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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feat. 버벌진트) - I



[방탄소년단/정호석]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13 (完) | 인스티즈




눈에서 렌즈가 떨어져 나갈 것처럼 눈부신 조명.

그 조명 아래에서 무대를 반짝반짝하게 닦기 위해 걸레질을 하는 다른 스텝들.

나는 그 스텝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있었다. 내 옆에서는 코디 언니들이 메이크업과 헤어를 매만져주고 있었다.

처음으로 오르는 무대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처음으로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인 무대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언제 왔는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서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정국은 오늘도 김석진 뒤에서 나를 힐끔거리고 있었고 김석진은 나를 향해 잘하라는 의미인지 주먹을 불끈 쥐며 화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박지민과 김태형은 딱 달라붙어서 손을 마주잡고 방방거리고 있었고 그 옆으로는 내 남자친구 그러니까 호석이가 흐뭇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와 내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고 그 역시 푸스스 웃으며 가만히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사녹을 할 시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갔다. 역시 위에서 보니 아래 있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눈에 더 잘 들어왔다.

나는 살며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오늘 무대는 라이브였다. 늘 했던 것처럼 AR을 깐 무대가 아니었다.

눈을 뜨자 저 멀리서 호석이가 나를 향해 웃어보이는 게 보였다. 나는 마이크를 두 손으로 그러쥐었다.


그래. 나는 무명 아이돌. 이제 막 데뷔 무대를 선 신인이고 연애중이었다. 아무도 몰래.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13 (完)


w. 복숭아 향기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심에서 2심에서도 나에게 유리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이었다.

최정연은 연예계에서 거의 퇴출을 당했다. 그 쪽 역시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었지만 들려오는 말에 따르면 무죄 판결이 내려질 일은 거의 없을 것 같았다.

살인 교사죄는 생각보다 무거운 죄였다.


은영이는 런던으로 유학을 갔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말과 함께.

언제 들어올거냐는 내 질문에 은영이는 작게 입꼬리만 말아올릴 뿐 별다른 대답은 해주지 않았다. 비밀이라고만 할 뿐이었지.

그래도 종종 연락을 할 때 받은 사진을 보면 항상 해맑게 웃고있는 사진들이었다. 나름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다음에 내가 런던 가서 만나자고 하던지 해야지. 어째 한 숙소에서 지낼 때보다 더 많은 연락을 주고받는 우리였다. 어쩌면 이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고.

다른 멤버들 역시 뿔뿔이 흩어졌다. 가장 핵심 멤버였던 정연이가 구속되고 나도 회사에 소송을 걸고 나왔으니 팀을 존속시키는 게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로 유명해지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방송에 나가면 전처럼 홀대하는 사람들은 많이 줄어들어있기는 했다. 근데 또 길거리 나가거나 그럴 때 알아보는 사람들은 막상 별로 없단 말이야.

한번에 확 들끓었다가 한번에 확 가라앉는 것.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항상 그랬다.

처음 기사가 났을 때 세상에서 제일 썅년을 대하는 것처럼 최정연에게 악플을 퍼붓던 사람들도 어느새 많이 줄어있었고

나를 향해 응원의 댓글을 달던 사람들 역시 많이 줄어있었다.

그러다 또 최정연에 대해 기사가 나면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악플을 달곤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쁘네, 뭐네 하면서 좋은 말만 달던 사람들이 이렇게 한순간에 변할 줄이야. 알고 있었으면서도 새삼 놀라운 일이었다.


나를 향해 좋은 말을 던지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에게 진실을 요구하네 뭐네 하면서 카페를 만들어서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소송이며 최정연이 저지른 일에 대한 증거들이며 모두 조작이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인터넷을 하다 언뜻 봤던 글이었다. 물론 나는 다시 그 글을 읽어보지 않았다. 아니. 읽어볼 수 없었다.

어쩌겠어.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걸. 예전에 아무도 나를 몰라줄 때에 비하면 그나마 다행인 일이었다.

그런 말도 있잖아.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이라는 말.




"이름아."


"왜."


"나 데이트 하고 싶다. 데이트."


"지금 하고 있잖아."


"이런 거 말고... 한강 가고 영화보고 이런 데이트도 하고싶다."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호석이가 칭얼거렸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기는...

