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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전정국] 붉은 여왕 효과 02 | 인스티즈




lucia - 달과 6펜스



그 날 이후로 내 감정이 너에 대한 분노인지 아니면 관심인지 전혀 구분이 되지않았다. 평소라면 먹지도 않았을 급식을 받고있는 나를 보고있으면 괜히 헛웃음이 튀어나와 그곳을 바로 빠져나오기 일수였다. 너는 나를 알고있는지 나와 가끔 눈이 마주칠 때면 큰 동작 하나 보이지않고 간단한 눈인사만 건네며 내 옆을 지나쳤다.

아쉽다.

너의 눈빛을 보고 난 후 나의 감정이었다. 복도를 지나갈 때만 너를 본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아쉬웠기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책을 들고 복도를 거닐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책을 들고 벤치에 앉아 너를 쳐다보았고 점심시간에는 너가 식탁을 들고 나가기를 기다리다 너의 뒤를 따라 한 숟가락도 뜨지못한 급식을 버리기 일수였다.




"정국아."




여전히 그래왔던 것처럼 벤치에서 책을 읽어내려가던 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 서서 부끄러운 듯 두 볼을 붉히며 음료를 건네는 한 여자아이를 보며 느릿하게 책을 덮었고 그의 행동을 살폈다. 그는 한참동안 그 여자아이가 건넨 음료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던 그는 미안이라는 말과 함께 그 여자아이를 지나쳤다. 그의 냉정한 반응에 나는 아주 약간 기뻤던 것 같다.

그 다음 날 나는 생전 가보지도 않은 매점에 홀로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무엇을 사야할까. 오랜만에 하는 행복한 고민이었다. 음료 냉장고 유리에 살짝 비춰진 내 모습은 꽤 설레보였고 그런 낯선 모습에 표정을 굳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 이온음료 하나를 꺼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그 날은 유일하게 내 손에 책이 아닌 음료수가 들려있던 날이었다. 그의 운동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나는 재빨리 그의 앞에 서 조심스럽게 이온음료를 건네었다. 역시나 그는 내 손에 들린 음료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제 그 아이를 바라볼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 음료수를 거절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의 표정을 읽은 나는 급히 그의 말을 가로챘다.




"저번에 도와준거 고맙다고 주는거야. 오해하지마."
"아…."




내 말을 들은 그는 짧은 탄식을 내뱉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에서 이온음료를 가져갔다. 그리고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병뚜껑을 열었다. 그가 내 음료수를 받았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를 흘리던 나는 언제 웃었냐는 듯 표정을 굳히고선 그를 올려다봤다. 운동 후에 그는 목이 말랐었는지 꽤 많은 양의 음료를 마셨다. 음료를 마시던 그는 나를 슬쩍 내려다보고 음료수의 뚜껑을 닫았다. 어딘가에 시선이 꼿혀있던 그는 입을 열었다.




"손톱 많이 길렀네?"




그의 말에 손을 살짝 들어올려 내 손을 쳐다봤다. 성한 적이 없었던 손톱이었는데 지금 내 손톱은 꽤 길어서 흰 색의 반달을 보이고 있었다. 동생이 생긴 이후로 항상 말썽이었던 손톱은 아직 울퉁불퉁하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음료수 고마워. 그는 이 말을 끝으로 계단을 올라갔다. 그가 떠났음에도 나는 내 손톱에서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나는 그를 만난 이후로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았음을 깨닫고 있었다.







붉은 여왕 효과






그의 말에 천천히 자리에 일어난 나는 그를 따라 집을 나와 그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어락을 열던 그는 살짝 뒤를 돌아 나를 쳐다보고선 활짝 문을 열고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에 들어서자 보이는 김태형은 어느새 자기 집인 듯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고 나를 발견한 정국이의 어머니는 급히 내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잘 먹겠습니다."




