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seven days(7일 동안) # Wednesday5
욱신거리는 허리를 부여잡았다.
간밤에 치뤘던 차안에서의 섹스가 여간 몸에 무리가 된 듯 하다.
아무리 대형차에 근접하는 크기라 하더라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커다란 두 성인 남자가 섹스하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
거기다 부드러운 고급 가죽시트였다고 해도 배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꽤나 만족스러웠다.
지금은 근육통에 시달려 앓고 있지만 솔직히 그때는 그것을 신경쓸 바가 아니었다.
그저 사랑을 나누는 것에 급급해서 힘든줄도 몰랐다.
"큭. 푸훗."
아침에 출근하던 쑨양의 모습이 떠올라 낄낄 웃어버렸다.
여기저기 뭉친 근육으로 욱씬욱씬하는 몸을 이끌고 집을 나갔더랬다.
그도 나와 마찬가지였다.
나보다 더욱 큰 몸집을 가진 그에게 충분하지 못한 차에서 한 섹스는 나보다 더 힘들었던 것이다.
"으~찌뿌둥하다."
찌뿌둥한 몸을 기지개를 켜서 늘어뜨렸다.
살짝 쥔 주먹으로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 소파에 누웠다.
부드럽고 포근한 융단의 감촉이 느껴졌다.
왠지 졸려왔다.
격렬했던 밤때문인지 무척 졸렸다.
침대에서 자면 더 편안하겠지만 쑨양이 없는 지금은 그곳보다 이곳이 포근했다.
융단의 포근함은 쑨양을 닮았다.
그래서 더 그런 것인지도 몰랐다. 그의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
솔솔 쏟아지는 잠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잠들었다.
잠시만 있다가 일어나야지 하고 다짐하면서.
"우웅..."
"깼어요?"
"?"
터져나오는 하품에 입을 막고 숨을 들이내쉬는데 쑨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직 그가 올 시간이 안되었는데 왜 쑨양의 목소리가 들리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눈을 깜빡깜빡거려 눈꺼풀 근육을 이완시키고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쑨양의 목소리가 들렸던 쪽으로 바라보니 정말 그가 있었다.
거실 바닥에 앉아서 소파에서 잠든 나를 앞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어? 쑨양?"
"쿡. 태환 많이 피곤했나봐요. 이제야 일어나고."
"아?"
"지금 몇신지 알아요? 7시에요."
7시? 쑨양의 말에 벌떡 일어나 벽에 걸어놓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시침은 7의 숫자에, 분침은 2의 숫자를 가르키고 있었다.
창밖을 보니 조금 어둑해진 하늘이 보였다.
요즘 여름이 다가옴에 따라 낮의 길이가 길어져서 왠만큼 어둡지 않았다.
그래도 태양이 하늘 꼭대기에 걸려 있을 무렵에 잠들었던 나에게는 어둡게 느껴졌다.
창밖의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런 나를 보며 쑨양은 또 한번 웃고는 말을 이었다.
"저 6시쯤 왔어요. 태환을 불러도 반응이 없길래 어디 나갔나 했어요. 그런데 집에 들어오니까 태환이 소파에서 자고 있는거 있죠?"
"엑! 그럼 나 깨우지 그랬어요?"
"너무 잘 자고 있어서 깨우기 싫었어요. 언제 깨어날까하고 기다렸는지 지금에서야 일어났네요."
"쑨양! 그럼 1시간이나 기다린거에요!"
"네. 그래도 예쁜 태환 얼굴 보고 있으니까 지루한 줄 몰랐어요."
낯간지러운 말을 너무도 쉽게 말하는 그를 보고 몰려오는 부끄러움 때문에 고개를 푹 숙였다.
심장이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숙였던 고개를 들어 쑨양을 바라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미소를 짓는 그가 보였다.
사랑스러운 그에게 입을 맞추고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녁 먹어야죠?"
-
탁상달력을 혹여 구멍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될만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달력의 상단에 적혀 있는 숫자는 '5'.
어릴 때를 제외하고 거의 처음 찾았던 병원에서 나의 병을 알았을 때가 4월 말.
지금은 5월 말이다.
의사가 예고했던 삶의 시간의 끝이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곧 죽을 때가 되었는데 지독한 통증만 있을 뿐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치료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던 것 대신일까.
난 바란다. 바라고 바랬다.
이대로만, 이대로만 있기를.
조금만 아프고 깨끗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기를.
그래서 쑨양에게 아픔과 슬픔을 덜 줄 수 있기를.
이보다 더 아파서 그에게 부담되지 않을 수 있도록.
"올해 생일은 못 보내겠구나."
아쉬움을 담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여름이 지나 가을에 있는 나의 생일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쉬웠다.
이제 곧 봄이 끝나고 여름에 접어드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리 바라도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날씨는 이미 봄을 넘기고 여름의 더운 기운을 몰고 오고 있었지만 가을의 서늘함을 느낄 수 없을 터였다.
슬프고 안타까웠지만 불가항력이었다.
"쑨양의 생일도..."
그의 생일 때 축하해줄 수 없다는 사실도 슬펐다.
쑨양의 생일은 겨울 초입에 있었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 겨울의 처음이었고 한해의 끝달에 있는 그의 생일.
나의 생일보다 한참 뒤에 있는 그의 생일이 있는 12월의 달력을 쓸었다.
매끈한 달력 감촉이 느껴졌다.
달력을 만지던 손가락을 그의 생일날짜 '1'에 멈춰서 그 부분만 조밀하게 쓰다듬었다.
입가에 미소대신 슬픔을 매달고 한참을 그립도록 매만졌다.
《삐비빅》
한참 안타까움에 얼굴을 묻고 있을 때 문자 도착음이 들려왔다.