말은 이렇게 해도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비밀연애를 해왔던 호석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데이트는 물론이요 그 흔한 커플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우리였다.

둘 다 SNS를 하는 것도 아니었으니 둘만의 신호를 주고받는 게 무리인 것도 당연했다.

하지만 둘 다 그거에 대해 딱히 불만을 제기하거나 하지 않았다. 무대는 무대. 사생활은 사생활. 직업은 직업. 이것이 우리의 모토였다.




[고마워.]




처음 내가 선물이라고 신발을 사줬을 때 호석이가 한 말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호석이 역시 나에게 선물을 해줬다. 내가 사준 운동화와 같은 브랜드였다. 색깔만 다르게.

막 튀거나 그런 운동화는 아니었다. 컨버스 하이. 그 흔하디 흔한 운동화가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커플템이었다. 이마저도 비슷한 시기에 신고 나간 적은 단한번도 없었다.




[숨막힌다. 숨막혀.]




우리가 연애하는 모습을 본 민윤기는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역시 자기는 아이돌을 하지 않기를 잘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 옆에 있던 김남준은 망충하게 웃으며 민윤기를 끌어안았지.

그냥 안으면 될 걸 왜 무릎에 앉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어쨌든 우리 연애는 이랬다. 막 그렇게 너무 기름지지도 않고 질척하지도 않은 담백한 연애.

하지만 난 오히려 이런 연애가 더 좋았다.

잠시만이라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연습실에서의 이 잠깐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생각보다 꽤나 컸기 때문에.




"내일도 사녹이지?"


"응. 아침부터."


"바쁘겠다."


"너도 컴백했잖아. 똑같이 힘든데 왜 그래."


"그래도. 지난번에 준 보약은 먹고 있어?"


"아니. 너 먹으라고 다시 김석진 줬는데?"


"나 받은 적 없는데?"


"...?"


"...?"




망할 김석진.

이따 문자로 뭐라고 하던지 해야겠다.




-




솔로로 움직이는 것은 그룹으로 움직일 때보다 훨씬 바빴다.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고 옆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없어 널널할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오늘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거울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였다. 염색을 한다고 새벽부터 나를 부를 줄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데이트는 조금만 하고 집에서 잘 걸 그랬어...


옆에서 미용실 스텝분이 어머어머어머를 연발해왔지만 나는 눈을 뜰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눈꺼풀이라더니.

역시나 옛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이따가 메이크업도 해야하는데... 언제 다하지...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부스스 눈을 뜨자 가슴팍으로 내려온 내 머리가 보였다. 머리통이 뜨끈한 것을 보아 염색이 끝나고 드라이기로 말리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검은색. 검은색이었다.


지금까지 갈색으로만 지내왔던 내 머리가 흑발이라니. 나는 멍한 표정으로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해보는 흑발이었다. 거울 속으로 보이는 내 모습이 매우 어색했다. 

고개를 돌려 코디 언니를 바라봤지만 언니는 흐뭇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내 컨셉도 내가 모르다니. 이건 사기야. 나는 한숨을 내쉬며 미용실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따 방송국에서 호석이 보는데... 이상하다고 놀리는 건 아니겠지.

전에는 몰랐지만 호석이는 사람을 놀리는 걸 매우 좋아하는 성격이었다.

옆에 김석진이나 김태형 같은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나를 에워싸고 놀리는 건 아주 일상 다반사였다.

사귀기 전에는 안그랬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도저히 언제부터 이렇게 된건지 감도 오지 않았다.




"이름아. 메이크업."


"네."




나는 다시 자세를 고쳐앉았다. 이제 화장이었다.

늘 하는 화장이지만 역시나... 할 때마다 고역인건 마찬가지였다. 화장품 냄새는 언제 맡아도 너무 진했다.


지이잉. 톡톡톡. 핸드폰이 마구 울려댔다.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역시나 카톡이 잔뜩 와있었다. 대충 카톡이 왔다는 것만 확인하고 다시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었다.

지금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뭐야. 지금 핸드폰 숨기는 거야?"


"에이... 아니에요."


"하긴... 요즘 너 엄청 바쁘잖아. 연애할 시간이 있으면 그게 용한 거지."


"모르는 소리. 요즘 애들은 바빠도 할 거 다 해요. 그치. 이름아?"


"그런가봐요. 전 잘 모르겠는데..."


"모르겠다잖아. 애 그만 잡아."