오랜만에 남기는 목소리에는 꽤 기분좋음이 담겨있었다. 워낙 잘 먹지 않아서 쪼그라든 위 때문에 많은 양의 밥은 먹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화목함이었다. 더군다나 이 사이에 말이 많은 김태형이 껴있으니 오늘따라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식사를 마치고 눈치를 보던 김태형은 약속시간에 늦었다며 급히 자리를 떠났고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에 밥그릇이며 숟가락 젓가락을 정리해서 싱크대에 올려놓았다. 옆에 있던 빨간 고무장갑을 끼자 괜찮다며 말려오시는 아줌마의 힘에 결국 거실로 밀려나고 말았다.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있던 전정국의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으니 잠시나마 나에게 시선을 돌리던 그는 다시 티비에 집중했다. 별로 재미도 없는 예능인데 뭐가 웃기다고 웃고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나를 쳐다보던 그는 나에게 말했다.

뭐.

무미건조한 말투에 별 것 아니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벌써 집에 가려고?"
"네. 저녁 잘 먹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눈길 한 번 주지않는 그가 섭섭했다. 끝까지 티비에 눈을 떼지않고 인사조차 하지않는 그에게 나도 무시하자며 뒤를 돌아봤지만 결국 미련이 남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였다.

집에 도착하자 나를 반겨주는 사랑이 덕분에 한결 기분이 나아졌다.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오니 아직 사랑이의 식사를 챙겨주지 못한 것이 생각나 급히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주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것인지 허겁지겁 먹던 녀석은 목이 마른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있던 물통에 물을 담아 사랑이 앞에 놓자 재빠르게 입을 담그는 녀석이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큰 집을 나와 독립을 한 이후에 가장 먼저 한 일이 반려견을 찾는 일이었다. 가장 크다는 동물병원도 가보고 동물 입양소도 가봤지만 거기에 있는 강아지에겐 딱히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생기지 않았기에 항상 홀로 집에 돌아오기 일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정국이 유기견 보호센터로 봉사활동을 간다는 소식에 그를 따라 갔던 그곳에서 이 녀석을 발견했다. 그 녀석을 입양하기로 한 이유는 딱 한가지였다.




"귀엽네요."




그 강아지를 보자마자 한 전정국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그 때 생각해보면 나도 참 대책없이 이 녀석을 데려왔던 것 같다.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입양서에 싸인을 하고 그 녀석을 데려왔을까하는 생각을 하고나니 어느새 우리 집에 떡하니 그 녀석이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반려견이 필요하다고는 했지만 유기견을 데려다 키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 녀석을 한참동안이나 바라보고 있었다.

그 녀석을 데려온 첫 날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않고 빤히 쳐다보기만 했었다. 그 녀석도 나의 눈치를 한참이나 보다가 배가 고픈지 끙끙 대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 밥그릇에 사료를 담아 슬쩍 밀어주었지만 먹지는 않고 나만 경계하고 있는 녀석이었다.




"알았어. 안 봐."




그 말과 함께 고개를 살짝 돌리자 그 이후로도 한참이나 눈치를 보고나서야 녀석은 그릇에 입을 살짝 가져다대고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살짝 움직임이라도 있을라하면 다시 경계모드에 들어가는 녀석때문에 그 녀석이 사료를 다먹고 고개를 드는 행동을 보기전까지 나는 그 자세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녀석도 유기견 센터에서 그나마 사람에게 관리를 받았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유기견이었기에 나를 경계하는 행동이 남아있는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다가가려하면 슬금슬금 피해서 저 멀리 도망가버리는 행동하며 나를 보고 짖는 행동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었다. 심지어 첫 목욕을 시킬 때는 화장실 안이 물바다가 될 정도로 난리를 쳐서 목욕을 중단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사랑이는 잘 지내나?"




전정국이 찾아왔다. 내가 아닌 그 녀석을 보기위해서. 분명히 나는 그 녀석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는데 그 녀석은 이미 이름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녀석을 '야'라고 불렀다.

집에서 연락이 오던 날 나는 발에 족쇄라도 찬 듯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대문을 통과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던 내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것은 그들의 웃음소리였다. 너무나도 화목한 웃음소리에 발걸음이 더이상 떼어지지않아 그 자리에 한참을 머물렀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뻔뻔하게 들어가 그들과 함께 웃을 수는 있었지만 그들이 나를 향해 웃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내 걸음을 되돌릴 수 밖에 없었다.

