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월○일
나 오늘은 이 일기를 너에게 선물할 거야.
널 처음 본 날부터 이 일기장엔 하루도 빠짐없이 네 이름이 적혀 있었어.
너와 함께 본 영화,
네가 나에게 준 선물들,
단둘이 놀러갔던 바다,
너와 들었던 노래,
같이 읽었던 책,
너의 사랑스러운 습관들과
고쳐야 할 버릇들 그리고
네가 나를 웃게 한 순간들.
아, 물론 울게 했던 순간들도.
오늘도 널 만나러 갈 거야.
이젠 이 일기를 끝내려고 해.
오늘은 마지막으로 널 울리려고 해.
처음의 나는 변했어.
너는 알고 있었겠지.
알면서도 바보같이 속아준 거겠지.
하지만 이제는 말해야 돼.
아마 세상 가장 고운 뺨이 얼룩지겠지.
한없이 가녀린 어깨가 떨리고
예쁜 입꼬리는 날 원망하겠지.
곧 널 만나러 갈 시간이야.
솔직한 내 마음을 고백하려고 해.
매일 익숙한 네 향기가 그리울테지.
눈 앞에 네 예쁜 웃음이 아른거릴거야.
따뜻한 네 목소리가 내 귀에 또렷할거야.
길었던 그 시간들을 정리하자.
이제 새로운 일기를 쓰고 싶어.
우리, 결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