이런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호석이 카톡을 확인할 수 있겠어. 하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염색을 했지만 트리트먼트를 진짜 쏟아부었는지 머릿결은 나쁘지 않았다.

호석이도 머릿결 좋은데... 다음에 에센스 뭐 쓰는지 물어봐야지.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빨리 방송국 가고싶다. 만날 놀려대기만 하는 남자친구지만 보고싶은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너가 여기는 웬일이냐."


"작곡가가 가수 보러 오는게 죄냐?"


"어제는 코빼기도 안보이던 새끼가 오니까 그러지. 씹새야."


"존나 방송국에서도 못하는 말이 없어요. 썅년이."




너나 잘하세요. 너나.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쇼파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를 막 헝클어뜨리고 싶은데 그랬다간... 코디언니한테 죽을 수도 있으니 생략.

민윤기 역시 뭔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꿍얼거리며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탈색을 해서 그런지 부스스해보이는 민윤기의 머리카락이 잠시 살랑거렸다. 얘는 머릿결 관리도 안하나... 김남준이 챙겨준다고 들었는데.




"야."


"왜."


"그... 준이 삐졌어."


"어?"


"삐졌다고. 어제."


"근데."


"아. 좀 어떻게 푸는 지 알려줘."


"내가 왜?"


"아씹... 좀 곱게 알려달라고."




김남준이 삐지다니. 이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쿠션을 끌어안고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민윤기 역시 지금 이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제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아니... 그니까...



...



"병신."


"뒤질래."


"잊을게 따로있지. 어떻게 1000일을 잊냐?"


"내가 알았냐? 어? 알았어?"


"모르니까 병신인거지."


"너한테 물어본 내가 병신이지."


"너 지난번에 500일도 까먹었었다며."


"그건 어떻게 아냐."


"누구겠어?"




아오... 씨발... 석진이 형...


민윤기는 욕설을 내뱉으며 쇼파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여기 방송국이다. 인나라. 내가 말을 했지만 들어 처먹지를 않았다.

김남준이 버틴게 용하네.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있으면 사녹하러 갈 시간이었다.




"어디가."


"사녹하러."


"같이가."


"그러던가."


"아씨. 근데 진짜 어떡하지?"


"근데 어제 1000일이어서 안온 거 아니었어?"


"올라 그랬는데 준이가 하도 지랄해서 못온거야."


"병신... 기념일 즐길거면 즐기던가. 그게 뭐냐?"


"퍽이나..."


"뭐."


"너 진짜 몰라?"


"내가 뭘 몰라."




석진이 형이 그러던데. 너희 내일인가 내일 모렌가 100일이라고.


씨발 망했다.




-




[가만보면 너 윤기 형이랑 좀 비슷하다니까.]


그 때는 존나 욕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존나 호석이한테 성지순례라도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슷하기는 개뿔이... 비슷하잖아... 나도 기념일 잊었으니 딱히 할 말은 아니다만... 에휴... 망했다.

다행히 무대는 잘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그래. 난 프로니까. 문제는 오늘도 무대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는 호석이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찔려오는 이 가슴떼기였다.

겁나게 찔리네... 100일... 100일이라... 어떻게 보내야 하지.


핸드폰으로 대충 날짜를 검색해보니 내일이 바로 100일이었다.

물론 내가 원래 막 이렇게 응? 기념일을 챙기거나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럼. 절대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누구를 사귀거나 해본 적도 없는 나였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내가 기념일을 챙겨야지 이렇게 생각했던 건 더더욱 아니고.

뭘 해줘야 할까. 이래뵈도 첫 기념일인데 뭔가 해주기는 해야하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커플템은 이미 바이바이고. 옷같은 거는... 지난번 숙소 갔을 때 보니까 이미 차고 넘치는 거 같고...

먹는 거 주면 김석진이 다 먹을게 분명하고. 게임기 사주면 김태형이랑 박지민 그리고 전정국이 다 하겠지.

딱히 만났을 때도 이런 거 갖고 싶다 저런 거 갖고 싶다 말을 하는 애가 아니었기에 더더욱 고민스러웠다. 이왕 해주는 거 좋은 거 주고 싶은데...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일단 무작정 나왔다. 벌써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어떡해. 뭘 사기는 해야할 거 아니야. 그것도 오늘 안에.


