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야, 좋아?"
"어, 좋아."
"그럼, 나도 좋아."
검색 창에 방탄소년단을 치던 손가락이 멈춰 '방탄소녀'까지만 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난 모르는 척. 절대 박지민의 말을 듣고 손가락을 멈춘 게 아니라 원래 검색을 누르려고 손을 멈췄던 척 태연하게 검색 버튼을 눌렀다.
연예인 덕후와 연애해요 02
"아오, 씨발…."
오늘은 그 날이다. 왜, 있지 않은가.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하지만 정작 일주일씩이나 되는 그 빡침데이. 배가 기분 나쁘게 아리고, 찝찝하고, 좆 같은 그런 날. 누가 지나가다가 실수로라도 툭 건들면 '야이 쌍쌍바야, 몸 간수 잘하고 댕겨, 내가 뒷통수 칠거니까.'라고 말하며 멱살을 잡고 짤짤짤 흔들 것만 같은. 나도 예외는 없었다. 더 했음 더 했지. 한 마디로 지금 시발 모든 상황들이 다 엿 같다는 소리였다.
"탄소야, 방탄…."
"뭐!! 왜!! 나도 좋아!!"
"뮤비 같이 보…."
"인생은 혼자야!! 씨발, 혼자 볼거야, 덕질도 혼자야!!"
다시 런런런을 반복하고 있는 핸드폰을 아미에게서 보여주지 않겠다는 듯 등을 돌리고 뮤직 비디오를 감상했다. 그냥 편히 덕질만 하고 싶다, 왜 이리 사는 게 힘들지…★ 새벽도 아닌데 감수성이 쓸데없이 풍부해진 까닭에 슈가가 정국을 밀치고 정국만 홀로 남아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미친 듯이 슬펐다. 엉엉, 혼자 남겨졌어, 파티하던 멤버들이 사라졌다고, 엉엉엉. 고개를 돌렸어, 고개를!! 속에서는 홍수가 나있었지만 최대한 표정관리를 한 탓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는 정도에서 끝났다.
하, 끝났어.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다시보기 버튼이 뜰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다가 눈물이 맺혀 그렁그렁한 눈을 오른손 손목으로 쓱 닦았다. 이건 뭐, 내 스토커 수준인 박지민이 어느새 옆에서 내 모든 상황(그들의 잘생김에 감탄을 한다든지, 뮤비에 심취해 눈물 짓는 등)을 지켜보다 눈물을 닦아내는 순간을 보자마자 그때처럼 내 양볼을 두 손으로 잡아 끌었다.
"헐, 우리 탄소 울어?"
"아니거든."
"울지마, 울지마."
눈물은 흐르지도 않는데 자꾸만 애를 달래는 듯 '뚝!'을 반복하는 박지민이었다. 이 자식은 저번부터 왜 자꾸 내 얼굴을 만져…. 박지민이 서 있는 상태로 앉아있는 내 머리를 부둥켜 안으면서 내 몸이 아주 잠깐 들썩였다. 그 순간…, 아래가 따뜻…, 썅. 갑자기 밀려오는 깊은 빡침에 아직도 내 머리를 부둥켜 안고 뒷 머리를 쓰다듬는 박지민의 허리를 힘껏 밀어냈다. 갑작스런 나의 공격에 박지민은 뒤로 세게 밀려나 의자에 엉덩방아를 찧듯 착석했다.
"아!"
"아, 그만 좀 해!!"
박지민은 쿵 소리가 나게 의자와 접촉한 허벅지가 아렸는지, 허벅지를 쓸고 있는 중이었고, 나는 그냥 몹시 흥분상태였다. 지금 내가 배가 아픈 것도 짜증나고, 박지민이 자꾸만 머리를 만져대는 바람에 헝클어지는 머리도, 자꾸만 이상한 기분도,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모두 짜증났다. 우렁찬 내 목소리에, 방탄소년단을 덕질할 때 이외의 큰 목소리는 처음 들은 박지민이 놀란 것인지 허벅지 뒤쪽을 쓰다듬는 것도 잊고, 눈을 크게 뜨고 보는 중이었다. 몰라, 다 짜증나. 다 싫어, 미워. 갑자기 넘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고 책상에 손을 올려 얼굴을 박고 찌질하게 질질 짰다.