집 앞에 서서 도어락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어느 때보다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냥 들어가라도 볼 걸하는 생각은 이미 접은지 오래였고 그냥 나를 다독여줬으면 하는 생각뿐이었다. 띠리릭. 문이 열리자 나를 바라보는 그 녀석은 또 다시 나를 경계하며 모습을 감추었다. 그 순간 마음 속에서 잔뜩 뭉쳐져있던 덩어리가 눈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너무나도 서럽게 울어버렸다. 그 녀석은 나에게 동질감이라도 느낀 것인지 천천히 걸어와 내 앞에 서서 나를 안타깝다는 듯이 바라봤다.




"또 무슨 일이야."




차마 다 닫지못한 현관문이 열리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반팔 티셔츠를 입고있던 너는 나를 무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울고있잖아. 속으로 그에게 외쳤다. 한 손에는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있던 너는 그것을 바닥에 내려두곤 나에게 다가와 내 등을 조심히 다독였다. 그는 나에게서 이유를 묻지 않았다. 단지 나를 다독일 뿐이었다.

나를 잔뜩 경계하듯 바라보던 이 녀석은 내가 안쓰러웠던 것인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그 녀석을 '사랑'이라 불렀다.



다음 날 또 다시 마주한 한선혜는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자신의 친구들을 데리고 빠르게 지나쳐갔다. 그렇게 또 다른 소문이 학교에 퍼지기 시작했지만 딱히 그 소문의 주인공과 내용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나일테고 내용은 듣지않아도 뻔했으니까. 그리고 방학이 되면 그 소문도 얼마가지않고 흩어져버릴테니까.




"걔는 네가 국가장학금 받는걸로 알고있는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안하면 이번에도 똑같이 반복될테니까."




문 앞에서 그들의 대화를 의도치않게 엿듣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조교님이 나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내 두 귀로 직접 듣게 되었다. 금세 행정실 내부는 장학금을 주제로 시끄럽게 말이 오갔다. 한참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끝이나고 이내 문이 열리며 그와 눈이 마주쳤다.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던 그를 살짝 비켜나 방 안에 있던 조교님을 바라보니 나를 불편하게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또 무슨 개같은 짓을 할까하는 그런 눈빛. 짜증이 났다.




"장학금 너한테 안 돌릴테니까 걱정하지마."




전정국도 비슷한 눈빛이었지만 거기에 작은 감정이 더 섞여있었다. 걱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단지 그 걱정이 나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조교님을 향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감정은 분명 작게 드러나있었다. 그에 대한 실망감이었는지 나의 호의를 거절한 그가 미웠던 것인지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도 뒤를 돌아볼 수 없을만큼 화가 났다. 너를 위해서 그랬는데 너는 왜 그걸 마다하는지 이해가 되지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도를 걷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그에게 화를 낼 수 없는 지금의 나로썬 화를 누르기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아이씨. 그 년때문에 내기에서 져서 오만원이나 털렸잖아."




앙칼진 목소리가 귀에 박혀들어왔다. 빠르게 걷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딱 세 명의 목소리였다. 한 명은 익숙한 한선혜의 목소리였고 그 나머지 둘은 그녀의 친구임이 분명했다. 그들이 말하는 년은 나일테고 그들이 한 내기에 주인공이 전정국임을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그들 입에서 전정국이라는 이름이 돌아다니는 것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고 그 순간 전정국에게 남아있던 화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 새끼는 무슨 지가 연예인이야?" 
"미친년들은 맞아도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그녀의 마지막 말에 결국 그 동아리 문을 열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누군지 단박에 알아챈 그녀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선 나를 올려다봤다. 그녀의 머리채를 휘어잡은 나는 그녀를 바닥으로 집어던졌고 그녀는 힘없이 바닥 위로 쓰러졌다. 어쩔 줄 몰라하는 그녀의 친구들을 한 번 쳐다보자 이내 겁에 질려서 동아리 방을 나가는 둘이었다. 두 문을 굳게 잠근 나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봤다.




"내가 왜 소문만 무성한 줄 알아?"
"… …."