숙소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시내가 홍대였다. 주말이라 사람들이 좀 많기는 하겠지만 괜찮겠지.

설마 알아보고 그러는 사람은 없을거야. 마침 머리색도 검은색이잖아. 나는 쓰고 있던 후드를 더욱 꾹 눌러쓰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뭐 사는게 좋을까... 요즘 피곤하다고 했었나. 스케줄이 많고 잠을 잘 시간은 없는데 막상 잠은 잘 안온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향초 괜찮겠지. 근데 향초 파는 곳이 어디더라.



"저..."


"네?"


"혹시 이 쪽에 막 향초 같은 거 파는 곳이..."


"아. 저 위로 올라가면 있는데..."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저기 근데..."


"네?"


"혹시 성이름.. 아니세요?"


"네?"


"어머. 맞나봐!"




씨발.. 씨발?

지금 이 상황은 뭐지?

갑작스런 여자의 목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도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은... 그니까...

무슨 생각도 대처도 하기 전에 사람들이 나를 확 에워쌌다. 나는 멍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나 지금 메이크업도 다 지웠고 옷도 완전 츄리닝만 입었는데?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을 번쩍이며 핸드폰을 꺼내들어 나를 찍어대고 있었다.


성이름이래. 나 연예인 진짜 처음봐. 웬일이야. 오늘 계탄거야?

실제로 보니까 카메라 존나 부시고싶다. 성이름. 이름. 이름언니! 이름아!


주변에서 숙덕거리는 소리 때문에도 정신이 없었다.

나.. 나 빨리 향초 사러 가야하는데...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두리번거렸지만 앞으로 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어떡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포니 마구 울려댔다. 누구야...

호석이었다. 헐. 젠장. 나 지금 이거 나름 깜짝 선물한다고 말도 안하고 나왔는데...



'이름아. 홍대에서 혼자 뭐해.'



엄마야... 소름이야...

나는 핸드폰을 꼭 쥐고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호석이 안보이는데? 어떻게 알았지?



'트위터 떴어. 몸 조심해. 다칠라.'



엄마. 나 이제 함부로 밖에 나가지도 못하나봐. 어디 가면 내가 트위터도 뜨고 그런다네.

젠장... 그래도 결국 항초는 사서 집으로 돌아온 나였다. 내가 다시는 혼자 이렇게 나가나 봐라. 

언제 깨질지 모르는 다짐을 하고 또 하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대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



역시나 만나는 곳은 연습실이었다.

내일 나도 스케줄이 있고 호석이도 해외에 가니까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이런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막 연습이 끝난건지 호석이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물을 마시고 있었다.




"왔어?"


"응."


"오늘 홍대는 왜 간거야. 사람도 많은데."




그러게... 나도 사람들이 나 알아볼지 몰랐어.

나는 그저 푸스스 웃으며 들고 온 쇼핑백을 조심스레 내 뒤로 숨겼다. 나름... 나름 서프라이즈였다.




"그냥... 뭐 사러 갈 것도 있어서..."


"향초?"




맞다. 이 새끼 박수였지.

돗자리 언제 깔거야? 호석아?




"..."


"너 향초 사는 거 다 찍혔어. 바보."


"젠장."


"왜 산 거야? 너 머리 아픈 거 싫다며."




다행히 왜 샀는지는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배시시 웃으며 쇼핑백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호석이는 잠시 쇼핑백을 바라보다 이내 별로 신경 쓸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늘 정돈된 모습을 볼 때가 많았는데... 연습 끝마친 호석이 모습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호석이는 내 옆에 앉아 내 어깨 위에 자기 이마를 기대며 부비적거렸다.

땀냄새 나. 내가 슬쩍 밀어냈지만 오히려 내 허리를 팔로 감아 끌어안아왔다.

나는 고개를 돌려 손부채질을 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스킨십이 많을까... 평소에도 많기는 했지만 땀 흘리고 이렇게 붙은 적은 없는데.




"이름아."


"응."


"나 내일 일본가."


"알아."


"가기 싫다."


"콘서트 있다며."


"콘서트는 하고싶은데 일본은 가기 싫다."


"그런게 어디있어."


"다음에 일본 같이 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오자."


"넌 살이나 좀 쪄."