"어,어? 탄소야, 김탄소, 나 좀 봐봐…."
"싫어, 으허…."
"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안 그럴게, 응?"
사실 니가 잘못한건 쥐뿔도 없는데. 아픈 것도 잊은 채로 안절부절하지 못하고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이리갔다, 저리갔다를 반복하며 내 팔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아니, 지금 니가 잘못해서 우는게 아니라니까? 내가 병신이야…. 내가 병신이라니…, 말도 안 돼. 내 팔을 가볍게 툭툭치는 박지민을 무시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 망했다. 눈 붓겠다. 번쩍 든 정신에 갑자기 고개를 팍 들고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미안해, 탄소야, 안 그럴게, 응?"
"뭘 안 그런다고 그래, 니 때문 아닌데!!"
"아, 아니야? 응, 그럼 우선 눈물부터 닦자, 눈 부어."
자신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 하자 안도의 한숨을 쉰 박지민이 얼굴을 가리고 있는 손을 떼어내고 급하게 손으로 눈물을 닦아냈다. 빠르게도 부은 눈 탓에 시야가 좁았는데 그 좁은 사이로 박지민의 눈이 보였다. 쪽팔려서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닦는 척 고개를 숙였다. '괜찮아?' 울어재낀 탓에 눈물과 함께 볼에 달라 붙어있던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말을 걸었다. 제발, 나 쪽팔리니까 다들 로그아웃 해줄래? 혼자 있고 싶다.
"일어나, 세수하고 오자."
"아, 쪽팔려. 니 소문내면 죽인다."
"뭘, 또 소문을 내. 다 봤는데."
나를 일으켜 세우며 소문내면 죽인다는 내 말에 다 봤다고 확인사살을 시켜주며 낄낄댔다. 아, 명존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헬이었다. 마음 같아선 다리를 최대한 옆으로 벌리고 걷고 싶었다. 내가 우는 장면을 지켜본 것인지 아미가 달려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에에에, 김탄소 운겨?"
"꺼져, 씨발. 다 너 때문이잖아!!"
"헐?"
괜히 아미를 탓하며 황소마냥 날뛰며 손가락질을 해댔다. 황당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헤 벌리고 있는 아미를 지나쳐 옆에서 멀뚱멀뚱 구경하고 있는 박지민의 팔을 끌고 걸었다. 교실 문을 박차고 나가자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모습의 김태형이 보였다. 어느새 실실대며 내 옆에 붙어있는 박지민을 보고 한 번 비웃으며 화장실로 가려했다.
"지랄들을 하네."
"김태형, 나?"
"…."
나지막이 우리 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는 김태형의 말에 발걸음이 멈췄다. 김태형의 친구인 박지민은 태연하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말을 걸었고, 김태형은 그를 무시한 채로 자신의 반으로 걸어갔다. '저 새끼 왜 저래.' 툴툴대는 박지민의 말에 응하지 않고 표정만 찌푸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짜증나 죽겠는데, 시비걸고 지랄이야.
"탄소야?"
"…."
"탄소야-, 빨리 세수하러 가자. 지금도 너 눈 부었어!!"
표정만 찌푸린 채로 가만히 서 있는 날 보더니 박지민이 내 표정을 따라하며 한 손으로 자신의 눈을 눌러 찡긋거렸다. 눈이 붓다니, 퍼뜩 정신을 차리고 어깨에 올린 박지민의 손을 어깨춤으로 털어내고 화장실로 들어가서 거울부터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침에 늦잠을 자는 바람에 연했던 피부화장은 얼룩이 심하지 않았다. 빠르게 휴지에 물을 묻혀 눈을 잠시 닦아내는 정도로만 마무리했다. 근데, 설마, 설마 밖에서 기다리는건 아니겠지?
