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josh
today, i went my new academy first.
( 나 오늘 새로운 학원에 갔어)
there was nice, and i made a many new friend.
(좋았고. 새로운 친구를 많이 사귀었어)
from. 세봉
to. 세봉
that's nice.
(잘 됬네)
and hey, there have many boys?
(근데 거기 남자애들 많아?)
never talk with them.
(절대 걔네랑 말 하지마)
all men are wolf. count out me and your papa
(남자들은 다 늑대야. 나랑 너희 아빠 뺴고)
from. joshua
치, 나쁜 놈.
이 사이로 훅. 하고 헛웃음이 새어 나온다
지수에게서 온 메일 확인하고 컴퓨터를 닫았다
미국에 있으면서 뭘 하겠다는 거야
지수랑 나는 안지 꽤 되었다.
지수가 어릴 때 미국에 살다가 한국으로 왔고, 그때가 아마 5살 쯔음 이었던것 같다.
그때부터 친하게 지냈었는데 6개월 전에 갑자기 미국에서 처리해야할 일이 생겼다며 기약 없이 떠나버려
나는 여기 한국에 홀로 남아있다
(물론 말만 혼자지 가족은 있다)
진짜 나쁜 애다.
미국이랑 한국은 14시간의 시차가 존재해서,
내가 잠자리에 들 시간 쯤에 지수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내가 잠을 자려고 전기장판을 켜고 침대에 누우면 지수는 이불에서 나와 토스트를 먹고 있을거다.
그래서 지수는 떠나기 전에 자기 전에 하루 일과를 자기한테 꼭 얘기해달라고 했고
나는 그걸 바보같이도 따르는 중이다
하루는 그런 일이있었다
시험 성적이 나왔는데 예상과 다르게 너무 심하게 망해
하루종일 울다가 지수에게 메일을 못보낸 날이있었다.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일어나니까 오빠가 잔뜩 화가 나선 소파에 앉아서 툴툴대고 있었다
"야 김세봉!"
"왜"
"하루 종일 울고 기분 안좋을거면 홍지수한테 말하라고. 애가 너 걱정할거 몰라?
어젯밤에 밤새 띠링 거려서 내가 잠을 못잤다고 이 똥멍청아!"
지수가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 줄알고 밤새 틈만 나면 메일을 보내댔던 터였다
오빠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 방으로 달려가 노트북을 켜보니 메일이 17개나 와있었다
10개는 나에 대한 걱정이었고 3개는 자기가 걱정되서 죽겠다는 그런 내용이었고 4개는 미국식 유머가 담긴 짤들이었다
그래, 지수와 나는 멀리 떨어져있긴 했지만 거의 같이 있는거나 다름없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메일을 주고 받고, 한번만 끊기면 난리가 나니.
근데 지수야, 언제 한국에 오는거야.
++++
"아니 왜 일주일 째 답장이 없는거야! SHIT"
음. 그러니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됬다
홍지수는 정확히 일주일 하고도 6시간째 내 메일에 답장이 없다
조금 있으면 학원에 가야하는데.
개자식. 아냐, BITCH
이상하게 걱정되는 마음에 계속 세계뉴스창을 들락날락거리고 메일 함을 몇번이고 새로고침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얘를 좋아하기 시작했구나.
"야아!!! 김세봉!!"
"왜왜왜!! 미국에 뭔일 났데?"
"아니 오빠 물 좀"
"아 저게.."
"오빠한테 저게? 말이 심해! 아니, 근데 미국 왜. 지수 연락 안 돼?"
"정확히 일주일 하고 6시간"
"와 무서운 놈"
"나 아니면 홍지수"
"둘다"
"아 응"
"아!!! 세봉아 물!!"
"아 니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조용히 하고 물 떠다 먹으라고!! 빡치니까아ㅏㅇㅇ!!!"
진짜 저 오빠새끼는 왜 짜증나게 난리야 난리는.
사실 아까 진짜 놀랐다.
혹시 미국에 테러라도 났을까, LA에 화재가 난건 아닐까 하고
근데 미국은 아무 일도 없다. 심지어 몇 주전이 추수감사절이었다고 감사하게 살고있다는 행복한 미국인들만 있었다
그럼 결론은 하나다. 홍지수가 날 씹는다는거.
++++++
"야. 야 김세봉"
"왜"
아, 얘는 학원에서 처음 사귄 친구다.
이름은 한성수.
홍지수가 남자랑 말하지 말랬는데 뭐, 내 짝이고
지가 내 메일을 일주일 6시간 씹었으니까 뭐 지도 할말 없겠지
"너 토요일날 시간 돼?"
"왜"
"아니, 시간 비면 나랑 영화보러가자구"
내가 모쏠이어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얘는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근데 그게 날 성가시게 한다는 게 문제다.