쑨양의 그에게 온 것이 분명해서 이윽고 슬픔을 담았던 얼굴에 미소의 꽃을 피웠다.
그만 생각하면 슬프다가도 행복해졌다.
《오늘 저녁에 데이트할래요? - 쑨양》
《좋아요. 오늘은 어디로? - 태환》
《비밀! 태환도 분명 좋아할거에요. - 쑨양》
그는 비밀을 좋아했다. 숨겼다가 나에게 공개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기뻐하면 너무 좋다고 했다.
그런 그가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결코 알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또 비밀! 쑨양은 너무 비밀을 좋아해요. 그럼 언제? - 태환》
《7시까지 준비하고 있어요. 옷은 예쁘게 입어야 해요? - 쑨양》
《어떤 옷을 입을까요? 쑨양이 원하는대로 입어줄게요^^ - 태환》
《정말요? 그럼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블루진! 꼭 입어요!>_< - 쑨양》
《아, 그옷! 좋아요^^ - 태환》
지난 번에 백화점에 갔을 때 샀던 옷이었다.
줄무늬 티셔츠를 꼭 입으라는 쑨양의 말대로 옷장에서 곱게 접어놓은 티셔츠를 꺼내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심플한 디자인에 파란색 굵은 줄무늬가 예쁜 옷이었다.
그리고 기본 티셔츠에 비해 목파임이 있는 편에 칠부 스타일이었다.
디지털 탁상시계를 보고 시간을 가늠하고 외출 준비하기 전, 화실로 들어갔다.
아직 시간이 남아 오전에 마무리하지 못했던 그림을 완성하면 좋겠다 싶었다.
그림을 완성하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보니 5시 반을 넘기고 있었다.
슬슬 외출 준비를 해야될 것 같았다.
항상 쑨양과 특별한 외출할 때면 한번 씻곤 했지만 오늘은 물감 냄새가 더욱 배여 꼭 해야될 것 같다.
머리를 감고 샤워헤드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았다.
툭툭 뺨을 치고 가는 물줄기의 따뜻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샤워를 끝마치고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렸다.
간단히 스킨을 바르고 준비해두었던 옷까지 입었다.
거울을 보고 한번 더 모습을 정검했다.
짧았던 앞머리가 이제 눈썹을 덮고 있었다.
"많이 길었네."
빗질로 정리된 앞머리를 손을 들어 살짝 흐트러뜨렸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쑨양에게 연락오기를 기다렸다.
《삐비빅》
《지금 아래로 내려와요. - 쑨양》
아직 7시가 덜 된 시각인데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혹시 도심에서 속도를 낸 건 아닐까 하는 걱정과 함께 집을 나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가니 쑨양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려다 깜짝 놀라 멈춰섰다.
"어?"
정장을 입고 출근했던 쑨양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캐주얼한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옷차림을 보고 왜 이옷을 입어주기를 바랐던 것인지도 깨달았다.
쑨양의 윗옷은 나와 같은 줄무늬 티셔츠였다.
단지 내가 파란색 줄무늬라면 그는 빨간색 줄무늬였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나를 본 쑨양이 손을 흔들며 멈춰선 나에게 다가왔다.
"쑨양. 옷이..."
"태환과 똑같죠?"
"저번에 쑨양은 이옷 안 샀잖아요?"
"나중에 가서 샀어요. 태환과 함께 입으려고. 옷이 예쁘잖아요."
"......"
그와 같은 옷을 입었다는 것이 참 쑥쓰러워졌다.
연인들은 보통 커플티셔츠를 종종 사서 입고는 한다는데 우리는 그런 것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쑨양이 입고 왔을 줄이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새삼 기분이 묘해졌다.
기분이 좋아졌다.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우리를 연인으로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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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챕터는 꽤 길어지네요.
전 챕터까지 5편씩이라 5편을 맞출까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집니다+_+;;
잡담 주의 |
어제 승승장구 본방사수하여 봤답니다. 장미란 선수ㅠㅠ 넘 여성스럽고 예뻐요. 새취미가 꽃꽃이라고...너무 잘 어울립니다. 성격같은 거보면 천상 여자여요. 그리고 몰래온 손님 첫번째로 나왔던 박태환 선수. 저번주에 이어서 나왔는데... 이번에는 쑨양 선수 이야기가..ㅋㅋㅋ 태환도 느낄만큼 뜨거운 시선을 보인 쑨양을 재확인했네요ㅋㅋ 이거 보면서 침대를 팡팡 치며 미친년처럼 낄낄 웃었답니다~ 대기실 눈치작전...태환은 시합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쑨양은 태환 의식, 기회포착하여 악수ㅋㅋ 그런 쑨양이 참 부담백배였다는 고백을ㅋㅋ 그리고 실격되었다고 했을 때 기사사진으로 떴던 쑨양 사진. 비웃는다고 했던게 "what's the matter my pack?!!"로 사실판명났잖아요. 그런데 태환은 실격해서 좋아하는 것 같던데라고 알고 있었음ㅠㅠ 진실은 저 너머로? 또한 쑨양 로즈란선수한테 맞을뻔..ㅋㅋ 왜 식당에 긴 가운을 입고 간거에요. 조심 좀 하지ㅋㅋ 그리고 아직 은퇴안한다는 금쪽같은 말을 해줬어요ㅠㅠ 다음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도 있다고...대신 공부와 병행하기에 성적은 기대말라고 전 그저 박태환 선수가 출전한다는 사실만으로 기쁘옵니다ㅠㅠ 아무튼 승승장구 덕분에 글 쓰는데 더욱 힘이 생겼답니다^^ 영원해라 쑨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