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1학년 7반~~ [전체 문자] |
안녕 예쁜이들 난 7반 17번 성순이 음, 내가 이 문자를 쓰게 된 이유는. 바로, 우리 1학년이 성수남고 1학년이랑 반팅을 하게됬기 때문이야 소리벗고 팬티질러~~ 워후! 여튼, 그래서 참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답장을 해줘<3 |
"헐. 야 우리 반팅한데! 아싸아~!"
부승관과 함께 하교 하는 길.
성순이로 부터 온 문자가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뭐? 뭘 한다고?"
"성수남고랑 반팅. 아, 니네 학교잖아. 너 몇반이야. 빨리 불어. 니네 반이랑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해야겠다"
"무슨 소리야 그게. 무조건 우리 반이랑 해야지! 우리 학교에 또라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차라리 또라이가 낫지"
"야 김세봉!"
"아 귀청 떨어지겠네. 왜!!"
"너랑 나랑 몇년봤는데에!"
"우리 몇살인데?"
"너 바보야? 17살이잖아!"
"그럼 17년 됬네"
음,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나와 나의 분신과 다름없는 부승관
흔히 말하는 불알 친구. 그게 나와 승관이다
아마 어릴때 목욕탕도 같이 갔을거다. 뭐 보나마나였겠지만
그런데 승관이가 조금 이상하다.
사실 나도
예전과 다르게 그 애의 행동하나하나가 신경쓰인다
예를 들면 예전과 같이 껴안는다던가, 손을 잡는 그런 사소한 스킨십에 금방 얼굴이 빨개진다.
게다가, 반팅 소식을 듣고 괜히 들떠 자랑을 해대자 절대 하지말라며 격분하는 그 애의 모습에 조금 듬직하다고 느꼈다면 병이려나.
아, 나 부승관 좋아하나봐
내가 걔를 좋아해서 그런건진 모르겠는데, 승관이도 조금 이상하다.
내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할때도 있고 가끔씩 무언갈 말하려고 하다가 말기도 한다.
아냐, 부승관이 날 좋아할리가 없어. 17년인데. 17년.
++++
"김세봉"
"왜..왜"
"너 진짜 반팅인지 나갈거냐?"
"왜..나가면 안돼냐?"
"너 미쳤어. 확실해. 제정신이 아니야"
"나 안 미쳤거든?"
"아니, 고등학교 애들이 얼마나 오염됬고 타락한줄 알아? 하루 종일 잠자리 생각밖에 안한다고!!"
"치, 니는 고등학교 애들 아니냐?"
"적어도 난 그런 불결한 생각은 안해"
"그게 왜 불결해? 잠자리는 이상한게 아니야. 자연스러운거지. 뭐 좋아하면 너랑도....."
"..?"
"....??!!!!"
아 젠장.
"뭐라고?"
".........."
"뭐라곸ㅋㅋㅋ?"
"아...야...붑..부.. 부승관 나 먼저 간다"
"얔ㅋㅋㅋ!!!" 니가 더 불결햌ㅋ!!
나 망했어.
++++
"야 김세봉! 여기야 여기"
뭐 그날 이후로 부승관을 자주 못봤다
사실 그런 실수를 해놓고도 당당한게 이상한거야.
뭐 그거 때문에 등하교도 같이 못했다
부승관이 전교 부회장이라 바쁘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그 일도 있었으니까
과외 끝나고 엄마랑 돈가스 먹으러 가다가 만난게 전부다.
뭐 어쨌든 난 지금 반팅 장소에 와있다
제발 부승관 반이 아니게 해주세요.
성순이한테 물어보니까 9반이라고 했다. 부승관이 몇반이더라.
성수남고 1학년이 10반이나 있는데 설마 부승관 반이겠어?
근데.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성순이 손에 이끌려 간 식당안에는 부승관이 부부젤라라는 별명에 걸맞게
거하게 떠들고 계셨다.
아니 승관아, 여기있는 여자애들이랑 너 처음본거 아니야?
"아닠ㅋㅋㅋ그래섴ㅋㅋ어? 김세봉!"
아, 제발 아는 척 하지마.
"야, 세봉아! 타락한 세봉아!!"
제발.
"어, 뭐야. 니 그 불알 친구가 얘였어? 안녕 세봉아"
그리고 갑자기 다짜고짜 악수를 처하는 새까맣게 생긴 남자애.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했는데 눈이 혼탁하다. 아주.