바닥에 쓰러져있는 그녀 앞에 앉은 나는 한 손을 높게 치켜들었다. 한선혜는 두 눈을 꼭 감고선 나의 폭력을 두려워했지만 둔탁한 소리는 그녀에게서 나지않았다. 높이 들어올려진 손은 내 뺨에 작은 생채기를 내며 떨어졌다. 나를 본 그녀는 경악스러운 듯 뒷걸음을 쳤고 나는 그녀를 일으켜세웠다. 나는 곧 내 머리를 헝크러뜨리며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그 두 명의 친구들이 제 발로 열심히 뛰어 경비들을 데려온 것인지 밖은 이미 소란스러웠다.




"잘 봐."




경비아저씨에 의해 동아리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내 눈에는 눈물이 떨어졌고 그녀는 가해자가 되었고 나는 피해자가 되어있었다.

문 밖에서 나를 아무런 표정없이 바라보고 있던 전정국은 천천히 걸어와 그녀를 지나쳐 나에게 다가왔다. 나를 부축하며 일으킨 그를 따라 나는 최대한 느린 발걸음으로 동아리 방을 나왔다. 나의 뒤에선 그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가득했고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의 방에 앉은 나는 오른손에 끼어진 반지를 빼며 피곤한 눈을 매만졌다. 곧 그가 구급상자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고 내 앞에 앉아선 별다른 표정없이 연고를 짜 내 상처에 부드럽게 발라주었다. 그리고선 그 날과 같은 펭귄 밴드를 내 얼굴에 붙여주었다. 구급상자를 닫은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오랜만에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의 행동이 의외였기에 입가에 미소를 지으니 그가 입을 열었다.




"한선혜는 오른손잡이야. 속이려면 왼손으로 때렸어야지."




구급상자를 들고 거실로 나가버리는 전정국을 바라보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에 묻혀 나의 한숨소리가 묻혀갔고 나는 또 외로이 남겨졌다.




***




2학기가 시작되고 학교 내부에 배치된 독서실의 명단이 나왔다. 차근차근 명단을 읽으며 내 자리를 찾으며 손가락으로 종이를 쓸어내렸다. 손가락이 멈춘 자리에 내 이름이 있었고 그 아래는 익숙한 이름이 써져 있었다.

사물함에 문제집을 차례대로 세우고있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내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요란스럽고 장난스러운 낙서들이 유독 많았다. 사물함을 정리하던 행동을 멈추고 가방에서 필통을 꺼냈다. 그 안에서 반듯한 직사각형의 깨끗한 지우개를 꺼내들고선 낙서를 하나하나 지워나가기 시작했다. 점차 늘어가는 지우개가루를 털어내며 마지막 낙서까지 지우고나니 내 지우개는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검게 물든 지우개를 가방 속에 아무렇게나 집어넣고 자리에 앉아 오늘 풀어야할 문제집을 꺼내들었다. 3장 정도의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그는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곧 자리를 확인하며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문제집을 꺼내 든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저기 혹시 지우개 있어?"




문제집을 풀던 그가 나에게 물어왔다. 지우개를 잃어버려서. 나의 표정을 살피던 그는 자신의 말에 이유를 덧붙였다. 그의 부탁에 필통을 뒤지던 나는 이내 가방 속에 던져진 지우개를 떠올리며 잠시 망설였다. 그 지저분한 지우개를 그에게 건네주어도 되는걸까. 가방을 열어 지우개를 찾아든 나는 그에게 건네고선 머리를 문제집에 대고선 민망함을 달랬다. 항상 너덜너덜하게 들고다녔던 지우개가 그 날은 왜 그렇게 민망했었는지.

나에게 지우개를 돌려주던 그는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낙서 안 지워도 돼?"
"어?"
"선생님한테 말하면 낙서지우는 스펀지 주시던데."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내 책상으로 눈을 돌렸다. 그의 책상처럼 지저분한 낙서들이 여기저기 적혀져있었다. 그 낙서들을 보며 허탈하게 웃으며 받아든 지우개를 필통에 던지듯 넣었다. 이 정도면 거의 오지랖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내 책상도 비슷한 상황인데 고작 보건실 한 번 데려다 준 그의 책상을 힘들게 지우고 앉아있었으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야자 종료시간이 되고나서야 짐을 정리하던 난 그 날은 밤 10시 종이 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나는 야자실 담당 선생님께 다가가 자리를 바꿔달라고 요청을 했다. 다른 아이였다면 안된다며 단호하게 거절하던 그녀는 나를 보고선 약간의 궁금증을 품은 채로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짐을 옮기기위해 찾아간 자리를 어제와는 다르게 깨끗하게 닦여있었다. 내가 열심히 지웠던 전정국의 자리와 비교를 하면 오히려 내 자리가 더 깨끗할 정도로.