"나왔당!!"
오마갓. 미쳤나봐. 진짜로 박지민은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나오자 해맑게 웃으며 날 반기는 박지민을 뒤로 쓱 밀어냈다. '미쳤냐? 왜 여기서 기다려.'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박지민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박지민이 나를 교실 방향으로 돌려세워 걸었다.
"왜? 화장실 간 여자친구를 기다리는 남자 기분이었어."
"그게 뭔 소리여."
"응, 종 쳤다고."
네? 종이 쳤다니요? 퐐든? 다시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다음 선생님이 누구…, 호랑이 쌤보다 무섭다는 여우 선생님임을 알아차리자 생명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느꼈다. 박지민에게 한 쪽 입꼬리를 파르르 떨며 올렸다.
"다음 시간 누구게?"
"탄소 선생님?"
"아니, 여우 선생님."
파르르 떨고있는 내 표정과 다름없이 덜덜 떨리는 박지민의 입꼬리와 흔들리는 동공을 보았다. 너도 느꼈구나, 적신호를. '그, 그럼 빨리 가야지.'라며 내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 아나, 빨리 걷지마, 찝찝하다고!! 빠르게 걷는 박지민의 등을 내 주먹으로 툭툭 쳤다. 그러자 박지민이 걸음을 멈추고 왜 그러냐는 듯이 뒤를 돌았다.
"천천히…."
"응? 업고 갈까?"
"응? 저승 갈까?"
내 말에 박지민이 낄낄대더니 다시 느린 속도로 복도를 걸었다. 미안해, 혼나면 내가 선생님께 잘 말씀드려 볼게…. 박지민이 자꾸만 어깨에 손을 두르고 내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었다. 응, 미안해서 평소처럼 털어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정말 미안해서, 단지 미안해서! 느린 듯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반에는 다행이 선생님이 계시지 않았다.
"헐, 겁나 다행이다."
"빨리 앉아, 쌤 오시겠다!"
"야, 박지민!! 쌤 오냐?"
"안 오십니다-"
내 자리까지 데려다준 박지민은 우리 반 시끌이 답게 선생님 오시냐는 말에 방방뛰며 오시지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후, 십년감수했네. 또 슬슬 아파오는 배를 부여잡게 책상에 고개를 쳐박았다. 이대로 세상이 끝났으면…, 간절한 바람과 함께 눈을 감았다. 시끄러웠던 아이들 목소리가 줄어들고 무서운 발자국 소리로 보아 선생님께서 들어오신 모양이었다.
"엎드려 있는 애 누구니?"
"김탄소 아파요, 쌤!!"
아침부터 롤러코스터급의 미친 감정 변화로 그 날이라고 미리 눈치를 깐 듯한 아미가 태연하게 선생님께 소리쳤다. 고맙다, 내 새끼. 아까 뮤직 비디오 같이 못 보게 해서 미안하다. 필기는 좀 이따 아미한테 보여달라고 해야겠다. 그동안 아미가 베껴간 내 필기의 양은 오늘 하루종일 수업의 필기를 보여줘도 모자랄테니, 보여주겠지…. 괜히 머리도 웅웅대는 것 같아 표정을 찡그리고 잠을 청했다.
-
"어,우리 탄소 일어 났어요?"
"헐, 나 쭉 잔거야?"
어떻게 잔 것인지 한 번도 깨지 않고서 잔 모양이었다. 어두워진 교실에는 나와 박지민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의리없는 년! 아미의 빈자리에는 먼지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정말로 당연하게 내 옆자리를 꿰차고 자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지민이 '으아.' 소리를 내며 자신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선 자신의 노트 몇 권을 내밀었다.
"뭐야?"
"너 보여주려고 나 오늘 한 번도 안 졸았어!!"
"헐, 헐, 헐, 필기야?"
"응!!"
