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늘 몸의 일부만큼 자연스러웠던 외로움. 밤 잠을 눈물로 적시고, 본능적으로 사람을 찾고. 내쳐지고, 상처받고, 울부짖던 밤들. 그 어둡고 춥던 겨울 밤 나를 보듬어주던 단 한 사람. 레몬 허브티가 담긴 컵을 입술에 대고 그보다 따뜻했던 품에 안겨있던 나날들. 그리고, 그래선 안 되는 지금. 안녕, 사랑아. 여직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보지 말기를. [효신x홍빈] 안녕 사랑아, 다섯 번째. by. 진라면 "귀찮게 굴지 말랬지, 보는 눈 많다고." "여긴 형 방이잖아. 누가 봐?" 하. 꽤 짜증이 담긴 한숨을 내쉰 효신이 책을 덮고 쓰고있던 안경을 벗고 침대 위에 배를 깔고 누워 입 안으로 포도알을 밀어넣고 있는 홍빈을 바라보았다. 손 끝이 포도즙으로 빨갛게 물들어선 정신없이 보라색 껍질을 물어 말캉한 포도알을 입 안으로 밀어넣기에 바쁘던 홍빈이 제 정수리에 와 박히는 시선에 오독오독, 포도씨를 씹어 삼키며 고개를 들어 효신과 눈을 맞추었다. "오늘 늦는댔어. 그 남자 말고는 이 집에서 나한테 신경쓰는 사람도 없고." "..." "형까지 그러지마. 형 말고는 나 여기 정 붙일 사람 없어." 옷이나 좀 똑바로 입고 다니던가.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낸 효신이 길게 늘어진 니트 아래로 곧게 드러난 종아리와 가는 발목, 그 위에 툭 튀어나온 동그란 복숭아뼈에서 시선을 거두곤 다시 책의 촘촘한 글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니, 집중하려고 했다. "책 좋아하는 건 연애할 때부터 알았는데, 형 직업이 깡패라는 거 아니까 안 어울린다." 눈 앞에 하얀 다리가 달랑달랑. 책상 위에 엉덩이를 걸쳐놓고 새하얗게 뻗은 다리를 흔들고 있는 모양새에 효신이 한 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책상 끝을 쥐고 있는 홍빈의 손 끝이며 손톱 사이사이가 검붉게 물들어있다. 저 붉음이 핏물일까, 봉숭아물일까. 너는 간을 빼먹는 구미호가 될까, 사랑을 기다리는 순진한 소녀가 될까. 한참을 홍빈의 말갛고 동그란 눈과 눈을 맞추던 효신이 안경을 벗고 책상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순식간에 덜컹, 뒷목을 잡힌 홍빈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효신을 바라보았다. 책상 위에 손을 얹고 홍빈 쪽으로 바짝 몸을 기울인 효신이 고개를 뒤로 빼려는 홍빈의 몸짓에 얇은 뒷목을 엄지로 쓸어내렸다. "뭘 할거면 제대로 해야지. 이래놓고 무슨 유혹을 하시겠다고?" "..." "빈아, 곱게 나가있어. 보스 기다려야지. 니가 나랑 있는 거 알면 눈이 뒤집히실텐데." "말 그렇게 하지마." "아니면, 아직 덜 맞으셨어?" 짝, 방 안을 울린 마찰음에 제가 더 놀라버린 홍빈이 입을 틀어막았다. 내가 지금 누굴.. "괘..괜찮아?" "나가있어." 빨갛게 부은 볼을 느릿하게 쓰다듬던 효신이 홍빈의 팔을 잡아당겨 책상 위에서 끌어내렸다. 새하얀 러그 위에 발을 딛은 홍빈이 울먹이며 효신의 볼에 손을 뻗었다. 곧 쳐내진 손에 놀란 표정으로 효신을 마주해야 했지만, 말이다. "정 붙일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빈아, 순진하게 굴지마." "..형." "니가 나한테 정을 붙이는 순간 나는 너를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거야. 이 바닥이 그래. 조폭이 괜히 쓰레기 취급을 받는게 아니야." "..." "마지막이야, 곱게 나가있어." 보드라운 러그 위로 뒷걸음질을 치던 홍빈이 방을 빠져나갔다. 곧이어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넘기던 효신이 마른 세수를 하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병신같이, 정 못 떼는 사람은 따로 있으면서. 보고싶었어요 내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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