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덕후와 연애해요 01
안녕하세요, 저는 아미 고등학교 2학년 2반 박지민입니다. 우선, 제 설명을 더 깊게 하자면 저는 2반의 자랑스러운 분위기 메이커이자 잘생김을 담당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정말이에요, 레알. 아, 그리고 제가 설명하려 했던 사람은요, 저기 있어요.
"꺄앙아악!!!"
저기 저 괴성을 지르고 있는 여자애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김탄소고요, 네, 제가 좋아합니다. 아직 사귀진 않아요. 역시 이 박지민이가 좋아하는 사람답게 굉장히 예쁩니다. 저기 우렁차게 소리지르는 모습 좀 보세요. 얼마나 씩씩하고 좋습니까. 사람이 저렇게 씩씩해야죠, 암요. 정말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아,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어요. 그 문제가 뭐냐면….
"방!! 탄!! 침침아!!"
아주 엄청난 연예인 덕후라는 겁니다. 연예인 덕후요? 사실,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요. 누군가를 그렇게 열렬히 사랑해준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건데요. 그런 점에서 저는 탄소를 존경합니다. 저도 탄소처럼 노력해서 더욱 더 탄소를 좋아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해요. 물론, 저 방탄이라는 사람들한테 굉장한 질투를 느끼긴 하지만 어차피, 김탄소는 방탄을 모니터로만 보니까요. 근데 말이죠.
"탄소야…."
"와아아!!! 런!! 런!! 런!!"
저 남자들을 볼 때면 제 목소리가 들리지 않나봐요. ㄸㄹㄹ.
-
"와아아아!!!"
시발, 존나 좋아. 아, 심쿵. 교실에서 아미와 핸드폰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숨멎, 날 가져요, 엉엉. 무대가 끝나고 나서 고르지 못한 숨을 힘들게 고르는 중이었다. 아미는 숨을 고르는 것도 잊은 것인지 흰 색의 핸드폰을 눈 앞에 들이밀며, '이러려고 내가 큰 핸드폰을 샀지.'라고 자랑했다. 부러운 년…. 핸드폰 노예기간에 사로잡힌 김탄소노예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숙여 긴 머리가 앞으로 쏠려 내려오자 옆에 앉은 박지민이 내 머리카락을 잡고 커튼처럼 걷어냈다.
"탄소야!!"
"후, 하, 왜."
"다 봤어?"
갑자기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박지민에 놀라 박지민의 어꺠를 뒤로 밀어내었다. 어우, 갑자기 왜 얼굴을 들이밀고 그래. 개놀랐네. 내 손에 의해 어깨가 뒤로 밀려진 박지민은 굴하지 않고 계속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왜 이래. 작년부터 같은 반이었지만 1학년 말부터 행해오는 박지민의 태도는 당황스러웠다. 인생에 남자라고는 방탄소년단밖에 없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우리 침침과 묘하게 닮은 얼굴이라 더 그랬는지 아무튼 당황스러웠다.
"엉."
"그래? 그럼 이제 나랑 얘기할 시간이네?"
"뭐야, 그런게 어딨…."
덕질에는 끝이 없어. 말하려다 여전히 반짝거리는 눈을 한 박지민을 보고 말을 꾹 삼켰다. 얘는 연예인 데뷔 안 하나. 데뷔하면 덕질해줄 생각이 아주 조금 개미 다리만큼은 있는데. 어딘지 모를 묘한 씹덕 포인트랄까. 방탄소년단이라고 검색 중이던 핸드폰 화면을 조용히 끄고, 핸드폰을 책상 서랍으로 밀어넣었다. 안 되겠다, 얘는 연예인 하면. 표정관리를 전혀 못 하는 것인지 바로 밝아지는 박지민의 표정이 보였다. 표정뿐만 아니라 주변까지도 존나 샤랄라 해진 기분이었다. 한 쪽 입꼬리를 들어올려 썩소를 지으며 박지민이 앉은 쪽으로 돌려 앉았다.
"무슨 얘길 할건데?"
"어, 어, 탄소랑 무슨 얘기하지?"
"…."
저런, 나랑 무슨 얘기 할건지도 생각 안 하고 무작정 들이댄 것인지 정작 말을 하자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음, 음.'만 반복 중이었다. 그래, 확실히 씹덕터지긴 해. 요즘 침침이 섹시를 달린다면 박지민은 그런 침침의 귀요미 버전 느낌이다. 근데 이렇게 표현하면 아미한테 작살날 지도 모르는데…. 조용히 생각만 하기로 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지민이 책상 위로 올려놓았던 내 손을 자신의 검지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친다. 슈바, 나 남자랑 안 친해서 이런 거 잘 모르는데. 에이 썅. 과거 남자친구와도 행하지 않았던 것 같…, 몰라, 걘.
"왜 건드려, 자꾸."
"좋아서."
"아, 존나 능글능글한 새끼."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박지민의 저렇게 훅 치고 올라오는 소리는 정말 당황스럽다. 그냥 훅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훅으로 날 강타하는 느낌? 나 귀여워요, 뿌잉뿌잉하게 생겨선 저렇게 내뱉는 말이, 어후. 저 새끼는 보면 볼수록 놀랍네. 존나 능글능글한 새끼라고 욕을 먹고도 뭐가 즐거운지 싱글벙글 웃는 박지민을 보며 왜인지 모를 망개떡이 생각…, 어, 시발.
"탄소 뭐해?"
"오, 야 니 존나 말랑말랑해."
