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티는 글씨가 작습니다. 모티로 보시는 걸 추천해드려요. ※
제목 미정 맛보기 02
w. 달비
우리가 항상 모이던, 그러니까 우리의 아지트라 불리던 반 지하에 들어섰을 땐, 나와 태형을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모든 감정을 비워낸 표정들이 내게로 꽂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정확하게 한 달 반 만이었다. 우리가 재회하게 된 건. 눈에 띄게 달라질 건더기도 없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익숙했을 얼굴들이 마냥 그렇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이 만남이 달갑지 않다는 거겠지.
반쯤 걸터앉은 창문 너머로는 모난 햇빛이 따가울 정도로 쏟아져 내리고, 유난히 밝아진 공기 중엔 그간 숨지 못한 먼지들이 분주하게 떠다녔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아무 말도 없었다. 소파 가운데 앉은 석진은 시선을 제 발치로 내리꽂은 채 아무런 미동이 없었고, 햇빛이 미처 들지 못한 창가 구석에 자리한 윤기는 애꿎은 바닥 모서리만 괴롭히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정적이 지나갔을까, 제일 먼저 입을 뗀 건 남준이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가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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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완전 절벽 끝으로 밀어 넣는구나.
윤기가 거칠게 헛발질을 하며 내뱉었다. 내가 생각해도 이번 프로젝트는 조금 버거워 보였다. 사실은 조금 많이. 다른 팀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고 윤기의 입에선 잔뜩 성난 단어들만 계속해서 쏟아졌다.
프로젝트 221, 그들이 내려준 지령은 간단했다. …지령만, 간단했다.
이 세계에서 유명하다고 할만한, 그러니까 아주 굵은 뿌리는 실제로 몇 가닥 되지 않는다. 잔뿌리들이 많을 뿐이지. 우리 조직이 그 굵은 뿌리 중 하나고, 이번에 우리가 쳐야 할 조직이 또 다른 하나. 아주 오래 전, 우리 조직을 떠나 프랑스로 건너가 새로운 조직을 만든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10년 전쯤, 다시 한국으로 들어와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건지, 그나마 다행인 건 인원이 많지 않다는 것. 그것뿐이려나. 나 참, 마지막 프로젝트라더니 그냥 내 인생을 마감하게 생겼네. 염병. 죽어야만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건가보지.
“정확히 일주일 뒤에 프로젝트 시작이야.”
“…….”
“장기 프로젝트니까 다들 일상 정리하고 와. 나도 휴학계 냈어.”
“뭐?”
“남준이랑 지민이, 학교 정리하고. 나머진…. 알아서들 해.”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정적 속에서 그림자는 조금씩 기우는 듯 했고, 갈피를 잡지 못하던 태형의 시선이 마침내 내게로 꽂혔을 땐, 그가 아무 말 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태형의 이마로 쏟아지는 햇빛은 모두 부서져 내려 눈가로 쌓이고, 조각들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모습이 투명한 물기를 띄는 것만 같아 나는 아무런 말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무게 실린 눈빛으로 그에게 괜찮다며 다독여줄 뿐이었다.
미약하게나마 섞여 들어가는 여러 개의 숨소리 사이로 어딘가 거친, 서걱거리는 연필 소리가 들렸다. 남준은 언제 어디서나 작은 수첩과 연필을 들고 다녔다. 그리고 시상이 떠오를 때마다, 수첩 한 구석을 메워갔다. 그의 취미이자, 어쩌면 조금 기이한 특기였다. 기이한, 보통 남준의 포지션은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잔뜩 고인 혈흔으로 그때 떠오른 시상에서 한 구절을 뽑아, 아무렇게나 적어가며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이제야 좀 아름답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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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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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가 윤기가 벌떡 일어서며 일주일 남았다고 했지? 나 곡 작업할 거 남았으니까 간다. 연락해. 하고선 바지 주머니에 대충 손을 구겨 넣더니만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나가려고 했다. 근데 나가지 못했던 건,
“이 새낀 뭐야.”
웬 교복 입은 남자애가 문 앞을 떡 버티고 있었으니까.
“저…, 여기로 가면 된다고…. 무슨 프로젝트….”
“형, 얘 뭐야? 이 새끼가 어떻게 프로젝트를 알고 있어?”
“아, 인사해. 이번 프로젝트 함께 할 새로운 동료야.”
“아…, 안녕하세요. 전정국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여덟 명이 된 우리가 완벽하게 모임으로써,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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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비 |
안녕하세요. 달비입니다! 신알신 울렸는데 학회장 윤기 12-2편이 아니라 많이 실망하셨죠? (무릎꿇) 12-2편은 이번 주 안으로 업로드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그전에, 그냥 새벽에 갑자기 이 맛보기가 쓰고 싶어서 끄적끄적 하다가 방금 뒷부분 더 쓰고 수정해서 올려봐요. 앞으로 맛보기는 몇 개 더 올라오다가 말 것 같아요. 맛보기 짜집기 하고 수정해서 올릴 게 프롤~1편일 것 같거든요. 하하. 참고로 맛보기들은 학회장 윤기가 끝난 후, 이 작품을 연재가 시작될 때 모두 삭제됩니다! :) 오늘은 짧게 쓰고 사라질게요! 너무 피곤해서 일찍 누우려구요. 주륵. 그럼 조만간 학회장 윤기 12-2편 들고오도록 할게요! 항상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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