물론, 홍지수한테 이걸 얘기하지는 않았다
또 당장 이리로 오겠다며 난리칠게 뻔하니까. 그만큼은 아니더라도 점 하나만 보내주면 어디 덧나냐. 나쁜 홍지수
"13쪽 까지 풀어와라. 이상"
선생님이 나가시고 부랴부랴 가방을 쌌다.
오늘 집에 가서 메일 확인해보고 진짜 답장없으면 홍지수랑 다시는 메일 안할거다
내가 얘를 좋아하게 된것 같지만 별 수없다.
홍지수 니가 먼저 연락을 끊은거야.
학원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려댔다
"아씨팔, 존나게 추워"
옆에서 들려오는 한성수의 욕짓거리도 내 귀를 때려댔다
아, 누가 한성수한테서 나 좀 구해줘
"야 세봉아"
"어"
"영화 보러갈거야?"
"어...................., 아니 야 초록불 깜빡인다 뛰자!!"
깜빡이는 초록불. 그리고 정차하고 있는 17번 버스
저거 타야 돼! 안그러면 버스 정류장에서 한성수 욕짓거리 들으면서 얼어죽을 지도 몰라!
신호등을 건너기 위해 뛰려 폼을 잡자
갑자기 누군가가 내 팔을 꽉 붙잡았다
물론, 그래서 넘어질 뻔한건 덤.
"아 씨,"
"be careful and watch out."
(조심하고 앞 좀 보고다녀)
그리고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에?"
그러니까, 신호등을 건너려던 나를 붙잡은 건 내 메일을 일주일 하고도 6시간 씹은 홍지수였다
"아니 니가 여기 왜 있어?"
"이모가 너 학원 끝날 시간이라고 데리러 가래. 영화도 보고 오라고 표도 끊어주셨어"
그리곤 해사하게 웃으며 입고있는 밤색 코트에서 금색 영화표 두장을 꺼내 살랑인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 어떻게 있냐고. 너 미국..."
내가 횡설수설 하자, 늘 보고싶었던. 그리웠던 그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해결해야될 일이 끝났으니까 돌아왔지. 나 많이 보고 싶었지?"
"지랄"
"지..랄? 그거 욕이었나?"
"아니 칭찬이야."
"그래 지랄."
"아니 지랄이고 뭐고 너 왜 메일 답장 안해? 너 왜 그랬어. 내가 너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어?
내가 하루종일 세계뉴스 끼고 살았어. 왜냐고? LA에 무슨 일 났을까봐. 근데 뉴스에는 히히덕 거리는 미국인들 밖에 안나오더라.
왜 씹었어? 이유가 뭐였어!!"
"easy easy. calm down. just simple reason. i moved here. completely"
(진정해 진정해. 간단한 이유야. 나 여기로 이사했어. 완전히)
"completely?"
(완전히?)
"그러니까 나 이제 미국 다시 안간다고. 메일 안해도 돼. 너 옆에 항상 있을거야"
"항상.... 있는다고.."
"그래. 그나저나 얘는 누구야? 내가 나랑 너희 아버지 빼고 남자는 다 늑대랬지.
영화를 보러간다고? 나 두고 어떻게 그래"
실랑이를 하는 나와 지수 사이에 있던 한성수가 갑자기 안쓰러워졌다
홍지수가 저렇게 비아냥 대자 중간에 껴있던 한성수가 발끈해서는,
"아니, 너 얘 남자친구야? 너 뭔데"
아니 쟤 뭐래?
"응. 나 세봉이 남자친구야"
저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허리를 확 끌어안는다
미국 갔다오더니 애가 아주,
"뭐? 김....세봉 니가 어떻게..나를"
"아니, 야.."
"됐어. 나 간다. 둘이 잘 지내던가"
그리곤 씩씩대며 뛰어가 택시를 잡아타곤 사라져버린다
뭐, 한성수가 없어졌으니까 다행인가
"내가 조심하랬지?"
아, 잊고있었다. 한성수가 떠나고 남은건 미국물 먹어서 능글맞아진 홍지수라는 걸.
"아, 어"
"이사 준비하느라 메일 못 했어. 미안해 세봉아"
내가 토라져서는 저렇게 얘기하니까
또 언제 그랬냐는듯 꼬리를 슬그머니 내린 강아지같아졌다.
그리고는,
"내가 너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모르지? 넌 모를거야. 이 바보야"
"그런 애가 메일도 씹고."
"너 빨리 보러오려고. 니 옆에 있으려고 그런거잖아. 결과적으로는 여기 있으니까 뭐. 안그래?"
"그래."
말은 저렇게 했지만 사실 터져나오는 웃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입꼬리야 진정해.
"야 시간 얼마 안 남았어. 빨리 영화 보러가야돼"
"뭔데?"
"love actually. 그리고, 그 영화 보고 나면 나 너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생길 것도 같아"
"그게 뭔데?"
"actually love you."
나도 어쩌면 이 능글맞은 홍지수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