내 생각에 정신이 팔려 박지민의 왼쪽 볼을 내 오른손 검지로 쿡 찔렀다. 헐, 생각보다 더 말랑말랑해. 완전 대박. 볼을 찌르는 것을 한 번에서 멈추지 않고 연속해서 계속 볼을 찌르자 박지민이 왠지 모를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내 오른손을 잡아채고 '뭐해?'라는 말을 던졌다. 이거 겁나 중독성있어.
"완전 대박, 겁나 중독성 있어, 개좋아!!"
"개 좋아?"
'푸흐'하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던 박지민이 내 오른손을 잡아챈 손을 거두어 계속 만질 수 있게 했다. 아니, 세상에 이런 볼이!! 얼굴을 계속 대주던 박지민이 양손을 이용해 내 양 볼을 감싸쥐었다. 헙, 왜, 왜 이래…. 나도 모르게 숨을 내쉬는 것을 잊고, 손을 거두는 것도 잊었다.
"나도 개좋아."
"아이 씨, 왜 이래."
시발, 하마터면 얼굴 빨개질 뻔. 릴렉스, 릴렉스, 김탄소 릴렉스, 방탄소년단을 생각하자, 우리의 침침이를…. 멀리서 핸드폰을 붙잡고 교실이 떠나가라 방탄을 외치는 아미가 보였다. 아미야, 날 데려가줘. 그곳으로, 방탄의 길로 인도해줘!!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자 박지민이 내 얼굴을 자신의 얼굴과 가까이 오도록 끌어당겼다. 이, 이건 뭐 얼굴 사이 간격이 15센치도 안 될 것 같다.
"아, 좀, 박지민!"
"응, 왜, 박지민이 왜."
"아, 아, 치워."
멍청한 나는 내 얼굴을 잡은 박지민의 손을 내 손으로 직접 거둘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열심히 도리질 쳤다. 박지민은 자꾸 앞에서 실실대며 웃는 중이었다. 아오, 저 새끼가 나의 침침만 닮지 않았어도 내가 뺨을 아주 그냥 맛깔나게…. 자꾸만 머리를 흔들자 박지민이 손에 힘을 주어 내가 얼굴을 움직일 수 없게 했다. 어, 어, 그래도 이게 남자라고…. 얼굴을 아무리 움직이려해도 움직여지지 않았다. 얼굴은 당연히 눌려있는 상태였다.
"으, 흐즈므!"
"응, 뭐라고? 잘 안 들리네."
"븍즈믄, 드즌드, 느르."
"뭐? 박지민 잘 생겼다고?"
여전히 얼굴을 감싸쥔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오히려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이야기하는 박지민이었다. 이 자세는 좀…. 박지민의 숨이 느껴지는 거리였다. 박지민은 나를 놀려먹는 재미로 한참을 낄낄 대다가 웃음기가 없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왜, 왜 이래, 진짜! 오늘 커버 제대로 했니? 뜨진 않았…, 아니 시발 내가 이걸 왜 신경쓰고 있는거지? 양손으로 마치 뺨을 때리는 듯한 속도로 박지민의 양볼을 잡아 밀쳐내었다.
"커플 지옥, 솔로 천국이다, 시발럼들."
"으느느끄, 끄즈."
다시 런런런을 외치던 아미가 나와 박지민을 슥 보더니 욕을 내뱉고 갔다. 그런거 아니라니까, 참나. 어금니를 꽉 깨물고 더 나불대면 죽인다는 눈빛을 잔뜩 보여주곤 다시 시선을 돌렸다. 박지민은 다시 방실방실 마치 *^^*의 이모티콘과 비슷한 웃음을 지으며 날 쳐다보는 중이었다.
"꺼우져."
"어디로, 탄소 옆자리로? 이미 여기 있는데?"
지구 핵까지 꺼져,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순진 무구한 표정으로 팔을 책상에 놓고 옆드려 고개만 쓱 들고 날 바라보는 박지민에게 다시 한 번 썩소를 날려줬다. 시발, 변태가 된 기분이야. 고개만 내민 박지민을 내 망태기에 루팡★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아주 잠시했다. 후, 위험했어. 방탄오빠들, 내 마음 속을 잘 지켜주세요, 제발.
"야, 비켜. 애 못 앉잖아."
"응? 난 여기가 좋은데…, 야, 잠깐만 자리 바꾸자."
"니 자리 어디임?"
"저기."
기어코 내 짝에게 자신의 자리를 알려준 박지민은 '이제 여기 앉아 있어야지!'라며 방방댔다. 누가 우리 반 분위기 메이커 아니랄까봐, 지 혼자 방방 뜬다. 에휴, 저런저런. 옆에서 계속 쳐다보는 박지민과 눈을 더이상 마주하면 우리 옵빵★들의 자리가 위험할까 싶어 빠르게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워후!!! 올레!!!
"탄소야, 좋아?"
"어, 좋아."
"그럼, 나도 좋아."
검색창에 방탄소년단을 치던 손가락이 멈춰 '방탄소녀'까지만 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난 모르는 척. 절대 박지민의 말을 듣고 손가락을 멈춘게 아니라 원래 검색을 누르려고 손을 멈췄던 척 태연하게 검색 버튼을 눌렀다.
-암호닉-
ㅈㅈㄱ 미리내 0418 복동 1116 요괴 치즈 정구가 따슙 정꾸기냥 꾸뭉 베기 동상이몽 나비 홈매트
<사담>
반가워요,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이번엔 학원물이에요.
1편은 역시 맛보기로 쬐끔쬐끔 :D
전 항상 글을 의식의 흐름대로 씁니다,
사실 정신줄 놓고 쓰면… (말잇못)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항상 그 느낌대로 안 써지네요.
이럴 때마다 필력 좋으신 작가님들을 더욱더 존경하게 되죠.
아무튼 이번 글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