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세상으로 13
w.기분이나쁠땐
-루한... 미안해.. 미안해..-
"뭐가..? 왜그래.. 무슨일이야..어디야..?"
그 아이는 주소 하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오라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 아이가 내게 알려준 주소는 병원이였다.
1300호...1300호.. 단독병실이였다. 문 앞에 환자이름도 없고 한걸 보아 아무도 쓰지않는 병실같은데 왜 이곳으로 오라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병실 안에 들어가있기로 했다.
아무도 없을 줄 만 알았던 병실문을 열자 그 안에는 그 아이가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당황반 기쁨반에 그 아이를 쳐다보자 그 아이는 천천히 고갤 돌려 나를 슬픈 눈빛으로 쳐다봤다.
"루한.. 어서와..."
나는 천천히 걸어가 그 아이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작은 간이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아이와 나 사이에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분명 그 아이도 나도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리라 생각되지만 둘 중에 그 누구도 입을 먼저 열지 않았다.
우리 중 먼저 이야기를 꺼낸 사람은 나였고 의외로 첫 대화를 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여긴 왜 있는거야?"
난 알면서도 물었다. 이 아이가 무슨 대답을 할지 불보듯 뻔했지만 이 아이의 대답에서 제발 심각한 단어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한 질문이였다.
"나 아파. 많이. 니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내가 바랬던 것은 야속하게도 바램을 들어주지 않았다.
"루한. 미안해...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내 말 무슨말인지 알지..?"
그 뒤로 쭈욱 이 아이와 함께했다. 모든 모습을 다봤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머리카락이 점점 사라지는 모습에 망연자실한 모습.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를 향해 웃어주던 모습. 먹고싶은 음식들 이름을 나열하며 노래를 하던 모습. 밖에 나가고 싶어하던 모습. 나에게 기대는 모습. 우는 모습. 살고 싶어하던 모습.
그리고 이 아이와 만난지 일주일도 채 안되던 날. 말 한마디도 없이 떠났다. 이름도 알려주지 않은 채.
면접에서 간절했던 이유는 나와 이 아이의 모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 때문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었다. 그냥 나와 이 아이의 추억을 되돌려보면서 여기 아이들에게 남은 시간. 행복하자. 너희들도 행복을 찾자.하는 마음. 그리고 아직 너희에게는 시간이 많다. 더 웃자 라는 마음에서 면접을 봤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면. 그 아이가 나를 친구라 칭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짐작간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면. 민석이가 왜 나에게 병원을 그만두라 했는지 이유가 짐작간다.
그 아이 사랑했다. 그러나 그 모든 아픔을 다 보고 겪었던 나도 아팠고 슬펐고 그 슬픔을 위해, 같이 있었던 그 마음을 위해 봉사를 신청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민석이를 만났다. 민석이 또한 사랑했다. 그러나 그 아이를 만났을 때랑은 반대로 그 모든 아픔을 다 보고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자꾸만 도망가게 된다.
웃기다. 웃기다. 웃기다. 웃기다. 웃기다. 마음이 아프다.
그 아이를 잃고 난 뒤에 또다시 병원에 발을 들여놓은 내가 웃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또 다시 힘들어하는 내가 웃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 감정을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웃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 아이와 비슷한 상황의 친구들을 만났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던 내가 웃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여전히 민석이를 걱정하고 있는 내가 웃기다.
그리고 그 속에서 혼자서 모든 일을 해내야 할 민석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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