호석이는 푸스스 웃으며 나를 더욱 꼭 끌어안았다. 나는 호석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역시 결좋다. 에센스 뭐 쓰냐고 물어볼까.

연습실 안은 조용했다. 나도 호석이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가끔씩 우리 둘이 숨을 쉬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올 뿐이었다. 나는 다른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열 두시다.




"호석아."


"응?"


"이거."




이게 뭐야?

호석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쇼핑백을 받아들었다. 뭐긴 뭐야. 향초지.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했는지 호석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쇼핑백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런 선물 준 거는 처음인데...

나는 쓰고 있던 후드를 더욱 푹푹 눌러썼다. 홍대에서 눌러 썼던 것보다 더더더.




"100일 선물."


"기억하고 있었네."


"..."


"나 내일 일본가서 선물 사려고 했는데."


"병신아. 오늘이거든."


"그니까. 오늘."


"..."


"이거 사러 홍대 갔다왔구나. 고마워."




호석이는 쇼핑백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후드 끈을 꾹 잡아당겼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게 거울을 보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로 후끈후끈 거렸다. 호석이는 배시시 웃으며 나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얼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럼 선물 미리 줘야겠다."


"뭐래..."


"모자 그렇게 쓰지마. 머리 까만 거 예뻐."




쓰고 있던 후드가 벗겨졌다. 모자 안에 있던 머리카락이 부스스 드러나자 호석이는 한 손으로 내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 내 입술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춰왔다. 나는 눈을 서서히 감았다.

그 때와 같은 입맞춤이었다. 너무 깊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가볍지도 않은 입맞춤.

나는 호석이의 옷깃을 살짝 그러쥐었다. 이렇게 하는 연애도... 뭐...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누구 눈에 띄지 않게 조심조심 움직여야 하지만 그 안에서의 두근거림과 설렘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간질간질한 그런 것이니까.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完



-



[방탄소년단/정호석] 무명 아이돌도 연애한다 13 (完)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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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이 났네요. 지금까지 저와 같이 달려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12화에서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은 받지 않을 예정이에요. 

혹시나 전에 제 시간대에 맞춰서 신청을 했는데 명단에 없으신 분들은 다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12화까지 올린 후에 그 전 화들 그러니까 1화부터 11화 의 댓글에 암호닉 달아주신 분들도 받지 않을 예정이에요.

정확히 말하면 오늘 그러니까 1월 10일 낮 12시 이전에 신청하신 분들만 제가 암호닉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암호닉은 빠른 시일내에 다시 정리해서 공지사항에 올려드릴게요. 아직은 좀 헷갈리네요ㅠㅠ


12화에서 말했던 스포는 태연님이었습니다.

Q&A에서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시는 분들 계실까요? 어떤 노래를 듣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이번 편 브금이 바로 그 노래입니다. 태연의 I 죠.

이 노래는 여주의 데뷔 솔로곡이기도 합니다. 원래 주인은 태연님이지만... 제 글에서는 여주가 꼭 부르게 하고 싶었어요.ㅎㅎ



다시 한 번 지금까지 저와 함께 달려와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또또 독방에 제 글 추천해주신 탄소님들 사랑합니다. 어느날 갑자기 쪽지가 엄청 와있어서 놀랐어요.ㅎㅎㅎ


그럼 다음 작품에서 만나요!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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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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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02
ㅠㅠㅠㅠㅠㅠㅠ아 결말 너무너무너무 젛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203
첫화와 마지막화가 비슷한 구성이지만 완전 다른 내용이네요! 이런거 너무 죠아,,,,ㅠㅠㅠㅠ 글 정말 재밌게 읽었구요 정주행 하느라 어제 밤도 새서 오늘 되게 늦게 일어났어요ㅋㅋㅋㅋ 여주가 이제 홍대에서 사진도 찍히고 어디있는지 트위터에도 올라오는걸 보면 무명이 아닌거겠죠? 여주랑 호석이랑 잘 이어져서 다행이고 하 마지막에 키스로 끝나는것도 너무 좋네요ㅠㅠㅠㅠ작가님 정말 수고하셨고 이런 좋은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제가 늦지않게 와서 암호닉도 달고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9년 전
대표 사진
독자204
감사합니다
7년 전
대표 사진
독자205
아이고 호서가 여주야 ㅜ ♡♡♡ ㅠㅠㅠㅠㅠㅜ
4년 전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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