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 할 수 있을까?
“ 맨날 그렇게 싸우는거 존나 지겹지도 않냐 ”
“ 닥쳐, 니가 뭘알아 ”
단 한번 만 이라도 최민호랑 다른 학교 해보고 싶다. 속으로 수천번이고 하늘에 기도했던 내용이다. 등교도 같이 하는 마당에, 반 까지 같다니. 심지어 자리도 가까워. 아침부터 최민호와 입씨름을 하는 바람에, 벌써 피곤해진게 짜증나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런 내 행동에 살짝 움찔하던 최민호가, 내 눈치를 살살 보는가 싶더니만, 눈치는 커녕, 주변 자리 친구들과 똥꼬발랄하게 1교시 수업을 준비하느라 바쁜 것 처럼 보였다. …우리 민호, 어쩜 저렇게 걱정 없이 밝을까. 발랄한걸로도 모잘라서, 뒤를 쳐다 보더니, 나를 향해 윙크를 선사하시는 최민호 때문에, 깊은 한숨이 푹 하고 나왔다. 그런 우리둘을 번갈아 쳐다보던 이태민이, 이내 즐겁다는 듯이 뒤로 넘어갈 정도로 크게 웃었다.
“ 아니, 아침에 일어났는데 거실에 최민호가 있었다니까? 화가 나 안나 ”
“ 솔직히 그건 최민호 잘못이다 ”
“ 야 이태민 다 들려, 조용히 하셈 ”
“ 최민호 저 새끼, 귀 밝은 것 봐 ”
마냥 즐겁게 주변 아이들과 수다를 떠는 줄 알았더니만, 언제부터 엿듣고 있었던 건지, 기가막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알아차리 곤 뒤돌아 무섭게 째려보는 최민호 덕분에 허-, 하고 웃음이 나왔다. 너네 둘을 보고있으면 너무 재밌다면서, 이젠 아에 배꼽까지 잡아가며 웃어대는 이태민이 존나 얄미운 나머지, 주먹으로 어깨를 내리쳤다. 꽤나 아프게 때렸는데…, 그럼에도 계속 웃는 이태민 너 또한…굉장한 또라이.
“ …뭐야 ”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태민을 한심하게 바라보고만 있으니, 수업준비를 하다말고, 갑자기 뒤돌아, 익숙하지 않은 낮은 목소리로 나와 이태민을 바라보는 최민호 때문에, 나는 뭐냐는 눈빛으로 대답해주었다.
“ 너네 둘! 언제 그렇게 친해졌어! ”
“ …존나 싫다 진짜, 니 눈에는 이게 친해 보이냐? ”
의심스럽다는 눈빛으로 계속해서 쏘아대는 최민호와,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즐거운건지 계속 실실 쳐 웃기만 하는 이태민, 둘다…강제 로그아웃 시키고 싶었다.
“ 이빙산 배신이야…. ”
“ 쓸데없이 아련해지지마 제발 ”
“ 내가 아까 아침에 장조림 먹어서 그래? ”
“ …시발 ”
“ 야, 최민호가 장조림 먹을 수도 있지 ”
“ 너도 닥쳐봐 ”
문뜩 고개를 돌려 창문을 보니까…, 자퇴하기 정말 좋은 날씨인데?
*
“ 아 미친… ”
식은땀 나는 것 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콕콕 수셔오는 배를 움켜쥐며, 가까스로 수업을 듣고있는 중이였다. 시험기간인데다가, 한번 수업을 듣지 못하면 따라가기가 힘든 수학시간이라, 일단 수업은 듣고 쉬는시간에 보건실을 가든지 하자, 라는 마음으로 온 힘을 다해 배에서부터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려 하는데…그게, 그니까 존나 힘들다. 아까부터 끙끙거리던 날 발견한 수정이가, 스리슬쩍 눈치를 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이빙산.
“ 너 또 배탈난거 아니야? ”
“ …그니까, 체한 것같기도 하고 ”
“ 야, 미친. 너 지금 몰골이 말이 아니야 ”
어머어머 땀흘리는 것봐. 내 쪽으로 가까이 온 수정이가, 정말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좁히며, 내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었다. 사실 요즘들어, 대학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건지, 가끔씩 배가 살살 아파오곤 하였다. 시발, 그렇게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아프냐고 왜! 좋지 않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수정이가, 이내 안되겠다며 손을 쭉 뻗고는, 칠판에 열심히 공식을 적어내려 가시던 선생님을 크게 불렀다. 선생님!
“ 선생님, 빙산이가 지금 좀 아픈것 같아서 그런데 보건실 가도 될까요? ”
“ 어머 그러네…얼굴이 많이 안좋은ㄷ ”
“ 야 이빙산 너 아파?! ”
많이 아파보인다는 선생님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 버린 큰 음성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최민호였다. 엎드리고 있길래 자고 있는 줄 알았더니만…. 수업시간 내내 들지 않던 고개를 갑자기 쳐 들고는, 내 쪽을 바라보며 잔뜩 미간을 좁히는 최민호때문에 나는 더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민호야. 가만히 있어.
“ 야 별거 아니ㅇ… ”
“ 뭐가 별게 아니야, 미친 땀 흘리는 것 봐 ”
“ 야 아니라고, 빨리 니 자리ㄱ… ”
별거 아니니까 괜찮다는 내말도 통째로 먹어버린채, 기어코 내 자리로까지 온 최민호를 보며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말, 누가 보면 쓰러진 줄 알겠네…. 조금있으면 울겠어. 어, 울겠어.
“ 막 죽을 것같아? 어?! ”
“ 아니, 많이 아픈거 아니니까 좀 가라고… ”
“ 죽으면 안돼! ”
“ …시발 ”
정말 내가 진심으로 걱정되는구나 민호야…? 그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뜨며 내 어깨를 잡고는, 죽지 말라고 말하는 최민호를 나는 계속 어르고 달래기에 바빴다. 아니 이정도는 아니니까 제발 그만 하라고…! 어색하게 웃으며 선생님께, 보건실에 잠시 갔다오겠다고 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이때까지 가만히 있던 이태민이 갑자기, 어울리지않게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최민호랑 같이 가라고 말하는 것이였다. …적응안된다 태민아. 평소처럼해 임마.
“ 그래 같이 가 ”
“ 야, 내가 애야? 누가 보면 쓰러진 줄 알겠네 ”
“ 너 가다가 쓰러지면 어떡해! 어!? ”
참 착한 친구에요 이친구. 최민호의 표정을 보아하니, 이 상태로는 절대로 나를 혼자 보내려고는 하지 않을 것같아, 결국 체념을 하곤 최민호와 함께 보건실을 가기로 하였다. 시발. 배탈 한번 난거 가지고, 이렇게 요란스럽다니. 대단하다 이빙산. 나 때문에 혹시라도 수업방해를 받았을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는 슬금슬금 나가려 하는데, 앞장서서 걸어가던 최민호가 갑자기 뒷문을 열다 말곤 비장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보며 말했다.
“ 선생님 ”
“ 빙산이는 제가 책임집니다! ”
쓸데없이 진지해지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