독서실 앞 게시판에 붙여진 학교 내부 비치물품 명단표를 천천히 쓸어내려가던 나는 손가락을 내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10827 전정국 매직블럭'




삐뚤삐둘한 글씨체로 써진 내용의 날짜는 어제였다. 짜증나. 그 단어가 입가에 맴돌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오버하지말자고 하던 나는 그 글씨 하나로 무너지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 자리 안 바꿀래요."




교무실에 계신 선생님께 허리를 숙여 인사를 드리고 교실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끝이 난 것인지 학교를 울리는 종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교과서를 꺼내들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필통에서 펜과 지우개를 꺼내들었다. 어제와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새까만 지우개를 바라보던 나는 교탁을 치는 선생님에 의해서 다시 펜을 쥘 수 밖에 없었다.









암호닉 빵야빵야


다홍님 비비빅님 망고빙수님 몽총이덜님





현재는 암호닉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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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비비빅이에요! 여주 행동들이 모르고 봤으면 저렇게까지 해야하나...싶었을 것 같은데 저번 편에서 이유 있는 악녀 캐릭터라는 말도 들었고 과거 이야기도 같이 진행되고 있어서 어떤 일이 있었을지 궁금한 마음이 더 커지네요! 현재에서 둘 관계를 본 뒤에 과거 모습에서 여주가 가진 정국이에 대한 생각이나 마음들이 변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궁금하고ㅠㅜㅠ오늘도 잘 보고 가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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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여쥬한테는 정국이가 엄청난 집착을 가지게 만들만한 인물이네요ㅠㅠ 여주도 여주대로 너무 힘들듯 ㅠㅠ 나중에 곪아서 토지면 어쩌니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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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다홍이에요 하아..저 진짜 한선혜는 오른손잡이야 에서 진짜 하.....온 몸에 소름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와..대박 으 지금도 소름 돋아요 작가님 필력에...진짜 완전 글이 영상화가 되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아요 ㅜㅜㅜㅜㅜㅜㅜ저 이렇게 뭔가 복잡한 감정선과 내용 좋아요..너무 좋아요...사랑해오...다음화 보러 감니다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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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여주 너무 안타까워요. 개인적으로 착하지만 고구마답답이 여주보단 이렇게 사연있고 마음에 상처 있는 어찌보면 약하기에 더욱 남에게 못되게 구는 여주를 좋아해서 여주가 더욱이 더 안아주고 싶고 마음이 쓰이네요. 정국이는 무슨 생각일까요. 본인이 내쳐도 끈질기게 맴도는 여주를 그저 그러려니 포기한건지 아직까지는 속을 모르겠어요. 어찌됐건 여주의 행복을 빌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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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아...둘이 디게 관계가 묘하달까...이런 복잡한 감정선 넘나 좋은것.....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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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음 아직 여주랑 정국이 사귀는거아니죠? 뭔가 너무 어려워요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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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한선혜는 오른손잡이야라니. 그나저나 여주가 너무 안쓰러워요. 안아주고 싶어져요. 여주도, 정국이도 속을 잘 모르겠지만 차차 나오겠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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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8.74
이렇게 몰입하게 하는 인터넷 글이 몇이나 될까요.. 소설책과 다른 세계라서 글을 읽으면서 작가님이 올려주는 음악도 같이 들을 수 있어서 더 행복하네요 좋은 글을 읽으면 행복해지는데 정말 오늘 그야말로 행복한 날이예요. 일찍 이 글을 보게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직 9편의 글을 더 볼 수 있다는 게 더 좋아지네요. 행복하다!
9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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