박지민이 내미는 노트에서는 황금 빛이 반짝거리는 것만 같았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쳐다보는 박지민의 손을 부여잡았다. 그의 한 손을 내 양손으로 부여잡고 '겁나 감사.'의 의미를 잔뜩 담은 눈빛을 보냈다. 내가 손을 부여잡자 박지민이 잔뜩 당황한 눈빛으로 허둥대는 것이 느껴졌다. 왜 이래, 네가 맨날 하던 건데. 속으로 박장대소를 하며 노트를 폈다.
"집에 가서, 아!! 아니, 지금 하고 가!!"
"엉? 왜?"
"무조건 지금, 당장!"
갑자기 말을 바꾸며 내 필통을 뒤적거려 볼펜을 꺼내 내 손에 쥐어준 박지민이 무언가를 결심한 듯 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니까 왜 갑자기 말을 바꿔? 그의 속셈이 무엇인 지는 몰라도, 어차피 아무런 상관도 없었고, 고마우니까 그의 말을 따르자 싶어 조용히 노트에 옮겨적었다.
"글씨 되게 탄소 같이 쓴다."
"…지금 욕한거야?"
"아닌데? 이쁘다고 한건데?"
흐아, 좀. 그렇게 막 들어오지 말란 말이야. 손에 땀 때문에 볼펜이 미끌거렸다. 에이씽, 진짜. 한참을 끄적거리며 필기를 마치자 어느새 가방을 들고 쫄래쫄래 다시 내 옆자리로 온 박지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지민이 나를 잡아 끌고 교문을 나섰다. 이어폰 없이 하교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뭔가 허전했다. 보통 이어폰을 꽂고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틀어놓고 흥에 겨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그의 뒷모습에선 약간 침침과 같은 모습이 비추어졌다. 그런데 어딘가 불편한 것인지 약간 어기적 거리는게 꼭 허벅지가 아픈 것 같았다. 허벅지? 허벅…, 내가 헐크와 같은 괴력으로 밀쳐 의자와 마찰을 하게된 그 허벅지?
"헐, 야, 박지민."
"엉? 왜."
"니 다리 아파?"
"아, 아닌데?"
수상스럽게 말을 더듬는 박지민의 모습에서 확실히 캐치해낼 수 있었다. 못난 나 때문이라는 것을!! 나 때문에 다친 애를 두고 울고 불고, 짜증을 내고, 노트 필기까지,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나쁜 년이었다. 아, 앙대. 쉬발, 이 자식은 말을 해야지, 왜 사람 미안하게 절뚝거려!!!
"아니기는! 야 괜찮아?"
"멀쩡한데?"
"걷어 차봐도 돼?"
"…미안."
"야, 진짜 미안해. 잘못했어, 나 때문에 그런거지? 어떡하냐!! 어!!"
갑자기 울컥하고 따뜻한 기분에 감정이 격해져 뒷 말은 언성이 높아졌다. 절대 내 의도가 아니었다. 절대 화난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내 말에 박지민은 양 손으로 입을 가리곤 큭큭대고 웃었다. 난 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걸까, 못난 나레기….
"아, 웃지마!!"
"안 웃었어- 얼른 집 가자, 탄소야!!"
버스 정류장의 불빛으로 보인 그의 얼굴은 해맑았다. 애 같아. 볼도 발그레하니 귀여운게. 박지민이 '버스 언제 와….'라며 내 얼굴과 마주한 상태로 양 손을 내 어깨 위로 올리고선 내 머리 위에 자신의 이마를 콩 박았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박지민을 눈을 위로 뜨고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암호닉-
ㅈㅈㄱ 미리내 0418 복동 1116 요괴 치즈 정구가 따슙 정꾸기냥
꾸뭉 베기 동상이몽 나비 홈매트 설탕 침침커밋 침침참참 0523 0221
오아시스 침맘 니나노 미니미니 주네 태태태탯
(암호닉은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바로 신청 해주세요♥)
<사담>
으아아, 나레기!!
저한테 돌 좀 던져주세요, 정신 차리라고….
뭘 결심하면 3시간도 안 가는…, 이런 내가 싫다!!!!
배고픈 시간입니다, 여러분.
미칠듯한 배고픔이에요, 살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침침 럽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