"아 씨 뭐하는거야 세봉이한테에!"
뭐, 부승관이 그런 그 애를 가만히 두지는 않았지만.
+++++
"자, 이제 짝을 정해보자. 숫자를 뽑으면 돼. 음 여자들은 밖에 벤치에 앉아있고 남자들이 숫자 물어보고, 가서 앉는거야.
그리고 하룻동안 같이 놀아보고, 만나보고 싶다, 얘가 마음에 든다. 사귀어 보고싶다!! 이러면 여기, 이 종이 뽑은거 말하면 돼. "
성순이의 앞에 예쁘게도 접혀진 종이가 수북하다.
그러니까, 만약에 YES OF THE YES 라고 써있으면, 애프터 신청할때 YES OF THE YES 라고 말해야 한다는 말이다.
망할.
성순이의 손에 떠밀려 식당 밖 벤치로 나왔다
내 숫자는 17이었다. 세븐틴이라..
내 나이이자, 승관이 나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년ㄷ...
아니, 지금 뭐하는거야.. 김세봉 정신 차려!
빨리 여기서 튀어야겠다. 성순이한테는 좀 미안하겠지만,
학원 쌤이 오라고 했다고 하면 되니까,
그리고 한숨을 후, 내뱉고 일어나려고 하자.
"너 17번이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젠장
"....ㅇ..어?"
"아, 진짜 그때 그 말실수 한번 했다고 자꾸 나 피해다닐거야? 응?"
"아냐,"
"하, 어이 없다 진짜. 너 지금 여기 재미없지?"
"아니 재밌어 하하하ㅏ하ㅏ 재밌다"
"웃기지마. 내가 널 몇년봤는데"
"치"
"아 추우니까 얼른 후리스 지퍼 올려. 집에 가자. 데려다줄게"
"...ㅇ..응"
그리고 승관이 손에 이끌려 시내를 빠져나왔다
평소랑 다른 느낌이다.
너무 어색해
아, 나 어떡하지
++++
서로 한마디도 안한채로 우리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집 앞에서 마주보고 서서,
"야 김세봉"
"음?"
"나 쓰레기좀 버려줘. 아까 그 뽑기 종이"
"아, 어.."
"그리고 너 진짜 못생겼어. 알아?"
"지는"
"치, 내일 보자. 다른 마음으로. 아, 그리고 좀 있다 전화할게"
"아 왜."
"그냥 그럴일이 생길것 같아서"
"지랄"
"들어가라"
"응"
그리고 그냥 무미건조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뭐, 이젠 좀 어색한거 풀린 것 같다
아, 승관이가 나 싫어하면 어쩌지
+++
대충 씻고 침대 위에 누웠다
입고 나갔던 코트와 니트를 정리하다 떨어진 종이. 부승관이 나한테 버리고 간 쓰레기다.
아, 부승관 이 색히 뭐 뽑았는지 볼까? 나 뽑아서 실망한거 다 알아 씨,
예상했던대로 승관이 번호는 17번이었다.
아 진짜 17이라는 숫자는 나와 승관이 사이의 연결고리 같았다.
에휴 친구도 뭣도 아닌 관계가 되긴 싫은데.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에 넣어버리고 이불을 목 끝까지 덮고 누웠다
자고 일어나서 공부해야지.
근데,
"세봉아~~ 승관이한테 전화 왔다~"
"부승관?"
"어~ 너 빨리 바꿔달래 할말있다고"
"나중에 하면 안돼?"
"안돼요 딸아^^"
아 진짜 이 도움도 안돼는 친구.
쉬지를 못하게 하네;;
"세봉아 빨리이!"
"아 나가요!!"
밍기적 밍기적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시럭"
발바닥에 무언가 밟혔다
아까 분명히 숫자 종이 버렸는데?
뭔지 궁금해져 종이를 슬며시 주웠다
부승관 새끼 진짜 끝까지 도움이 안돼
"아 세봉아!!!! 승관이 기다린다고!"
"아 잠시만! 부승관이 버리고간 쓰레기 좀 줍고!"
그리고 그 안에 써있는
파트너가 마음에 들면, '너 못생겼어' 라고 이야기하세요.
"흫흐흫ㅎㅎㅎㅎ헣헣ㅎㅎㅎ"
실없는 웃음이 계속 터져나온다.
그래 승관아. 나 못생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