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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날이 있다.

잊고 지냈던 기억의 파편들이 떠오르며 괜시리 아련해지는.

나에겐, 오늘이 그런 날이였다.

 

반복되는 일상에 하루하루 스트레스만 더욱이 쌓여가는 요즘, 지쳐가는건 이제 익숙해질 무렵,

찬 공기가 팔을 스치고, 가을이 왔구나..싶으면서 두툼한 옷 하나 장만해야겠거니 생각을 하다, 추위를 많이 타시던 어머니 생각에 잠시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하고,

버스 뒷자리 창가쪽에 몸을 기대이고 앉아 가만히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자하니,

두 손을 맞잡고 걷는 연인부터,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 어린 아이와 그런 아이를 사랑스럽다는듯이 쳐다보는 어머니의 모습,

그리고 슈퍼 앞 평상에 앉아 바둑을 두시는 어른들하며,

조금은 오래된 우리 동네의 사진관도,

학교가 끝날 시간인지 여기저기 보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뭐가 그리 신나는지 제 친구들과 하염없이 웃으며 투닥거리기도 하며, 힘껏 뛰기도 하고, 분식집에 들어 그 작은 손에 종이컵 하나씩을 쥐고 나오는 모습들조차 모두 내게는 어쩜 그리 살갑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요즘들어 문득씩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에는, 정말 어린날의 어찌보면 소박한 일상이 피어났다.

 

내가 무척이나 따랐던 외삼촌이 갑작스레 돌아가시곤,

난 그 어린나이에 죽음이라는 단어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면서도 그 여린 마음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차올랐었다.

장례식장에선 모두들 슬퍼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와 코스모스가 보이는 어느 언덕에 섰었던것같다.

아련하게 비춰지는 기억에, 그때 할아버지는 착잡한 표정이셨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시며 어린 나에게 잠자리를 잡아주시며 놀아주셨다.

그 잠자리가 왜 유난히도 뇌리에 박혔는지, 그 기억이 왜 이제서야 아련하게 날 적셔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그 기억에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어린 시절,원체 애정 표현을 잘 못하시는 아버지가 처음으로 머리를 묶어주셨을때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엄마가 자리를 비우신 새에 학원을 가기위해 머리를 묶어달라는 어린 딸에, 당황해 하시면서도 투박하게나마 큰 손으로 조그마한 머리끈으로 요리 조리 머리를 묶어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어찌나 기억에 남던지 말이다.

 

골목길을 거닐며 엄마와 아빠의 두 손을 잡고 웃음을 짓던 그때가 왜인지 모르게 아릿하게 맴돌았다.

 

 

요즘은 각자 제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해맑게 웃으며 걷고있는 어린 아이와, 그 어머니를 보자하면 왜인지 속에서부터 울컥 울음이 올라오는지 말이다.

순수했던 그 때가 그리워서인지, 행복해보이는 그들과 대조되는 나의 모습이 초라해 보여서인지, 순수한 아이였을때와는 달리 이미 너무 사회의 때가 타버린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서인지, 아무생각 없이 거리를 걷다가도 어린 아이와 그의 부모님을 보면 울음이 날 것 같아 입술을 깨물기도 한다.

 

쌀쌀해진 날씨보다 더 매섭게 다가왔던건, 내가 커 갈수록 따라 커져만가는 기대감과, 또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불안함과, 그중에서도 가장 날카로웠던건 다름아닌 사람이였다.

갈수록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보며 다른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의 모습과, 저들 마음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순위를 매기는, 그것때문에 서로 다투고 시기하는...어릴적 내가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 속에 살아가는 것이 이젠 익숙하다고 생각하였으나, 난 아직도 그렇지 못한지도 모른다.

 

 

그렇게 내가 탄 인생이란 버스는 달리고 또 달려, 언젠가는 목적지에, 또 그 종점에 다다를것이다.

그것이 내 의지와 상관이 있던, 없던.

누군가는 편안히 좌석에 앉아 특별한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순탄하게 목적지에 이를 것이고,

또 어느 누군가는 조그마한 손잡이에 의지하며 위태롭게 살아갈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아마 서로가 서로에게 치이며,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를 밀쳐내며, 또 서로를 쏘아보며,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어느 쪽이던 간에 그들이 탄 버스가 갈 종점은 항상 같다.

그들의 인생은 각기 다른 노선을 달리다가도, 결국엔 같은 곳으로 모이게된다.

그제서야 그들은 생각한다.

'이렇게나 갑자기 도착해버릴줄 알았다면, 조금만 더 나를 위해 살걸...'

 

정말 열심히 달려온 몇몇의 사람들을 제외하곤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곤한다.

 

우리는 달려야한다.

이미 달리고 있고, 그 끝을 위해 더욱 가열차게 폐달을 밟는다.

하지만, 때때로 자신을 위해 조금의 시간을 내어 쉬어가는것도 좋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각자의 나름의 꿈이 있고, 아련한 추억의 파편 한가지쯤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아름다운것이다.

그 꿈을 간직할때 우리는 비로소 버스가 아닌 자가용을 타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것을 깨달을 수 있을것이다.

 

오늘도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힘을 내어 보자.

 

 

 

 

 

___

 

어후 노래듣다가 갑자기 쓴거라 제가 무슨 소리를 지껄인건지 모르겠네여...

기대하고 들어오셨을지 모를분들 뎨둉해여...

 

 

 

+)이콩빈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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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머... 순간 몰입해서 봤네요 허허헣ㅎㅎㅎㅎ 작가님 진짜 글 잘쓰시는것 같아요 정말! 아 저 여보에요~ ^_^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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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글이 참 예쁘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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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글이되게예뻐요.. 아련돋으면서 음.. 좋아요허헣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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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순간울컥했어요ㅠㅠㅠㅜ작가님 글 정말 잘쓰세요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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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좋은글보고가요ㅜㅜ감사합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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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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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ever
저야 감사하죠ㅠㅠ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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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슼슼....ㅠㅠ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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