빈이 카메라를 눈에 가져다댔다. 찰칵, 찰칵, 몇 번이고 셔터를 눌러대던 홍빈이 콩아, 하는 코 앞에서 들려오는 감미로운 목소리에 카메라를 내렸다. 아주 천천히. "오랜만에 보는데 카메라 렌즈 통해서 보는거야? 섭섭하게." "아.. 그.. 그.. 아니요." "못 본 새에 더 잘 생겨졌네, 콩이는? 역시 머리 자르니까 인물이 확 산다." 대답도 하기 전에 포토존에 서게 된 홍빈은 멍한 기분이였다. 해,햇님이.. 나한테.. 뺨을 두 손으로 쨕쨕 때려대다가 손목을 붙잡아 끌어내리는 효신의 손길에 멍해져버린 홍빈덕에, 홍빈의 포토존 사진은 전부 멍하니 서 있는 사진 뿐이었다. 가서 연습해야지, 나는 친구 만나러 갈거라서. 열심히 해라 얘들아. 춤을 추다가 삐끗, 여기서 틀리고 저기서 틀리고. 결국 음악을 꺼버린 학연에 뒷머리를 긁적이던 홍빈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요, 형." "아니야, 됐어. 다들 피곤할텐데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숙소가자, 내일 스케쥴해야지." "아, 나는 좀만 더 하고 갈게요." 땀에 젖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문이 닫힐 때까지 기다렸다가 택운이 자주 쓰는 큰 연습실로 향한 홍빈이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손이 작고 손가락이 짧아 피아노치기는 힘들다고 해서 눈의 꽃만 징징대서 겨우 배우고 피아노 선생님은 전부 택운에게 붙여줬었는데,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뚱뚱거리며 피아노 건반을 누르던 홍빈이 주위를 몇 번 둘러보고 눈의 꽃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지금 올해의 첫 눈꽃을 바라보며.. 아직 많이 불안하고 서툰 눈의 꽃을 부르고 있던 홍빈의 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감고 있던 눈을 뜬 홍빈과 거울 너머로 눈이 마주친 효신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거기선 조금 더 높여야지. 바라보며.. 이렇게." "아.." "노래 많이 늘었네?" 홍빈이 앉아있는 피아노 의자에 앉은 효신이 환하게 미소지었다. 손을 덜덜 떨며 건반 위에서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하는 홍빈의 손을 덮은 효신의 손에, 홍빈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 이렇게 떨어." "해,햇님." "나 좋다면서. 보고싶었단 소리 하나도 안 해주네." "..네?" "나는 보고싶었다, 콩아." 가까이 다가온 효신의 얼굴에 홍빈이 몸을 잔뜩 움츠렸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은 효신이 고개를 비틀어, 입술을 맞대었다가 떼어냈다. 그리곤 코가 닿을듯한 아슬한 거리에서, 작게 속삭였다. "빨리 말해봐, 나 안 보고싶었어?" "..보고..싶었어요, 햇님." "나도." 홍빈의 작은 뒷통수를 한 손에 담아 끌어당긴 효신이 다시금 입을 맞췄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찌해야할지 몰라 눈만 도르르 굴리던 홍빈이,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귀까지 빨갛게 물들인 채 눈을 감았다. "오모오모 콩이 너 쫌 이상하다?" "ㅁ..뭐가." "얼굴은 왜이케 빨갛구, 말은 왜 더듬어! 너 이눔시끼 여자 만나구 왔지!" "ㅇ..여자는 무슨 여자야! 켄형 빨리 잠이나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