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놀이 04 "..........." 정적이 흘렀다. 누가 만들었는 지도 모를 정적이 창고같은 화방을 감싸고 있었다. 어색함은 둘째치고 나를 노려보고 있을 그 눈빛때문에 뒤통수가 여간 따가운것이 아니었다. "아....네?" 또 한참을 눈을 마주보고 있었디. 나를 노려보는 눈빛이 얄쌍하고 뾰족했다. 한편으로는 좀 야위었다. 꼭 어제 만난 관장님의 눈빛이 그러하듯이. "크.....큭....하하하" 웃어버렸다. 관장님께서는 어떤 사물이나 인물에 대해 그림을 그릴 때 그 대상을 그리기 전에 전체적인 느낌,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한참동안 말없이 쳐다본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것이 나중엔 습관이 되어 처음 만난 사람들을 대할 때도 말없이 쳐다본다는 것이다. 지긋이.. 관장님께서 처음에 나를 쳐다보던 그 눈빛을 이상황에서 다시 느꼈다면, 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참나" 어이없고 불쾌하다는 듯이 웃는다.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당당해지기로 했다. 나와 그 사이에서 오가는 묘한 기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당당하게 나가면, 적어도 당황은 하겠지. "그래요 죄송해요. 허락없이 들어와서. 그리고 돈.. 찾아줘서 고마워요. 뭐 찾은 돈으로 밥이라도 한끼 사줄게요. 오늘 학교 마치고 시간 됩니까?" "됐어." "된다구요?" "됐어. 안먹는다구. 이제 좀 나가" "....네~ 아~주 죄송합니다. 어제 학교 처음 온 나그네가 그만 실례를 끼치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ㅜㅜ 저희 반 애들한테 여기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할게요. 약도라도 그려야겠네." 내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이제 끝난 인연이란 소린가? 뭐 내 호의를 한 번 거절했으면 나도 땡이다. 원래 돈쓰기도 아까웠어. 한방 먹이려다 한방 맞은 표정을 한 채 슬슬슬 화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잊어버리기로 했다. 이름도 모르는 성격 더러운 인간을. * 서울 강남구 리온 미술관 지하 1층.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오케스트라가 내귀로 들어와 기분좋은 평안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내 앞에는 내 눈을 한참동안이나 쳐다보던 한 아저씨가 사진을 찍더니 연필로 밑그림을 슥슥 그린다. "이제 그리시는 거예요?" "네 그립니다~ 가만히 앉아 계셔야 해요." "그런데 아까 왜 저 빤히 쳐다보셨어요? 바로 그림 안그리시고?" 내 질문에 싱긋 웃으시더니 다시 나를 쳐다보신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신다. "저랑 눈싸움 하신 거예요?" "하하 눈싸움이라...눈싸움과는 거리가 멀어요." "그럼요?" "그러게요. 어떻게 설명해줘야 하나...." 그리던 연필을 살며시 내려놓으시고는 생각하는 표정을 짓는다. "일종의 기씨움이죠." "기싸움...?" "어떤 대상을 가지고 최대한 비슷하게 그림을 그린다고 다 초상화가 되고 정물화가 되고 풍경화가 되고....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거기에서 풍겨져 나오는 분위기. 거기로 부터 나오는 감성. 내가 생각하는 전체적인 구도와 느낌. 그런것들을 파악하려면 잠시 감상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아....그렇네요." "그것이 사진과 그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와 정말 그런거 같아요. 그리고 멋있으세요!!" "하하...아가씨 아버님도 참 멋있으신 분이시죠. 생명의 은인 아니겠습니까~하하" "에이! 관장님은 실력파시니까 저희 아버지 없었어도 언젠가는 이런 큰 미술관을 차리셨을거예요." "밝아서 보기 좋네요. 노란색이 좋겠어요." "예쁘게 그려주세요~" 화기애애하면서도 조용한 분위기는 나에게 참으로 깨끗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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